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집 /최기순 가사미산 키 큰 낙엽송 위에 동그마니 얹힌 새집 달랑 문 하나 하늘을 향해 열려 있다 심심한 구름이 얼굴 비추는 문에 기대어 새도 한숨 쉴 때가 있을까 생각이 많을수록 집의 구조도 복잡하다 새가 잠시 집을 비운 사이 나무 아래를 서성이다가 집이 주인을 닮았음을 안다 문득 새의 집에 세 들고 싶어진다 -최기순, 「음표들의 집」(푸른사상, 2013) 중에서 「음표들의 집」은 2001년 실천문학을 통해 등단한 최기순 시인의 첫 시집이다. 이 시는 등단한 지 한참이나 지난 시인의 첫 시집에 실린 시인지라 시와 삶을 대하는 태도가 여절하게 배어 있는 듯하다. 이 시에 나타난 하늘을 향해 열려 있는 새집에 구름이 비출 때는 새집에는 그늘이 만들어지고 새의 얼굴에는 어둠이 드리워진다. 새집은 새와 닮은 것이다. 시인에게 시집은 마음에 지은 집과도 같다. 세상 모든 시집은 시인의 모습과 매우 닮았다. 이 시에서 새집은 시집, 새는 시인과 닮았다. ‘새의 집에 세 들고 싶다’는 최기순 시인은 현재 ‘오후4시’ 동인으로 활동하면서 여러 시를 발표하고 있다. 시인이 다음에 내놓을 새로운 집, 다음 시집도 기대된다. /박병
고종은 1907년 을사조약의 부당함을 세계에 알리기 위해 이상설, 이위종, 이준 3인을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리는 제2차 세계만국평화회의에 밀사로 파견했다. 이준 열사는 황제의 친서와 신임장을 품에 넣고, 4월22일 비밀리에 서울을 출발해 연해주 블라디보스토크에서 이상설과, 상 페테르부르크에서 이위종과 합류한 뒤 64일 만인 6월25일에 헤이그에 도착했다. 세 사람의 밀사는 당시 조선을 대표하는 엘리트들이었다. 수석대표인 이상설은 성균관 교수였고, 이위종은 영어 프랑스어 러시아어를 자유자재로 구사한 유일한 조선인이었으며, 이준은 우리나라 최초 검사였다. 그러나 국제사회의 냉정함은 이들의 활동을 순순히 허락지 않았다. 일제의 방해로 6월29일 열린 회의장에 들어가지도 못했다. 결국 회의장 밖에서 일제의 침략행위와 을사조약의 무효를 선언하는 공고사(控告詞)를 작성, 각국 대표에게 보내고 신문을 통하여 국제사회에 공표했지만 목적을 이루지 못한 통분을 누를 수는 없었다. 그러던 중 7월14일 이준 열사가 숙소인 바겐슈트라트 124번지 드 융 호텔에서 갑자기 세상을 떠났다. 당시 현지 의사가 쓴 사망진단서에 사인(死因)은 적혀 있지 않았다. 때문에 황성신문은 &lsq
세상 모든 이치에는 음양이 병존한다. 수원비행장 이전 문제도 그렇다. 수원시와 화성시의 미래를 보자면 당연히 이전하는 게 옳다. 그렇지만 당장 부대원과 면회객들을 상대로 하는 인근 상가는 타격을 받는다. 그럼에도 수원비행장 이전은 지역의 백년대계를 위해 절대로 필요하다. 특히 그동안 소음과 개발 제한으로 고통을 받아온 인근 주민들을 생각하면 더욱 절실한 현안이다. 수원시가 지난 20일 수원 공군비행장 이전건의서를 국방부에 제출했다. 이는 ‘과연 가능할까’라는 의문이 들었던 군 공항 이전문제가 가시권에 들었다는 것이다. 염태영 수원시장은 국방부에 수원 군 공항 이전건의서를 제출하고 가능한 신속히 이전 절차를 진행해줄 것을 요청했다. 그는 신규 공항 건설과 주민 지원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마련할 수 있다고 밝혔다. 왜냐하면 수원 공군비행장 부지는 접근성과 인프라가 유리한 도심지역에 있기 때문에 개발이익으로 충분히 충당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건 맞는 말이다. 이에 따라 국방부와 수원시는 협의체를 구성해 이전 후보지 물색, 이전지역 주민 지원 등 방안을 협의하게 된다. 이는 지난해 군 공항이전 특별법이 발효됐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일이 잘…
조성된 지 33년이 넘은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가 탈바꿈한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경기도는 지난해 6월부터 산업단지의 리모델링을 위한 ‘노후산단 2차 재생사업지구’ 및 ‘혁신 대상단지’ 선정을 사업대상지 공모를 안산·시흥시와 함께 중앙정부에 신청했다. 그 결과 최근 국토교통부가 지정하는 ‘노후산단 재생사업’에 반월산업공단이, 산업통상자원부 주도의 ‘산업단지 혁신 대상단지’로 반월·시화 산업공단이 최종 선정된 것이다. 이번 선정으로 반월 및 시화 산단은 2015년부터 2022년까지 7년간 3단계 개발 사업에 5천617억원이 투입된다. 반월·시화 국가산업단지는 국내 최대 중소기업단지로서 8천여 기업체가 입주해 있다. 국내총생산(GDP)의 6.2%, 국내 수출액의 4.3%를 책임지고 있는 국내 중추 산업단지인 것이다. 그러나 1981년 준공 후 시설개선 투자가 이뤄지지 않아 기반시설이 노후하고, 근무환경이 열악해지는 등 각종 문제점이 발생해 단지가 침체를 거듭해 왔다. 이번 재생사업과 혁신단지 선정에는 경기도를 비롯한 단지가 조성된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는 황소로 변한 바람둥이 제우스의 등에 올라탔다가 크레타 섬까지 납치되었다. 바다를 건너오느라 지친 제우스가 에우로페를 내려놓고 사랑을 나눴던 곳에 크노소스 궁전이 세워지고 그들의 장남인 미노스가 고대 그리스문명을 일구기 시작했다. 유럽 최초의 미노아 문명(Minoan civilization, 기원전 3650~기원전 1170)이 탄생한 것이다. 페니키아의 공주 에우로페는 대륙의 명칭인 유럽(Europe)의 어원이 되었다. 페니키아의 왕 아게노르는 사랑하는 딸 에우로페가 행방불명되자 깊은 근심에 휩싸였다. 그는 아들 카드모스를 불러 여동생 에우로페를 찾아오도록 하고, 여동생을 찾지 못하면 돌아오지 말라고 명령했다. 카드모스는 여동생을 찾아 방방곡곡을 헤맸으나 허사였다. 그는 그리스에 정착하여 테베라는 도시국가를 세웠다. 페니키아는 현재의 레바논 근처에 있던 나라로 고대 알파벳 문자를 최초로 발명한 해상 세력이었다. 그러니 에우로페의 크레타 섬 정착과 카드모스의 테베 건국은 소아시아의 문자가 유럽에 전파되었음을 의미한다. 즉 구전으로만 전승되던 것들이 모두 문자화됨으로써 문명의 기틀을 마련한 셈이다. 세월이 흘렀다. 라이오스는 카드모스의…
눈으로 직접 보고 귀로 듣고 손으로 만져보는 것과 같은 실험적 연구를 하므로, 어느 누구도 이를 부정할 수 없는 객관적 사실에 근거를 두고, 정확한 해답을 알아내고자 하는 것이 실사구시다. 後漢書(후한서)에서 유래된 내용으로 修學好古 實事求是(수학호고 실사구시)라 하였다. 옛것을 배우되 사실적 근거에 접근해보자는 내용이다. 우리나라에는 추사 김정희가 그의 대표적인데, 당시 유학파로 청나라 학자들과 교유하면서, 당시 考證學(고증학)에 크게 영향을 받았으며, 한국에 돌아와 金石過眼錄(김석과안록)을 저술, 무관심하던 국내 금석연구에 사실적 접근으로 많은 실적을 이루었다. 그리고 實事求是說(실사구시설)이란 글도 지어서 당대 최고의 학자로 자리매김 하였다. 그의 정신은 오로지 ‘학문을 닦고 옛것을 좋아하여’ 실제적인 일에서 옳은 것을 찾으려 했으며 ‘사실을 얻어 항상 참으로 옳은 것을 찾으려 힘썼다(務得事實 每求眞是)’. 서예사적으로 볼 때도 그의 작품은 법첩에 의거했음은 물론 작품위에 고증의 변이나 書法雅語(서법아어) 등을 적절히 기록해 놓기도 했다. 이후로 국내엔 실학파들이 일어나 經書(경서)와 역사를 溫故知新(온고지신)
고령화시대에 늘어나고 있는 독거노인에 대한 자살예방사업이 절실히 요구된다. 질병과 빈곤의 고통을 탈피하여 자신의 능력을 사회공익을 위해서 기여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해 주는 일이 중요하다. 노인들의 사회활동참여여건 조성이 필요한 이유다. 남은 생을 자신의 소망을 위해서 실천해 갈 수 있도록 정부와 지자체가 앞장서서 지원해 주어야 한다. 인천시는 노인 자살예방을 위한 노인생명희망센터를 운영할 계획이다. 위기에 있는 노인의 자살예방과 희망프로젝트 사업에 기대를 해본다. 인천시는 지난해 6월 ‘노인생활실태 및 노인보호실태 세미나’를 개최하였다. 여기에서 제시된 시민의 노인에 대한 정확한 인식과 노인 권익증진 상담 사업을 적극적으로 추진해 가야한다. 노인들의 사회기여도를 높여서 삶의 가치를 존중해주는 프로그램을 우선적으로 실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남의 도움을 받는 것보다 도울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갖고 긍정적인 삶을 영위해 갈 때에 건강하고 의미 있는 여생을 볼 낼 수 있다. 아직도 많은 노인들이 인권침해와 학대에 시달리고 있는 현실을 인식하여 이를 해결해 줄 수 있는 사회적 노력이 시급하다. 인천시의 경우 1월 말 현재 노인인구는 28만명으로
불법으로 반출된 문화재의 환수 6·25전쟁 때 미군 병사에 의해 불법으로 반출된 조선시대 문정왕후 어보가 한국의 문화재계 인사와 역사학자의 노력으로 미국이 한국에 반환하기로 결정함에 따라 한국으로 돌아오게 되었다. 그런데 금년 4월 방한하는 오바마 대통령이 이 어보를 직접 한국에 반환하면 더 의미가 있을 것 같다며 이를 요청하는 움직임이 전개되면서 국외 소재 우리 문화재에 대한 국민들의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오바마 대통령이 직접 반환하는 것은 한미우호 증진에도 도움이 되겠지만 불법으로 반출된 한국문화재의 환수를 위한 국제적인 여론 형성에도 큰 기여를 할 수 있을 것이기에 의미 있는 외교행사가 될 것이다. 국외에 소재하고 있는 한국의 문화재는 현재 확인된 것만 20개국에 15만 점이 넘는다. 이 중 많은 수가 불법적으로 외국에 반출된 문화재이기에 정부를 비롯하여 문화재계를 포함한 각계 인사의 노력이 끊임없이 이어지고 있다. 그 결과 돌려받거나 구입 등의 형식으로 돌아온 문화재도 다수 있다. 그렇지만 한국문화재를 소유하고 있는 국가들이 반환에 협조적이지 않아 문화재의 환수 작업은 국민들의 기대와는 달리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그렇기에 문화재를 반환
안양시 전·현직 시장과 안양시의회 여·야 의원들이 안양 하수처리장 위탁비리사건 항소심 법정진술을 놓고 하루가 멀다 하고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지방선거를 앞두고 시민들을 위한 정책과 비전 제시는커녕 정치 싸움에 열을 올리고 있다. 특히 안양하수종말처리장 위탁비리 항소심 재판에서 나온 브로커의 ‘최대호 안양시장 집 뇌물 전달’ 주장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고발사건으로 번졌다. 최 시장 선거캠프는 18일 새누리당 안양시의회 의원 9명을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로 안양동안경찰서에 고발했다. 최 시장 측은 고발장에서 “새누리당 시의원들이 12일 기자회견을 열어 안양하수처리장 비리 관련 성명을 발표하며 ‘안양시장 부인에게 4억원을 집으로 전달’, ‘4억원을 한번에 꿀꺽했습니다’ 등 허위사실을 공표했다”고 주장했다. 앞서 새누리당 예비후보 등록을 마친 이필운 전 안양시장 선거캠프 관계자는 지난달 28일 최대호 시장을 선거법 위반 혐의로 수원지검 안양지청에 고발했다. 고발장에 따르면 최 시장은 같은달 18일 출판기념회 때 유명 가수와 성악가를 초청해 공연하는 등 공직선거법
봄 햇살인가 하여 나와 본 내리천 양지바른 돌 틈. 바닥에 납작하게 엎드려 해바라기하고 있는 민들레가 보인다. 조금이라도 햇살 더 받으려 손바닥 벌리듯 펼친 잎. 찬바람 피하느라 키 키우지 않고 납작 엎드린 자세로 뿌리에 붙은 채 잎을 내놓은 그 영특함에 놀라지 않을 수 없다. 우리가 흔히 잡초라 칭하는 그 풀꽃들에게도 모두 살아야 할 이유가 있다. 그들의 종족을 이어가기 위해, 자신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해 그들만의 방법을 총동원하여 살아갈 줄 아는 풀꽃. 인간의 기준으로 만들어 붙인 잡초라는 이름이 아닌 그들 각자의 일생을 놓고 보았을 때 더없이 소중한 그들만의 삶을 살고 있는 것이다. 마치 군중 속에 묻혀있는 사람들 개개인의 소중한 삶들처럼. 많은 사람들은 우뚝 솟아오른 몇몇의 사람들만 기억하고 그들의 삶을 올려다보며 더 크게 부풀려 평가하기도 한다. 그들을 스타, 또는 공인이라 칭하며 그들을 따라가지 못하는 보통 사람들은 마치 하잘 것 없는 잡초가 아닌가 하는 자책감에 시달리게도 한다. 그래서 그런지 숱한 사람들은 스타 또는 시대의 인물이라 칭하는 그들의 외모를 닮아가기 위해, 그들의 경제력을 좇아가기 위해, 그들의 지식을 흉내 내기 위해 뛰고 달리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