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록이 우거지고 있는 이때, 믿기 힘든 소식이 들려왔다. 경기문화예술을 위해 일평생을 바친 호림 선생이 영면하셨다는 소식이 들려온 것이다. 수원이 울고, 경기도가 울고, 온 산천이 우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하다. 정규호 선생은 살아생전에 알게 모르게 나눔과 배려를 실천한 분이었다. 문인이라고 하기엔 경력이 미천했던 시절에 필자는 독자 입장에서 시를 투고했고 임병호 시인과 만나 시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그러면서 필자는 시인이 되어갔고, 수원상공회의소 지하 상아그릴이며, 인계동 나드리 뷔페는 문학인들의 처소였고 크고 작은 행사를 치러낸 것은 물론 가장 우아한 장소였다. 그때의 브라운관광호텔은 지금의 리젠시호텔이었고, 북문예식장에서 문학행사며 정기총회를 하곤 했다. 그런 가운데 정 선생을 만났다. 당시에 그는 예술인들의 존경과 사랑을 한 몸에 받고 있었고 모두가 정규호 선생 앞에서 고개를 숙인 듯했다. 그리고 정규호 선생은 필자와 인연을 맺게 되었다. 문학이 위대한 것은 살아가면서 겪게 되는 아픔과 슬픔을 문학을 통해 희망으로 승화해 내기 때문이다. 정 선생을 지켜보며 문학과 문학가가 왜 위대한지를 깨달을 수 있었다. 정 선생은 삶의 슬픔을 문학으로 치유
편집국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다소 상기된 목소리의 그 독자는 25일자 경기신문 1면 기사에 대한 불만부터 쏟아냈다. “신문이 오보를 하면 됩니까?” “그것도 역사를 정반대로 보도하다니 제정신이냐고요.” 경기신문도 종북신문입니까?” “6·25가 왜 남침입니까, 북침이지?” “….” 독자의 항의 내용을 추리면 이렇다. “이날 본보 1면 머릿기사의 제목인 ‘6·25는 북침 아닌 남침’에 대해 심하게 유감이다. 북한이 침략했으니까 당연히 북침 아니냐. 왜 남한이 침략한 것처럼 남침이라고 표기했느냐. 그것도 초등학교에서 실시한 ‘6·25 바로알기’ 교육에서 그랬다니 말이 안 된다. 학교에서는 분명히 정확하게 가르쳤을 것이다. 그런데 신문이 오보를 해서 학생들은 물론 독자들까지 6·25를 남한이 침략한 것으로 잘못 알게 했으니 책임져라.” 설명은 10분 동안 이어졌고, 그래도 수긍할 수 없다며, 다시 알아보겠노라 는 말을 남기고 독자의 전화는 끝났다. 대략난감에 ‘멘붕’이다. 왜 그렇게 생각했을까. 고민은 이어졌고 답은 역사교육에 있었다. 역사는 허구나 소설이 아니기 때문에 단어 선택 하나에도 신중을 기해야 한다. 그래서 개념정립이 중요하다. 그렇지 않으면 혼란
황당하고 기가 막혔다. ‘이럴 수는 없는 거야. 절 세 번 하는 동안에 이런 일이 벌어지다니. 기어이 찾아 내고 말거야.’ 급한 마음에 좍 좍 - 내리는 빗속을 10분 이상씩이나 샅샅이 뒤져보았지만 범인을 잡을 수는 없었다. 화가 뒤엉킨 상태로 다시 돌아온 무량수전 앞엔 아무도 신고 가지 않은 신발 한 켤레가 그대로 기다리고 있었다. “앞으로 절에 오실 때는 새 신발 신고 오지 마세요. 그냥 액운을 다 가져간 거라 생각하세요”라는 관리인의 말. 상가 집에 갈 때 새 구두 신고 가지 말라는 스쳐가는 말은 들어보았지만 절에 갈 때 새 신발 신고 가지 말란 말은 처음 들어본다. 며칠 전 아들이 첫 월급 타서 백내장 걸린 어머니를 위해 난생 처음 선물해 준 고급 선글라스를, 불상 앞에 삼배 올리느라 벗어놓은 사이 누군가 슬쩍 가져간 일이 있었다고 했다. 꼭 찾아달라는 노인의 눈물 글썽이며 한 그 당부를 아직도 해결해드리지 못해 가슴이 아프다는 관리인의 말에, 얼마나 더 세상이 각박해질 수 있을까라는 생각이 들어 마음이 착잡해졌다. 편치 않은 마음 달래고파 다시 들어선 무량수전엔 조소아미타여래좌상의 번쩍이는 금빛과 치켜뜬 눈
요즘은 하루가 멀다하고 디지털 신제품이 발표된다. 제품에 탑재되는 기능들 또한 진화를 거듭한 최신형들이다. 하지만 이 제품들도 우리 생활 속에 자리 잡는 데는 그리 오랜 시간이 걸리지 않는다. 편리함에 중독된 우리들과 금방 친해지기 때문이다. 대표적 디지털기기인 스마트폰 역할도 이젠 생활의 일부가 아니다. 오히려 폰 때문에 생활이 바뀔 정도가 됐다. 컴퓨터, 태블릿 PC, 내비게이션도 마찬가지다. 일부는 이를 빗대 “사회는 이미 디지털 세상속이나 마찬가지”라고 말할 정도다. 일어나자마자 스마트폰을 찾아 날씨와 뉴스를 확인한 뒤 전날 인터넷에서 받아놓은 레시피대로 아침을 해먹고 내비게이션의 안내를 받아 출근한다. 원하면 버스와 지하철 등 어디서나 영화, 게임, 전자책, 인터넷 서핑 등은 식은 죽 먹기다. 사람과 소통하려면 말이 필요없다. 문자와 소셜네트워크가 있어서다. 손가락 하나로 쇼핑과 금융거래도 한다. 보채는 아이들에겐 스마트폰만 들이대면 금방 표정이 바뀐다. 요즘 우리가 아무렇지도 않게 보고 접하는 일상의 모습들이다. 만만치 않은 부작용 속출 그러다보니 이에 따른 부작용도 만만치 않다. 디지털 기기 범람으로 기억력 감퇴가 현저히 나
한국방송공사(KBS)가 TV수신료를 대폭 인상하는 안을 밀어붙이고 있다 한다. KBS는 오늘 이사회에 현행 2천500원인 수신료를 4천300원으로 인상하는 안과 4천800원으로 인상하는 안을 상정할 계획이다. 다행히 이사 11명 가운데 야당 추천 이사 4명이 인상 안건의 상정조차 거부해 논의가 제대로 이뤄지기는 힘들 것으로 보인다. 우리는 인상안의 처리와는 별개로 KBS가 이처럼 끈질기게 인상을 요구할 자격이 있는지부터 묻지 않을 수 없다. KBS 측이 내세우는 인상의 근거는 지난 1981년 이래 33년째 수신료가 동결되어 경영 애로가 누적되었다는 점이다. 하지만 지난 33년 새 수신료 수입은 무려 9배나 증가했다. TV 보급이 그만큼 늘었기 때문이다. 또한 광고수입은 무려 15.7배나 늘었다. 이런 상황에서 수신료가 동결됐다는 사실만을 강조하는 건 설득력이 없다. 물론 지난해 KBS는 당기순손실이 62억원에 이르고, 디지털방송으로 전환하는 과정에서 발생한 부채 3천억원을 떠안고 있다. 그러나 누적 적자를 국민들에게 호소하기 전에 공영방송의 면모를 국민들에게 제대로 보여준 적이 있는지부터 자문해 보라. 1987년 이전 KBS가 정권의 나팔수 역할을 해왔다는…
개성역사지구가 23일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지난 16일 개막해 오는 27일까지 캄보디아 프놈펜 평화궁전에서 열리는 제37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는 ‘개성역사유적지구’가 ▲고려시대 이전 한반도에 존재했던 다양한 문화·정치적 가치들을 5세기에 걸쳐 이웃국가들과 ‘교류’한 점 ▲고려의 특출한 문화적 전통을 보여주는 ‘증거’가 된다는 점을 인정해 세계유산으로의 등재를 결정했다는 소식이다. 이번에 등재 결정된 개성역사유적지구는 개성 성곽, 개성 남대문, 만월대, 개성 첨성대, 고려 성균관, 숭양서원, 선죽교, 표충사, 왕건릉, 7릉군, 명릉, 공민왕릉 등 12개 개별유적으로 이뤄져 있다. 이번 개성역사유적지구의 세계문화유산 등재는 매우 의미 있는 성과다. 지난 2008년 제32차 세계유산위원회에서 등재 반려 판정을 받은 적이 있기 때문이다. 이번 등재소식에 누구보다 반가워하는 지자체가 경기도다. 도는 지난해부터 ‘개성한옥 보존사업’을 의욕적으로 추진해 왔다. 분단 전 동일 경기권역이었던 개성의 한옥을 포함한 역사문화지구가 한민족 공동 문화유산으로서의 상징적 의미와 문화 경제적 가치가 크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대북 인도적 지원과 비정치적 분야에서의 남북교류협력사업
정준성 논설실장 달리기를 하다 보면 소위 러닝 하이(Running High) 또는 러너즈 하이(Runner’s High)라는 상태에 이르는 경우가 있다. 이것은 달리기 애호가들, 특히 마라톤 마니아들이 맛보는 독특한 도취감을 말한다. 캘리포니아대 심리학자인 아놀드 J 멘델이 1979년 발표한 정신과학 논문 ‘세컨드 윈드(Second Wind)’에서 처음 소개됐다. 달리기를 시작하여 30분 정도가 지나면 상쾌한 즐거움을 느끼게 되고 기분도 좋아져 어디까지라도 달리고 싶은 기분이 든다. 이것을 지칭하는 말이다. 느낌은 개인에 따라 차이가 있다. ‘하늘을 나는 느낌과 같다’고 표현하는 사람도 있고, ‘꽃밭을 걷고 있는 기분’이라는 사람도 있다. 어쨌든 다른 데서는 맛볼 수 없는 특이한 도취감 이라는 데는 이의가 없다. 이 기분으로 인해 사람들은 달리기에 중독되어 간다. 그러나 이 같은 느낌을 누구나가 언제나 체험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스피드경쟁을 할 때라든가, 심각한 고민을 안고 달릴 때에는 이러한 정신 상태에 이르기는 어렵다고 한다. 몸과 마음이 긴장을 풀고 비교적 여유 있는 페이스로 달릴 때 이 기분을 느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주자라면 꼭 한 번 맛보
안전행정부가 지난 4월 22일 입법예고한 ‘지방재정법 시행령’ 개정안을 놓고 경기도내 일부 시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이 개정안은 지방자치단체에 지원하는 특별재정보전금을 폐지하고, 일반재정보전금 배분 방식을 재조정하는 내용으로, 특별재정보전금은 내년부터 매년 5%씩 축소해 2018년 완전 폐지하고 일반재정보전금도 배분 기준을 현행 ‘인구수(50%), 징수실적(40%), 재정력지수(10%)’에서 ‘인구수(50%), 재정력지수(50%)’로 조정한다는 내용이다. 개정 시행령이 시행되면 경기도로부터 특별재정보전금을 받아오던 과천·수원·성남·고양·용인·화성시 등 도내 6개 시는 막대한 재정손실을 보게 된다. 더욱이 일반재정보전금 배분기준에 징수실적이 반영되지 않음으로써 이들 시가 받는 일반재정보전금도 줄게 된다. 결국 6개 시에서 빼앗은 특별재정보전금과 일반재정보전금 일부는 나머지 25개 시·군에 배분된다. 이처럼 막대한 재정손실을 보고 지자체 운영에 차질을 빚게 된 도내 6개 시는 당연히 반발하는 등 시행령 개정안에 크게 반대
주민참여예산은 주민들이 예산 편성 과정에 직접 참여하여 그 내용을 제안하고 결정하는 것이다. 1989년 브라질의 뽀르뚜알레그레에서 처음 도입, 시행된 이후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고 있다. 참여예산은 UN으로부터도 “예산을 인간개발에 우선순위를 두는 방향으로 재조정하는 실천을 통해”, “행정의 투명성을 보장하는 가장 혁신적인 방법 중 하나”라고 평가받고 있다. 수원시는 2011년, 지금까지 행정에서 편성했던 예산에 대한 권한을 주민들에게 돌려주는 주민참여예산제를 도입하여 올해로 3년차에 접어들었다. 수원시 주민참여예산은 2012년 총 197건의 주민의견을 심의하여 그중 47건을 예산으로 편성(124억6천만여원)하였고, 2013년은 총 349건 중 109건을 예산편성(279억7만천여원)했다. 첫해, 주민들과 행정, 의회, 시민단체간의 협조분위기를 조성하는 것을 시작으로 조례제정부터 평가 및 제도를 정착화 시키기 위한 활동을 했다. 이후 거버넌스를 통한 주민참여예산제의 협조체계를 구축하고 주민참여위원의 역량을 강화하는 교육과 토론이 진행되면서 제도의 활성화를 위한 다양한 방법들이 제시되고 있다. 2013년 수원시의 주민참여
주민들의 편의 제공을 위해 경기도내 각 지자체마다 설치·운영 중인 무인민원자동발급기가 제 기능을 발휘하지 못해 이용자들의 불만을 사고 있다는 본보 보도다(6월 21자 1면). 민원서류를 관공서 업무시간 외에 24시간 발급 받을 수 있게 하는 것은 주민을 위한 편의제도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기능을 발휘하지 못한다면 오히려 주민의 불편을 가중시키는 애물단지로 전락하게 마련이다. 보도를 보면 무인민원자동발급기가 꼭 그 모양이다. 특히 자동화 기기의 노후화로 각종 장애가 빈번하게 발생함에도 예산부족을 이유로 개선조차 하지 않고 있다는 것은 전시행정의 표본이라고밖에 볼 수 없다. 무인민원 자동발급기(KIOSK)란 행정기관 또는 공공장소에 설치하여 민원인이 직접 원하는 민원서류를 교부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전자 장비를 말한다. 도내에는 2002년부터 업무시간 외에 민원서류 발급이 필요한 민원인의 편의를 제공하기 위해 31개 시·군의 주민센터와 대형 유통매장 등 민원수요가 많은 곳에 총 519대를 설치해 운영 중이다. 대당 설치비용은 2천여만원이다. 민원인들은 이 기기의 지문 인식장치를 통해 본인 확인절차를 거치면 각종 서류를 연중무휴로 24시간 발급받을 수 있다. 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