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100대 명산 중의 하나인 경남 고성의 연화산을 올랐다. 산세가 그리 험하지도 않고 해발 또한 500m대로 아마추어도 산행하기 무난한 산이다. 연화산은 형상이 연꽃을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며 천년고찰인 연화사를 비롯한 오래된 사찰과 문화재가 많은 곳이다. 봄을 재촉하는 비가 내리는 날의 산행이라 조심스럽기도 했지만 봄기운이 칙칙했던 마음을 걷어내는 것 같아 상쾌했다. 얼마만큼 산을 오르자 솔 향이 물씬 풍겼다. 심호흡을 하고 자연이 주는 싱그러움을 만끽했다. 그러나 기쁨과 설렘도 잠깐 이곳저곳에 소나무가 꺾여 널브러져 있다. 등산로만 가까스로 정리를 했고 태풍이 강타한 것처럼 큰 상처를 입었다. 머지않은 곳에 팻말이 있었고 소나무가 상고대의 무게를 이기지 못해 꺾이고 쓰러졌고 큰 피해를 입었으며 하루 속히 복원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는 내용이다. 참으로 안타까운 일이다. 푸르렀을 산이 온통 상처투성이다. 푸른 신선함으로 밀려온 솔 향이 나무가 내지른 비명이라 생각하니 차마 심호흡을 하는 것조차 미안했다. 자연재해이니 사람의 힘으로는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나무를 심어 이만큼의 수령이 될 때까지 키우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할 것이다. 상고대,…
‘Sparks of Genius(한국어판·생각의 탄생)’의 저자 루트 번스타인(Robert & Miche`le Root-Bernstein)은 지난 1월 세미나 차 내한 인터뷰에서 한국인과 유대인의 토론문화차이를 언급했다. 그는 “한국인과 유대인은 여러 가지 공통점이 많다. 특히 지식욕이 왕성하다는 점이 그렇고 배움에 대한 욕구가 엄청나다는 점이 그렇다. 그러나 양자의 차이는 지식에 대한 논쟁에 관한 태도가 다르다는 것이다. 유대인의 문화는 토론이라는 의견교환에 높은 가치를 부여하는데 대하여 한국문화는 다른 사람들과 타투지 않고 두루두루 잘 지내기 위해서 논쟁을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 … 유대인들은 논쟁을 통해서 남들과 다른 사람이 되고 다르게 생각하는 사람이 되고자 한다. 의견이나 관점이 서로 다른 사람과 논쟁을 벌임으로써 나와 남이 다르다는 것도 배울 수 있다고 생각한다. 뿐만 아니라 서로가 의견과 관점이 달라야 더 많은 정보를 교환할 수 있고 더 많이 배울 수 있다는 의식과 문화가 보편화되어 있다. 그래서 유대인들에게는 우호적인 논쟁이 격의 없이 이루어지고 지식에 대한 토론이 생활화 되어있다
2000년 16대 국회의원을 뽑는 4·.13총선이 끝난뒤 방송 3사는 메인 뉴스를 통해 일제히 사과방송을 내보냈다. 선거관련 출구조사가 크게 빗나가서였다. 다음해 10월 서울 등 4곳에서 실시된 재·보선 직후 한 여론조사기관은 사과문을 발표했다. 여당의 승리를 예측했지만 결과는 단 한석도 건지지 못한 참패였기 때문이었다. 비단 이러한 사례를 들지 않더라도 여론조사의 신뢰성에 먹칠한 사례는 얼마든지 있다. 여론조사는 통계학이 빚어낸 과학적 산물인 것은 틀림없지만 통계에 숨어있는 허점 또한 많아서다. 알고리즘이 진화하고 조사기법이 발달했다는 요즘에도 여론조사는 걸핏하면 틀린다. 이유는 많다. 그 중 하나가 침묵의 나선 이론이다. 자신의 의견이 주류에 속한다고 여기면 주저없이 밝히지만 소수라고 판단되면 침묵한다는 이론이다. 다시말해 자신의 견해가 우세·지배 여론과 일치하면 적극 표출하고, 그렇지 않으면 침묵하는 성향을 의미한다. 스포츠 경기장에서 원정팀을 따라가 응원할 때 주위를 살피는 심리와 같다. 이같은 조사결과는 우세한 진영의 경우 숨은 표를 경계하고, 불리한 진영은 혹시나 하는 기대심리를 갖게 하는데도 작용한다. 간혹 실제 투표에서 정반대 결과가 나오면 여
사표(辭表) /나희덕 날마다 집으로 돌아가는 버스 속에서 창밖으로 타오르는 노을을 보며 하늘에 대고 몇 장이나 사표를 썼다. 갓난아기를 남의 손에 맡겨두고 나와 남의 아이들을 가르쳐야 하는 심정 엄마와 떨어지지 않으려는 눈망울을 뒤로하고 내가 밝히려고 찾아가는 그곳은 어느 어둠의 한 자락일까. 이 어둡고 할 일 많은 곳에서 사표(辭表)의 역할을 제대로 하지 못했던 내가 이렇게 사표(辭表)를 쓰게 된다면 그 붉은 노을을 언제 고개들고 다시 볼 것인가. 하늘에 대고 마음에 대고 쓴 수많은 사표들이 지금 눈발되어 날리는데 아기의 울음소리가 눈길을 밟고 따라와 교실문을 가로막는데 나는 차마 종이에 옮겨적을 수가 없다 붉게 퇴진하는 태양처럼 장렬한 사표 한 장 쓸 수는 없을까. 긴 어두운 터널을 지나면 밝은 터널이 기다린다. 그 긴 털을 다시 마주하면 어둔 터널은 먹먹한 사연들로 막힌다. 길이 끝났을 뿐인데 다른 길을 만들기 위해 가면서 숨가쁘게 시간이 달려가던 일들이 이 시를 보면서 일어난다. 사색에 잠길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것도 행복하고 정형화된 사각구조에서 오는 이름도 낯설다. 모든 사념들이 자락들을 끊어놓고 달아나는 번뇌와 같은 여정을 만나지 않을 수 없다
12일 개막되는 올해 프로축구 K리그 클래식(1부리그)에 대한 축구팬들의 관심이 그 어느 때보다 뜨겁다. 올해의 우승후보로 꼽히는 전북 현대와 FC서울의 전주월드컵경기장 개막전 맞대결을 비롯해 전통적인 라이벌전으로서 ‘슈퍼매치’라 불리는 수원삼성-FC서울 경기 등이 축구팬들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거기에 더해 새로운 볼거리가 생겼다. 바로 우리나라 최초의 지역더비가 된 수원삼성-수원FC의 ‘수원더비’와, 수원FC-성남FC의 ‘깃발더비’다. 세계적으로 유명한 더비는 잉글랜드의 맨유-맨시티 간의 ‘맨체스터 더비’, 이탈리아의 AC밀란과 인터밀란의 ‘밀라노 더비’, 스페인의 레알 마드리드와 아틀레티코 마드리드의 ‘마드리드 더비’ 등이 있다. 더비는 같은 지역을 연고로 한 두 팀의 라이벌전이다. 그러니까 지금까지 수원삼성-FC서울 게임은 도시간 라이벌전이지 더비는 아니었다. 그런데 이번에 진정한 더비가 탄생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수원삼성은 K리그를 대표하는 명문구단이다. 반면 수원FC는 실업팀 수원시청 축구단으로 출발해서 프로축구 2부 리그인 챌린지에서 뛰었다. 작년 챌린지 정규리그에서 4위의 성적을 거둔 후 승격 플레이오프까지 거침없이 승리, 축구판을 뜨겁게 일구
산발되어있는 도시지역의 기반시설물을 안전하게 관리해갈 수 있도록 통합시스템이 이루어져야 한다. 도시마다 산발되어있는 상·하수도, 전기, 가스, 통신과 도로, 공원 등 다양한 도시기반시설물을 일시에 안전하게 관리할 수 있는 통합시스템이 필요하다. 편리한 시민생활과 인력감소에 기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인천시는 전국 최초로 지리정보시스템을 기반으로 한 플랫폼 기반 차세대 도시기반시설물 관리체계(UIS) 구축을 완료하고 서비스를 시작했다. 도시시설물 관리를 위해 구축된 기반시설물 관리체계는 자료관리 중심의 시스템이다. 중복되거나 관리체계의 부실로 인한 예산을 낭비하는 일이 없어야 한다. 도로굴착 시 일일이 인·허가 부서와 유관기관을 방문 않아도 신속하게 허가를 받을 수 있다. 도시발전에 따른 새로운 정보 구축과 관리와 복합적인 도시변화 내용을 반영할 수 없어 도시안전 관리와 시민 삶의 질 향상 등 정책결정 과정 활용에 제한적이다. 이러한 문제점을 개선하고 정보의 개방·공유·소통·협업으로 활용범위를 다양한 분야로 확대하여 종이, 도면이 필요 없는 스마트 도시관리체계를 구축하기 위해 UIS 통합 사업을 추진해간다. UIS 사업이 완료됨에 따라 땅 속 안전과 관련되는…
우리나라는 외래 관광객 2천만명 시대 도래를 목표로 2016년∼2018년 한국 방문의 해를 계획하고 있다. 2014년 1천만명을 넘어 1천400만명까지 성장했던 외래관광객 시장은 2015년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의 영향으로 기대했던 지속성장이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를 위한 타개책으로 외래 관광객 유치를 위한 각종 정책도입이 발 빠르게 진행되고 있다. 중국, 베트남, 인도네시아, 필리핀, 캄보디아 단체관광객 비자 수수료 면제, 요우커(중국 관광객) 대상 10년 비자 발급과 복수비자 신청조건 완화, 3월부터 중국인 단체관광객 전자비자 신청, 하반기부터 한류비자 도입 등이 그 내용이다. 전 세계 여행산업분야에서 가장 큰 소비자는 요우커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2015년 중국 요우커 해외소비가 1조 2천억 위안(약 225조9천700억원)에 달한다고 발표하였다. 우리나라가 국제관광수요 특성상 근거리에 위치한 중국을 1차 관광타겟시장으로 설정하는 것은 당연한 결과다. 하지만 단체관광객이나 중국인 관광객 유치에 집중하는 우리나라 관광정책은 재고(再考)되어야 한다. 대부분의 정책이 관광객의 양적 증대에 치중하는 경향이 짙어 질적 성장은 이루지 못하고 있는 실정이기
세기의 대국은 많은 사람들의 관심을 모았다. 경력 27년의 세계 최고 이세돌 9단과 구글의 인공지능 알파고의 대국은 취재진들의 열기와 바둑 애호가들의 눈과 귀를 집중시키기에 충분했다. 평소에 바둑에 관심을 보이지 않던 일반인들도 여러 매체를 통해서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러나 예측은 빗나갔고 불계패라는 결과를 맞았다. 어떻게 보면 예정된 결과였는지도 모른다. 화면을 통해 보는 이세돌 9단의 얼굴은 온갖 수를 계산하면서 점점 굳어갔다. 형식적으로는 여느 대국과 크게 다를 게 없어 보이나 이는 사람과 사람의 대국이 아닌 알파고의 계측된 수를 대리인의 손을 빌리는 방법으로 진행되었다. 대국이 시작되기 전부터 사람과 기계의 대결에서 사람이 불리할 수밖에 없다는 생각을 했던 나는 대국이 시작되고 곧 채널을 돌렸다. 바둑에 대해 아는 것도 없어 지루하기도 했고 사람을 기계와 싸우게 하고 그 장면을 지켜본다는 사실이 별로 내키지 않았다. 기계는 감정이 없지만 사람에게는 감정이 있기 때문에 상당부분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라는 생각에서였다. 그랬지만 일을 하는 내내 궁금증을 떨치지 못했다. 몇 시간이 흘러 스마트폰으로 확인한 결과는 허탈하고 씁쓸했다. 인류 측 대표의 패배처
수컷 귀뚜라미는 포악성이 있어서 두 마리가 싸움을 시작하면 서로 상대방의 머리를 물어뜯어 죽여버린다. 중국에선 이런 귀뚜라미의 전투성을 이용한 투전판이 성행했다. 당나라 때부터 이어져 온 ‘투실’이라는 귀뚜라미 싸움에 거액을 걸어 도박하는 풍습에 이용됐기 때문이다. 그런가하면 앞날개를 비벼 내는 아름다운 소리로 인해 고려 시대에는 궁녀들의 머리맡에서 귀여움을 독차지하며 호사를 누렸다. 금롱(金籠)에 살면서 먹이 까지 얻어먹으며 밤마다 세레나데를 불러댔다. 지금도 귀뚜라미는 가을의 전령사로 부른다. 귀뚜라미를 소재로 한 동시나 동요, 대중가요도 널려 있다. 그만큼 듣는 이에 따라 감미로운 선율로 작용해서다. 가을의 상징이라 할 만한 귀뚜라미 울음소리는 수컷만 낼 수 있다. 이같은 귀뚜라미가 몇 년전부터 새로운 먹거리로 부상, 식품 개발이 본격화 되고 있다. 미국의 경우 지난 2014년 귀뚜라미 사육농장이 등장 하더니, 귀뚜라미를 재료로 쿠키를 만드는 식품회사도 나타났다. 또 뉴욕에서는 쇠고기 대신 귀뚜라미를 주요 재료로 한 ‘귀뚜라미 버거’가 인기라고 한다. 더 이상 노래만 하는 귀뚜라미가 아닌, 미래 식량으로 각광을 받고 있는 것이다. 전통적으로 곤충을 먹지
알람을 지웠다 /안상학 팔월 가기 전에 사직을 하고 구월 어느 날 나는 알람을 지웠다 마음과 같지 않은 곳에 나를 부린 세월의 나를 불러 내가 나에게 술 한 잔 받아주며 이제부턴 내가 나를 도와가며 살기로 다짐한다 오랜만에 참으로 오랜만에 내가 나의 어깨를 다독여준다 나답게, 마음같이 사려고 마음먹는데 참으로 오래 걸렸다 그동안 내 길을 두고 에돌아간다고 생각하며 지내온 그 길들이 결국 온전히 나로 살아가는 이 길로 안내해준 셈이다 오늘 나는 그런 나를 극진하게 모시고 술 취하기로 한다 비로소 한 이불을 쓰기로 다짐한다 빈한한 것과 외로운 것은 내가 가장 잘 할 수 있는 일 그런 내가 그런 나를 도와가며 살아갈 것이다 올겨울은 어둠 속이 따뜻할 것이다 이불 속이 다정할 것이다 - 반년 간 지 ‘리얼리스트 2014’ ‘나답게, 마음같이 사려고 마음먹는데 참으로 오래 걸렸다.’ 이 구절이 혹시 오타가 아닐까 오래 들여다보았다. 시가 시인을 떠나면 독자의 몫이라 생각하고 살려고가 아니라 사려고를 제대로 보기로 했다. 황금만능의 사회에서 돈이 모든 것의 척도가 되는 상황을 생각하니 내가 나답게 살려면 나를 다시 거두어 들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