별마당 /권혁희 늦은 밤 자다 깨다, 누워서 보는 유리창이 온통 은하대폭발이다 목련나무가지 위에 버선발로 내려온 별들 벌어진 발목이 대낮처럼 환하다 딸 많은 친정집 수다한 꿈자리 같은 그곳에 이부자리를 옮겨 볼까 언니, 자? 하고 별 옆구리를 쿡 찔러 볼까 자리에서 일어나 창문을 연다 아파트 울타리, 대담하게 전지한 플라타너스 실루엣이 성큼 다가선다 제 몸을 댕강댕강 끊어내고도 아프지 않은 점점 더 무성해지는 나무는 좋겠다 노출이 저들에게는 신나는 패션이다 언니, 자? 하고 따뜻한 목덜미에 목침 같은 한 팔을 쓰윽 들이밀고 싶은 봄밤 우리는 때로 시간 너머 시간 속에 들 때가 있다. 마치 환상 속 같은 그 공간은 먼 기억 속 각인된 것들을 불러온다. 자다 깨서 잠이 오지 않는 밤이다. 누워서 보는 유리창 밖 목련나무가지 위에 버선발로 내려온 별들로 환하다. 딸 많은 친정집처럼 수다한 저곳으로 이부자리를 옮기고 싶다. 언니, 자? 하고 별 옆구리를 쿡 찔러 보고 싶다. 하지만 우리는 되돌아갈 수 없는 곳이어서 더욱 소중한 그 시간을 제 몸을 댕강댕강 끊어내고도 아프지 않고 무성해지는 플라타너스처럼 묻어버리고 살아갈 수밖에 없다. 아파트 속에서 각자 문을 닫고…
‘신언서판(身言書判)’이란 고색창연한 말이 있다. 사람을 찾을 때는, 네 가지 조건을 꼼꼼히 따져 점수를 매기고 총점·평균점수로 결정했다는 건 아닐 테고 갖추어야 할 것을 두루 갖추어 쓸 만한 재목인지 아닌지 마주해보면 한눈에 알아볼 수 있다는 뜻 아니었겠나 싶다. 그럴 때 ‘출중한 인물이다!’ 싶으면 “부모님은 어떤 분인가?” 묻게 되고, 가문의 전통 혹은 적수공권으로 이룬 일들이 인간 됨됨이의 배경이 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을 것이다. 그러나 이제 그런 상식이 통하지 않는 세상이 되어버리고 있다. 최근 교육부는 로스쿨 입시에서 앞으로는 아예 ‘블라인드 면접(무자료 면접)’을 실시하고 응시원서나 자기소개서에 부모나 친인척 직업 등 ‘밝히지 않아야 할 사항’을 명시하면 감점, 탈락 등으로 제재하기로 했다. 그런 기회를 악용하는 약삭빠른 사람들을 생각하면 잘됐다 싶으면서도 또 다른 의구심이 생긴다. 이와 같은 제재가 어디까지 세분화되어야 하는가. 이렇게 하면 올바른 평가가 이루어지는가. 자신의 부모·친인척은 보잘것없다고 기술하
조류 중 기러기 부부의 사랑은 유별나다. 자식들만 봐도 그렇다. 3~7개의 알 모두에서 한 아빠의 새끼들만 태어난다. 도요새, 물떼새, 에뮤, 타조처럼 아빠가 제각각인 경우는 없다. 그러나 무엇보다 특별한 것은 일편단심 평생을 해로 한다는 것이다. 기러기의 부부 금실은 수천㎞ 월동 비행에 나설 때 더욱 빛을 발한다. 비행기간 내내 가족간 엄하게 차례를 지키며, 부부 자식들이 역할을 분담, 앞에서 울면 뒤에서 복창하면서 서로 용기를 북돋우기 때문이다. 이러한 팀워크를 이뤄내는 화목한 가족애 덕분에 기러기는 험준한 산맥을 넘고, 폭풍우를 헤치며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다. 어떠한 어려움도 두렵지 않다는 가족 간 신뢰가 없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기러기가 혼인의 상징으로 여겨지는 것 도 이 때문이다 우리는 흔히 결혼한 부부에게 하늘이 베풀어 준 좋은 인연 즉 천생연분을 맺었다고 이야기 한다. 그리고 많은 부부들이 하늘의 뜻에 따라 평생을 같이 한다. 처녀총각이 머리를 쪽 찌고 상투를 틀어 부부가 된 이후에는 아내가 남편에게 의지한 데서 만들어졌다는 혼인(婚姻)이라는 뜻처럼. 하지만 이러한 세태는 점점 고전이 되고 있다. 젊은이들의 이혼율 증가와 함께 ‘중년이혼’이니…
새 /이일림 곤줄박이는 둥지를 찾아 새벽을 거슬러 오르지. 닫힌 태양의 문틈에 여린 발가락이 끼고 핏물이 고여 고혹적 울음을 완성하는 거야. 멀리 고공을 헤치고 울려오는 달빛별곡을 듣지 우리는, 마음에 온순한 종 하나 달고서. 얼마나 울었을까, 엄마는 별이 되어 돌아오지 않고 새는 견공처럼 힘껏 목청을 높이지. 별의 언어에 닿을 때까지. - 이일림 시집 ‘비의 요일은 지났다’ 겨울 눈발을 견뎌내며 새벽을 거슬러 오르는 곤줄박이의 꿈도 그랬을까. 엄마가 죽는 꿈을 자주 꿨다. 문틈에 여린 발가락이 끼어서 꼼짝 할 수 없는 꿈속에서 엄마를 부르며 엉엉 울었다. 얼마나 울었을까 곁에서 주무시던 외할머니께서 울고 있는 나를 깨웠다. 엄마 품보다 외할머니 품에서 잠을 자야했던 어린 아이의 불안이었을까. 엄마를 잃는다는 불안은 성인이 되어서도 계속 되었다. 사랑하는 사람이 죽었을 때 왜 그가 별이 되었다고 생각하는 걸까. 죽은 그를 흙에 파묻고 왜 하늘을 보며 달빛별곡을 듣고 있는 걸까. 어쩌면 우리는 사랑의 언어를 저 먼 우주에서 배운 우주인의 후손인지 모른다. 태양의 불길로도 태울 수 없는, 견공처럼 힘껏 목청을 높이며 피울음을 완성하고 있는…
“돌고 돌아 여기까지 왔습니다.” “마침내 목표가 분명해 졌으니 최선을 다해야겠지요.” 텔레비전 화면 속, 기술학교 학생들은 환하게 웃고 있었다. 얼굴조차 보호막 너머로 숨겨야 안전한 용접이 가능하다는 46세 용접과 그 여학생은 교직에 종사했었다고 했다. 자동차 정비학과의 60세 남학생, 대학을 졸업하고 유학을 다녀왔다는 앳된 청년 남학생까지. “평생 직장의 꿈이 무너진지 오래지 않아요?”라며 그들은 모두 일하고 싶어서 그곳 기술학교를 찾았다고 했다. 텔레비전 다큐멘터리를 보는 내내 나는 그들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지 않을 수 없었다. 화려했던 지난날의 명함에 연연하지 않을 줄 아는 은퇴자의 용기. 화이트칼라 운운하며 두드려도 열리지 않는 사무실 근무만을 고집하지 않고 과감하게 땀내 나는 작업복을 선택할 줄 아는 젊은 청년의 용기. 안일한 현실에 안주하지 않고 직무능력 향상을 위해 힘든 저녁시간을 망설임 없이 선택할 줄 아는 젊은 직장인의 용기에 말이다. 근래에 각종 언론매체를 통해 접할 수 있는‘청년세대의 고통’은, 이제 익숙할 정도로 당연한 사실로 굳어져 버린 것 같다.…
국방부가 최근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주한미군기지이전사업단은 지난 19일 주한미군사령부 등 대부분의 한국 주둔부대들이 내년까지 모두 평택으로 이전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에 앞서 주한미군 2사단 대변인 Richard Hyde 중령은 18일 비무장지대 근처에 위치한 미군부대원이 오는 7월 평택 팽성의 험프리 기지로 이동을 시작한다고 밝히고 이는 거대한 주한미군 이전사업의 시작을 알리는 전초부대가 될 것이라고 언급했다. 이외에도 미군소속 관련인원 100명 이상이 선발대로 이 지역에 파견돼 평택 도시지역 대표들과의 관계구축과 막바지에 다다른 부대건설 공사과정에 대한 감독을 할 것으로 알려졌다. 게다가 지난 18일 미군 전문 뉴스 사이트인 ‘stripes’란 소식지에서 “한국주둔 미군의 거대한 이동이 시작되었다”는 헤드라인 기사를 전세계에 알려 주한 미군기지의 평택 이전을 공식화하고 있다. 현재 평택기지에는 미8군사령부 청사 신축 공사가 완료됐고, 주한미군의 핵심 지휘시설인 미8군사령부 참모부 인원이 옮겨가면서 사실상 용산기지 내 미군의 이전 작업이 시작된 것이나 다름없다. 평택 미군기지는 5월 현재 89% 공정률을 보이고 있으며, 마무리 공사가
한국은 이념대립으로 인해 분단된 국가이다. 종교나 민족 간의 차이로 인해 내전을 겪거나 분단된 것이 아니라 자본주의와 사회주의라는 이념으로 인해 민족상잔의 전쟁을 겪은 것이다. 이제 한 달 남짓 후면 6·25 전쟁이 발발한지 66년이 된다. 6·25로 인한 인명피해는 실로 엄청났다. 남한 민간인 37만3천599명이 목숨을 잃었고, 22만9천625명이 부상을 당했다. 한국군 사망자는 5만8천809명, 부상자 17만8천632명, 실종(포로) 8만2천318명이었으며 UN군 사망자는 3만6천991명, 부상자 11만5천648명, 실종(포로) 6천994명이었다. 자업자득이라고는 하지만 전쟁을 일으킨 북한은 더 큰 피해를 입었다. 이처럼 6·25로 인한 사망·부상자에다 전쟁고아나 미망인, 이재민, 이산가족을 포함하면 당시 남북한 인구 3천만명의 절반이 훌쩍 넘는 1천800여만명이 피해를 입은 끔찍하고 처참했던 미증유의 재앙이었다. 그 잔인했던 6·25가 끝나고 휴전이 됐다. 남북 사이에는 철책선이 쳐지고 비무장지대(이하 DMZ)가 생겼다. DMZ는 1953년 7월 27일 판문점에서 체결한 정전협정으로 생성됐다. 총길이는 248㎞인데 경기도 구간은 연천군 32㎞, 파주시…
그는 65세가 되면서 30여 년을 경영하던 이발소의 문을 닫았다. 이를테면 스스로 정년퇴직을 결정한 것이다. 이발소의 문은 닫았지만 이발(理髮)은 계속하였다. 한 달에 한번 영세한 아파트 복지관에 가 노인들의 이발을 해주었고, 또 인근의 종합병원에 가서 환자들의 머리를 깎아주었다. 돈을 받지 않고 무료로 해주는 것이었다. 월급쟁이 생활까지 합치면 40여 년의 이발 경력이 있으니까 그 기술은 머리를 한 번 깎아 본 사람이라면 다른 사람에게 머리를 맡기지 않고, 반드시 그를 찾았다. 그 정도의 출중한 기술이라서 복지관이나 병원에 그가 봉사(奉仕)를 나가면 그 아파트 외의 다른 아파트의 사람들도 모여 들었고, 병원에서는 환자들뿐 아니라 그곳의 직원들, 또 병원 밖의 사람들까지 모여들었다. 공짜라 그런 점도 있지만 그보다도 그의 탁월한 이발 기술에 연유한 까닭이 더 큰 이유였다. 이발소를 정년퇴직했지만 그는 이발소를 운영할 때보다 더 바빴다. 이발 봉사를 다니는 날을 제외하고는 한 주에 사흘은 장애아들을 수용하는 복지관에 가서 장애아들을 보살펴 주는 일을 했다. 물론 이발도 해주지만 목욕도 시켜주고 밥도 먹여준다. 그리고 그들과 함께 오락도 하며 놀아주었다. 그는…
중앙·지방정부를 막론하고 ‘정책 수립’을 위한 자료로 사용하기 위해 매년 많은 예산을 들여 연구과제 용역비를 지출하고 있다. 연구용역은 공무원들이 하기 어려운 전문성 있는 정책과 사업을 수행하기 위해 발주한다. 그런데 현실은 그렇지 않은 경우도 있다. 전문가가 아닌 공무원들이 충분히 스스로 할 수 있는 일임에도 무차별적으로 용역을 발주하는 ‘연구용역 만능풍조’가 만연하다. 중앙정부나 지방정부 할 것 없이 정책 목표가 명확하지 않은 사업들이 한 두 개가 아니다. 함께 근무하는 공무원들조차도 ‘이런 일까지 꼭 연구용역을 맡겨야 하나’라고 한탄할 정도란다. ‘용역남발의 근본적 원인은 공무원들의 행정편의주의와 책임행정에 대한 면피수단 마련에서 비롯된 것’이란 극단적인 비판도 있다. 막대한 예산을 투자한 용역 결과물의 질이 떨어진다는 지적도 있다. 지역 특성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거나 다른 용역 내용과 중복되기도 한다는 것이다. 중앙·지방정부와 연구기관, 대학 등의 공생관계도 도마에 오른다. 경기도 역시 마찬가지다. 도에서 지난 2013~2015년 진행된 학술용역은 총 107건, 용역비로만 130억여원이 사용된 것으로 밝혀졌다. 2013년 34건(43억원), 2014년
고령화시대를 맞아 노인들의 일자리마련이 당면과제가 되었다. 가정형편상 소득창출이 절실한 노인들은 돈을 벌기 위해서 몸부림친다. 날로 늘어나는 핵가족화와 부모봉양의 비율이 크게 감소되고 있는 현실을 고려할 때에 노인일자리 마련은 절실하다. 정부와 지자체는 이 문제해결을 위해서 적극적인 시책을 추진해 가야한다. 이들의 연령과 경험을 고려해서 적절한 일자리를 만들어주는 일이 시급하다. 지자체에서 일시적이고 홍보적인 차원을 탈피하여 실질적이고 지속적인 노인일자리 마련시책을 펼쳐 가야한다. 특히 지자체는 관내기업과 현실적인 문제해결을 위한 긴밀한 협력을 체계적으로 이뤄가야 한다. 여건에 합당한 창조기업육성을 활성화시켜서 고용기회를 확충해가야 된다. 고양시 관내 복합문화공간 원마운트가 경기도와 협력하여 도내 노인 일자리 창출과 시니어 채용에 앞장서기로 하였다. 원마운트는 최근 경기도에서 개최한 ‘노인 고용 협력 업무 협약식’에서 경기도·한국노인인력개발원 경인본부와 ‘민간일자리 확대 및 시니어 인턴십 활성화’를 위한 내용으로 하는 협약을 맺었다. 이번 협약을 토대로 원마운트는 향후 경기도내 60세 이상 노인 일자리를 만들어간다. 세계 최초로 실내형 겨울 테마파크인 원마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