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야 국회의원들이 갑의 횡포를 근절하겠다며 앞 다투어 강도 높은 대책을 제시하고 나섰다. 새누리당 전·현직 의원 모임인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은 을이 입은 손해액의 최대 10배까지 갑이 보상토록 하는 징벌적 손해배상제도 도입을 추진키로 의견을 모았다 한다. 민주당 이종걸 의원도 징벌적 손해배상을 명문화한 법률안을 발의했고, 민병두 의원도 불공정 갑을 거래를 광역지자체장이 조사할 수 있도록 하는 법률안을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지난주 배상면주가 대리점주와 CU 편의점주가 잇따라 자살하면서 ‘을의 분노’가 계속 커지고 있는 데 대한 정치권의 대응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럴 거면서 지난 임시국회에서는 왜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미뤘는지 따져 묻고 싶지만, 그보다는 어떻게든 갑의 횡포에 강력 제동을 거는 일이 먼저이므로, 향후 정치권의 행보를 일단 지켜볼 것이다. 서민들의 고통을 뻔히 알면서도 미적거리다가 불행한 사태가 연이어 터진 뒤에야 ‘해결사’인 양 나서는 행태에 대한 비판은 천천히 해도 늦지 않다. 갑을관계를 떠나 을을 죽음으로 내모는 현저한 사회적 부정의와 불평등을 바로잡는 일에 우선은 힘을 모을 필요가 있다. 여야 의원들이 중지를 모으면 이번에는 최소한
내일부터 2013 수원화성국제연극제가 열린다. 어느덧 17회째다. 1996년 8월 19일부터 25일까지 화서문 일대에서 첫 번째 행사가 열렸고, 2년 후인 1998년 8월 1일부터 9일까지 화홍문 일대에서 열렸다. 이 행사가 시작될 당시 국내외 언론은 큰 관심을 갖고 대서특필했다. 왜냐하면 우선 행사가 세계문화유산 화성을 배경으로 개최되는 데다 작품의 질이 우수했기 때문이다. 화서문에서 열린 첫 행사 때 수원시가 지원한 예산은 겨우 3천만원 정도였지만 국내 유수의 언론들은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9월 4일자 한 언론의 글은 지금까지도 당시의 분위기를 생생하게 연상시킨다. ‘특기할 만한 것은 이 모든 행사의 주체가 시민이라는 것이다. 수원지역의 예술가와 환경운동가, 시민들이 집행위원회를 구성해 행사를 추진한다. 시민들이 직접 재활용품을 이용한 공동창작을 하고 걸개그림을 걸기도 한다…(중략)…수원시민들이 ‘자연·성·인간’을 행사의 주제로 삼고 성곽을 도시개발의 장애 요소가 아니라 시민행사의 무대로 활용하는 것은 정조의 민본사상과 맥이 닿아 있다.’ 제2회 때는 되살아난 수원천에 수상무대와 객석을 설치하고 연극제를 진행했다. 수천명의 관객들은 맑아진 수원천에 발을
며칠 전 한 지인이 성년의 날(5월 셋째 주 월요일)을 맞아 올해 법적 성인이 된 아들에게 성인이 되는 것의 의미와 성인된 것을 축하하는 글과 함께 콘돔을 선물했다는 얘기를 들었다. 성인으로서의 자유를 인정함과 동시에 자신의 삶에 책임을 지라는 의미에서 그리했다고 한다. 자식에게 콘돔을 선물하는 아버지를 보며 세상이 참 많이 바뀌었다는 생각과 더불어, 성인기로 진입하는 청년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그동안 민법상 성년 기준은 만 20세였으나, 올해 7월부터는 그 기준이 만 19세로 낮춰진다. 법적 성인이 되면 투표권을 갖고, 음주, 흡연, 19금 영화 관람이 가능하고, 개인신용카드 가입도 할 수 있고, 물론 결혼도 할 수 있다. 법적으로 할 수 있는 게 많아지는 성인기, 그러나 우리사회 청년들은 과연 얼마나 성인으로서의 자유와 책임을 만끽하며, 자신의 삶과 미래를 희망적으로 일구어 나가고 있는가? 한국 역사에서 청년이라는 용어는 1900년 전후로 잡지·신문 등의 근대적 인쇄 매체를 통해 등장하다가 점차 사회의 광범위한 영역으로 확대되었다. 청년의 출현 과정을 사회문화적 관점에서 조명한 한 학자는 청년을 “흩어져 가는 균열의 경
지난달 영사모 발기인 모임을 갖고 필자는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의 회장을 맡게 되었다. 직장과 원고 집필, 장편소설 <그림자밟기>와 시나리오 곽재용 감독과 각색을 거듭하는 가운데도 가슴 따뜻한 지인들과 이 모임의 회장을 맡게 되어 사실 마음의 부담이 크다. 하지만 유년시절 영화배우 오디션 합격 등 지나온 시간 동안 스크린에서 보내왔던 세월을 보면 필자에게는 의미 있는 일이고, 그만큼 영화를 사랑하기 때문이다. 많은 사람들을 영화의 세계로 초대하고 싶다. 영화는 우리 곁에 가까이 있다. 영화관에서, 집에서, 잠시 틈나는 자리에서도 우리는 영화와 만나고 있다. 우리 곁에서 영화가 떠난 적이 없고, 늘 영화에 관심을 가지기는 했지만 요즘처럼 영화의 위상이 새삼스럽게 보인 적은 없었다. 옛날에는 외국영화를 쳐다보며 우리 영화가 많이 부족하다고 생각했지만 요즘은 작품성이 뛰어난 다양한 장르의 우리 영화가 새로운 기운을 전하기 때문이다. 우리 영화의 놀라운 약진에 기쁨을 금할 수 없다. 우리는 흔히 ‘영화 같다’ 말을 하는데, 이 말은 새롭고 놀랍거나, 실현 불가능할 것 같은 일을 만날 때 하곤 한다. 우
‘인생역전’의 대가 13억원. 미국프로골프(PGA)에서 우승한 배상문 얘기다. 그는 지난 20일(한국시간) 미 포시즌스TPC에서 벌어진 4라운드에서 매치 플레이를 연상케 하는 경기 끝에 그린재킷을 입었다. PGA투어 챔피언 한국 선수로는 최경주, 양용은에 이은 세 번째 경사다. 초반 상황은 낙관적이었다. 1타 차 2위로 출발한 배상문은 PGA투어 3번 우승 경력의 동갑내기 키건 브래들리(27·미국)에 앞서 나가더니 15번 홀에서 위기를 맞았다. 동타를 허용한 것이다. 여기에 구름처럼 몰려든 갤러리의 일방적인 응원도 감내해야 했다. 심리적으로 위축될 만도 하다. 그러나 배상문은 16번 홀에서 버디를 잡아 또다시 앞서나갔다. 이어진 17번 티샷. 먼저 타석에 오른 배상문은 두둑한 ‘배짱샷’으로 연못을 가까스로 넘겼다. PGA 진출 17개월이라는 짧은 경력에 믿기지 않는 샷이다. 이를 지켜본 키건 브래들리는 한 클럽 길게 잡았고, 결국 그린을 훌쩍 넘기는 미스샷을 범하고 말았다. 한 홀을 남겨둔 승부처에서 배상문의 정신력은 숨 막히던 승부를 가르는 원동력이 됐다. 어린 나이에 프로무대에 뛰어든 배상문이 일찌감치 태극마크를 단 동갑내기 엘리트 코스 출신의 김경태보다
잠을 깨운다고 선생님에게 주먹을 휘두르는 아이들, 하루가 멀다 하고 들려오는 아이들의 자살 소식, 5년째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청소년 행복지수 꼴찌. 어쩌다가 요즘 대한민국 청소년을 떠올리면 학교폭력, 자살, 왕따 문제부터 생각나게 되었을까? 기성세대와 신세대 간의 불통과 단절은 고대에도 있었다지만 요즘 우리 아이들이 겪고 있는 아픔과 인성문제는 그저 그 나이에 지나갈 일로 생각하기에는 너무나 심각하다. 어디서부터 꼬여 있고 어떻게 풀어야 할까? 전문가들은 문제의 원인을 가정교육에서 찾곤 한다. 그래서 가정에서의 교육을 부활시키기 위한 ‘밥상머리교육’ 부활을 주문하기도 하지만 말 그대로 공염불이다. 양부모 할 것 없이 아침부터 저녁까지 일을 하는 요즘 세태에 아이들도 하루 종일 학교와 학원에 파묻혀 있으니 어디 가정교육 부활이 쉬운 일이겠는가? 결국 믿을 것은 학교에서의 교육인데, 현실은 그야말로 참담하다. 대학입시에 모든 초점이 맞춰진 교육 현실 탓에 이미 우리 학교는 입시교육원으로 전락한 지 오래다. 인성교육 프로그램이 전무한 것도 문제지만 거칠어진 아이들과 자기 아이 감쌀 줄밖에 모르는 학부모에 치어 교사들은 아이들을 훈계하기
메모는 습관이다. 그리고 메모는 잊지 않기 위해 하는 것이 아니라 잊기 위해 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메모가 습관화 되려면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인간은 꾸준하게 행동한다는 자체를 어렵게 여기기 때문이다. ‘한국의 메모 달인들’ 저자 최효찬은 “메모는 정답이 없다. 필요한 내용을 자기가 알아볼 수 있도록 기록하는 부지런함과 어떤 상황이라도 창피해하거나 눈치 보지 않는 용기만 있으면 된다”고 적고 있다. 그리고 미국 플로리다 주립대 앤더슨 에릭슨 심리학 박사가 제시한 10년의 법칙처럼 메모도 일정 수준의 성과와 성취에 도달하려면 최소 10년간 집중적인 준비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게 그의 지론이다. 1년간 메모로 전문가적인 안목을 키운 뒤 그 관점으로 10년간 쭉 메모를 해야 어느 정도 습관화 된다고 하니 어렵지 않은가. 하지만 습관이 길들여지면 자신에게는 크나큰 유익으로 작용한다. 역사적으로 유명한 정치가, 철학가, 예술가 등 수많은 인물들이 습관에 길들여진 메모광이었다는 것은 이미 알려진 사실이다. 링컨은 긴 모자 속에 항상 연필과 종이를 넣고 다녔고, 슈베르트는 식단표는 물론 앞사람의 등에도 악상이 떠오
안산 고잔역 일대에 대통령 공약사업인 행복주택 1천500가구를 짓는 시범사업이 주민공람에 들어갔다. 철도부지 4만8천㎡에 2016년까지 ‘박근혜표 반값 아파트’를 건축해 공급하는 사업이다. 국토부가 엊그제 발표한 시범지구 7곳 가운데 경기도에 속한 곳은 고잔지구 하나다. 국토부는 고잔역 일대 슬럼화 우려를 감안해 이곳 행복주택에는 사회초년생, 신혼부부, 대학생 등 이른바 ‘활기찬 거주자’를 우선 입주시키겠다고 밝혔다. 업무·상업시설 등 복합주거타운으로 건설해 주변 도심재생과 연계하겠다는 약속도 했다. 교통접근성이 좋은 곳에 주변시세의 반값인 아파트가 들어서고 상권이 살아난다면 더 바랄 나위가 없다. 하지만 행복주택이 말 그대로 행복한 주거지로 자리 잡기 위해서는 현 단계에서 차분히 따져봐야 할 부분이 적지 않다. 대통령의 공약이라고 해서 밀어붙이는 식이어서는 곤란하다. 이명박 정부 때 추진한 보금자리주택 130만채 공급 약속이 절반도 지켜지지 못한 전철을 되풀이해서는 안 된다. 행복주택은 ‘이명박표 반값 아파트’ 정책의 부작용과 역기능을 철저히 분석해서 반영해야 한다. 보금자리주택은 도심 외곽 그린벨트에 짓는 것이고, 행복주택은 도심 내부 국공유지에 짓는다는
이명박 정권의 치적이라는 4대강 사업과 경인아라뱃길(이하 아라뱃길)을 보면 참 한숨부터 나온다. 이미 계획단계부터 많은 국민들이 걱정을 했음에도 지난 정부는 이를 강행했고 결국 탈이 나기 시작했다. 4대강은 앞으로 강행과정에서의 비리들이 낱낱이 밝혀질 것으로 국민들은 믿고 있다. 그렇게 돼야만 한다. 아라뱃길도 걱정이다. 아라뱃길은 서울 개화동에서 인천 경서동까지 18㎞ 길이의 수로로 한강과 서해를 연결한 운하다. 그런데 이 운하는 이미 2003년 감사원에서 경제적 타당성이 없다고 지적받은 사업이다. 수많은 사회적 논란이 일었지만 결국 2조5천억원이란 막대한 예산이 들어갔다. 한국수자원공사가 2년여 간의 건설기간을 거쳐 지난해 5월 전면 개통됐지만 지역 주민들은 지역 통행로 단절, 주거환경 악화, 사고위험 확대 등 많은 불편을 겪어 왔다. 이와 관련, 지난 3월29일 인천시의회 경인아라뱃길사업 개선특별위원회는 토론회를 개최, 아라뱃길의 문제점을 이미 지적한 바 있다. 이번에는 경인운하수도권공동대책위원회와 민주당 국회의원 주최로 20일 국회에서 열린 ‘경인 아라뱃길 개통 1주년 기념 토론회’에서 강한 비판이 제기됐다. 아라뱃길의 경제성이 앞으로도 예상보다 크게
배고픈 사람은 먹을 것에 약하다. 그리고 궁한 사람은 유혹에 약하다(飢者易爲食). 맹자는 “굶주린 자는 어떤 음식이라도 맛있게 먹고(飢者甘食) 목마른 자는 어떤 음료도 달게 마시며(渴者甘食) 이는 음식의 올바른 맛을 알지 못하는 것이다(是未得飮食之正也)”라 하였다. 사람이 배가 고플 때 어떤 음식이건 맛있게 먹는 것은 그 음식의 맛을 음미하면서 먹을 여유조차 없는 것이고 목이 바짝 말랐을 때 무슨 물이 됐건 마시고 단맛을 느끼는 것은 황급한 상황에 처해서 어떤 것을 헤아릴 겨를이 없는 것이다. 그런 상황에 처해서 당해보지 않은 사람에게는 그 어떤 말도 통할 리가 없다. 비단 음식뿐이 아니다. 우리가 마음먹고 살아가는 과정에 물질에 갈증을 느껴 옛사람이 말한 대로 금품 유혹에서 넘어 가기에 가장 취약한 부분이 있고, 부당한 권력에 귀 기웃거리기에 분주할 수가 있게 되는 것이다. 궁하다고 해서 마음먹었던 일을 쉬이 접지 말고 드높은 산에 올라 심호흡한 다음에 세상을 바라보라. 그리고 나를 돌아보라. 그러면 딱딱해서 못 먹겠다는 빵은 없게 된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