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원 화성이 세계문화유산으로 등재된 이후 수원을 찾아오는 국내외 관광객들이 대폭 증가하고 있다. 여기에다 화성과 화성행궁이 유명 사극과 영화에, 통닭골목과 지동 순대타운 등이 각종 TV프로그램에 소개되면서 더욱 많은 관광객들이 찾아오고 있다. 동장대라고도 불리는 연무대도 관광객들에게 인기가 높은 곳이다. 이곳은 수원화성의 동문 창룡문과 맞닿아 있는 곳으로 정조시대 팔달산의 서장대와 함께 화성의 지휘소로 사용됐다. 연무대라는 이름에 걸맞게 군사들이 무예를 연마하기도 했다. 특히 정조대왕은 이곳에서 화성 축성에 노고가 컸던 이들을 위로하는 잔치를 베풀기도 했으며 자신도 활을 쏘았다. 그래서인지 언제부터인가 이곳에서는 궁도인들이 모여 활을 쏘기 시작했다. 새벽엔 무예24기 검법을 수련하는 주민들의 모습도 보인다. 연무대에서의 활쏘기는 이곳에서 출발하는 용머리와 어가 모습의 화성열차와 함께 화성관광의 빼놓을 수 없는 재미가 됐다. 그런데 문제가 있다. 대부분 처음 활을 잡아보는 관광객들의 체험용 활쏘기는 사대와 과녁까지의 거리가 불과 30m 정도인데다 엄격한 통제하에 이루어지고 있어 안전에 전혀 문제가 없다. 이에 반해 궁도협회와 대한궁도협회 연무정 소속 회원(26
태초의 춤은 자연에서 출발하였다. 자연스럽게 바람을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나무 잎사귀들의 움직임이나 천둥번개를 몰고 빠르게 움직이는 무서운 구름의 모습 등을 상상하며 인간은 춤을 풀어냈다. 이는 인류의 나약함을 감추고 대자연에 의지하려는 본성에서 출발한 것이다. 그래서 고대 인류의 다양한 제의(祭儀)행사에서 춤은 빠짐없이 등장하였다. 특히 풍요로운 곡식을 감사하는 추수감사절 성격의 축제에서 춤은 하늘에 올리는 선물과도 같은 것이었다. 축제(祝祭)는 말 그대로 여러 사람들과 함께 축하하는 마음을 모아 하늘에 올릴 기원을 담아내었던 신과 인간이 만나는 시공간이었다. 그 축제 속에서 춤은 가장 인간적인 몸으로 자연을 흉내내며 하늘과의 소통을 이끌어내려 했다. 그 춤과 무예가 만난 것이 바로 ‘검무’다. 가녀린 여인네의 손에 쥐어진 두 개의 칼이나 서슬퍼런 눈빛을 가진 장수의 손에 들린 큰 칼 하나의 움직임에는 그런 하늘과의 소통을 기본으로 풀어낸 것이다. 칼이나 창을 쥐고 춤을 추며 적과의 전쟁에서 승리를 기원하고 아군의 승기를 북돋기 위하여 펼쳐진 검무는 날로 화려함을 더해갔다. 심지어 조선시대에 이르러서는 잘나가는 기방의 여인네라면 검무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여간 검거된 청소년 범죄자 42만4천611명 가운데 학교 밖 청소년은 절반에 가까운 17만1천127명으로 집계됐다. 특히 학교 폭력의 실태현황을 보면 올해 상반기 신고만 3만6천964건 접수돼 5천524명이 검거되었으며, 그 유형도 언어폭력, 집단따돌림, 폭행 등으로 다양하다. 이로 인한 피해 당사자들은 일상생활이 불가능할 정도로 정신적·신체적 피해를 당해 심각한 불안감을 보이고 있어 학교부적응으로 이어지지 않도록 전문적인 사후관리가 중요함을 알 수 있다. 올해 국정감사에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소속 새누리당 김명연 의원(단원갑)이 “학교 밖 청소년들은 37만여명으로 이중 70%가 넘는 28만 명은 소재파악도 되지 않는다”며 여성가족부 장관에게 학교 밖 청소년 정책에 대한 보완을 요구했다. 지금 이 아이들은 어디에 있을까? 청소년들이 학교 밖을 선택하는 것을 비행만으로 볼 수는 없다. 해외유학 준비를 위한 학업중단이나 전문기술을 익히기 위해 학교 밖을 선택했다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소재 파악조차 하지 못하는 아이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심각한 사회문제로 이어질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지금 이
고추가 매운 맛을 내는 것은 곰팡이와 초식동물로부터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목적이라고 한다. 원초적인 생존 본능인 셈이다. 고추의 매운 맛은 캡사이신 이라는 성분 때문이다. 이 성분은 세포 내로 유입돼 신경세포를 자극하며 그 신호가 척수를 통해 대뇌로 전달돼 통증을 느끼게 한다. 고추액을 피부에 바를 경우도 마찬가지다. 매운 고추가 혀와 목을 타고 넘어가는 순간, 심장 박동이 빨라지고, 혀끝에서는 고통이 느껴지며, 몸에서는 땀이 나기 시작하는 이유 이기도 하다. 매운 맛의 강도를 높이면 통증은 그만큼 강해진다. 그래서 등장 한 대표적인 것이 치한 퇴치 호신용 캡사이신 분무기다. 하지만 캡사이신이 우리에게 통증만 주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더 많은 인체에 유익한 각종 체내 작용을 촉진시킨다. 통증 수용체가 계속해서 자극을 받게 되면 우리 몸에선 엔도르핀을 방출하는 것도 그중 하나다. 이 같은 자연산 진통제는 시간이 지나면서 신진대사를 활발하게 하고 혈류량을 증가시키는 한편 뇌신경을 자극해 스트레스를 해소하는 역할을 한다. 처음에는 강한 자극을 주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진통작용을 한다는 뜻이다. 이럴 경우 통증은 쾌감으로 바뀌어 강한 중독성을 갖게 한다. 그런가 하
풀 잎 /강은교 주 뒷날 부는 바람을 나는 알고 있어요. 아주 뒷날 눈비가 어느 집 창틀을 넘나드는지도. 늦도록 잠이 안와 살(肉) 밖으로 나가 앉는 날이면 어쩌면 그렇게도 어김없이 울며 떠나는 당신들이 보여요. 누런 베수건 거머쥐고 닦아도 닦아도 지지않는 피(血)들 닦으며 아, 하루나 이틀 해저문 하늘을 우러르다 가네요. 알 수 있어요, 우린 땅 속에 다시 눕지 않아도. 1974년 9월에 발행된 강은교 선생님의 ‘풀잎’이란 시집 속에 있는 시이다. 저 시집을 75년 4월에 500원을 주고 사서 여태껏 읽고 있다. 사십여 년 만에 올 10월 3일, 함양 지리산문학제전에서 드디어 선생님을 육안으로 뵈었다. 알 수 없는 생(生)의 ‘삶과 죽음’에 대해 치열하게 방황하던 이십대 초반에 선생님의 시는 뭐라 말할 수는 없지만 나에게 하나의 탈출구가 되어 주었다. 삶의 마지막 경계를 지켜 주었다고 감히 말해도 될지…. 서른 살 무렵의 그 크시던 눈망울은 이제 조용한 연륜에 덮여 보이지 않지만 담담하고 잔잔한 노년의 선생님 모습은 내 가슴을 살짝 뛰게 했다. 누렇게 바랜 책장에 성함을 받고 자리로 돌아와 남편에게 카
안전하고 편리한 일상생활의 영위는 시급하고 당면한 과제이다. 그동안 수많은 불안한 환경요소는 국민 불편을 가중시켜왔다. 경기도가 전국 17개 시·도 가운데 화재, 교통사고,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분야의 안전이 최고 수준으로 나타났다. 국민안전처가 4일 전국 시도와 시군구의 7개 분야 지역안전지수를 공개한 결과이다. 지역안전지수는 화재를 비롯한 교통사고·범죄·안전사고·자살·감염병·자연재해 등 7개 분야의 안전도를 사망자수와 발생빈도 및 재난 취약 인구, 시설 분포 등 총 35개 지표로 평가하여 자치단체 유형별로 1∼5등급으로 산출한 값이다. 당국은 도민의 안전을 위해서 사고예방을 위한 지속적인 점검과 철저한 사전예방을 해가야 한다. 경기도는 화재, 교통사고, 안전사고, 자살, 감염병 분야에서 1등급을 받았다. 도민의 건강한 생활환경을 위해서 지속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경주해가길 바란다. 자연재해와 범죄 분야에서는 3등급을 받아 5대 강력범죄 발생을 줄이고 자연재해에 대처하기 위한 방안 마련이 시급한 것으로 지적되었다. 사건발생을 예방하기 위한 철저한 사전교육과 상황점검 및 신속한 대처가 절실하다. 도내 31개 시·군의 경우 화재분야에서는 수원, 성남, 안양
공공의료원의 중요성은 지난 메르스 사태 때 검증된 바 있다. 특히 경기도립의료원 수원병원은 메르스 발병 이후 2억여원을 긴급 투입해 기존 9개이던 음압병실을 32개로 23개나 늘렸다. 이 때문에 메르스 환자 치료에 집중할 수 있었고 의료진의 헌신적인 노력에 감동한 주민들의 응원도 이어져 수원병원 맞은편 울타리 등에는 의료진을 격려하는 초록색과 노란색 리본 수천 개가 걸리기도 했다. 그러나 일부에서는 만성적자 의료기관이라는 비판의 시각도 있다. 대표적인 예가 홍준표 경남지사다. 그는 ‘만성적자’를 이유로 주민들의 반대 여론에도 불구, 진주의료원 폐업을 강행했다. 경기도립의료원도 누적 적자가 크다. 수원병원 등 산하 6개 병원의 누적 적자는 지난해 말 기준 239억원이나 된다. 따라서 국회 국정감사와 지방의회 행정사무감사에서 항상 경영부실을 지적당한다. 그러나 지난번 메르스 사태 이후 공공의료원을 바라보는 시선은 많이 바뀌었다. 이익을 창출해야 한다는 경제적 논리 보다는 국가적 규모의 감염병 등에 대처하는 ‘착한 적자’로 인식하고 있는 것이다. 성남시립의료원도 이런 국민적 인식에 바탕을 두고 공사를 시작했다. 사업비 1천900여억원이 투입되는 이 의료원은 연면적
모든 생활영역에서 장애를 이유로 한 차별을 금지하고 장애를 이유로 차별받은 사람의 권익을 효과적으로 구제함으로써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권 실현을 통하여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가치를 구현함을 목적으로 하는 법. 이 법은 ‘장애인 차별금지 및 권리구제 등에 관한 법률’이다. 일반적으로 장애인차별금지법이라고 불린다. 지난 2007년 4월 10일 제정돼 2008년 4월 11일부터 시행됐다. 지난달 강원도 일원에서 열린 제96회 전국체육대회와 제35회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보면서 이 법이 떠올랐다. 매년 전국체육대회와 전국장애인체육대회를 현장에서 취재하면서 장애인체육이 엘리트체육과 비교했을 때 많이 소외받는다는 생각을 해왔지만 이번처럼 장애인차별금지법까지 떠올린 적은 없었다. 매년 전국체육대회 개회식에는 특별한 사정이 없는 한 대통령이 개회식에 참석한다.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는 대통령이 참석하지 않는다. 대신 국무총리나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이 참석한다. 총리나 장관이 참석할 수 없을 때는 문화체육관광부 차관이 참석한다. 올해 전국장애인체육대회 개회식에는 국무총리도, 장관도, 차관도 참석하지 않았다. 문화체육관광부 체육협력관이 장관 대신…
엊그제 방한했던 프랑스 올랑드 대통령은 지난 2012년 대선에서 남녀 성평등 내각 구현을 핵심공약 중 하나로 내세웠다. 그리고 당선 이후 남성장관 17명, 여성장관 17명 동수로 내각을 구성하며 공약을 실천했다. 나아가 경제개발, 교육, 보건 등 요직에 여성들을 기용, 국민들의 박수를 받았다. 특히 ‘눈에 보이지는 않지만 결코 깨뜨릴 수 없는 장벽’, 즉 유리천장에 갇혀 있던 여성들의 반응은 뜨거움 그 자체였다. 세계 최초로 남녀동수 내각을 구성한 나라는 칠레다. 칠레는 2006년 미첼 바첼렛(54)이 여성 대통령으로 선출된 뒤 내각을 남녀동수로 구성했다. 여성 참여에 차별을 두는 등 정치적 성향이 비교적 보수적이던 칠레가 이처럼 내각을 획기적으로 구성하자 세계적 주목을 받았다. 여성장관이 많았던 북유럽에서조차 이례적 논평을 내놓기까지 했다. 그 후 선진 각국은 내각에 여성 참여를 대폭 늘리기 시작했다. 2010년 재집권에 성공한 보수당의 데이비드 캐머런 영국 총리는 각료의 약 3분의 1인 9명을 여성으로 채웠고, 다음해 이탈리아는 총 16명의 장관 중 8명을 여성으로 임명했다. 뿐만 아니라 외무, 국방, 교육 등 요직에 여성장관을 임명함으로써 주변국보다 한
엄마, 엄마들 /성향숙 모서리에 이불장 들어낸다 곰팡이 핀 벽지 아래 한 소끔의 퀴퀴한 어둠 시커멓게 변한 동전 몇 개, 작은 치부책, 제각각 풀린 볼펜대와 스프링 그리고 실거미줄 살비듬 뭉치 속에 오십년 찾아 헤맨 빛바랜 엄마의 결혼반지 설거지하는 접시 안에서 놀란 엄마 쨍그랑 깨지고 국수 삶는 물에 다급한 엄마 손 순간 빠진다 돌부리에 걸려 무릎이 깨지는 순간에도 아이쿠 엄마! 갑자기 문이 열려도 엄마! 깜짝이야! 오래전 삼베로 얼굴 감싸고 땅속에 숨은 엄마 숨바꼭질하듯 수시로 엄마!, 엄마!, 엄마를 찾는다 빈집 초인종 몇 번씩 누르며 여기 아닌가 ? 당황하는 엄마 걸레질하다 무심코 고개 들면 창문틀 기대 하염없이 밖을 내다보는 허리 구부정한 엄마 - 시집 ‘엄마, 엄마들’ / 푸른사상·2013 어떤 사실들은 아주 오랜 시간이 흐른 뒤에 우연히 풀린다. 오십 년을 찾아 헤맨 반지가 장롱 밑에서 빛바래 발견되듯이 어머니 또한 돌아간 후에서야 그 사랑과 헌신의 족적이 새록새록 발견된다. 생전의 어머니 염려와 타이름엔 왜 청개구리 심보가 발동하는지, 모든 딸들의 스스로도 이해 못할 감정일 것이다. 하다못해 접시를 깨트리거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