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대 그리스의 화가였던 제욱시스와 파라우시스의 대결은 잘 알려진 일화이다. 두 사람은 누가 더 진짜처럼 그리느냐를 두고 겨루었는데, 제욱시스는 포도나무를 그렸다. 그림이 어찌나 진짜 같던지 새가 그림을 향해 달려들었고, 제욱시스는 의기양양해 파라우시스에게 커튼을 열어 그의 그림을 보여 달라고 한다. 그러자 파라우시스는 그 커튼이 실제 커튼이 아니라 그의 그림이라고 말한다. 제욱시스와 파라우시스의 대결은 한 때 미술사에서 작품이 실제와 얼마나 똑같은지에 따라 작품의 가치가 매겨졌다는 사실을 잘 알려주고 있다. 하지만 대상을 알아볼 수 없는 기괴한 형태가 넘쳐나고, 심지어 그 어떤 형태도 아예 드러나지 않는 회화가 판치는 오늘날, 이들의 대결은 무색하게만 느껴진다. 서구의 미술사를 단 몇 마디로 분절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계기들은 캔버스에서 ‘형태’가 어떻게 나타나느냐 혹은 어떠한 의미를 지니고 있느냐와 깊은 관련이 있다. 가장 최근에 있었던 화두 중 하나를 꼽아보면, 캔버스에 형태가 등장하는 것 자체가 해악하다고 여겼던 비평가들과 예술가들의 주장을 들 수 있는데, 이들 비평가와 예술가를 필두로 1940년대 말부터 형성된 미국의 현대 예술경향
뉴욕의 빈민가 월세 방에 사는 제임스와 델라는 부부다. 그들은 서로에게 줄 크리스마스선물을 미리 준비 못 했다. 돈이 없어서였다. 해서 당일에서야 서로 모르게 선물을 준비했다. 부인은 자신의 긴 머리를 잘라 팔아 남편에게 줄 시곗줄을 샀다. 평소에 줄 없는 회중시계를 갖고 다녀서였다. 남편은 아끼던 시계 팔아 버리고 대신 부인이 브로드웨이 진열장에 놓여 있는 것을 보고 사고 싶어 했던 머리빗을 샀다. 부부는 그날 밤 선물을 교환한 뒤 둘만의 사랑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행복해 했다. 미국 작가 오 헨리의 단편 소설 ‘크리스마스 선물’의 줄거리다. 진정한 선물이란, 이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자신의 가장 소중한 것을 팔 수 있는 ‘마음’이 아닐까 싶다. 언제부터 크리스마스 때 선물이 오갔는지 잘 알 수 없다. 다만 1800년대 미국 남부 흑인들 사이에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란 말이 메리 크리스마스와 같은 의미로 쓰였던 것으로 보아 역사는 오래지 않은 것 같다. 당시 남부 흑인들은 크리스마스 아침에 누군가를 만나서 ‘크리스마스 선물’이라고 먼저 외치면 상대방은 고마워하며 선물을 내놓아야 했다는 것인데 사탕이나 호두 정도를 주었다고 한다. 하지만 크리스마스 전날 밤
젖은 청솔가지 내게 온 시집 /김승기 자 깨어 듣는 차가운 바람소리 밤새 무겁기만 한 구들장 매운 연기에 눈물콧물 흘려도 비명처럼 탁탁, 잘 타지는 않고 차라리 죽고 싶어, 원장 나 죽는 약 좀 줘! 가랑가랑 목에 걸려 뱉어내지도 못하는 외딴집 하루 - ‘시집-여자는 존재하지 않는다’ / 2015·현대시학 김승기 시인은 정신과 의사이다. 영주에서 병원을 열고 영주 근동의 정신을 돌보고 있다. 그 청정지역에도 돌보아야 할 정신이 있다는 것이 작금의 현실일 것이다. 청솔가지는 마르지 않는 소나무 가지다. 그것을 처음에 땔 땐 불이 잘 붙지 않으나 일단 붙었다 하면 걷잡을 수 없는 불꽃을 피워낸다. 삶도 처음엔 청솔가지에 불붙이기와 흡사 할 것이다. 청솔가지가 피워 올리는 연기를 참아내야 구들장이 쩔쩔 끓어오르는 겨울아방궁이 만들어지는 것이다. 겨울을 견디고 건넌다는 것은 삶의 여정이다. 여정 위에서 삶의 고개를 모로 꺾고 고꾸라진다는 것은 생의 패배다. 죽겠다고 자주 말하는 사람은 역으로 살겠다는 의지의 표명일 경우가 대다수다. 외딴집의 쓸쓸함을 이겨내면서 또 기다리는 것이 봄이다. 섬세한 감각으로 늘 주위를 살펴서 시를 선보이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역대 최고치로 상향 조정했다. 최근 국제신용평가기관인 무디스가 우리나라의 신용등급을 Aa2로 한 단계 상향조정했다. 이는 우리나라 사상 최고 등급으로 전체 21개 등급 가운데 3번째로 높은 것이다. 일본보다는 두 단계, 중국보다는 한 단계 위로 올라서면서 우리나라는 피치와 스탠더드앤드 푸어스에 이어 3대 신용평가기관에서 중국 일본을 모두 앞서게 됐다. Aa2 등급 이상인 나라는 주요 20개국 가운데서도 현재 우리나라, 미국과 독일, 프랑스 등 7개국에 불과하다. 무디스는 우선 한국의 경제와 재정이 다른 나라에 비해 상당히 견실하다고 평가했다. 외부 수요가 줄어드는 상황에서도 이같은 평가는 당분간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앞으로 5년간 3% 내외의 성장이 예상되는 한국경제는 선진국보다 빠르게 성장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1인당 국민소득도 계속해서 유럽 선진국 수준에 근접해 가고 있다고 밝혔다. 무디스는 이같은 전망의 근거로 한국의 재정 건전성을 꼽았다. 복지 비용을 감안하고도 2010~2014년 평균적으로 GDP의 1.1%에 해당하는 재정 흑자를 냈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잠밋빛 전망’만을 맹신하기란 곤란하다
같은 한자권인 아시아국가 중 일본은 미국을 ‘米國’ 즉 쌀의 나라라고 하는데 비해 우리나라는 ‘美國’, 아름다운 나라라고 한다. 그리고 실제로 얼마 전까지 미국은 한국민에게 고마운 나라였다. 6·25 전쟁 때 참전해 수많은 젊은이들이 죽었다. 당시 16개국에서 194만명의 장병들이 참전했는데 이 중 미군은 178만명이었다. 3년간의 한국전에서 미군은 무려 3만7천명이 전사했다. 또 부상 9만2천명, 실종 3천700명이라는 엄청난 희생을 치렀다. 국민들은 이들의 고마움을 기억한다. 해방 후와 전후 먹고 살기 힘든 국민이 대부분이었을 때 자국에서 생산된 밀과 옥수수, 분유 등 식량을 무상 원조해 줘 배고픔에서 구했다. 한국 경제 역시 미국과 유엔의 무상(無償) 원조 덕분에 성장했다는 것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그리고 우리 국민들은 은혜를 기억할 줄 아는 민족이다. 그러나 끊이지 않는 미군범죄에 한국민들은 분노하고 있다. 쉴 새 없는 무기구입 압력으로 인해 한국은 미국무기식민지로 전락했다는 비난도 받고 있으며 효순이 미선이 사건과 미군기지 주변 오염 등 환경범죄 등으로 미국에 대한 호감은 예전 같지 않다. 요즘 더 큰 악재가 생겼다. 지난 5월28일 미국 국
근대에 외국인들이 한국에 대한 소개로 가장 많이 들었을 말은 ‘Morning Calm(모닝 캄)’ 이른 바 고요한 아침의 나라였다. 그리고 이후 중국과 일본 사이에 위치해 있는 동방의 고요한 나라에 따라붙는 수식어는 세계 유일의 분단국가일 것이다. 이렇듯 우리가 굳이 내세우고 싶지 않지만, 어쩔 수 없이 그들의 눈에 보이는 한국의 이미지는 우리가 원하는 첫 인상은 아닌 듯 싶다. 2002년 한일 월드컵을 계기로 한국은 부정적인 국가이미지를 쇄신하기 위하여 국가적 표어로 ‘다이나믹 코리아(Dynamic Korea)’를 선정하고 역동적인 한국의 이미지를 만들어가기 위하여 분주하게 노력하였다. 바로 국가 브랜드화라는 세계적 흐름 속에서 한국도 뒤지지 않기 위해 주도적으로 나섰던 것이다. 그러나 아직까지도 한국의 문화적 이미지에는 애매한 부분이 많아 보인다. 외국인들이 인천공항에 들어오는 순간부터 보이는 수많은 한국에 대한 이미지들 중 무형 문화에 대한 상당부분은 한복을 입고 부채춤을 추는 모습이나 한량무를 추는 선비 혹은 풍물놀이를 형상화한 사진들이다. 물론 이 또한 역동적인 한국의 모습을 잘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벌써 새벽 2시다. 이불을 덮어 쓰고 백을 세고 천을 세다가 어릴 적 주워들은 옛날이야기를 떠올려 보지만 소용이 없다. 경비실로 연락을 해볼까 갖은 궁리를 하다가 또 망설인다. 시간도 늦었는데 이젠 자겠지 조금만 더 참아보자 하면서 TV를 켠다. 위층에 손님이 왔나보다. 그것도 아기 손님이. 이방에서 저 방으로 거실 끝에서 끝으로 콩, 콩, 콩 쉴 새 없이 뛰어다닌다. 공동생활이 늘다보니 층간소음문제로 이런저런 사건사고가 비일비재하다. 견디다 못한 이웃이 흉기를 들고 난동을 부리는가 하면 큰 싸움으로 번져 이웃 간에 불상사가 생기는 경우도 종종 있다. 우리도 아이가 어릴 적부터 아파트 생활을 시작했다. 주택에서 자유분방하게 뛰놀던 사내아이와 이제 막 걸음마를 시작한 아이 이렇게 둘이었는데 그 아이들이 어느 정도 클 때까지 심한 고통을 겪었다. 하루에 몇 번씩 아래층 어르신이 올라오셨다. 길에서 버스 안에서 눈만 마주치면 호통을 치셨다. 심지어는 아이들이 잠든 새벽시간에도 전화가 왔다. 그때만 해도 중앙난방식이라 난방이 시작될 때는 간혹 쿵쿵 소리가 들리기도 하는데 그 소리마저 우리 집에서 내는 소리라고 한밤중에 전화를 하는가 하면 우리 위층에서 아이들 뛰는…
지난 10월 교육부가 총괄하는 케이무크(K-MOOC)가 서울대 등 10개 대학에서 현재 27개 강좌를 개설하여 출발하였다. 무크는 기존 수업을 토론식, 팀별 프로젝트 수행 등 학습자 중심의 수업으로 바꾸게 한다. 페이스 북, 인터넷 카페 등 온라인 커뮤니티를 통해 교수, 외국이나 타 지역 학생, 직장인 등이 광범위한 학문공동체를 구성하여 학문에 대한 의견을 나눌 수 있는 소통 채널로도 활용 가능하다. 2012년 미국의 하버드와 MIT, 스탠포드를 중심으로 시작되어 현재 전 세계적으로 고등교육계에 태풍의 눈으로 떠오른 온라인 대중공개수업인 무크(MOOC, Massive Open Online Course)는 고등교육 패러다임의 혁신적 변화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무크는 웹서비스로 이루어지는 상호 참여적인 거대규모의 온라인 공개강좌이며, 평균 15분 정도로 짧게 나눠진 강의영상으로 7주에서 15주 정도에 한 강좌를 마친다. 현재 대표적인 무크로는 1천300여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미국의 코세라와 MIT, 하버드 중심으로 650여 강좌를 개설하고 있는 에덱스(edX)가 있고, 210여개 강좌를 개설한 영국의 퓨처런(FututreLearn) 등이 있다. 중국도 칭화대를
어리석고 사리에 어둔 임금을 혼군(昏君)이라 부른다. 또 평범하고 예사로운 왕을 용군(庸君)이라 한다. 만약 이같은 군주들 곁에서 국정을 농단하는 간신배가 득세 한다면 백성의 삶과 세상은 어떻게 변할까. 논어(論語)에선 천하무도(天下無道)가 된다 했다. 즉 사람이 걸어야할 정상적인 궤도가 붕괴된 야만의 상태가 된다는 것이다. 이를 뜻하는 사자성어가 혼용무도(昏庸無道)다. 역사가들은 혼용무도의 표본을 이야기 할 때 곧잘 중국 진(秦)나라 두 번째 황제 호해(胡亥)를 예로 들곤 한다. 기원전 210년 진시황이 지방에 순행을 나갔다가 갑자기 병사했다. 환관 조고(趙高)는 유서를 조작해 적장자인 맏아들 부소가 아닌 어린 호해를 후계자로 옹립 했다. 그리고 승상 이사(李斯)와 권력을 독단하여 가혹한 정치를 펼쳤다. 호해는 환관 조고의 농간에 귀가 멀어 실정과 폭정을 거듭하다가 즉위 4년 만에 반란군의 겁박에 의해 자결을 하고 진은 멸망하고 만다는 얘기다. 조고는 사슴을 말이라 하면서 왕의 눈과 귀를 멀게 했다는 ‘지록위마’(指鹿爲馬)를 탄생시킨 장본인이기도 하다. 어제 대학교수들은 올 해의 사자성어로 ‘혼용무도(昏庸無道)’를 꼽았다고 한다. 한국의 지성을 대변한다는…
콩돌해안에서 /채찬석 물젖은 콩돌해안 사파이어 밭 바위에서 떨어져 나와 철썩철썩 파도에 뺨을 맞으며 얼마나 많은 세월 몸을 갈다가 저리 둥근 콩이 됐으랴 따가운 땡볕과 차가운 별빛을 보며 수십 년 이를 갈면 옹골찬 의지조차 저리 고운 몸매가 되나 고운 손 어루만지듯 맨발로 딛고 서니 두드드득 신음 같은 뼈마디소리 부서져 내리는 응어리 ※ 콩돌 해안: 백령도 오색콩돌길 시인은 지금 백령도 오색콩돌 해안에서 콩돌들을 바라보고 있다. 바위, 그 든든한 안식처에서 떨어져 나온 돌 조각들이 처음에는 버려졌다고 생각했을 것이다. 외로움에 따가운 땡볕을 원망했을 것이고 차가운 별빛에 한을 품기도 했을 것이다. 밀려오는 파도에 몸을 맡기면서 상처받고 때로는 치유받기도 했을 것이다. 그러면서 친해졌으리라. 이를 앙다물고 품었던 응어리가 어느 날 스르르 빗장이 풀리더니 새털처럼 가벼워졌으리라. 콩처럼 작지만 파도를 벗삼아 눈이 부시게 푸르른 사파이어로 탄생하였으니, /권월자 시인·연무초등학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