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둥켜안고 우는 가족들을 보며 우리도 함께 울컥했던 시간들을 잊을 수 없다. 어머니고 아들이며, 아버지고 딸이며, 자매고 형제인 사람들이 왜 그리도 오랫동안 헤어져 피멍을 드는 세월을 견뎌야 했을까. 흐르는 세월을 어쩌지 못해 주름은 패고 목소리는 갈라졌어도 그리움으로 서로 알아보는 이들을 보며 나도 울었었다. 상봉이 그토록 절박한 눈물이었던 것은 바로 그들의 이별이 자연스런 독립이 아니라 비인간적인 생이별이었기 때문이며, 생이별의 상처를 처매줄 수 없는 이상한 거리에서 살아왔기 때문이다. 몇 남지 않았을지라도 그 이산가족들이 이제라도 마음 놓고 만날 수 있는 거리였으면 좋겠다. 죽었는지, 살았는지, 사는 형편은 어떤지 알고 살아야 하지 않겠는가. 좀 못살면 내 형제가 아닐 건가, 나와 다른 체제 속에서 살았다고 내 자식이 아니겠는가. 소식을 몰라 질식할 것 같은 사람들은 체제에 앞서, 사상에 앞서, 경제적 능력에 앞서 함께 살 수 있는 사람들이다. 그것이 7·4 남북공동성명의 정신이었다. 체제와 이념을 초월해서 남과 북이 협력하고 대화하자고 했던 바로 그 정신! 이번에 그 정신이 되살아나는 것 같아 기쁘다. 북한이 현충일에 대화의 손을 내밀었다
내년 지방선거가 1년 남았다. 지방의회 3년을 돌아보면 어김없이 낙제점이다. 돌이켜 보면 집행부 견제를 빌미로 사사건건 트집만 잡더니, 밥그릇을 놓고 싸움질까지 했다. 구리도시공사 설립을 놓고는 의장석을 점거하고, 폭력으로 얼룩진 사상 초유의 해프닝이 벌어졌다. 지방의회가 마치 국회를 닮아가고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의원들의 의정 활동은 더욱 한심하다. 시민의 행복을 위한 조례는 가뭄에 콩 나듯하다. 운영위원회까지 만들어 놓고, 회의다운 회의는 없었다. 기자회견은 영양가 없이 상대 당을 비난하는 일이 대부분이었다. 언제 한 번 시민을 걱정하고, 시 발전을 진지하게 고민한 일이 있었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요즘은 얼굴 알리기에 바쁘다. 회의는 빠지면서 행사장에는 어김없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 더욱 가관인 것은 표가 있는 곳은 어디든 달려간다는 사실이다. 시 관변단체가 강원도로 워크숍을 가자 왕복 400㎞가 넘는 현장까지 원정 인사를 갔다 온 시의원들이 있다. 표가 있는 곳엔 시간이나 기름값 정도는 전혀 아깝지 않다. 도의원도 마찬가지다. 자기와 이해관계가 얽히고, 표를 의식한 민원은 철저히 챙기는 사람이 있다. 그러면서도 공동의 이익을 대변하는 일에는 그림자조차
군자는 비록 궁하다 해도 망국지세(亡國之勢)에 처하지는 않으며, 비록 가난해도 난군지록(亂君之祿)은 받지 않는다. 이 말은 ‘형세가 기울었다고 해서 아첨하거나 비굴해하지 않는다’는 말이다. 사기(史記)에 항우(項羽)에 관한 내용이 있다. 유방(劉邦)과 항우가 밀고 밀리는 싸움에서 1천여명에 가까운 항우의 군대가 전멸하여 20여명만이 항우를 따르고 있었다. 이때 진퇴양난에 빠진 항우가 부하들에게 ‘나는 단 한 번도 패한 일이 없다. 내가 지금 이토록 괴로워하는 것은 하늘이 나를 멸망시키는 것이다. 지금 그 증거를 보여 주겠다’라고 말한 뒤 말고삐를 움켜쥐고 한나라 유방의 군대 속으로 돌진하니 유방의 군대는 흩어지고 장수 한두 명의 목이 잘려나갔으나 이미 기울어진 대세로 싸워보지 못하고 도망을 쳐 강가에 이르러 31세의 젊은 나이에 자결했다. 자결 직전에 따르는 병졸 하나 없는 자신을 돌아보며 면목이 없음을 한탄한 내용인데 실패에 실패만 거듭하고 고향에 돌아갈 면목이 없을 때를 우리는 이런 말을 하곤 한다. 바로 무면도강(無面渡江)이라고.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동반성장이 최근 우리 사회의 중요한 화두로 떠오르고 있다. 박근혜 정부도 지난 대선에서 공약한 경제민주화 정책을 추진하면서 그동안 야당의 전유물처럼 여겨져 왔던 동반성장 정책에 직간접적으로 힘을 실어주는 모습이다. 새 정부 출범 후 100일 동안 ‘라면상무’, ‘ N유업 밀어내기’, 급기야 ‘대변인 추문’ 등 강자인 갑의 횡포 속에서도 그동안 숨을 죽이며 목소리를 낮춰왔던 다수의 을이 이를 폭로하며 반격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우리 경제의 성장세가 급격히 둔화됨에 따라, 그동안 갑의 횡포에도 불구하고 버텨왔던 을들의 생존기반이 무너지고 있는 데 따른 당연한 결과라는 분석도 제기된다. 동반성장은 당초 수평적 거래관계로 설정됐던 관계가 힘과 돈의 불균형으로 인해 수직적 거래관계로 변해 버린 갑과 을의 문제를 일부나마 해결해보려는 정책으로 이해할 수 있다. ‘너 죽고 나 살기’의 약육강식형 생존경쟁에서 ‘너 살고 나 살기’의 상생 관계로 발전시켜 보자는 사회의 총체적인 의지로 기대해도 될 것 같다. 그런데 때마침 상가 건물주들과 임차인들 간의 갑을관계가 이슈화
5천500억원대의 빚더미에 올라앉은 용인도시공사가 성과급 타령을 하고 있다니 어안이 벙벙할 따름이다. 도대체 시민들을 뭘로 보는 것인지 분노마저 치민다. 10일 본보 보도에 따르면 용인시는 추경예산 중 용인도시공사 출연금으로 20억원을 편성, 이번 임시회에 상정했다고 한다. 내역은 시가 도시공사에 위탁해 진행 중인 각종 시설운영비 명목이다. 하지만 여기에 공사 사장을 포함한 임직원 162명의 에게 성과급을 준다며 4억8천900만원을 포함시켰다고 한다. 1인당 평균 300만원이 넘는 금액이다.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빚을 감당하기도 버거운 판에 자신들의 잇속부터 챙기려는 속셈을 보인 것이다. 기가 찰 노릇이 아닐 수 없다. 공기업들은 민간기업과 달리 경영실적을 감안해 급여의 일부를 성과급 명목으로 차등 지급하는 것은 맞다. 하지만 용인도시공사는 이와는 거리가 멀다. 경전철 건설로 엄청난 빚더미에 오른 가운데 시가 662억원을 출자해 설립한 용인도시공사의 지난해 기준 부채총액은 5천544억원이다. 전년도 2천100억원에 비해 배 이상 늘었다. 역북지구 토지보상비로 지난해 1천900억원 규모의 CP(기업어음)를 발행한 데다 부동산개발업체로부터 개발사업비로 1천808억
사상 최악의 전력난이 예상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전력수급대책의 일환으로 전 공공기관에 7~8월 전력사용량을 전년 대비 15% 감축하고, 계약전력 100㎾ 이상 공공기관은 피크시간대(오후 2~5시) 전력사용을 20% 감축하도록 했다. 그런데 지난 5월 말 본란을 통해서도 주장했지만 언제까지 혹서기와 혹한기에 ‘절전’이라는, 정부의 전가보도(傳家寶刀)와 같은 대책을 접해야하는지 짜증이 난다. 전기를 아껴 쓰자는 데, 에너지를 낭비하자는 데 토를 달 사람은 없다. 그런데 전기는 이제 인간생활에 반드시 필요하다. 필요한 곳에서는 사용돼야 한다. 특히 요즘처럼 연일 불볕더위가 기승을 부리는데 ‘절전’만 강요할 일이 아니다. 물론 지금은 전력 비상상황이다. 원자력발전소의 가동 중단사태로 인해 전력공급 수급 비상상황이 발령될 가능성이 크다고 한다. 당장 6월부터 비상상황인데 벌써 지난 5일 전력수급경보 ‘관심’ 단계가 올해 처음으로 발령된 바 있다. 올 여름 전력난이 현실화 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것으로, 오는 7월과 8월에는 매우 심각한 사태가 빚어질 것으로 예상된다. 전국 원전 23기 중 원전 10기가 가동을 중단한 상태로서 이로 인해 전체 전력공급량의 10%가 사라
국어시간이었다. 선생님은 수업 대신 나라의 중요 방송을 들어야 한다고 하셨다. 중학교 1학년의 삶과 매우 동떨어진 딱딱한 발표가 교내 방송으로 흘러나왔다, 선생님이 해주신 보충설명은 대충 이런 내용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남과 북의 최고위층 인사가 서로 비밀리에 평양과 서울을 방문했다. 이제부터는 남북이 싸우지 않고 통일을 해 나가기로 했다. 얼떨떨했다. 바로 전달 6월에도 멸공통일 글짓기와 웅변대회를 하지 않았던가? 이승복 어린이를 무참하게 죽이고, 울진 삼척으로 무장공비를 내려 보내던 ‘북괴’와 어떻게 대화를 하지? 그게 말이 돼? 대놓고 물어볼 수는 없었다. 어른들도 얼떨떨해 하기는 마찬가지였으니까. 단지 어른들은 왠지 안도하는 분위기였고, 약간 흥분한 것 같기도 했다. 석 달 후엔 10월 유신이라는 게 선포됐다. 역시 무슨 의미인지는 정확히 알 수 없었다. 어른들 표정은 무거웠다. 중1 우리들 일상이 천지개벽할 일은 없었으므로, 이번에도 묻지 않고 그냥 넘어갔다. 유신의 공포는 고등학생들도 실감한 정도였으나, 1972년에 무슨 일들이 일어난 건지 조리 있는 설명을 들은 건 대학생이 되고 나서였다. 선배들의 설명은 이랬다. 박통은…
8일 우연히 들른 서울 교보문고에서 닉 부이치치를 만났다. 2010년 10월 방한 때 본 후 2년 반만이었다. 신간 출판기념 사인회를 갖는 그의 모습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이 맑고 행복해 보였다. 당시 그에게서 영혼의 아름다움을 많이 느꼈던 터라 매우 반가웠다. 팔다리 없이 태어나 왕따와 좌절, 자살의 유혹을 극복하고 세계를 돌며 ‘행복’과 ‘희망’ 을 강연하는 그는 이번 방문이 3번째다. 자신의 두 번째 저서 「플라잉」을 소개하고 절망을 넘는 기적의 메시지를 전하기 위해서라고 한다. 그는 1982년 호주에서 세르비아계 목사 부부의 아들로 태어났다. 그러나 신체가 양팔과 양다리 없이 발가락 두 개가 달린 작은 왼발 하나만 가지고 있는 오체불만족(五體不滿足)이었다. 때문에 초등학교 시절부터 3번의 자살을 시도하는 등 절망 속에 살았다. 그러다 13살 때 부모의 도움으로 희망 찾기에 나섰고 비장애인이 다니는 중고교에도 진학, 그곳에서 학생회장을 지냈다. 호주 로건 그리피스대에선 회계와 경영을 전공했다. 사지가 없음에도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서핑을 하고, 드럼을 연주하고, 골프를 치고, 컴퓨터를 하는 만능 엔터테이너로 성장한다. 그는 이러한 삶을 진솔하게 표현한…
지나간 장날에 노점상들 사이에 얼굴을 붉히는 일이 있었다. 대개가 그렇듯이 사소한 일에 서로 언성을 높이고 말았다. 이유인즉 장을 돌며 장사를 하다보면 장터에서 서로 만나고, 그러다보면 자연 얼굴을 익혀가며 친분이 생기고 정도 들어 서로를 생각해주는 사이로 발전해 말 그대로 이웃사촌처럼 지내게 된다. 장마다 옷을 파는 마음씨 좋은 아저씨가 자리를 잡지 못한 이웃사촌의 사정을 안타깝게 여기고 있었는데 마침 한 장 걸러 오는 자리가 비어 있어 그 자리를 얘기해 주었다. 접시나 공기 수저 같은 그릇을 파는 노점상이 좁은 자리를 비집고 물건을 펼치게 되어 다행이라며 손님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런데 조금 후부터 옆에서 묘목을 파는 사람의 얼굴이 심상치 않았고, 옷장수가 찾아가 양해를 구하고 사과를 해가며 주위에서 양쪽을 한 자리에 불러 화해를 붙이고자 했으나 묘목장수는 들은 체도 안 하고 계속 뭐 씹은 얼굴을 하고 있었다. 사태가 이쯤 되자 계속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던 사람도 지치고 은근히 속이 치밀어 될 대로 되라며 빠지고 그릇장수는 오자마자 된 시집을 만나 보따리를 싸라는 지경에 이르러 이웃사촌끼리 뜨악하게 지나갔다. 언제나 아침을 서두르게 하는 소리는 옷장수의…
6월 임시국회가 지난 2일 개회되어 여야 원내교섭대표단체의 연설을 시작으로 본격적인 활동에 들어갔고 이번 주에는 대정부 질문이 예정돼 있다. 이번 임시국회는 박근혜 정부 출범 100일이 지난 시점에 열리는 것으로 산적한 국정현안들을 다루어야 한다. 몇 가지 현안을 중심으로 6월 임시국회에 부여된 역할을 살펴본다. 최근 이슈화된 경제문제들은 경제운영에 대한 기술적 문제라기보다는 각 경제주체의 이해관계와 정부정책으로 인한 수혜의 대상과 폭을 둘러싼 심각한 정치 갈등이라는 특징을 보여주고 있다. 6월 임시국회 원내교섭단체연설에서 드러났듯이 여야는 경제민주화 방법론에서부터 시각차를 드러냈다. 경제민주화라는 지난 대선에서의 쟁점이 이제 본격적으로 국회에서 다루어지게 된 것이다. 남양유업 사태로 시작된 갑을 논쟁은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을 서두르게 만들었고 이러한 여세를 몰아 여야는 공정위 전속 고발권 폐지, 가맹점주 보호법 등의 6월 국회 처리 약속과 함께 일감 몰아주기 규제, 신규 출자순환 금지, 금산분리 강화 등의 입법에도 속도를 내겠다고 다짐했다. 그러나 여야는 다루어야 할 의제라는 큰 틀에서는 합의를 이루어냈지만 경제민주화 관련 입법안의 내용에 대해서는 격돌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