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뭄 끝에 내린 단비로 씻긴 풍경은 산뜻하고 공기는 상큼하다. 새벽부터 텃밭을 가꾸시던 아주머니께서 금방 뜯은 쑥갓을 들고 오시며 인사 값이라며 함빡 웃으신다. 무슨 세상이 거꾸로 가는지 갈수록 시집살이가 되다고 하소연이시다. 역병보다 독한 메르스까지 들볶아서 살기가 어렵다며 예전에는 남자는 나가서 돈 벌어 오면 여자가 살림하고 아이들 기르고 살았는데 지금은 새벽부터 밤중까지 뛰어다녀도 못 살겠다고 아우성이니 영문을 모르겠다고 하신다. 게다다 아이는 낳기도 전에 누가 키울지 그 걱정부터 하고 있으니 답이 있겠느냐고 하신다. 큰 딸이 결혼해서 직장 생활을 계속하고 있어 첫 아이를 키워 주게 되었다. 그 때는 젊을 때라 쉽게 대답을 하셨고 첫 손자 돌보는 재미에 세월 가는 줄도 모르고 즐겁게 지내셨는데 그게 혹이 될 줄은 상상이나 하셨을까? 작은 아들내외가 다녀가면서 마음 편한 날이 없으시단다. 내색도 못 하고 여러 해 기다린 며느리 임신 소식에 기뻐하셨으나 아이를 맡아서 길러주셔야 한다는 부탁 반 다짐 반의 말을 듣고부터 음식마다 맛을 모르겠을 정도니 어쩌면 좋겠느냐고 물으시는데 별 답을 드리지 못했다. 6·25 전쟁 막바지에 아버지 안 계신 홀어
독일의 사회학자이며 세계적인 미래학자 ‘울리히 백’은, 그의 저서 「위험 사회론」에서 산업화·근대화가 기술발달과 물질적 풍요를 가져왔지만, 그만큼 내재적 위험도 커졌다고 했다. 현대사회는 그저 재앙이 많을 뿐만 아니라 ‘재앙’이 구조적 요소로 내재하고 있는 사회라고 하면서, 위험이 예외적으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라 일상적으로 만연하는 사회, 즉 재난과 관련된 파국성(破局性)을 일상생활 내에 안고 살아가는 사회라고 했다. 그는 현대의 위험을 예시하면, 테러, 생태학적인 재앙, 핵 위기, 실업과 금융대란, 환경파괴, 지구온난화, 신종바이러스에 의한 전염병 등등이 포함된다고 한다. 이처럼 위험이 반복 재생산되는 가운데, 위험에 대한 자각은 무뎌지며, 통제 역시 불가능해질 뿐만 아니라 탈국가화하며 세계화된다고 한다. 이렇게 위험의 실체를 명확하게 파악하거나 예방할 수도 없으면서 막연한 불안감만 확산된다는 점에서 위험이 상존하는 사회라는 것이다. 2008년 3월에 내한했던 ‘울리히 백’은 기자회견에서 한국사회를 가리켜 “한국 사회는 근대화가 극단적으로 압축 성장됐기 때문에 특별히 위
물발자국(Water Footprint)이라는 계산법이 있다. 우리가 문화 생활을 누리기 위해 사용되는 물의 양을 계산하는 방법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아침에 오랜지 주스를 한잔 마셨다고 치자. 그 한잔을 만들기 까지 소요되는 물의 양은 무려 250리터나 된다는 식이다. 오랜지 씨앗을 심고 나무로 성장하기 까지 소비된 물과 제조과정에서 사용된 물의 양을 합산해서 내놓은 수치가 그렇다는 것이다. 이같은 계산법을 적용할 때 햄버거와 런닝셔츠 한 장의 물발자국은 2천5백리터나 된다고 하는데 자동차 사용등 문화 생활의 혜택이 늘어날수록 풍요로운 생활을 추구 하려는 인간의 욕망 때문에 물발자국은 한없이 증가 하고 있다고 한다. 사실 한 사람이 하루에 섭취해야 하는 물은 약2.5리터에 지나지 않는다. 그리고 이 정도면 2백억 명이 지구상에 살아도 물난리는 없다. 하지만 요리와 목욕물까지 계산한다면 하루 필요량은 거의 40 리터에 육박한다. 여기에 문화적 물발자국까지 더해져 물의 소비는 해마다 기하급수적으로 늘어 나면서 물부족 현상을 더욱 부채질 하고 있다. 특히 지구 온난화의 영향으로 전세계의 가뭄사태가 지속 되고 있고 지하수 마저 고갈되는 바람에 지역과 국가간 갈등도
코스모스 /원구식 너처럼 흔한 여자도 없다 너는 이쁘지도 밉지도 않다 아무리 씻어도 네게선 장부의 냄새가 난다 내 젊은 영혼이 머나먼 전장으로 끌려나갈 때 길 옆에 늘어서서 살아서 돌아오라고 죽지 말라고 손수건을 흔들어 주던 너 어젯밤에도 그젯밤에도 나는 목이 터져라 군가를 불러댔고 너는 내 지갑을 훔쳤다 다시는 기억하지 않으리라 너의 역겨운 화장품 냄새 싸구려 한복과 유행가 소리 다짐에 다짐을 했었지 그러나 내가 세상에서 패배하여 말할 수 없이 비참한 몰골로 고향으로 돌아왔을 때 신작로 옆에서 너를 만났을 때 나도 몰랐다 네가 이리도 큰 위안이 될 줄은 코스모스, 너는 세상을 공평하게 하는 힘! 수구초심 고사성어가 일어난다. 고향은 누구나 숨기고 싶은 과거가 있다. 숨기려해도 고향에 가면 자신의 모습이 기억난다. 일상에서 상처를 입은 많은 사람들이 고향을 찾으면서 숨겨버리고 싶은 과거의 소중함을 성찰한다. 코스모스는 처량한 꽃이다. 지울 수 없는 상처 어쩌면 우리들의 가장 정직한 모습이 아닌가 한다. 반면 우리를 소생케 하는 힘인지도 모른다. /박병두 시인·문학평론가
메르스(중동호흡기증후군)가 진정되는 국면에 접어드는 모양새다. 아직은 속단할 일이 아니지만 확진자 수가 멈춰섰고, 사망자도 더 이상 늘어나지 않기 때문에 이같은 조심스런 분석이 나오고 있다. 그러나 메르스 충격은 사회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서민경제가 더욱 추락하고 메르스 환자 치료와 격리를 담당한 국가지정 거점병원들이 몸살을 앓고 있다는 것이다. 국가지정병원인 인천의료원의 경우 재정 악화로 의료진, 임직원 450여 명에게 줄 상여금을 지급하지 못하는 상황에 처했다는 보도다. 메르스 여파로 외래환자와 입원환자의 급격한 감소세를 보이면서 의료원 손실 규모가 커져 현금 유동성이 악화됐다는 것이다. 게다가 메르스 사태를 조기에 종식시키기 위한 의료진의 근무여건은 악화일로에 있다. 인천의료원의 경우 음압병실 3개를 모두 가동하며 감염내과·호흡기내과·신장내과 의사 9명과 간호사 13명 등 전문 의료진이 24시간 꼬박 밤을 새우며 근무하고 있다. 한림대동탄성심병원을 비롯한 경기도내 거점병원과 전국 곳곳의 병원들이 메르스 사태에 대응하고자 불철주야 격무에 시달리기는 마찬가지다. 심지어 이들 거점병원 의료진이나 간호사, 임직원들의 자녀들은 학교에서 따돌림당하는 수모마저…
동두천·하남시 등 경기 북동부 지역 주민과 여·야 정치권이 미군기지 주변 개발을 막는 ‘주한미군 공여구역주변지역 등 지원 특별법(이하 특별법)’개정을 반대한다는 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동두천시는 지난 18일 시청 대회의실에서 오세창 시장과 장영미 시의회 의장, 한종갑 미군재배치 범시민대책위원장이 특별법 개정반대 합동 기자회견을 열었다. 이보다 앞서 16일엔 경기 동북부 지역 여야 국회의원들이 미군 공여지에 대학 분교 설립을 제한하는 내용이 담긴 특별법 개정안 반대 입장을 밝힌바 있다. 경기동북부 지역 국회의원 8명(김영우·문희상·윤후덕·이현재·정성호·홍문종·홍철호·황진하) 명의의 기자회견을 갖고 이날 법사위 안건으로 상정된 특별법 개정안에 반대 입장을 밝혔다. 세명대 유치를 위해 노력하고 있는 하남시 관내 여야 정치권도 주한미군 공여구역 주변지역 등 지원특별법 개정 법률안 통과 저지를 위해 적극 나섰다. 지역 국회의원과 이교범 하남시장, 김승용 하남시의회 의장 등도 국회안전행정위원장에게 개정안이 법사위에서 통과되지 않도록 적극 협조해 줄 것을 요청한 바 있다. 지난 4월 국회 안전행정위원회는 비수도권 대학의 반환공여지 이전을 원천적으로 금지하는 내용의 ‘주
조선시대 군사들이 가장 많이 훈련한 종목은 역시 지금의 아침구보와 같은 달리기였다. 특히 임금을 가장 가까운 곳에서 모시는 근위대 역할을 하는 금군(禁軍)은 반드시 빠른 발이 필수였다. 유사시에 가장 빠르게 움직이며 VIP를 모셔야 했기에 그들의 달리기 실력은 목숨과도 직결된 문제였다. 그런데 조선시대 달리기 훈련은 요즘처럼 맨 몸으로 달리는 것이 아니라 거의 완전군장을 하고 달리는 것이었다. 사료를 보면 갑옷을 단단히 동여매고 손에는 자신이 사용하는 무기를 들고 전속력으로 300보(약 360m)를 해당시간 안에 주파해야만 최고의 군사로 인정받았다. 이때에는 보통 주통지법(注筒之法)이라고 하여 ‘주통’이라는 일종의 물시계를 놓고 시험을 봤기에 엄격한 시험규정을 따라야만 했다. 조선시대 군사들의 달리기 훈련이 끝나면 바로 이어지는 것이 병기훈련이었다. 그런데 훈련장에서는 의도적으로 군장을 비롯한 기본 장비에 더 무거운 무기를 활용해 군사들의 힘을 키우는 것에 집중하였다. 이는 조선시대의 군사훈련의 기본이 ‘사람의 혈기(血氣)를 왕성하게 하는 것’을 기본으로 했기 때문이다. 당시 사료를 보면 ‘군사들의 몸은…
메르스 확산으로 서민 경제가 악화되고 있다. 그런데 정부 여당은 이제야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 있나보다. 김무성 새누리당 대표가 17일에야 정부에 ‘범부처적인 경제활성화 방안’을 마련하라고 촉구하고 나섰다. 김무성 대표와 당 중소기업·소상공인특위는 기획재정부 등 경제부처에 “메르스 사태가 경제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 보다 근본적이고 선제적인 대책을 강구하라”고 요구한 것이다. ‘경제위기로 비화하지 않도록’이라니… 설마 이미 경제 위기가 시작된 것을 모르고 있다는 것인가? 옳은 지적도 했다. “정부의 메르스 대응이 메르스 전파속도에 비해 훨씬 늦게 이뤄지고 있다. 근본적이고 종합적 정책처방이 필요하다”는 질타가 그것이다. 메르스에다 가뭄까지 겹쳐 이래저래 민심이 흉흉하다. 박근혜대통령이 방미일정까지 취소하고 지난 12일 경기도청에 설치된 경기도 메르스 종합관리대책본부와 수원시 장안보건소에 설치된 수원시 메르스 비상대책본부를 방문한 것은 아마도 이런 위기감을 느꼈기 때문일 것이다. 남경필 경기도지사도 17일 경기도보건환경연구원을 찾아 메르스 바이러스 검사로 고생하는 직원들을 격려했다. 염태영 시장은 밤늦게까지 수원시 메르스 종합대책본부에 살다시피하면서 메르스 퇴치
새로운 경기학이 왜 필요한가? 도발적인 질문이다. 그동안의 경기학 연구가 많은 성과를 축적했음에도 이 질문은 유효하다. 경기학 연구가 분과 학문 중심으로 이루어진 것에 대한 반성에서 이 질문은 출발한다. 지역학은 지역의 과거와 현재, 미래를 통합 학문 관점에서 연구하는 학문이다. 따라서 경기학은 경기 지역의 뿌리와 정체성, 지역의 현실적인 문제를 연구하고, 이를 토대로 하여 지역의 미래를 전망하는 통합 학문이 되어야 한다. 통합 학문으로서의 새로운 경기학 연구가 필요한 이유가 여기에 있는 것이다. 경기학 무엇을 연구할 것인가? 경기 지역 연구에서 시작하여 한국의 역사와 사회 문제, 나아가 동아시아와 인류 사회 보편적인 문제를 확장해서 연구할 수 있을 것이다. 이는 경기도의지정학적 위상 때문에 불가피한 선택이다. 경기 지역에서 출발하여 동아시아 문제에 까지 시야를 확장할 때 경기학이 관심 있게 연구해야 할 두 가지 주제는 통일과 서해 문제이다. 경기도 미래를 이해하는 두 개의 키워드 ‘통일과 서해’ 경기도는 분단의 현장이자 통일의 길목이다. 경기도는 남북이 분단되었을 때 이로 인해 많은 고통을 받았으며, 남북이 화해와 협력으로 들어선 이후
지속되고 있는 메르스 여파로 기업들의 어려움이 가중되어 가고 있다. 소비활동의 감소로 상품판매가 크게 감소되어 가고 있기 때문이다. 정부의 예산지원과 과세유예 등으로 만은 위기극복이 어렵기 만하다. 사회 안정과 국제사회 신뢰회복을 위해서 적극적인 대처가 절실하다. 경제적 고통으로 운영에 고통 받고 있는 중소기업에 대대적인 정책지원이 요구된다. 특히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의 메르스사태에 대한 안이한 부실대응에 대한 비난의 수위가 높다. 이와는 달리 중소기업진흥공단 경기본부는 이달 초부터 메르스 진원지로 지목되는 평택·화성 지역의 중소기업을 찾아 피해현황을 살피고 있다. 이들은 기업현장에서 메르스 감염자 발생여부, 예방대책, 대응메뉴얼 수립, 향후 예상되는 피해 등에 대해 조사하는 등 적극적으로 대처해간다. 또한 금융애로 상담센터를 통해 메르스 피해우려 업종 기업에게 대출만기 연장, 원리금 상환유예 등 금융지원을 안내해준다. 반면에 경기지방중소기업청은 미온적이고 소극적인 대처로 실질적인 지원을 하지 못하고 있다. 경영난에 어려움을 극복해 갈수 있는 총체적이고 적극적인 대책마련이 시급하다. 온 국민이 메르스 공포로 불안해해서 크게 위축되어가는 경제 살리기에 모든 기관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