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의 기억에 최초로 기차를 탄 것은 5살 때 아버지와 함께 대구에서 서울로 여행을 갔던 것이었다. 대구역을 출발해서 서울역까지 몇 시간이나 걸렸는지 모른다. 어린 마음에 마냥 즐거워하며 특급열차를 타고 아버지께서 사주시던 카스테라를 맛나게 먹은 기억은 지금도 내 뇌리에 또렷하다. 그리고 당시의 차창 밖 풍경들도 단편적이지만 아직도 기억에 떠오른다. 이렇게 시작된 기차와 관련한 내 기억은 중학교 고등학교를 거쳐 대학교로, 그리고 현재의 나에게 이르기까지 친근함과 향수 그리고 아련한 추억으로 꼬리를 물고 이어진다. 우리 동요에 기차길옆 오막살이라는 노래가 있다. 이 동요를 통해 우리나라 사람들은 기차에 친근감을 느끼고, 기차가 일상의 삶 속 깊이 들어와 있는 이웃이며, 친구이며, 동시에 없어서는 안 될 그 무엇으로 각인된다. 그렇다. 철도는 단순한 교통수단 그 이상의 정서적이고 감성적인 것들이 흠뻑 배인 우리 삶의 일부가 되어 있는 것이다. 철도와 우리 삶 사이의 감성적 연결고리를 확인하는 것이 또 하나 있다. 바로 은하철도999이다. 비록 일본에서 만들어진 애니메이션이지만 이 만화영화는 우리 삶 속의 철도에 대한 감성을 가장 깊은 곳까지 건드렸다. 그래서 온
2013년이 이제 모두 지나갔다. 2013년은 유난히 일들이 많았다. 매년 사건 사고가 많았던 것이 우리네 역사지만 올해는 유난했던 것 같다. 그런데 따지고 보면 해가 거듭될수록 문제는 점점 더 많아지고 사안의 심각성은 더욱 커지는 것 같다. 올해의 가장 큰 사건은 국정원 대선 개입의혹 그리고 이석기 사건이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역대 최장기 파업을 벌이고 있는 철도 노조 문제도 올해 10대 사건에 포함될 것은 분명하다. 그런데 이런 문제들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이들 사건은 정부의 갈등조정 기능을 의심하게 만들었다는 게 공통적이라는 것이다. 국정원 대선 개입 의혹만 해도 그렇다. 정부가 좀 더 일찍 적극적인 조정 역할만 했더라면 문제가 이 정도로 커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생각이다. 즉 적기에 정부가 최소한 유감 표명이라도 하고, 적극적인 국정원 개혁 의지를 피력했더라면 이 문제가 대선불복으로 이어지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말이다. 지금도 국민들 중 상당수는 국정원의 대선개입 문제가 현 정권의 정통성과 연결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는 점을 상기하면, 좀 더 일찍 그리고 적극적으로 국정원 개혁 문제를 정부 차원에서 제기했더라면 문제가 커지지 않았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한해의 마지막 날을 음력으로 섣달그믐이라 부른다. 그리고 이날은 밤에 잠을 자면 눈썹이 하얗게 센다는 아련한 추억의 속설도 갖고 있다. 때문에 소당(嘯堂) 김형수(金逈洙)는 이날을 ‘농가십이월속시(農家十二月俗詩)’에서 “나이 더한 늙은이는 술로써 위안 삼고 눈썹 셀까 어린아이 밤새도록 잠 못 자네”라고 읊기도 했다. 조선시대에는 해마다 섣달그믐이 되면 신하들이 왕에게 문안(問安)을 하고, 양반가에서는 조상을 모신 사당에 절을 하는 풍습도 있었다. 또 집안마다 웃어른을 찾아뵙고 묵은세배를 올렸고 친지들끼리 특산물을 주고받으면서 한 해의 끝을 뜻있게 마무리했다. 일반가정에서는 수세(守歲)라 하여 섣달그믐날 밤 사람들이 집에서 화롯가에 둘러앉아 아침이 되도록 자지 않았는데 새해에 복(福)을 받으려는 기원 성격이 짙었다. 때문에 묵은해를 보내고 새해를 맞이하면서 잠을 잘 일이 아니라, 묵은해를 되돌아보고 새해 설계를 하려는 우리 선조들의 지혜와 교훈을 엿보기에 충분하다. 요즘은 ‘제야의 종’을 울리는 것으로 가는 아쉬움과 새해에 거는 기대를 대신한다. 12월31일 밤 12시를 기해 33번을 타종하는 &
이제 2013년도 하루밖에 남지 않았다. 대부분의 국민들은 올 한해를 정리하고 2014년 새해를 맞으면서 1년 계획을 세우고 많은 다짐을 한다. 어떤 이들은 새해 일출을 맞으러 동해로 갈 것이고, 또 어떤 이들은 가족과 새해 타종을 하는 장소를 찾아가 새해소원을 빌거나 다짐을 할 것이다. 보통 우리나라 사람들은 담배나 술을 끊겠다는 다짐으로부터 가족건강, 내 집 마련, 대학합격, 취업, 결혼 등을 소원한다. 그런데 이 겨울추위 속에 노출된 노숙인들은 무슨 소망을 갖고 있을까? 요즘은 당연히 춥고 배고픔을 면하는 것이 우선일 게다. 그리고 가족과 다시 만나 오순도순 가정을 이루고 사는 꿈도 꿀 것이다. 또 병든 몸을 치료하거나, 자립에 성공해서 떳떳한 사회인으로 돌아가겠다는 소망을 갖는 것도 당연하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은 결코 쉽지 않다. 노숙인들에게 추위와 허기, 질병, 실의는 여전한 현실이다. 좀처럼 벗어나기 힘들다. 노숙인들이 갑자기 늘어난 때는 경제위기를 슬기롭게 넘지 못했던 김영삼 전 대통령 재임 중 발생한 IMF사태 이후다. 이때 ‘사장님’ 소리를 듣던 많은 사람들이 자살이란 극단적인 선택으로 생을 마감하거나 가족과 헤어져 거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로 한국과 중국은 물론, 미국·EU·러시아도 일본을 비난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모처럼 국제사회가 의견일치를 본 대사건이 아닐 수 없다. 야스쿠니(靖國) 신사는 태평양전쟁을 일으키고 수많은 무고한 사람을 살상한 A급 전범 14명이 합사된 곳이다. 이들 전범은 야스쿠니 신사에서 신(神)으로 추앙받고 있다. 이러한 야스쿠니 신사를 참배한다는 것은 곧 침략전쟁을 일으킨 전범들을 애국자로 일컬으며 또다시 유사한 침략을 자행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일본은 청일·러일전쟁을 통해 한반도의 주도권을 잡고 우리나라를 침략, 병합했을 뿐만 아니라 동남아 여러 국가를 점령했으며, 심지어 태평양전쟁에서 미군과 치열한 접전을 벌였다. 이러한 역사적 배경 때문에 일본은 태평양전쟁 피해국인 동남아에 막대한 원조를 했다. 그 결과, 아세안 국가로부터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용인받기에 이르렀다. 미국도 일 해상자위대가 아시아 해상에서 경찰력을 행사해 주는 것이 자국 경제와 중국 견제에 도움이 된다는 이유로 일본의 집단적 자위권을 허용했다. 러시아와 EU조차도 2차 세계대전의 참상을 잊은 채 일본
유리창 밖으로 종종 걸음을 치는 사람들을 볼라치면 전기스토브 옆에서도 오싹하게 추위가 엄습한다. 이렇게 추운 날은 하늘이 가을보다 청명하다. 티 없는 하늘이 찬 공기를 가려주지를 못하고 그대로 땅으로 내려 보낸다. 약간 흐릿하게 덮인 구름이 햇빛을 가려 더 추운 것 같지만 보온덮개 구실을 하면서 찬 공기를 막아준다. 한 장 남은 달력이 추위까지 불러 자꾸 움츠러든다. 이럴 때 무엇으로라도 환기가 필요하다. 며칠을 두고 벼르던 미역국을 끓이려고 미역을 불린다. 돌아가신 시아버님 생신이면 특별히 상을 차리지는 않지만 그냥 지나가는 게 어쩐지 허전하고 죄송스러워 미역국이라도 끓여 먹고 지나는데 올 해는 성탄절과 겹치게 되었다. 아침 일찍 어머니께서 성당을 가시면서 혼자 아침을 드셨다. 결국 우리는 간단히 계란 프라이 하나에 커피로 아침을 때우고 저녁에나 밥을 먹기로 했으나 미사 시간을 앞당기는 바람에 또 우리 부부만 있는 밥에 대충 먹고 말았다. 살아 계실 때는 심한 알코올 중독으로 나를 힘들게 한 적이 한두 번도 아니고 돌아가실 무렵에는 중환자실에 계시면서 살림이 기울 정도로 어려운 상황에 처하게도 하셨던 아버님이셨다. 그러나 당신 손자를 끔찍이 위해 주시고 병
올 연말 한국정치는 철도계의 총파업으로 몸살을 앓고 있으며 어수선한 연말을 보내고 있다. 정부가 제2의 철도회사 설립 조치는 민영화가 아니라고 해도 철도노조는 믿지 않고 있으며, 정부는 파업시작 이래 명확하고 설득력 있는 대국민 설명을 해주지 않고 있다. 멈춰선 열차처럼 한국정치가 뭔가 크게 고장 난 듯한 느낌을 준다. 올 한 해를 정치의 측면에서 규정한다면 되는 일도 없고 안 되는 일도 없이 불신이 난무하고 일의 진척이 없는 한 해였다. 이것의 단초는 작년 대선에서 댓글을 통한 국정원의 선거개입에서 만들어졌고 박근혜 정부 출범 후 그에 대한 검찰조사의 공정성 시비로 본격화되었다. 국정원의 대선개입이 한국 민주주의가 공고화되어가는 과정에서 발생해 민주발전에 큰 상처를 준 것은 사실이고 그 진상이 철저히 규명되어 관련자가 응당 처벌을 받아야 하지만 올 한해 국민들에게 그 이슈는 절박한 문제로 다가오지는 않았다. 국민들이 보기에 국정원 선거개입은 대선의 결과와는 별개의 일탈행위로 비춰졌고 국민들의 관심사는 먹고사는 문제에 집중되었다. 국민들의 이러한 태도가 한국의 민주주의가 될 대로 되라거나 과거 권위주의 시대로 돌아가도 좋다는 것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올 한해
인생의 가장 큰 행복을 톨스토이는 이렇게 정의했다. ‘한 해의 마지막에 가서 그 해의 처음보다 더 나아진 자신을 발견하는 것’이라고. 올해를 돌아보는 우리 모두의 삶이 꼭 이랬으면 좋겠다. 그러나 한해의 끝자락에서 뒤돌아보는 우리들의 삶은 그리 나아진 것이 없어 실망이 앞선다. 늘 그러했듯 가슴 벅찬 즐거움도 많지 않았고, 연초에 설정한 목표달성도 미진하다. 그래서 보람도 기쁨도 없이 계사년(癸巳年) 한해를 보내는 아쉬운 마음부터 앞서는 게 현실이다. 더욱이 우리들의 삶과 밀접한 정치 경제 사회 모든 분야의 사정은 이런 우리들의 마음을 더욱 답답하게 했다. 새 정부가 출범하고 1년이 다 지나도록 사회양극화와 갈등의 골은 더 깊어졌고, 정치는 이념과 원칙을 이탈해 극단적 대립의 늪에 빠졌다. 사회 각계각층에서도 한치의 양보도 없는 극한대결이 계속됐다. 올해를 하루 앞둔 오늘까지 철도와 민주노총의 총파업 등으로 혼란스럽기 이를 데 없다. 이렇듯 걱정이 늘고,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높아졌던 게 올해였으니 나아지기는커녕 그 어느 때보다도 각박하고 힘든 한 해를 보냈을 것은 짐작하기 그리 어렵지 않다. 여기에 야속하게도 세밑 한파까지 몰아치고 있
경기문화재단이 내년도 예산절감을 위해 발 벗고 나섰다. 최근 열린 이사회에서 경기문화재단은 운전원과 비서인력을 반납키로 하는 것을 주요 내용으로 하는 ‘2014년 소속 기관장 지원책 축소 방안’을 원안대로 통과시켰다고 밝혔다. 소속 9개 기관장은 경기도박물관, 백남준아트센터, 실학박물관, 경기도미술관, 전곡선사박물관을 비롯해 모두 9곳으로 심각한 재정위기 극복을 위해 소속 운전원과 비서를 두지 않기로 한 것이다. 당장은 불편이 뒤따르겠지만 타 기관에 솔선수범하는 모습을 보여준 것으로 판단한다. 그동안 산하 9개 기관장의 운전원은 외부 용역회사로부터 지원받아 운영해 왔다. 이들의 인건비 총액은 4억5천만원으로, 절감된 예산은 박물관과 미술관 콘텐츠 강화 사업비로 활용한다는 계획이다. 비서로 근무하던 인력 4명은 행정업무로 복귀시켜 업무에 투입키로 했다. 이밖에도 경기문화재단은 지난 10월부터 인건비 등 경직성 경비 감축과 일반운영비 및 업무추진비를 줄여 전년대비 10억원 정도의 예산절감을 추진하는 한편 소속 기관별로 수익 다변화를 꾀하고, 문화기부 등을 통한 재원마련 방안을 검토하는 중이다. 경기문화재단의 이 같은 예산절감 노력은 경기도의
지역발전과 주민들의 신뢰행정의 기본은 중앙정부의 정책이행 여부에 있다. 정부는 동두천의 미군부대를 평택으로 이전하기로 결정한 후 추진해 왔다. 2004년 확정·공표한 미군 재배치 계획에 따라 시는 동두천발전종합계획을 꼼꼼히 추진하고 있었다. 그런데 최근 들어 한미연합사단 창설부대의 동두천 주둔 언급에 이은 미8군사령부의 잔류 검토 때문에 이러한 계획이 수포로 돌아가게 생겼다면서 당초 계획대로 미군부대를 이전하라는 범시민 궐기대회가 연이어 개최되는 등 지역민의 불만 목소리가 하늘을 찌른다. 동두천시는 군사시설보호구역 등 각종 규제와 함께 기지촌의 오명 속에 도시발전 저해와 시민들의 생활이 열악하다. 동두천시에 미군의 주둔은 60여년이나 되었으며 현재는 미 보병 2사단이 주둔 중이다. 이들을 상대로 하는 상점과 클럽, 매춘업소 등은 지역발전을 저해할 뿐이다. 여기에 미군의 시민 폭행, 강간, 살인 등은 더욱 큰 문제가 되고 있다. 최근까지 이어지고 있는 여학생과 노부부의 성폭행 문제는 사회불안을 가중시켜간다. 지역의 왜곡된 이미지 개선에는 많은 시간이 소요되며 지역발전과 밀접한 관계가 있음을 명심해야한다. 전국 지자체 중 최하위의 열악한 재정형편에도 불구하고 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