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2016년 12월부터 개최된 대규모 촛불집회에서 우리 국민들이 보여준 준법정신은 전 세계를 놀라게 하였다. 이러한 우리 국민들의 향상된 준법정신에 대응하여 경찰에서도 기존의 집회관리 방식을 버리고, 새로운 집회 관리 지침을 수립하였다. 주최측의 자율과 책임을 최대한 존중하여 경찰부대 배치를 최소화 하고, 시민불편 최소화를 위한 교통관리 위주의 집회 관리를 실시하겠다는 방침이다. 또한 불법, 비폭력. 즉, 경미한 불법행위가 있더라도 폭력성이 없는 경우에는 현장대응에 신중을 기하고, 채증 실시하여 사후 사법처리토록 하였다. 그리고 과거처럼 집회 시작 전부터 미리 경찰버스로 시위대를 둘러싸던 차벽 설치도 자제하도록 하였고 살수차는 예외적으로 최후의 수단으로만 사용토록 하였다. 이러한 경찰청의 방침은 집회 참가자들이 과거와는 달리 폭력성 없이 평화로운 집회를 개최해 줄 것이라는 믿음에 바탕을 둔 결정이다. 이와 같은 방침은 우리 국민들의 향상된 준법정신에 대한 신뢰를 바탕으로 헌법상 보장된 집회시위의 자유를 보장하기 위한 경찰의 결정이라 할 수 있다. 이렇게 완화된 경찰규제 속에서도 집회 참가자들이 질서유지인을 적극 활용하고 폴리스라인을 준수하는 등 폭력행위…
중국 유명 경승지와 유적지를 여행한 사람들이 놀란 것이 있다. 그것은 자연이나 유적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초대형 공연이다. 결코 적지 않은 입장료임에도 불구하고 여행자들은 감동한 표정으로 공연장을 나선다. 한국에도 잘 알려진 대형 공연으로는 2008년 베이징올림픽 개막식을 기획 연출한 장예모 감독이 만든 명승지의 대형 공연작품들이다. 대표적인 것으로는 계림 인근 양삭에서 호수와 산을 배경으로 펼쳐지는 ‘인상 유삼저’다. 놀라운 것은 700여명의 출연자 중 장예모 리강예술학교 학생을 제외하고 모두 인근 5개 마을의 어민들로 구성됐다는 점이다. 이 공연으로 인해 온 마을이 먹고 산다는 말은 허언이 아니다. 이밖에도 무릉 지역 선녀산을 배경으로 하는 ‘인상 무릉’과 항주 서호의 ‘인상 서호’, 그리고 서안에서 공연되는 ‘장한가’가 잘 알려져 있다. ‘장한가’는 중국의 시인 백거이의 시 ‘장한가’를 모티브로 하고 있는데 전설적인 미녀 양귀비와 당나라 현종의 생사를 뛰어넘는 러브스토리를 담고 있다. 서안에는 많은 유적지가 있지만 ‘장한가’를 보지 못했다면 안 간 것과 다름없다는 말에 수긍하게 된다. 이런 대형공연을 볼 때마다 한국에는 왜 이런 작품을 만들지 못할까하는…
르네상스 이후 그리고 우리 조상이 한반도에 정착한 이후 가장 큰 인본주의의 위기가 왔다. 북한과 미국의 갈등 사이에 낀 한국은 더욱 그렇다. 인간을 힘으로 이기고 파괴하는 도구들이 상상 이상으로 무섭더라도, 그 기계를 조종하는 생각은 인간의 것이기에 우리는 지금 김정은과 트럼프의 상상을 두려워한다. 필자는 트럼프가 인종차별주의자라고 생각한다. 그의 아버지는 더 심한 인종적 편견을 갖고 있었다. 그래서 한국인은 정말로 위험하다. 아메리카를 점령해가던 유럽의 이주민들은 성경과 십자가와 총을 들고 옆에 사냥개를 데리고 갔다. 그리고 때로는 영화 ‘더 킹’보다 잔인하게 살아있는 원주민을 사냥개의 먹이로 주었다는데, 당시 그들은 인디언을 동물로 생각했다. 정직과 평화와 인간애로 충만한 영혼에 대한 가사가 붙은 오보에 곡 ‘넬라판타지아’로 아름답고 처절하게 기억에 남은 영화 ‘미션’의 핵심 스토리라인은 원주민이 인간인가 동물인가에 대한 논의다. 백인들은 원주민 아이가 찬송가를 부르자 “혹시 인간인가?”하며 고개를 돌리기도 했다. 하지만 그들 중 다수는 이내 새(鳥)도 노래한다고 생각했
10년 전 유야무야됐던 후분양제가 또 추진돼 건축시장에서 쟁점으로 떠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최근 아파트가 80%의 공정률을 보였을 때 분양하는 주택 후분양제도를 도입하겠다는 것이다. 주택 후분양제도는 우선 실수요자의 선택권 확대 및 시장안정이라는 측면에서 바람직한 방향인 동시에 주택투기를 차단할 수 있는 효과적인 방안이기도 하다. 소비자가 집을 어느 정도 확인한 다음 분양을 신청할 수 있다는 이점이 있다. 이같은 정부의 의지는 또한 분양권 전매 등을 통해서 투기가 활개 칠 수 있는 맹점이 상존하는 등 부작용이 적지 않았던 선분양 제도를 개선하겠다는 것이다. 하지만 후분양제를 도입할 경우 우려되는 부작용도 적지 않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후분양제가 시행되면 건설사들은 완공 때까지 계약금이나 중도금 등을 받을 수 없어 건설자금을 스스로 마련해야 하는 부담이 생긴다. 건설자금 조달을 위한 금융비용 등 건설 과정에서 발생하는 중간 비용이 고스란히 소비자에게 전가돼 분양가 상승으로 이어질 수 있는 것이다. 조합 등 시행사로서는 공사비를 모두 자체 조달해야 하므로 금융비용이 많이 늘어나 사업성이 악화된다고 판단해 사업을 미룰 수 있다. 이런 경우가 늘면 주택 신규
온통 가을이다. 갈대숲이 있어 좋다. 활짝 핀 은색 빛으로 바람을 빗질하고 여름내 웃자란 초목을 쓰다듬는 것이 영락없는 가을의 파수꾼이다. 익을 대로 익은 풀씨와 출렁이는 갈 볕 그리고 조용조용 스미는 그리움이 있어 행복하다. 가을이 오면 더러는 여행을 떠나기도 하지만 나는 천변을 서성이는 것을 좋아한다. 잔잔해진 물살과 가끔씩 허공으로 튕겨지는 물고기 그리고 천변에 핀 갈대가 무엇보다 좋다. 여름엔 끝없는 푸르름이 좋고 하늘이 높아지면 멀대같은 큰 키와 은빛 출렁임으로 습지를 평정하는 갈대가 좋다. 헐렁한 바지를 입고 허적허적 걷으며 언뜻 보기에는 막걸리처럼 텁텁해 보이지만 알고 보면 속이 꽉 찬 야무진 사내 같은 풀이 갈대다. 쉬이 꺾이지도 않고 발치에 이런 저런 생물들은 품고 있어서 더 정이 간다. 가을은 상상하기에 좋은 계절이다. 차 한 잔 들고 잔잔한 음악에 취해있다 보면 가슴 한쪽이 시려온다. 옷깃을 여며도 마음을 단속해도 속절없이 파고드는 허전함은 어쩔 수 없다. 풀물 빠져 파삭해진 잎들이 씨앗을 멀리 좀 더 멀리 보내는 것처럼 그리우면 그리운 대로 고독하면 고독하도록 방치하면 된다. 이 순간이 아니면 언제 이토록 나에게 충실할 수 있겠는가. 강
지난 8월 우리나라 청년실업률은 9.4%로 1년 전 보다 0.1%포인트 상승하여 1999년 8월 10.7% 이후 최악의 상태를 보이고 있다. 그런데 이 실업률 통계에는 휴직자, 구직 단념자 및 공무원 시험 준비생들은 비경제활동 인구로 보고 포함하지 않고 있다. 이들을 모두 실업상태라고 본다면 실질적으로 청년실업률은 크게 올라갈 것이다. 특히 취업을 희망하는 수많은 청년들이 공무원이 되고자 하는 이상 현상은 우리사회의 청년취업 문제와 더불어 사회체제의 비정상을 보여주는 것이다. 청년실업을 해소하기 위해 국가 전체가 해결방안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정책 대안으로 제시하는 것이 공공부문의 일자리 늘리기 등 일자리 창출 정책과 더불어 청년들의 소득지원을 위한 예산지원 등 많은 노력을 하고 있다. 그러나 근본적으로는 민간부문의 다양한 일자리에 청년들이 취업하는 것이 궁극적인 해답이 될 것이다. 민간부문의 일자리 수요가 증가하고 이에 따라 청년들이 일자리를 찾아 고용되는 것이 순리이다. 이 순리적 일자리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현상이 일자리 미스매치이다. 일자리를 원하는 사람과 일할 사람을 구하는 곳이 서로 맞지 않는 것이다. 일자리 미스매치에는 여러 원인이 있
눈물처방 /김윤환 안압이 오른 후에 의사 왈 신경 쓰지 마세요 무리하지 마세요 뭐 그리 신경 쓸 일도 무리할 일도 없는 나에게 참 과분한 처방이다 얼핏 들으면 신경 좀 쓰고 살아라, 힘 좀 쓰고 살아라 양심에 독촉하는 듯 들려 약 처방에 인공눈물약이 들어있네 하루 대 여섯 번 눈물을 넣으란다 얼마나 울지 못했으면 얼마나 눈물이 말랐으면 눈물약이라니 참, 눈물이 난다 우리가 사는 시대는 욕망의 종점만을 뚫어지게 쳐다보고 사랑의 대상인 사람에 대해 곁눈질로 보는 눈의 오남용(誤濫用)이 범람하고 있는지 모른다. 눈물을 흘리기보다 눈에 불을 뿜는 치열한 시간을 보내는 동안 대상(對象)이 무엇이건, 혹은 누구인건 그 뚫어져라 쳐다보던 눈에는 안압이 오르고 마침내 스스로 생성되지 못한 눈물을 인공으로 넣어야 하는 모순의 삶에 지쳐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지금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인간만이 지닌 눈동자 흰자위의 순기능과 흘릴만한 눈물의 저수량과 배수의 기능을 회복하는 일이다. 자신은 물론, 이웃과 약자, 지연과 역사의 아픔에 대하여 눈길을 주고 눈물을 흘리며 오독이나 난독이 아닌 정독(精讀)의 눈을 회복하는 일이 필요하다. 시(詩)가 예술의 영역안에서 시인은 물론, 사
그야말로 혐오스러운 법학자의 모습이다. 두상은 온통 통닭과 생선을 버무려놓은 덩어리로 되어 있고, 몸통은 두꺼운 책들과 서류 뭉치들로 이루어져 있다. 코와 눈썹, 눈동자, 안면 피부와 입술도 모두 생선이나 통닭의 부위들로 대체되어 있다. 온전한 것이라고는 그가 두르고 있는 의복뿐이다. 1566년 이탈리아 출신의 아르침볼도가 그린 <법학자>라는 작품이다. 오늘날의 우리에게도 매우 충격적으로 다가오지만, 그 시대에도 마찬가지였다. 많은 사람들은 그의 작품을 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었다. 그의 작품은 일종의 형태의 바꿔치기 놀이였다. 야채와 과일, 건초더미, 통닭과 생선과 같은 온갖 사물들이 인물의 형태를 취하고 있는 식이다. 이러한 엽기적인 구성과 착시적 효과는 당시에는 매우 독특한 것이었다. 오늘날의 관객들이야 이런저런 괴상한 현대미술 작품에 어느 정도 익숙해졌다지만, 그 당시 사람들은 그렇지 않았을 테니 놀라움이 더 컸을 것이다. 그렇다고 아르침볼도를 사회를 통렬하게 비웃었던 조커 즘으로 여겨서는 안 된다. 그는 프라하와 독일, 오스트리아를 통치하고 있던 합스부르크 왕가에서 3대에 걸쳐 황제들의 총애를 받았던 궁정화가였다. 본래 밀라노에서 교회 스테
흑염소 /박종국 우리가, 말뚝 박아놓고 매어놓은 고삐만큼 자유가 허락된 흑염소는 우리에게, 책임과 의무의 멍에를 씌워놓고 저를 묶은 밧줄 당기고 당긴다. 풀밭에서 목메어 우는 건 우리다 짧은 시이나 시사점이 큰 시다. 시인이라 해서 모든 시인이 이렇게 짧은 시로 주종이 바뀐 세상을 극명하게 나타내기는 힘들다. 흑염소 한 마리를 키운다는 것은 흑염소에 매달리는 것이다. 흑염소를 묶어놓는 다는 것은 흑염소가 달아날까 묶는 것이지만 결국은 흑염소에 관심을 두는 것이고 방목하는 흑염소가 아니므로 흑염소를 매는 밧줄은 흑염소를 상전으로 곁에서 수발을 들면서 모시겠다는 결의 같은 것이다. 그래서 결국 풀밭에서 줄에 꽁꽁 매어두는 행위는 우리를 꽁꽁 매는 결박의 행위이다. 풍자와 해학이 있으므로 시는 더욱 깊이를 더해 간다. 시단에서 말없는 형님으로 과묵한 선생님으로 이런 좋은 시를 보여 주어 나는 더욱 즐거운 것이다. 시 읽는 재미를 더 하는 것이다. /김왕노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