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금리인상시기와 관련하여 불확실성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미국 연방준비제도(Fed) 이사회의 재닛 옐런 의장이 월가 금융인들로부터 ‘양치기 소녀’라는 비판을 받고 있다고 한다. 그는 취임 후 첫 위원회를 열었던 지난해 3월 이후 꾸준히 금리 인상을 시사해왔지만 아직도 이를 실현하지 못하고 있다. 중앙은행과 시장이 분명하게 소통할 때에 통화정책의 효과가 더 커진다며 중앙은행의 비밀주의를 비판했던 전 연준 의장 벤 버냉키도 양치기 논란에 휩싸인 전례가 있다. 그는 양적완화 축소 및 중단에 나서겠다고 수차례 언급했지만, 시행은 하지 않았다. 과거에는 중앙은행이 가진 정보는 비공개가 원칙이었다. 이는 시장이 덜 발달하여 정책결정의 파급경로가 단순하고 분명하였던 데다 예견된 정책은 효과가 없다는 합리적기대이론에 따라 정책효과를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비밀주의 유지가 필요하다고 판단하였기 때문이다. 또한 향후 방침을 공개함에 따른 외부의 압력과 간섭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있었다. 1920∼1944년중 영국 중앙은행인 영국은행 총재를 역임한 몬태규 노먼의 모토는 “설명하지도 사과하지도 말라”였고 1980년대 미국 중앙은
‘2015 인구주택총조사’의 방문면접조사가 1일부터 시작됐다. 지난달까지 인터넷조사가 이뤄진 이후 실시하는 이번 방문조사는 인터넷조사에 응하지 않은 가구를 대상으로 오는 15일까지 이뤄진다. 조사내용 가운데는 직장명 근무부서 연봉과 심지어 전세보증금, 재혼 및 초혼 여부 등 구체적인 신상에 관한 정보들이 포함돼있어 사생활 침해 논란이 있기는 하다. 그래서 일부 시민들은 혹시나 이같은 개인의 신상정보가 시중에 유출되지나 않을까 우려하는 목소리도 들린다. 그러나 인구총조사의 목적은 우리나라의 모든 내외국인을 대상으로 인구 및 주택에 관한 정보를 파악해 국가의 각종 정책입안과 지방자치단체의 지역발전계획수립의 기초자료로 활용하는 국가기본 통계가 된다. 통계청은 질문자료는 국가 기본통계조사에 활용한 뒤 즉시 폐기하기에 신상정보 유출에 대해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설명한다. 이번 조사에서 귀찮다는 이유로 조사원들이 문전박대를 당하는 상황이 발생할 가능성이 많다. 그러나 앞서 언급했듯이 인구총조사는 국가 주요 정책을 수립하는 기본자료로 쓰이는 만큼 표본가구는 적극적으로 협조하여 조사에 임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적극적인 조사 참여는 국가 미래정책에 큰 보탬이 되기 때문이다
경기도가 운영하는 파주영어마을과 수원시가 운영하는 수원외국어마을이 진행한 할로윈데이 축제를 보면서 마음이 착잡해진다. 경기영어마을 파주캠프는 지난달 24일과 11월1일, 주말동안 할로윈 이벤트를 진행했다. 얼굴이나 손등에 무서운 귀신 문양을 페인팅 하는 타투존, 할로윈 의상으로 갈아입고 즉석카메라로 촬영하는 포토존, 유령의 집 으스스한 공간에서 할로윈 의상을 착용한 원어민 강사와 함께하는 스토리텔링 등이 열렸다. 31일 수원외국어마을에서도 할로윈데이 행사가 열렸다. 할로윈쿠키와 막대과자 만들기, 몬스터 북마크 만들기, 바디페인팅, 몬스터 인형 만들기, 고스트 하우스, 호러인형 맞추기, 할로윈 호러 마술쇼, 할로윈 애니메이션이 상영 등 프로그램이 진행됐다. 할로윈데이는 켈트족들의 축제로 매년 10월31일, 음식을 준비해 죽음의 신에게 제의를 올리면서 악령들의 분장을 했다. 처음 미국에서 소규모로 행해지는 이 행사는 어느덧 미국 전역으로 퍼져나갔고 한국까지 흘러들어왔다. 어차피 문화는 물처럼 바람처럼 흘러 퍼지는 속성이 있다지만 할로윈데이는 좀 거북한 것이 사실이다. 아이들이 외국의 문화도 접해보고 다양한 체험도 할 수 있다는 할로윈데이 예찬론자들의 생각도 존중
시인 김영랑은 북의 명인이었다. 그리고 북을 사랑했다. 말년에 자연에 묻혀 북과 벗 삼아 살 정도였다. 생전에 동편제 판소리 명인 송만갑과 특별히 가까웠던 것도 이 같은 북을 매개로 한 교감 덕분이다. 김영랑이 북에 매료된 것은 마음속을 울리는 소리 때문이었다고 한다. 그런 감정을 담은 ‘북’이란 시도 남겼다. ‘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잡지/진양조 중머리 중중머리/엇머리 자진머리 휘몰아보아/이렇게 숨결이 꼭 맞어사만 이룬 일이란/인생에 흔치 않어 어려운 일 시원한 일/소리를 떠나서야 북은 오직 가죽일 뿐/헛 때리면 만갑이도 숨을 고쳐 쉴밖에/장단을 친다는 말이 모자라오/연창(演唱)을 살리는 반주쯤은 지나고/북은 오히려 컨닥타-요/떠받는 명고(名鼓)인데 잔가락은 온통 잊으오/떡 궁! 동중정(動中靜)이오 소란 속에 고요 있어/인생이 가을같이 익어 가오/자네 소리 하게 내 북을 치지’ 우리 북소리는 예부터 사람의 심장박동소리와 비슷하다고 했다. 특히 삼현육각 연주에 쓰이는 좌고, 행진음악에 쓰이는 용고가 그렇다. 해서 종묘사직(宗廟社稷)의 제사나 각종 예악(禮樂) 행사에 없어서는 안 될 중요 악기로 여겼다. 그런가 하면 전투 때마다 군대 선두에 배치되어 전투의…
성냥불 /한영숙 때 아닌 늦장마로 운동꾼들이 휴식에 들어가자 신록은 모처럼 본색을 드러낸다. 웅크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속잎 부풀려 여기저기서 구애를 한다. 검은 늑골 사이로 가로등 불빛이 풋풋한 살 찧는 소리를 낸다. 한 바퀴 두 바퀴 그 빗속을 걷다보면 한잔 들이킨 낯익은 건장한 사내를 만난다. 늘 핫팬츠 차림이다. 모가지 길게 뺀 위엄서린 수탉 훼치는 울대를 꼭 빼닮은 뒤태의 근육이 어제처럼 뇌리에 스캔되고. 눈 코 입 가늠할 수 없지만 보폭이 재빠르게 바뀔 때마다 빗근이 불룩거린다. 어느 정도 거리를 두고 질주하는 나는 반사적으로 옴찔한다. 그 옛날 습기에 강하다던 아리랑성냥불로 筋肉質에 확 그어댄다면 내 젖은 몸 한 벌 뒤틀리며 서서히 타오를 수 있을까! 대 학 1학년 철없던 새내기 시절에 친구 셋이서 야간열차를 타고 부산역전에 내린 적이 있다. 버스도 안다니는 이른 시각이라 딱히 어디 갈 곳도 없는 우리는 멈칫거리다 해장국을 파는 식당으로 들어갔다. 해장국을 시키고 막 자리에 앉았을 때 기름때가 묻어있는 시커먼 작업복을 입은 두 남자가 들어섰다. 노동의 뒤 끝, 작업복 위로도 느껴지는 탄탄하게 뭉쳐진 한 젊은 남자의 근육! 둥그런 탁자를 앞에 두고
기부는 어려운 처지에 있는 이웃을 돕는 인도적 행위이며, 시장경제 체제하에서 복지 실현과 부의 재분배를 촉진하는 보완적 역할을 수행하기 때문에 기부가 확대되어야 한다는 데 이의를 제기하는 이를 찾기 어려울 것이다. 기부문화 활성화를 위해 현행 3천원 이하 15%, 3천만원 초과 25%인 기부금 세액공제율을 38~50%로 상향조정하고, 고액기부의 기준도 600만원으로 낮추는 법안이 국회에 발의되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우리가 내는 후원금 전액이 어려운 이웃과 해외아동 등에 직접 전달되어 이들을 돕는데 쓰이는 것으로 생각하기 쉽지만, 사업운영을 위한 행정비와 시설 마련에 소요되는 비용도 만만치 않다. 국내 한 언론사가 지난해 말 기부금 받는 단체들의 투명성과 효율성 검증을 시도했는데, 공시의무가 있는 3천991개 공익법인·단체 중 검증할 수 있는 수준으로 재정정보를 공개한 단체는 큰 기관을 중심으로 19개에 불과하였고, 공개한 단체 중에서도 8개는 효율성(총경비 중 순수사업비 비중)이 70% 이하였으며, 효율성이 50%에 못 미치는 단체도 5개나 되었다. 우리가 낸 기부금이 순수 구호사업이 아닌 단체의 인건비, 시설비 등 간접비에 상당부분 충당되고…
박근혜 정부가 역사의 국정교과서 확정고시 방침을 당초 계획보다 앞당겨 발표할 예정이다. 2일, 이승복 교육부 대변인이 정례브리핑에서 지난달 12일 행정예고된 역사국정교과서 계획을 오는 5일 확정 고시할 예정이었지만 그 예정일을 하루 내지 이틀 당겨질 가능성을 밝혔기 때문이다. 이를 둘러싸고 현재 우리 사회는 끝없는 ‘역사전쟁’의 속으로 빠져들고 있다. 그 속에서 역사국정교과서 당위와 관련해 우리 학생들이 북한의 ‘주체사상’을 배우고 있으며, 그동안 교과서 집필에 참여한 학자 및 전문가들을 ‘종북’ 내지 ‘좌파’로 매도 내지 호도하고 있다. 역사국정교과서의 반대가 북한교과서의 일부를 보는 듯한 것, 북한의 지령에 의한 것, 북한의 적화통일을 위한 것이라는 등의 주장도 제기되고 있다. 심지어 북한도 대남매체들을 통해 우리 정부의 역사교과서 국정화문제에 맹비난을 퍼붓고 있다. 따라서 문제는 현재 진행되고 있는 역사전쟁, 역사국정교과서문제의 쟁점 중에 하나가 ‘북한’의 요인이라는 점이다. 현재 세계에서 가장 대표적인 국정교과서의 채택 국가는 북한을 비롯해 베트
태초의 인류는 다른 동물들처럼 사지로 기어 다녔다. 그리고 자연에서 살아남기 위해 직립보행으로 진화를 펼치며 인간만의 ‘몸’을 만들었다. 선사시대 인간 ‘몸’은 생존의 최고 가치관이자 삶의 의미였다. 그러나 역사시대로 접어들어 인간이 문화를 만든 이래 지금까지 수 백년 동안 인간의 철학은 오직 ‘정신’만을 위해 존재하여 왔다. ‘몸’은 그저 욕망과 배설의 대상일 뿐이며 철학의 주제에도 끼지 못하는 천박한 존재로 인식되어 왔다. 최고의 위치에 있던 ‘몸’은 철저하게 ‘정신’이라는 보이지 않는 절대강자에 의해 역사의 뒤안길에서 숨죽이고 있었다. 지금까지 우리의 머릿속을 지배했던 고대 그리스 철학을 시작으로 서양 철학은 끊임없이 ‘몸’을 고문하고 유배 보냈다. 서양철학의 근원이라 불리는 플라톤의 형이상학을 건너 근대 철학의 아버지라 불리는 데카르트의 “나는 생각한다. 고로 존재한다”라는 절대적 코기토에 심취해 철학의 역사는 오직 정신만을 위한 공간으로 자리매김 되어왔다. 그러나 정신이라는 것이…
닭은 울음소리로 여명을 노래 한다고 해서 동서양을 막론하고 신성시 했다. 중국에선 태양을 불러내는 신비의 새라 여겼고 페르시아에서도 아침을 알린다며 빛의 심벌로 삼았다. 이런 상징성으로 인해 닭은 예부터 절대 신에게 바쳐지는 제물의 하나였다. 야생 닭이 언제부터 사육되었는지는 정확치 않으나 전문가들은 대략 6-7 세기경으로 보고 있다. 우리나라도 비슷한데 삼국사기와 삼국유사에 등장하는 시조 설화등이 근거다. 우리의 닭은 맛과 영양, 외모에서 그 명성이 매우 높았다. 중국의 후한서에는 마한의 장미계(長尾鷄)는 꼬리가 5척이나 돼 아름답고, 맛 또한 좋다며 극찬한 기록이 있다. 특히 중국의 의학서인 초본류(草本類) 에는 약용으로선 백제 닭이 최고라 적고 있다. 닭고기는 타 육류에 비해 지방이 적고 소화도 잘된다고 해서 보양 음식재료로 많이 사용됐다. 찜, 적, 탕등 종류도 다양하다. 어린 닭의 뱃속에 여러 가지 고명과 향신료를 채우고 백숙한 후 기름을 넣고 다시 삶아 낸 ‘연계찜’을 비롯 궁중의 잔치 기록에 나오는 ‘승기아탕(勝只雅湯)’도 그것중 하나다. 규합총서에는 ‘승기악탕(勝妓樂湯)’이라 적은 이 음식은 ‘노래나 기생보다 좋은 탕’이라는 뜻의 이름이니 맛과
못 /권덕하 옥탑 다시 환하다 어느 이주자 불 들인 모양인데 웃풍에 설핏 잠 깨면 하얀 입김에 낮은 천장 꽃무늬 실려 있어 처음엔 낯설 것이다 시린 햇살의 국경 넘어 와 벽지에 이울던 남십자성 별빛, 막막할 때 눈길 머물던 그 자리 벽 먼지가 그려놓은 사진틀이 숨표로 변한 못 자국에 걸려 생의 얼개만 남았는데 실 평수에 들지 못한 꿈에 박혀 한 땀 한 땀 십자수 놓아갈 형틀 파인 몸, 몇 바퀴 더 틀면 가족사진 걸 힘도 생길 것이다 - 권덕하 시집 ‘생강 발가락’ 전세난이 심각하다. 전셋값이 상승하면서 깡통전세에 대한 우려도 커지는 추세다. 이에 생활고를 겪는 사람들이 마음 편히 살 수 있는 집을 구하기란 쉽지 않다. 어느 이주자가 옥탑에 불을 들였다. 누군가 잠시 살다 이사를 한 방, 잠을 자다 웃풍에 설핏 잠 깨면 하얀 입김에 낮은 천장 실려 있는 꽃무늬와 마주한다. 그 낯선 벽에 먼지가 그려놓은 사진틀이 있고 숨표로 변한 못 자국에는 누군가의 생의 얼개만 남아있다. 이내 어둠은 그 두께를 알 수 없이 몰려오고 나는 어쩌다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했는가, 저 수많은 빌딩 속 아파트 한 채 내 집이 아닌가, 온통 마음 시릴 것이다. 막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