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썩거리던 관광버스 한 대가 휴게소로 들어서자 불붙은 단풍이 한꺼번에 확~ 쏟아져 내렸다. 어느 산을 거쳐 왔는지 알록달록한 옷에 울긋불긋 익을 대로 익은 얼굴들. 우르르 흩어지는가 싶더니 이내 음반가게 앞에서 흔들어대고 화장실 앞에서 또 한 번 흔들어댄다. 가히 치열한 음주가무의 현장이다. 그 모습 한참을 바라보고 있자니 얼굴 붉어지다 말고 한바탕 웃음이 터져 나오고, 더하여 야릇한 숨은 흥이 스멀스멀 기어오르는가 싶더니 이내 코끝이 찡해진다. 흥에 겨워 춤추시던 환한 우리 어머니 모습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어디에 저런 열정이 숨어있었을까. 다소곳이 입 다물면 전혀 눈치 채지 못할 얌전한 모습, 숨겨둔 그 신명 풀 길이 없어 날 잡아 풀어대는 늙수그레한 그들이야말로 대한민국과 더불어 성장해온 우리 사회의 숨은 일꾼들이 아닐까. 과연 그들에게서 처절하고 치열하지 않은 게 무엇이 있었을까. 자식들 가르치느라 몸이 부서져라 일해 왔고, 그 자식들 성장하여 이제 훠이훠이 떠나갈 나이. 그 허무함은 온전히 그들이 감당해야할 그들의 몫. 인터넷을 잘 하여 그 화병 풀어낼 줄도 모르고, 그 흔한 노래방에서 목이 터져라 스트레스 한 번 제대로 풀 방법을 모르니 날 잡아…
사람들은 세계 3대 테너로 플라시도 도밍고(Placido Domingo)와 호세 카레라스(Jose Careras), 루치아노 파바로티(LucianoPavarotti)를 꼽는다. 이들은 감히 흉내 낼 수 없는 천상의 목소리로 전 세계 관객들에게 감동과 전율을 선사한 하나의 전설이기도 하다. 그런데 흥미롭게도 이들 중 도밍고와 카레라스는 서로 앙숙관계로도 유명하다. 두 사람의 국적은 모두 스페인이지만 도밍고는 1941년 스페인의 수도인 중부지방 마드리드에서 태어났고, 카레라스는 1946년 스페인의 카탈루냐 지역의 중심 도시인 바르셀로나에서 태어났다. 18세기 초 스페인 왕위 계승 전쟁에서 패전하여 자치권을 박탈당한 카탈루냐는, 스페인의 중앙정부로부터 차별대우를 받으며 꾸준히 독립을 요구하였고, 1984년에는 그 갈등이 극에 다다르게 되었다. 결국 마드리드 출신의 도밍고와 카탈루냐 출신의 카레라스는 정치적 입장의 차이로 시비가 붙었고, 카레라스가 도밍고와 절교를 선언하면서 둘의 관계는 돌이킬 수 없는 적대적 관계에 놓이게 되었다. 그들은 세계 순회공연 프로그램에 함께 참여하면서도, 무대에는 절대 같이 서지 않겠다는 조건을 내걸고 공연했을 정도였다. 그러던 1987
‘행복’이 단연 화두다. 관련해서 2013년 유엔의 세계행복보고서에 의미 있는 부분이 있다. 사회심리실험과 신경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행복은 주관적 범주에만 머무는 게 아니라 객관적 혜택으로 우리에게 보답하는 역동적인 것임을 밝힌다. 행복은 우선 건강한 삶을 오래 누리게 도와준다. 행복한 사람에게는 각종 염증과 심장질환이 줄어드는 대신 면역과 내분비 체계는 개선된다. 행복은 병으로부터 회복되는 속도도 빠르게 하고 운동이나 금연을 잘 실천할 수 있게 해 준다. 둘째, 행복은 생산성을 높여준다. 행복한 사람은 결근이 적고 다른 사람과의 협력과 협동에 적극적이다. 종업원의 만족도를 높여 기업의 매출과 이윤을 키워준다. 셋째, 높은 수준의 행복감은 사람들의 개인적 사회적 행태도 바꾸어 준다. 장기적 목표를 추구하여 저축은 늘리고 소비는 줄이게 한다. 헌혈과 기부, 자원봉사에 적극 참여하게 하고 안전벨트 착용을 늘려서 사고위험을 줄여주기까지 한단다. 나아가 한사람 한사람의 행복감이 사회 전체에 긍정적인 ‘눈덩이효과(snowball effect)’를 낳는다는 사실, 또 이런 연구결과들이 사회문화가 서로 다른 120여개 국가에서…
첫눈의 느낌은 역시 설렘이다. 또한 그리움도 섞여있다. 그러면서 기다림과 약속의 밀어(密語)인양 우리의 가슴을 들뜨게 한다. 기억 속에 보고 싶은 이들의 이름도 하얀 눈에 발자국 나듯 점점이 이어진다. “까마득하게 잊어버렸던 이름 하나가 시린 허공을 건너와 메마른 내 손등을 적신다”라는 시인 김용택의 ‘첫눈’을 읊조리지 않아도, 아니 몰라도 젊은이나 중년이나 갖는 감정은 비슷하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많은 사람들이 첫눈이 내리면 설레는 이유는 거기에 사랑이 녹아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를 대표하는 말이 ‘첫눈 오는 날 만나자’다. 하늘에서 하얀 눈발이 내리는 날 만나자는 이 낭만적 약속을 한두 번쯤 안 해본 사람이 어디 있을까마는 이로 인해 또 얼마나 많은 젊은이들을 울리고 웃겼던지 기억이 새롭다. 첫눈이 한두 번 솜털처럼 날리다 만 게 고작이기라도 하면 수많은 연인들이 만나기로 했던 장소에 ‘나가야 하나 말아야 하나’로 고심했다는 이야기는 이제 고전이다.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만나자고 약속을 하는 것일까/ 사람들은 왜 첫눈이 오면/ 그렇게들 기뻐하는 것
죽음. 인생에서 가장 확실한 단 하나의 진리. 그 누구도 비껴갈 수 없는, 그래서 만인(萬人)에게 평등한 자비의 단어. 그러나 이 평범한 진리를 받아들이기엔 우리네 영혼이 너무도 연약해, 맞닥뜨리지 않거나 그럴 수 없다면 가급적 늦게 만나기를 갈망하는 품목이다. 그래서 가능한 회피하고 싶어한다. 해서, 가장 두려운 존재이기도 하다. 아킬레스니 불로초니, 모두 그래서 생겨난 인간 상상력의 산물일 게다. 참, 아이러니하다. 가장 확실한 것이 가장 두려운 대상이니 말이다. 예부터 동서양을 막론하고 성인들은 삶과 죽음이 동전의 양면이라 했고, 인간은 살면서 등 뒤에 죽음이라는 친구를 항상 업고 다닌다고도 했다. 그러나 머리와 가슴은 거리가 너무 멀어, 생각으론 충분히 이해가 되는데 막상 닥치면 깜깜절벽이다. 오죽하면 신라 경덕왕 때의 승려 월명사(月明師)도 누이의 죽음 앞에서 ‘한 가지에 나고서도 가는 곳을 모르겠다’고 제망매가(祭亡妹歌)를 통해 고백했겠는가. 죽음에 관한 인류 최고(最高)의 경전으로 꼽히는 ‘티베트 사자의 서(The Tibetan Book of the Dead, ─死者─書)’는 “제대로 된 삶을
경기도내 초·중·고교 등 각급 학교에 설치한 폐쇄회로 TV(CCTV)의 90% 이상이 저화질이어서 제 구실을 못하고 있다. 경기도의회 강관희 교육의원이 최근 경기도교육청으로부터 제출받은 행정사무감사 자료에 의하면 도내 2천257개 초·중·고교에 설치된 2만5천733대의 CCTV 가운데 10만 화소 미만의 저화질이 93.5%인 2만4천47대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고화질로 분류되는 100만 화소 이상은 1천686대로 전체의 6.5%에 불과하다. 일반적으로 100만 화소 미만의 저화질 CCTV로는 유사시 사람의 얼굴이나 차량번호판 등을 뚜렷하게 식별하기 어려워 사실상 무용지물이나 다름없다. 인권침해 논란에도 불구하고 학교 내에 CCTV를 설치하는 목적은 다양하다. 학교폭력, 음주, 흡연, 성폭력 등 불량배들에 의한 비행이 학교 사각지대에서 취약시간대를 이용해 주로 이루어지고 있어 이를 사전에 방지하기 위함이다. 이 외에도 학교폭력의 현장 적발뿐만 아니라 기물 파괴, 도난 및 화재 예방 등 학교에서 일어날 수 있는 각종 사고를 예방하는 데에도 효과를 거둘 목적이 있다. 그런데도 대부분의 화질이 식별이 어려운가 하면 사실상 사용불능인 40만 화소 미만도 2천806대나
오는 30일 완전 개통을 앞두고 있는 성남 오리역과 수원 수원역을 잇는 복선전철 시승식이 19일 오후 망포역∼수원역∼수원시청역 구간에서 실시됐다. 염태영 시장을 비롯한 수원시 관계자와 수원시의회 의원, 시행자인 공단 관계자, 그리고 기자들이 시승한 전철은 쾌적했다. 매교동∼수원역 등 고질적인 교통체증 구간도 순식간에 지나갔다. 시승자들은 그동안 지하철 공사로 인해 곳곳이 파헤쳐지고 차량이 막히면서 냈던 짜증에 대한 보상을 받은 듯한 기분이었을 것이다. 아직 도로와 입·출입구 마무리 공사는 끝나지 않았지만 말이다. 오리∼수원 복선전철은 2000년부터 추진되기 시작했다. 2004년 공사 첫 삽을 떴으니 올해로 10년이나 된 것이다. 그 10년간 불편을 감수한 주민들에게 위로를 보낸다. 그 불편은 이제 전철 개통으로 인한 이동편의라는 선물로 보상받을 것이다. 이 대역사가 펼쳐진 분당선 연장선은 19.55㎞로서 이 구간에 오리∼죽전∼보정∼구성∼신갈∼기흥∼상갈∼청명∼영통∼망포∼매탄 권선∼수원시청∼매교∼수원 등의 역이 들어선다. 이 가운데 지난해 12월1일 기흥역∼망포역 구간(7.4㎞)이 개통돼 전철이 운행되고 있다. 이번에 개통되는 구간은 망포∼매탄권선∼수원시청-매교
최근 세계 주요 도시들이 ‘지역순환형’ 경제에 주목하고 있다. 이는 지역자원을 적극적으로 활용하기에 자원의 지역 내 조달 비중이 높고, 또 투자가 지역 내에서 반복적으로 이루어지면서 고용과 소득이 지속적으로 창출되는 경제시스템을 의미한다. 지금까지 지자체가 지역의 고용 창출과 경제 활성화를 위해 활용해온 대표적인 정책수법은 공공투자와 공장유치였다. 그러나 공공투자는 지자체의 대규모 채무를 전제로 하는 것으로, 방대한 재정지출을 동반하는 공공투자에 의한 지역경제 활성화책은 지금 우리 지자체의 살림살이 형편으로는 더 이상 지속가능할 수도 없고, 또 생각할 수도 없는 정책 기조임에 틀림없다. 또 국제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각 도시의 공장유치 또는 외자유치 대결 양상을 보면, 기업을 유치하거나 또 유치한 기업을 잡아두기 위해서 지자체가 거액의 보조금을 지급하거나 또 대규모 투자를 강행하고 있다. 여기서 더욱 중요한 것은, 예를 들어 지자체가 외국기업을 지역에 유치하는 데 성공했더라도 그 기업의 본사가 들어오지 않는 한 해당 지역경제에 대한 효과는 극히 미미하거나 꽤 한정적일 수밖에 없다는 점이다. 그렇다면 지역개발에 관한 기존의 정책 기조를 넘어
사람이 세상에 낯을 들고 사는 것이 부끄러움을 표현한 말이다. 군자는 비록 궁하다 해도 亡國之勢(망국지세)에 처하지는 않으며 비록 가난해도 亂君之祿(난군지록)은 받지 않는다. 이 말은 ‘형세가 기울었다고 해서 아첨하거나 비굴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난세에 높임을 받고 폭군에 동조하는 것을 군자는 수치로 여기기 때문이다. 史記(사기)에 項羽(항우)장사와 관련한 내용이 있다. 劉邦(유방)과 항우가 밀고 밀리는 싸움에서 1천명에 가까운 항우의 군대가 전멸해 20여명만이 항우를 따르고 있었다. 이때 진퇴양난에 빠진 항우가 부하들에게 “나는 군대를 일으켜 단 한 번도 패한 일이 없었다. 내가 지금 여기에서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은 하늘이 나를 멸망시키는 것이지 결코 내가 싸움에 약하거나 비겁한 것 때문은 아니다. 지금 그 증거를 보여 주겠다”라고 크게 소리 지르며 한나라 유방의 군대 속으로 돌진했으나 이미 기울어진 대세로 싸워보지 못하고 도망을 쳐 강가에 이르러 31세의 젊은 나이에 자결했다. 자결 직전에 따르는 병졸 하나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면목이 없음을 한탄한 내용인데 실패에 실패만 거듭하고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을…
오산시는 올해 크고 작은 다양한 축제를 열었다. 하지만 과도한 홍보 경쟁과 참여인원 부풀리기 경쟁 등으로 내실을 기하기보다 행사 규모만 키워 부실한 축제가 됐다는 평가를 받았다. 이로써 지방자치 행정력만 낭비했다는 지적도 피할 수 없게 됐다. 그런데도 시는 축제가 평년 수준이면 성공했다고 자평하며 행사에 동원된 인원이나 규모만 부풀리려는 노력을 하고, 새로운 아이템이나 축제방식을 개선하지 않은 채 안주하고 있다. 또한 축제를 책임질 수 있는 책임자 위치에 있지 않으면 그 누구도 축제에 대해 평가나 발언하는 것조차 금기시 되어 있는 실정이다. 때문에 시에서 개최하는 축제들은 대부분 부정적인 시각으로 비춰지고 있다. 오산시의 대표 축제인 ‘뷰티축제’는 ‘뷰티’라는 콘셉트를 가지고 다양한 시도를 하고 있지만 막대한 예산낭비에 따른 실속이 없다는 평가가 일반적이다. 축제 전문가나 담당자들은 새로운 아이템을 옛것과 접목해 신선한 시도를 해보고 싶어한다. 하지만 축제 책임자는 책임 소재를 만들지 않으려고 무난한 진행을 원하고, 토호 세력들은 굳어진 사고방식으로 변화를 싫어해 늘 지역 축제는 ‘그 밥에 그 나물&rsq