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란 /정원숙 바람이 불어도 나는 가볍게 흔들리지 않고 바람이 불어도 나는 무겁게 촉을 세운다.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나는 두렵게 생을 두드리고 바람이 불지 않아도 나는 서럽게 생을 연다. 어떤 이는 바람을 두려워하고 어떤 이는 바람을 거스르며 자신의 길을 간다. 바람이 내 속에 가득 차오르는 날이면 나의 등경엔 촛불이 밝혀지고 바람이 내 속을 살랑살랑 비우는 날이면 등줄기마다 푸른 실핏줄이 돋는다. 바람이 날마다 내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쓰러지지 않을 만큼 슬픔을 끌어안는 것이다. 내가 날마다 바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는 어떤 슬픔도 나를 쓰러뜨리지 못한다는 것이다. 세상은 천국을 쫓기 위해 어지럽고 나는 세상을 벗어나기 위해 고요한 투쟁을 계속한다. 바람은 다시 불고 나는 전심으로 바람의 촉을 붙든 채 내 정신을 비점沸點까지 끌어올린다. - 계간 ‘시산맥’ 2013년 봄호에서 발췌 내가 만난 정원숙의 시는 대부분 길다. 그러나 장점인 것은 길면서 긴 감동과 여운을 준다는 것이다. 그러므로 정원숙의 시는 길어야 맛이 난다. 짧은 시 긴 감동, 긴 시 긴 감동에서 긴 시는 그 길이만큼 읽어가면서 감동의 비점(沸點) 시의 沸點까지 끌어올리는 시
최근 전국의 평균 전세가율이 70% 중반에 달한다. 세입자로서는 전세금 마련이 크게 부담스런 상황이고, 집주인도 초저금리 시대에 월세 이자율이 연 4%가 넘는다 하니 월세를 놓는 것이 전세보다 유리하다. 집주인과 세입자간 이해가 맞아 떨어지고 있어서인지, 최근 임대차 계약 10건 중 절반 이상이 월세조건이라고 한다. 최근 월세형태로 급격히 전환되고 있는 주택임대사업에 대한 세금 문제를 정리해 본다. 임대 수입에 따른 종합소득세, 부동산 취득시 취득세, 보유에 따른 재산세, 양도 하는 경우 양도소득세 등이 수반 되지만, 장기임대하는 경우 세제상 다양한 혜택이 주어지고 있다. 주택임대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우선 시·군·구와 세무서에 모두 주택임대사업자 등록을 하여야 한다. 등록을 해야 소득세 및 취득세 감면, 양도소득세 비과세 등의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일반임대사업자로서 세금혜택을 받으려면 집을 1채 이상 보유하고 있으면서 최소 4년 이상 임대해야 한다. 해당 주택의 공시가격은 수도권·지방 구분없이 6억원 이하라야 한다. 85㎡ 이하의 주택을 8년 이상 임대하는 경우 준공공임대사업자가 되어 더 많은 세제 혜택을 누릴 수 있다
“우리는 3·1정신을 이어받아 남북이 대립을 극복하고 화해와 협력의 장을 열도록 힘을 다해 도울 것이며, 인도주의적인 나눔과 교류, 그리고 한반도와 동북아의 평화를 위해 열과 성을 다할 것입니다.” 이 말은 29일 발표된 ‘민족의 화해와 평화를 위한 종교인모임’의 성명서에 담겨져 있다. 이 성명서는 ‘3·1운동의 정신을 이어 민족의 화해와 평화, 신뢰회복의 길로 나아가자!’라는 제목으로 발표됐다. 이 모임은 개신교, 불교, 원불교, 천도교, 천주교 등 5대 종단 종교인들로 이루어졌다. 이 모임은 지난 2005년부터 활동을 시작해 그동안 남과 북의 평화와 통일, 화해와 협력, 지원과 봉사 등 남북관계 개선을 위한 실천에 적극 나섰다. 그렇다면 이번에 이들이 3·1독립운동정신으로 남북관계 개선의 길로 나아가자는 성명서를 발표한 것은 어떤 의미를 갖고 있는가? 첫째, 3·1독립운동이 특히 종교인들의 주도로 시작됐다는 점이다. 독립선언서의 참여 민족대표 33인 중 개신교, 천도교, 불교 등 종교대표자들은 16명이었다. 이들의 주도로 발발된 3&middo
손바닥 모양의 큼지막한 붉은 단풍잎은 캐나다의 상징이다. 국기에도 있다. 그만큼 캐나다엔 단풍나무와 단풍나무숲이 많다. 캐나다인들은 예부터 이 같은 단풍나무를 지혜롭게 이용했다. 그중 하나가 수액이다. 신대륙이 발견되기 이전부터 원주민이 활용했다는 수액은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은 ‘메이플시럽’이란 이름으로 캐나다를 대표한다. 호박색의 시럽은 매년 3~4월 나무에 V자형으로 칼집을 내 흘러나오는 수액을 받아 끓여서 만든다. 이 시럽은 빵에 발라 먹고 홍차에 넣어 마시기도 한다. 특히 설탕 대신 여러 가지 요리에 사용되는데, 향만 가지고도 캐나다 전통음식이라는 것을 구분해 낼 정도로 독특함이 있다. 뜨거운 시럽을 쌓인 눈 위에 떨어뜨려 만든 사탕도 유명하다. ‘잭 왁스’ ‘메이플 인 더 스노’라고 불리는 이 사탕은 ‘메이플 캔디’라 해서 캐나다 대표 간식으로 통한다. 캐나다 단풍나무 수액처럼 나라를 대표하는 수액은 아니지만 우리나라에도 ‘국민수액’이 있다. 같은 단풍나무과에 속하는 고로쇠 수액이 그것이다. 위장병과 골다공증 치료에다 남자에게 좋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국민들 사이에 수십 년째 그 인기가 식지 않고 있다. 매년 봄 사람들이 수액을 뽑아 나무가 괴
점심 뭐 줘 /유기택 국수 비벼 줘 다진 마늘에 간장 그래 나는 들기름이 좋더라 그거 듬뿍 그거면 됐어 들일 나가신 엄마 냄새가 나거든 - 유기택 시집 ‘긴 시’ 구어체로 시작되는 시의 제목부터 편하고 정감이 간다. 대화를 보면 점심을 차려낼 사람은 아내일 수도 있고 누이일 수도 있겠다. 화자는 요리를 하는 이가 국수를 삼고 다진 마늘을 넣은 간장양념을 만들고, 들기름을 치는 모습을 지켜보고 있다. 들기름을 부을 때는 어느 정도의 양에서 엄마 냄새가 나는지를 안다. 어림짐작하는 것이 아니다. 화자의 엄마는 삶은 국수에 간장양념을 치고 들기름을 부어주었을 것이다. 농부인 내 부모님도 눈 만 뜨면 들일을 나가셨다. 엄마는 해질녘에 돌아와 국수 한 그릇 차려내는 일도 만만치 않았을 것이다. 마음으로 더듬고 콧숨을 들이쉬며 엄마냄새를 찾는 그가 ‘늙어서 그래’ 라고 할 것 같다. 그는 너스레를 떨지 않는다. 표정이 순박하다. 2015년 4월에 출간한 유기택시인의 시집 「긴 시」에 들어있는 시다. 이 시집의 시들은 짧다. 짧은 시들의 시집 제목이 「긴 시」다. 시가 짧으면 할 말이 많아진다. 시시콜콜 까발려도 시가 된다. 울
남경필 경기도지사가 이란을 방문하고 있다. 주성엔지니어링, 쌍용건설, 국제약품, 휘일 등 도내 기업 17개사도 함께하고 있다. 방문단에 기업인들이 많이 포함된 것에서도 알 수 있지만 이번 방문은 경기도 지역경제 활성화를 위한 기업 경제교류가 주목적이다. 남 지사는 28일 테헤란 소재 이란상공회의소에서 ‘경기도-카즈빈주 기업인 간담회’를, 29일엔 페레이듄 헤마티(Fereydoun Hemati) 카즈빈주 주지사를 만나 경기도-카즈빈주 간 경제우호협력 체결한 후 오늘(3월 1일) 오후 귀국할 예정이다. 앞에서도 밝혔지만 이번 방문은 이란 시장개척 협력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것이다. 도는 이란을 ‘기회의 땅’이라고 보고 있다. 이란이 무한한 발전가능성을 갖고 있기에 경기도 기업이 함께 한다는 것은 무척 고무적인 일이다. 지난해 6월 경기도를 방문한 바 있는 거세미 이란 상공회의소 회장이 “경기도는 정말 높은 기술력과 뛰어난 생산력을 갖고 있다.”라고 평가한 것은 사실이다. 이 경기도의 기술·생산력이 이란 시장과 만나면 상생 발전할 수 있다. 특히 거세미 회장이 간담회에서 밝힌 것처럼 이란은 주변국을 합쳐 5억 명에 달하는 거대 시장이다. “이란은 화약고와 같은 중동
‘호랑이는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는 속담이 있다. 이 속담처럼 우리의 이름이 죽어서 후세에 전해진다면 가급적 좋은 이름으로 남기를 바랄 것이다. 이는 조선시대 국왕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오늘은 조선시대 27대 왕들의 이름을 만날 수 있는 곳, 종묘로 여행을 떠나보자. 종묘는 조선 왕실의 사당으로 역대 왕과 왕비들의 신위를 모셔놓고 제사를 지내는 곳이다. 조선시대 27대 왕들을 우리는 태조, 태종, 세종, 고종 등으로 알고 있다. 우리가 알고 있는 이 이름들은 승하하시고 나서 종묘에 모시기 위해 지어진 이름이다. 이 이름들을 왕의 이름, 즉 ‘묘호’라고 한다. 묘호는 끝에 ‘조’ 또는 ‘종’이 붙는다. 이러한 조종의 묘호는 당시에는 황제국만이 사용할 수 있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선은 500년의 긴 역사동안 조종의 묘호를 계승해 왔다. 그런데 딱 한 사람, 조종의 묘호에서 제외된 사람이 있다. 바로 조선의 2대왕 정종이다. 정종은 ‘정종’이라는 묘호를 받기까지 300년이라는 세월을 인내해야 했다. 정종이 처음 종묘에 모셔질 때에는 ‘공정왕’이라는 이름으로 모셔졌다. 공정왕은 중국에서 내린 시호인데, 그 시호를 그대로…
더불어민주당의 현역 의원 공천탈락 발표 충격 속에 새누리당의 공천을 둘러싼 갈등이 계속되고 있다. 더민주당은 최근 5선의 문희상 의원과 4선의 신계륜, 3선의 유인태 의원을 비롯한 현역 의원들을 이번 4·13 총선 공천에서 사실상 탈락시켰다. 일부 지역구민들의 반발과 김종인 대표의 탈락자 구제를 의미하는 발언 등을 놓고 아직 논란이 가시지 않고 있기는 하다. 그러나 이번 더민주당의 발표는 그동안 비판을 받아왔던 친노패권주의를 청산하겠다는 의지를 나타내 국민들에게 혁신 정당이라는 모습을 비치도록 노력했다. 이를 놓고 공천에서 내부갈등을 빚고 있는 새누리당과 국민의당도 고민이 깊어지는 것은 당연하다. 더민주가 중진의 공천탈락을 발표한 것이 국민들로부터 어느 정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고 있는 마당에 내부갈등만 해서는 안 된다는 인식이 팽배해지고 있는 것이다. 국민들 역시 이보다도 더 큰 개혁을 요구하고 있기에 더 그렇다. 새누리당도 한나라당 시절 박희태 이재창 등 4~5선 중진급 현역 의원들을 공천에서 탈락시킨 적이 있다. 그 때도 국민들은 환영의 뜻을 표했다. 이번에도 마찬가지다. 아무리 중진급이라 하더라도 여론의 비난을 받았거나 일하지 않는 국회의원들을 배제하고
본보와 한국실업육상경기연맹이 공동 주최한 국제하프마라톤대회가 28일 수원종합운동장에서 성대하게 치러졌다. ‘2016 경기국제하프마라톤대회’는 경기도 유일의 국제마라톤대회이자 올해 국내 첫 국제육상대회로 마라톤대회의 시즌 오픈을 알렸다. 지난 2007년 처음 시작한 이 대회는 잠시 중단됐다가 2014년부터 부활해 해를 거듭할수록 참가 선수들의 경기력이 향상되고 대회운영 면에서도 짜임새를 갖췄다는 게 이날 참석한 마라톤 전문가들의 평가다. 상금 규모도 1억원이 훨씬 넘어 국내 최고 수준을 자랑하며 세계 여러 나라와 전국에서 몰려든 1만 여명의 달림이들이 참가해 성황을 이뤘다. 국제부문과 국내 남녀부 개인전, 단체전, 국내 마스터즈 부문(이상 하프마라톤), 10㎞ 마스터즈 부문 등으로 나눠 치러졌다. 이번 대회 국제부문에는 마라톤 강국 케냐를 비롯해 미국, 라트비아, 모로코, 탄자니아 등에서 8명의 선수가 참가했으며 이 중 2011년 네덜란드 헤이그 25㎞마라톤에서 56분52초를 기록한 제임스 킵상 쾀바이(케냐)와 지난해 중국에서 열린 광저우마라톤대회에서 2시간10분01초를 기록한 압델라 타라펫(모로코)과 이번 대회 개인 우승자 케냐의 신예 킵롭 리모 등이 주목을
최근 한국노인인력개발원이 경제개발협력기구(OECD)의 자료를 바탕으로 한국의 노인 자살률은 10만명당 120명이라고 설명했다. 경제개발협력기구(OECD) 국가 중 1위이자 OECD 평균(10만명당 18명)보다 6배나 높은 수준이다. 특히 경기도의 노인 자살률이 높다. 경기도에 따르면 지난 2014년 도내 인구 10만명당 노인(65세 이상) 자살률은 61.3명이었다. 이는 전국 평균 25.7명보다 무려 2.3배나 높은 것이다. 농촌 노인들의 경우 손쉽게 접할 수 있는 농약을 마시고 자살하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지난 2014년 자살한 노인은 742명이었는데 이 가운데 84명이 농약을 마셨다. 이에 경기도가 농촌 노인들의 음독자살 예방을 위해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사업을 추진한다는 소식다. 도내 14개 시·군, 92개 마을에 2천862개의 농약안전보관함을 지원한다는 것이다. 도는 농약안전보관함은 잠금장치가 있어 충동적인 행동을 막는 효과와 함께 예상치 못한 사고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그러나 이것만으로 자살을 결심한 사람의 의지를 막을 수는 없다. 스스로 목숨을 끊을 수 있는 방법은 도처에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농약안전보관함 보급사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