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이야기다. 여당의원 한사람이 대정부 질문 자료에서 동주공제(同舟共濟)라는 고사성어를 소개하면서 여야가 한 배를 탔음을 강조했다. 그는 “오나라와 월나라 사람이 같은 배를 탔는데 마침 폭풍우가 몰아쳤다. 두 나라 사람들은 협력하여 난관을 벗어나야 했기 때문에 서로 욕하거나 때리는 일을 하지 않고 마치 왼손과 오른손처럼 서로 도왔다”면서 야당의 협력이 필요함을 시사했다. 이에 반해 야당은 대정부 질문을 통해 정부 여당에 대한 적극적인 공세에 나설 작정임을 내비쳤다. 모 의원은 ‘군주야 인수야, 수능재주 역능복주(君舟也 人水也, 水能載舟 亦能覆舟)’라는 순자의 말을 인용하면서 ‘군주는 배와 같고 백성은 물과 같다. 물은 능히 배를 띄울 수도 있지만 능히 뒤집어 버릴 수도 있다’ 며 정부 여당을 심판하겠다는 뜻을 나타냈다. 서양 속담에 “배를 뜨게 해주는 물이 배를 삼키기도 한다”고 했는데 같은 맥락에서 나온 말이다. 아무리 백성의 환호와 갈채를 한 몸에 받던 위정자일지라도, 처음의 뜻을 버리고 자신이 옳다는 독선과 자만에 빠져 백성의 요구를 묵살하면 백성으로부터 외면 당하
대한역도연맹이 1일 국가대표 선수를 성추행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역도 대표팀 총감독의 보직을 1개월 동안 해임했다. 대한역도연맹은 당초 해당 감독에 대해 1개월 동안 태릉선수촌에 입촌하지 말아달라고 요청할 계획이었지만 연맹이 여론의 비난에 임기응변식으로 대응하면서 정작 피해자인 여자 선수에 대해서는 배려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일자 1개월 보직 해임을 결정한 것이다. 해당 감독은 지난 5월 31일 태릉선수촌에서 역도 여자 국가대표인 A선수에게 마사지를 해주겠다며 치료실로 데려가 엉덩이 등의 신체부위를 만지는 등 A선수가 성적 수치심을 느끼게 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이 같은 사실은 A선수가 지난달 31일 진정서를 대한역도연맹에 제출하면서 알려졌다. A선수는 당시 선수들의 마사지 등을 전담하는 트레이너가 있었는데도 감독이 직접 마사지를 했다면서 “이 사건을 혼자 묻어둘 수 없다고 생각해 공식적으로 이의를 제기했고, 나 말고 다른 선수에게 다시 그런 일이 생기지 않도록 감독이 사과하고 감독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부상 때문에 최근 열린 국내 대회에 출전하지 못한 A선수는 해당 감독과 얼굴을 마주치기 두려워 태릉선
“거친 무덤에도 해마다 봄빛은 찾아와/꽃으로 단장하니 풀로 치마 둘렀네./이 많은 꽃다운 혼들 아직 흩어지지 않고/오늘도 비 되고 구름이 되네.” 석주 권필의 한시 속에서는 생전에 아름다웠던 기생이 묻힌 선연동에 꽃다운 혼들이 비와 구름으로 변신한다. 조선시대 평양 기생은 죽으면 모두 평양 북쪽의 칠성문 밖에 장사를 지냈다. 그 묘지를 ‘선연동’, 즉 기생의 ‘곱고 예쁜 고을’이라 불렀다. 시인들에 의해서 스토리텔링이 되어 평양기생의 것만이 아니라, 조선 기생의 북망산까지 확대된다. 이러한 스토리텔링 덕택에 이곳을 지나는 시인들은 반드시 시를 남겼다. 선연동의 스토리텔링은 시인들의 꿈과 감수성을 자극하는 훌륭한 도구인 셈이다. 현대사회에서는 정보통신의 발달로 매체의 변화에 적응하는 스토리텔링이 필요하다. 여기에 대중 사회의 관심을 끄는 문화 코드 중에 하나로 기생을 빼놓을 수 없다. 누구나 잘 안다고 여기는 것 중에 기생도 빠지지 않지만 과연 우리는 제대로 알고 있을까. 그저 전해 들었을 뿐 확인할 수 없는 이야기가 전부일 수도 있다. 여러 문화원형 중에서 디지털 콘텐츠의 대상으로 기생은 특히…
수입이 크게 줄고 빚이 늘어나도 어떻게든 아이들 교육 지출은 최대한 줄이지 않으려고 발버둥치는 게 한국인의 인지상정이다. 용인시가 내년 예산에서 교육관련 예산을 크게 삭감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전철 관련 부채 7천787억원을 갚는 문제 때문이다. 안전행정부는 지난해 4월 용인시에 5천153억원 규모의 지방채 발행을 승인해주면서 향후 초긴축 예산을 짜도록 조건을 달았고, 특히 향후 3년간 교육예산을 삭감하라고 지시했다고 한다. 이게 사실이라면 안행부와 용인시는 착각을 해도 보통 착각을 하고 있는 게 아니다. 시가 삭감하려고 하는 교육예산은 주로 학교시설 개선과 사회적 약자 계층의 교육과 관련된 항목이다. 당장 교육환경개선사업비가 73억원에서 24억원으로 3분의 1 줄어든다. 학교 건물과 시설이 낡고 부서져도 고치는 게 3배나 힘들어진다는 얘기다. 이렇게 되면 오래된 학교가 많은 처인구의 교육환경부터 나빠질 수밖에 없고 학생들의 안전도 위험해진다. 또한 저소득층 자녀 돌봄교육 예산이 반토막 나고, 초등학교 병설유치원 교사 인건비 지원이 끊긴다. 중증장애인 관련 교육예산도 전액 삭감될 위기에 놓였다. 일부 무책임한 어른들이 저질러 놓은 일로 인해 학생들, 특히 더
이길우(34·미국명 브레드 헬버슨)씨는 국제구호단체 GOL(Gift of Life)에서 활동 중인 사람이다. 그는 1983년 당시 레이건 미 대통령의 도움으로 미국에서 심장병 수술을 받은 후 가난한 나라의 심장병 어린이들을 위한 구호활동을 펴고 있다. 아마 기억나는 독자들도 많을 것이다. 당시 신문에 로널드 레이건 미국 대통령과 부인 낸시 여사가 환하게 웃으며 한국 어린이 2명을 안고 있는 사진을. 이때 감동 받은 한국인들이 많았다. 한 여의사도 감동했고 수술을 받지 못하는 수많은 국내의 심장병 아이들을 생각하면서 가슴 아파했다. 이때 ‘우리보다 형편이 못한 국가의 어린이를 데려와 보은 하겠다’는 다짐도 했단다. 그는 그때 다짐을 이행했다. 그 자신과의 약속은 지금도 지켜지고 있다. 현재 가천길재단 이길여 회장의 이야기다. 이 회장은 그로부터 10여년 후인 1992년 4월, 베트남 여성 도티늉(24)씨를 한국으로 초청해 무료로 심장병 수술을 시켜줬다. 이후 1996년에 우즈베키스탄 어린이 2명과 네팔 어린이 1명도 초청돼 수술 받았다. 그리고 이때부터 지금까지 매년 해외 심장병 어린이 초청 수술은 한해도 거르지 않고 이어지고 있다. 17년 동안 무려 300명
저도(猪島). 박정희 전 대통령은 육영수 여사 피습사건이 있은 다음해인 1975년 이곳에 있는 청해대를 찾았다. 그리고 ‘아내와 함께 거닐던 곳에 혼자와 보니 아내에 대한 그리움이 더욱 간절해진다’며 필부(匹夫)로서 소회를 밝혀 많은 이들의 가슴을 찡하게 했다. 박 전 대통령이 저도를 처음 찾은 것은 1967년 여름, 가족과 함께였다. 당시 성심여고 1학년에 재학 중이던 박근혜 대통령이 비키니를 입고 사진을 찍은 것도 이때다. 저도는 섬 전체가 해송, 동백나무, 팽나무 등 울창한 수림으로 뒤덮여 있고, 해안에는 202m 길이의 인공 백사장이 펼쳐져 있는 천혜의 휴양지다. 1954년을 전후해선 이승만 전 대통령도 이곳을 자주 이용할 정도였다. 박 전 대통령은 이 같은 저도의 풍광에 매료돼 1972년 대통령 별장으로 낙점하고 이름도 직접 바다의 청와대라는 뜻의 청해대(靑海臺)로 지었다. 섬의 모양이 돼지를 닮았다고 해서 붙여진 이름 저도는 원래 거제군에 속해 있었으나 청해대가 지어지면서 원활한 경호를 이유로 진해시에 편입됐고, 관리도 해군이 맡았다. 그러다 1993년 청해대 시설의 경호가 해제되면서 지금의 거제시로 환원됐다. 그러나 관리는 변하지 않았다. 따라서
“오늘은 안정을 취하셔야 할 것 같습니다.” “영양제를 좀 맞도록 합시다.” 벌써 세 시간째 링거 줄에 혈관을 내어주고 나는 말이 없는데 창 밖 빗물은 억척스럽게도 몇 시간째 창문을 훑어 내리고 있다. 하염없이 쏟아지는 그 빗물 바라보자니, “내 눈물을 모아 놨으면 우리 동네 저수지 몇 개는 막았을 기다.” 아버지 입원해 계신 입원실 창문으로 흘러내리던 그 빗물 바라보시며 한없이 쏟아내시던 어머니 그 눈물 보는 듯하다. 유난히 병치레를 많이 하셨던 아버지께서 철 따라 응급실, 중환자실을 거쳐 입원하셨던 그 대학병원을 마치 동네 마실 다니듯 하셨던 어머니. 삶을 살아가는 데는 기쁨만 벗할 수 없다는 아버지 철학처럼 병도 벗 삼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셨던 그 아버지 날마다 더 닮아가시던 어머니. 장기 입원 환자들의 인기스타, 여행에도 산소 호흡기를 끼셔야 했던 자주도 아프셨던 아버지 함께 계실 때가 그리도 미련이 남으셨던지 아버지 돌아가시자 6개월도 못돼 혼자된 아픔 견뎌내지 못하고 위암을 얻으셨다. 태어나 처음으로 어머니 응석을 볼 수 있었던 때가 그때였다. 본인이 위암인지도 모르고 위 전 절제수술
최근 경기도내 시·군에서 사회복지시설의 민간위탁 선정 과정에 대한 공정성 시비가 보도되고 있다. 우리 사회의 키워드가 ‘복지’라고 할 정도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사회문제를 해결하는 데 있어 사회복지관, 노인복지관, 장애인복지관 등을 비롯한 각 영역의 사회복지시설 역할이 그만큼 중요하게 부각되고 있다. 특히, 최일선에서 어르신 등 복지대상자들을 만날 수 있다는 측면에서 시·군 단체장의 입장에서 보면 자신들의 정치적 역량을 확대하는 중요한 수단일 수도 있을 것이다. 이러한 현실적인 분위기 속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은, 앞으로 1년 남은 지방선거에서 사회복지시설이 지역주민들을 위한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한 기능과 역할을 하기보다는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한 수단과 도구로 전락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회복지시설 민간위탁의 목적은 사회복지서비스의 전문성과 지방정부의 부족한 재정의 효율성을 확보하기 위한 수단의 하나로 사용되어 오고 있다. 특히 지역주민들의 다양한 욕구에 부합한 양질의 복지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 시·군에서 직영하기보다는 민간 위탁방식을 통해 운영되고 있다. 민간위탁의 가장 큰 장점은 사회
우리가 생각하는 미래농업의 모습은 어떠할까? 저명한 미래학자 앨빈 토플러는 <부의 미래>에서 “미래에는 생명공학기술과 농업, 친환경 기술이 결합한 하이퍼 농업이 출현할 것이며, 식음료와 의약품 시장을 주도할 것”이라고 말했다. 농업은 작물과 가축을 재배하고 사육하는 것을 뜻한다. 생명체의 능력을 활용하거나 목적에 맞는 새로운 생명체를 만들어 인간생활에 유용하게 응용하려는 산업을 생명산업이라 일컫는데 농업은 생명산업에서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분야이다. 자연에서 얻을 수 있는 1차 자원을 활용하여 환경오염 없는 저탄소 녹색성장을 이끌어 낼 수 있는 장점을 가진 것이 바로 생명산업이다. 농업은 이제 더 이상 사양산업이 아닌 미래산업이자 유망산업이 되었다. 우리 주변에는 수많은 생명체가 있다. 미생물자원, 식물자원, 수산생물자원, 동물자원, 곤충자원 등 이 모든 자원들을 잘 활용한다면 생명산업시장의 금광을 발견하는 것과 같은 효과를 보게 될 것이다. 생명체 정보 해독은 이러한 숨겨진 금광을 찾는 데 큰 도움을 주는 기술로써, 생물 및 그 기능의 산업적 측면에서의 응용을 용이하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그 중에서도 가장 대표적인 것은…
같은 광역지자체 내에서 같은 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요금이나 이용방식이 동일한 게 상식이다. 그런데, 장애인 등 교통약자를 위해 경기도내에서 운행되는 특별교통수단은 상식에서 한참 벗어나 있다. 예컨대 수원시에서 특별교통수단을 이용할 경우 택시요금의 50%이나, 부천시에서는 40%다. 게다가 용인시에서는 10㎞ 미만 1천원, 10㎞ 초과 시 ㎞당 100원이 추가된다. 이용자가 진료를 받으러 갈 경우 수원시와 용인시 특별교통수단은 서울과 도내 전역을 이용할 수 있는 반면, 부천시 것은 인천시로 한정된다.(본보 31일자 1면) 이처럼 22개 시·군이 각기 다른 기준을 적용한다니 상식으로 이해하기 어렵다. 일반교통수단보다 더 단순하고 단일해야 할 특별교통수단의 운임과 운영방식이 이처럼 제각각인 이유는 조례상 특별교통수단의 운영책임자가 시장·군수로 돼 있기 때문이다. 도의 해당 부서에서는 이 조례를 근거로 통합운영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 이에 따라 불편을 겪는 것은 교통약자들이다. 이들은 일단 장거리 이동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앞서 예시한 대로 부천 거주 교통약자가 수원의 병원에 가기 어려운 상황이 발생한다. 특별교통수단의 도입취지가 이동권 보장에 있다는 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