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서웠던 한파는 간다는 말도 없이 사라졌고 이제 봄이 오고 있다. 계절이 변하는 이 시기에 세상의 변화를 곰곰이 생각해 본다. 고등학교 시절 학교에서 책으로만 배웠던 국회의 필리버스터를 졸업 후 35년이 지나 실시간 방송을 통해 처음 경험하게 되었는데 굳이 국회까지 찾아가 방청하지 않아도 24시간 언제라도 시청할 수 있는 중계 시스템으로 사회 환경이 변화되었다. 참 신기하여 시도때도 없이 스마트폰 어플로 들어가 보고 자장가 삼아 높으신 어른들의 진지하기도 하고 코믹하기도 한 장면을 베갯머리에 켜 놓기도 하였다. 사람과 인공지능의 대결로 전세계인들의 이목을 집중시킨 이벤트는 호기심 차원을 넘어 인간의 존재, 과학의 발달에 대해 다시금 고민해 보는 계기를 안겨 주었다. 물론 나는 인간 승리라 생각하며 이세돌의 팬이 되어 버렸다. 이 참에 법이나 재판에 관심있는 분들은 판사 대신 인공지능이 재판을 대신할 지 여부에 대해 서로의 견해를 나누고 있다. 내 주변에 있는 사람들은 인공지능이 재판을 대신할 가능성이 있다는 쪽에 더 많은 의견을 갖고 있다. 사실 현재의 형사재판제도를 보면 대법원에서 정한 양형기준표가 있어서 그 기준대로 형량을 정하게 되면 사람인 판사가 내리
죽음은 나이와 사정을 고려치 않는다. 병든 자나 건강한 사람, 부자나 가난한 사람 구별 없이 죽음에서 자유롭지 못한 이유다. 죽음의 종류도 가지가지다. 백수를 누리고 가족의 배웅 속에 편안히 임종을 맞는 행복한 죽음이 있는 반면, 불의의 사고로 남은 자의 가슴을 울리고 이슬처럼 사라지는 절통한 젊은 죽음도 있다. 그런가 하면 가족들로부터 버림받은 채 나 홀로 쓸쓸히 죽음을 맞는 ‘고독사’도 있다. 몇 년 전만 해도 일주일 이상 지나서 발견되는 이같은 죽음이 사회 이슈로 등장했지만 지금은 아니다. 그만큼 아무도 돌봐주는 이 없이 홀로 쓸쓸히 죽어가는 사람들이 늘고 있다는 증거다. 특히 노인들의 경우는 더욱 그렇다. 급속한 고령화·핵가족화로 혼자 사는 노인들이 급증하고 있기 때문이다. 흔히들 ‘빈손’으로 와서 ‘빈손’으로 가는 것이 인생이라지만 ‘고독사’라는 이름 앞에선 현대사회 인간 단절의 병폐를 새삼 절감하게 된다. 우리나라에서 고독사 발생은 확인된 것만 해도 한 해 1천여 건에 이른다. 하루가 멀다고 독거노인의 고독사 소식이 전해질 정도다. 고독사가 염려되는 고위험군도 무려 10만 명으로 추산된다고 한다. 이미 1970년대부터 사회 문제화한 일본만의 얘기가
깊숙한 이빨 /정끝별 낚싯바늘을 놓지 않는 낚시꾼에게 줄줄이 끌려나오면서도 꽉 다문 이빨을 열지 않는 한번 문 낚싯바늘을 놓지 않는 작은 상어 한번 문 작은 상어를 놓지 않는 큰 상어 끌려나와서도 부릅뜬 눈을 닫지 않는 큰 상어가 작은 상어를 문 채 작은 상어가 낚싯바늘은 문 채 낚시꾼이 낚싯바늘을 문 채 이빨 없는 입이 이빨 빠진 입이 될 때까지 이빨 없는 입이 입 없는 이빨이 될 때까지 서홉 밥 칠홉 국에 벌린 입들 막무가내의 이빨들 신석기 고인돌처럼 대책없이 솟아 있는 아버지의 누런 대문니 하나 - 정끝별시집 ‘와락/창작과 비평’ 밑도 끝도 없이 우리는 헤엄쳐 왔으리라 수만 년을 이어 보이지 않는 줄을 잡고서 서로 물어뜯으며 밥 한 끼를 위해 국 한 그릇을 위해 이빨 없는 입이 이빨 빠진 입이 될 때까지 이빨 없는 입이 입 없는 이빨이 될 때까지 낚시꾼조차도 제가 물고 있는 것이 바늘인줄 모르고 세상은 바닥 모를 사투의 연속이다. 막무가내의 이빨들이 대책 없이 멍하니 벌린 입엔 누런 대문니가 하나 휑하니 남아있으리라 모든 아버지들의 없는 입 속에. /조길성 시인
어제 통계청이 발표한 2월 고용동향에 의하면 15∼29세 청년실업률은 12.5%로 1999년 실업자 구직기간 기준을 바꾼 이후 최고를 기록했다. 작년 12월 8.4%에서 올 1월 9.5%로 높아진 이후 실업률 상승 추세가 이어지고 있다. 통계청은 통상 2월은 졸업 철이어서 다른 달에 비해 실업률이 높게 나오는데다 올해는 공무원 시험 응시자 증가 등의 특이요인으로 청년실업률이 높아졌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2014년과 작년의 2월 청년실업률이 각각 10.9%와 11.1%였음을 감안하면 올들어 젊은층의 취업 환경이 더욱 악화했다고 할 수 있다. 청년실업뿐 아니라 전체 실업률도 4.9%로 6년 만에 최고치로 올라섰다. 청년실업의 악화는 내수와 수출 등의 전반적인 경기침체와 궤를 같이한다. 중국의 성장 둔화와 저유가, 미국의 금리 인상, 신흥국의 재정위기 등의 글로벌 악재로 우리 경제는 큰 고통을 받고 있다. 지난 1월 산업생산은 전월보다 1.2% 감소했고, 소비지표인 소매판매도 1.4% 줄었다. 수출은 1월에 18.5% 감소한 데 이어 2월에도 12.2% 뒷걸음질했다. 미국 경제의 회복과 최근의 유가 상승이 긍정적이지만 여전히 세계 경제를 둘러싼 악재는 해소되지 않
관광객을 많이 유치하여 관광산업활성에 최선을 다해야 할 때이다. 경기불황속에 수입창출과 국가 이미지 확산에 관광산업은 커다란 역할을 한다. 봄맞이 관광객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중국의 아오란 국제뷰티그룹 단체관광이 27일부터 내달 2일까지 방한 여행을 한다. 6박 중 인천에서 4박은 관광과 쇼핑을 하게 된다. 6천명의 중국인들이 대형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하며 다양한 활동을 한다. 인천의 모든 기관이 합심하여 만반의 준비를 철저히 할 때이다. 오는 27일부터 4월 2일까지 6박7일 일정으로 중국 광저우의 아오란 국제뷰티그룹 인센티브 단체관광객 6천명이 우리나라를 방문한다. 인천시와 한국관광공사, 인천관광공사는 공동 협력으로 지난 1월 이들 대규모 인센티브 단체관광객을 유치하였다. 단체관광객 6천명은 단일 규모로는 국내 관광 사상 최대 규모이다. 이들은 6박7일의 방한일정 가운데 4박을 인천에서 머물게 된다. 최근 대표적인 한류콘텐츠인 송도석산을 비롯한 인천대, 차이나타운, 월미도, 모래내·신포·신기의 전통시장을 둘러볼 예정이다. 그동안 경험하지 못했던 역대 최대 규모의 단체관광객이 인천을 방문함에 따라 숙박, 관광, 쇼핑, 식당, 교통 안전대책 등의 준비상황을
경기도가 열정이 넘치는 예비창업자를 선발해 창업컨설팅을 비롯, 초기자금 지원과 투자자 연계 등 창업자를 지원하는 사업을 펼치고 있다. ‘창조오디션’이란 이름의 이 사업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경기도 창조오디션은 국내 스타트업에 다양한 투자기회와 사업화 기회를 제공하는 등 스타트업 발굴과 육성에 중요한 역할을 한 것으로 도는 평가하고 있다. 스타트업이란 운영기간이 매우 짧은 회사, 즉 신생회사를 일컫는 말로서 미래를 향한 잠재력과 성장성을 갖춘 기술 중심 회사라고 할 수 있다. 도는 지난 2015년 예비창업자를 대상으로 모두 6차례의 창조오디션을 개최했다. 창조오디션은 예비창업자를 선발한 다음 창업컨설팅은 물론 초기자금 지원, 투자자 연계 등 창업자를 지원한다. 공공부분이 플랫폼을 제공하고 민간이 참여하는 형태다. 세부적으로 경기도 창조오디션은 3가지 형태로 진행되고 있다. 예비창업자들에게 창업컨설팅과 사업검증의 기회를 제공하는 ‘업 창조오디션’이 있고, 차세대 게임콘텐츠 발굴 및 게임산업 활성화를 위한 ‘게임 창조오디션’이 있다. 아울러 우수 기술이나 아이디어를 보유한 스타트업을 발굴·투자하는 ‘슈퍼맨 창조오디션’ 등이다. 창조오디션엔 77개
주택가 주변에서 손쉽게 운동을 할 수 있는 체육공원은 유지되어야 한다. 지자체에서 예산부족과 부지부족을 이유로 체육공원에 아파트를 지어서는 안 된다. 감사원마저도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2014 인천아시안게임 경기장 주변 개발제한구역에 기업 형 임대주택단지(뉴 스테이)를 조성하는 방안이 추진되자 인근 주민이 반발하고 있다. 계양경기장 북측 13만㎡, 남동경기장 남측 5만6천㎡, 선학경기장 남측 13만8천㎡ 등 3곳이 지난 1월 국토교통부로부터 뉴 스테이 선도 사업 지구로 선정되었다. 이 땅은 아시안게임 경기장 건설을 위해 인천시가 확보했지만 경기장 규모를 축소하라는 정부 지침에 따라 경기장을 짓고 남은 땅이다. 당연이 주변시민들의 활동공간으로 이용되어야 마땅하다. 지자체이 땅이 7월 뉴 스테이 사업 대상지역으로 최종 지정되면 사업 승인을 거쳐 2020년에는 계양 1천300가구, 남동 600가구, 선학 1천400가구 등 3천300가구가 들어서게 된다. 주민들은 체육공원을 조성하려던 땅에 대형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게 된다며 반발하고 있다. 대도시에는 시민들의 건강을 위한 체육시설과 여유 공간이 필요하다. 시민복지를 생각할 때에 아파트부지로 이용되어서는 많은 문
고등학교 1학년때 우리 반에 공부도 잘 해 ‘천재’란 생각이 드는 친구가 있었다. 중간고사가 끝나고 담임선생님이 장판지만한 성적전표를 들고 오셨다. 당시 시험과목은 어찌나 많았는지 20여 개 쯤이나 됐다. 나중에 나도 선생을 할 때 안 일이지만 이 ‘장판지’의 가로 세로를 맞추는 일이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담임선생은 그 친구에게 국어~체육까지 20여 개의 개인별 점수를 마구 불러댔다. 고개를 좌우로 살짝 흔들며 뭔가를 계산하던 친구는 총점과 소수 첫 째 자리까지의 평균 점수를 바로 대답했다. 60명의 개인 별 총점과 평균은 물론 과목 별 학급총점과 평균점수도 즉시 나왔다. 1시간도 채 안 걸렸다. 그때 나는 그 친구가 천재인 줄 알았다. 주판을 머릿속에 그리며 속셈을 한 것이다. 당시는 학원도 변변하게 없었다. 그 친구는 초등학교 시절부터 주산학원을 다녔단다. 거기서 암산과 속셈을 익혔다. 바둑에도 뛰어난 재능이 있어 아마 6단이다. 수원 출신 여류 프로기사 조혜연 9단, 이정우 9단 등의 프로바둑기사를 어렸을 적부터 지도하며 길러냈다. 그 친구는 역시 서울대에 합격했다. 직장에서 은퇴하고 지금도 틈틈이 바
최근 5년간 중국의 연간 국내총생산(GDP) 성장률은 계속 하락하여 왔다. 2011년 9.5%에서, 2012년 7.7%, 2013년 7.7%, 2014년엔 7.3%로 내려앉았다. 지난해의 경우 성장률 목표치인 7.0%에 못 미친 6.9%를 기록했다. 지난 5일 리커창(李克强) 국무원 총리는 전국인민대표대회 개막식 정부 업무 보고에서 올해 성장률 목표치를 6.5∼7.0%로 설정하고 향후 5년간 6.5% 이상의 중속 성장을 유지하겠다고 밝혔다. 중국의 경제 경착륙 우려에 대하여는 “중국 경제는 절대 경착륙하는 법이 없을 것이다.”라고 주장하면서 중속 성장 하의 질적 발전을 의미하는 신창타이(新常態), 즉 뉴 노멀 정책이 차질 없이 진행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중국 내부에서도 이제 ‘바오류(保六·6%대 성장 유지)’ 시대를 받아들이는 분위기다. 중국 경제가 경착륙할 우려는 커보이지 않지만 구조적인 변화에 직면한 것은 확실해 보인다. 주요 기관들은 중국경제 성장률이 성장패러다임 변화, 생산가능인구 비중 하락, 생산성 증가세 둔화 등으로 점차 낮아질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UN에 따르면 생산가능인구 비중이…
오늘은 개천절이다 /고종목 바늘눈 구멍을 내 몸이 통과한다 쪽가위로 톡 자른 실 끝을 어리짐작 눈대중에 맞춘 바늘구멍에 들이민다 몇 번의 실패를 거듭하기도 한다 이제는 돋보기를 써도 구멍이 또렷이 보이지 않는다 실 끝에 침을 살짝 발라 다시 꼿꼿이 세우고 구멍 근처에다 어리짐작 비벼대면 참 신기하게도 쏘-옥 들어가는 그 느낌이 떨려온다 바늘밥 한 오십년 먹은 것이 헛먹은 게 아니야 오늘은 개천절이다 단번에 하늘로 들어간다 쏘ㅡ옥 - 고종목 시집 ‘바늘의 언어’ 실이 바늘눈 구멍을 통과하는 것은 그저 단순한 손끝 행위가 아니다. 귀가 솟고 눈이 솟고 마음이 솟고 온몸 자리한 세포들이 일시에 한 덩어리로 솟는 그 미세한 감각의 일이다. 시인은 바늘밥을 먹은 지 오십 년이 넘었다. 평생 한길을 걸어온 장인이자 재봉 일을 소재로 시를 썼다. 모든 예술이 궁극적으로 하나로 통하듯 천을 캔버스 삼아 붓 대신 바늘로 그림을 그리며 채색을 하는 시인은 이제는 어리짐작만으로도 바늘구멍에 실을 꿴다. 돋보기를 써도 구멍이 보이지 않아 여러 번 실패하기도 하지만 참 신기하게도 어리짐작 구멍 근처에 실 끝을 다시 세워 비벼대면 그 실은 쏘옥 구멍을 찾아 들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