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악산(936m)은 ‘작은 금강산’으로 불리는 가평의 명산이다. 기암괴석과 수려한 봉우리들로 구성돼 산세가 빼어나다. 따라서 관악-화악-치악-송악산과 함께 중부지방 5대 악산 중 하나로 불리며 등산객들에게 사랑을 받고 있다. 유적지도 많다. 주봉 만경대를 중심으로 산세가 험하고 기암절벽으로 산을 이루고 있어 그 경치가 절경이다. 신라 법흥왕 때 창건된 고찰인 현등사를 비롯, 궁예성터, 궁궐터, 만경대, 신선대, 병풍바위, 미륵바위 등 고적과 명승이 즐비하다. 그런데 4·24 가평군수 보궐선거의 최대 관심사로 운악산 케이블카 설치 문제가 떠올라 후보자 간은 물론 가평군민 사이의 찬반 의견이 팽팽하게 맞서고 있다. 가평군수 보궐선거에 출마한 한 무소속 후보가 ‘운악산’ 케이블카 설치를 핵심공약 중 하나로 내건 것이다. 이후 운악산 케이블카가 가평군수 보선의 최대 이슈로 부각되고 있다. 케이블카 문제는 이미 설악산과 지리산 등에서 논란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중인데 가평에서도 뜨거운 쟁점이 될 것으로 예상된다. 비록 상대 후보 측의 여론조사이긴 하지만 ‘지역경제 활성화에 도움이 될 것이므로 찬성’한다는 의견이 43.6%, ‘자연환경을 훼손하므로 반대’라는 의견은 46
여성가족부가 내놓은 손주 돌보미 사업 논란이 경기도로 옮겨 붙는 모양새다. 손주 돌보미 사업이란 여가부가 지난달 설익은 상태에서 제기했다가 여론의 비판을 받은 바 있는 사업이다. 하지만 본디 취지가 좋은 만큼 정책을 잘 다듬어서 내년에 전면 시행하겠다는 게 여가부의 방침이라 한다. 윤은숙 도의원(성남)은 이처럼 어차피 내년에 시행할 거라면 미리 도 보육조례를 손봐 시행에 들어가자며 개정안을 발의했다. 두 명이상 손주를 돌보는 조부모에게 보육비용을 지원토록 하자는 것이다. 이에 대해 경기도는 당장 필요한 다른 보육예산도 모자라 쩔쩔 매는 판이라며 난색을 표하고 있다. 손주 돌보미 사업의 의도는 사실 나무랄 데가 없다. 우선 보육기관 수가 수요에 비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에 상당수의 어린이를 조부모가 돌보는 게 현실이다. 이들에게 실질적인 도움을 주자는 데 반대할 명분은 없어 보인다. 손주 돌보미 제도는 육아 과정에서 조부모들이 하는 중요한 역할을 새삼 일깨우고, 실버 세대가 자긍심을 갖도록 하는 계기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서울 서초구가 손주를 돌보는 할머니와 외할머니들에게 수당을 지급하는 제도를 시행해 좋은 성과를 거두고 있기도 하다. 여가부가 서초구를 벤치
새 정부가 부동산 시장 활성화 대책을 내놓은 지 10여일이 지났지만 아직 그 효과는 제대로 느껴지지 않는다. 우려했던 대로 2%대의 저성장과 베이비부머 세대의 퇴진은 구매력과 수요를 견인하는 데 강한 한계로 작용하고 있으며, 좀 더 광범위한 처방이 필요해 보인다. 그런데 시장 활성화에 대한 처방은 반드시 전면적인 법 제정 혹은 폐지를 통해서만 가능한 것은 아니다. 현장의 소리를 귀담아 듣고 수렴하는 자세를 취한다면 일부 관련 규정의 손질을 통해서도 어느 정도 가능하다. 지금 현장에서는 토지거래허가구역의 규제로 인한 한숨소리가 제법 크게 들린다. 한 가지 사례를 보자. A씨는 편의시설을 매입하였지만, 은행대출 규정을 잘못 판단하여 운영자금 부족으로 사업장을 6개월째 닫아 놓고 헐값에 양도하려 한다. 하지만 토지거래허가지역의 토지 이용의무 기간인 토지의 취득 시부터 4년 동안 허가받은 목적대로 이용해야하는 규정으로 절망 상태에 있다. 불가피한 사유로 허가목적 이용이 불가능한 경우 도시계획위원회에서 인정할 때 적용 제외가 인정되지만 조건이 ‘과다 채무로 파산위기에 몰린 경우’에 같은 사유를 구체적이고 객관적으로 소명한 경우에 해당돼야 한다.…
퇴색해버린 일화지만, 한 연구소에서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교육목표에 관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대부분 ‘지식교육’보다는 ‘인간교육’에 ○표를 해놓고는, 학교에 대한 구체적 요청사항을 묻자 대학진학이 최우선이라는 이중성을 나타내더라는 것이다. 당연하지 않겠는가. 우선 붙고 봐야 하니까. 좀 미흡할수록 일단 대학은 나와야 인간구실을 할 것으로 여기는 부모가 대부분이니까. 내 자식더러 구태여 빌 게이츠처럼 또 누구처럼 고졸, 대학중퇴로도 얼마든지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쾌거의 표본이 되라고 할 수는 없는 일이니까. 부모 입장에서는 너나없이 마음을 다하는 기원의 최우선 목표가 거의 대학입학이다. 누가 그 관심, 열정, 집념을 나무라고 막을 수 있을까? 게다가 간절한 그 입장에서 고려해야 할 정보들은 자꾸 늘어나고 있다. 정시보다 수시합격생 수가 훨씬 더 많아졌고, 논술·면접이 좌우하는 전형이 있고, 입학사정관제는 부모의 열성에 의한 ‘스펙 쌓기’가 관건이라는 ‘전문적’ 설명이 자극적으로 들리고, 내신성적과 수능고사는 전통적·기본적 조건이다. 더구나…
지난해 수원시내 중학교 교장선생님과 점심식사를 하는 기회를 가졌다. 여러 가지 화제 중 하나가 ‘중학교 2학년’의 정체성이었다. 요즘 언론에서 연일 보도되는 바로 중2에 대한 고민이 쏟아졌다. 도대체 조율이 안 된단다. 중1은 중학교 신입생이라 적응하느라 고심하고, 중3은 본격적인 입시생활을 위한 준비로 방향이 정해지지만 중2는 이도저도 아니라는 설명이다. 오죽하면 ‘아줌마’라는 제3의 성(性·Gender)과 함께 세계인들의 사전에 이름을 올려야 할 특이종이라는 이야기까지 나왔다. 행동적 특질 가운데 가장 두드러지는 것은 근거 없는 자신감이다. 자신의 처지나 실력 등과 상관없이 이 세상 누구와도 맞붙어서 이길 수 있다는 철없는 확신이다. “마음만 먹으면 6개월 내 1등을 할 수 있고, 운동만 하면 격투기선수도 이길 수 있다”는 정도의 자기최면이다. 정치권에도 비슷한 확신 속에 살아가는 종족이 있다. 바로 재선(再選) 국회의원이다. 초선(初選)의원의 경우 300명에 불과한 대한민국 헌법기관이자 입법부의 구성원으로서 국정과 지역구 챙기기에 올인 한다. 누구를 보거나 온화한 미소 속에 고개를 숙이고, 지역구 민원이라면 만사를 제치고 달려간다. 뿌듯한 자긍심 속에…
두터워지는 햇볕에 겨울잠에서 깨어난, 들녘의 생명들이 나른한 봄잠에 취해있다. 엥…엥…엥에엥…. 날카로운 기계톱 소리가 전원(田園)의 평화를 깨뜨린다. 겨우내 푸르름을 뽐내던, 수십 년생 잣나무들이 잘려나가며 비명을 지른다. 택지 조성을 위하여 뒷산등성이를 사무라이 머리처럼 벗겨내고 있다. 이미, 산중턱에 주택단지가 개발되어 진입도로는 사다리처럼 서있고, 벌겋게 속살을 드러낸 산이 망측하기까지 하다. 이번에는 가파른 팔부능선까지 올라가고 있다. 아무래도 뒷산이 남아나지를 못할 것 같다. 강원도와 접경하는 수도권인 이곳은 산수(山水)가 수려하기로 이름이 높다. 북한강이 가까이 흐르는, 물 보호지역으로 공장도 축사(畜舍)도 눈에 뜨이지 않는다. 생업(生業)을 끝낸 내가 이곳에 자리 잡은 이유이기도 하다. 우리 마을은 논밭에도 집을 지을 수 있어, 구태여 산을 망가뜨리며 택지를 만들지 않아도 된다. 물론, 펜션이나 전원주택 등은 평지보다는 숲이나 물 가까이가 좋다. 그렇다 해도, 산자락쯤에 주변 경관과 조화를 이루며 건축되어야 한다. 무리하게 가파른 산을 깎아, 자연을 훼손하는 택지개발은 반드시 지양되어야 할 것이다. 요즈음에
4월인데 어쩌자고 눈이 오는가. 한쪽에서는 폭설이 내리고 다른 쪽에서는 찬바람이 분다. 그러다가 하루 사이에 다시 반팔을 입게 하는 이상한 날씨. 우수도 지나고 경칩도 지나고 청명도 지났는데 기후는 널뛰기를 한다. 절기가 뒤틀려나가고 있다. 아무래도 우리는 사계절이 뚜렷한 매력적인 “온대”를 잃은 것 같다. 우리 문제만이 아니다. 지난 겨울, 우기가 끝난 줄 알고 다녀온 캄보디아에서는 비가 내렸다. 앙코르와트에 오르는데 갑자기 엄청난 비가 쏟아내려 1시간여를 앙코르와트에 갇혀 있었다. 그 덕에 신전에서 경건한 경험을 했지만, 이런 일이 없었다는 현지인의 말에 확실히 기후변화가 세계적인 것임을 실감했다. 사실, 자연스럽게 기후가 변화한 거라면, 뭐 그리 문제겠는가. 문제는 자연스럽지 않다는 것이다. 기후변화는 ‘다보스 포럼’이 종종 중심 의제로 삼는 것이었다. 지구가 더워지고 있다는 것이고, 그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 아니라 많은 부분 인재(人災)라는 것이었다. 기후변화 국제위원회는 기후변화의 90%가 인류의 책임이라고 보고 있다. 그러고 보니 사는 게 죄다. 내가 타는 자동차, 에어컨! 겨울엔 반팔, 여름엔 긴팔을 입
수원시 장안구 정자동에 위치한 한 주상복합아파트에 요양원이 들어선다는 소식에 입주주민들이 크게 반발하고 있다. 주민들은 요양원과 계약을 한 아파트 건설사에 격렬하게 항의하는 한편 수원시에 탄원서를 제출하고 입주자들이 요양원 리모델링 공사 현장을 항의 방문해 공사 중지를 강력히 요구했다. 또 15일엔 수원시청에까지 찾아가 현수막을 내걸고 입주반대 시위를 하기도 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원만히 해결될 기미는 보이지 않는다. 주민들은 주상복합아파트에 기피시설인 요양원 입점이 말이 되느냐며 분노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다시 말하자면 주민들은 전문시설인 요양원을 기피시설, 즉 혐오시설로 보고 있는 것이다. 혐오시설이란 해당지역 주민들의 삶에 지장과 고통을 주거나, 주변 지역의 쾌적성이 훼손됨으로써 집값이나 땅값이 내려가는 등 부정적인 외부효과를 유발하는 시설이다. 쓰레기 매립장이나 소각장, 핵발전소, 유류나 가스저장소, 화장장, 장례식장이나 납골시설 등을 대표적인 혐오시설로 친다. 따라서 어느 지역을 막론하고 이런 시설들이 들어서기 전후에는 주민들과 사업 시행자 간에 한바탕 홍역을 치르게 마련이다. 정자동 주상복합아파트 주민들은 기피시설인 요양원이 들어서면 집값이 떨
출범 50일을 맞은 박근혜 정부가 여야를 넘나들며 소통의 정치를 펼치고 있어 정가에 봄바람이 불고 있다. 새 정부 조각 과정에서 장·차관 후보자 6명이 낙마해 검증 부실 논란과 함께 ‘불통’ 리더십에 대한 비판이 비등한 가운데 박근혜 대통령이 여야 지도부와 잇따라 만나는 대화 행보에 나선 것은 바람직한 일로 평가한다. 15일 가동에 들어간 여야정협의체도 소통 정치의 시발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크다. 정부의 4·1 부동산 대책의 후속 입법 문제를 중점 논의한 어제 여야정협의체 회의에서는 양도소득세와 취득세 감면을 집값 기준으로 하향조정하고 면적기준은 사실상 없애는 쪽으로 의견을 모았다고 한다. 하루아침에 성과를 내긴 어렵겠지만, 정부와 정치권이 민생을 고리로 대화의 테이블에 마주 앉은 모습을 보여준 것만도 국민에겐 반가운 소식이다. 우리 경제는 7분기 연속 0%대의 성장으로 제자리걸음을 계속하고 있다. 얼어붙어있는 투자와 소비를 살리고 경제에 활력을 불어넣으려면 추경 편성이 시급하다. 시간에 쫓겨 졸속·부실 심사를 하게 되면 비판을 피하기 어렵겠지만 멈춰선 성장 엔진을 다시 돌려 경기 부양 효과를 거두고 서민 생활의 어려움을 덜어주려면 정치권이 추경 예산의 규모
경상남도의 진주의료원 폐업 시도는 사회적 약자의 건강권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하는 계기를 제공하고 있다. 사람마다 타고난 건강상태는 다를 수 있으나, 모든 사람들의 기본적인 건강을 보장하는 것은 현대 국가의 중대한 역할 중 하나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물론 아프리카 다수 국가들과 같이 국가의 실질적 능력이 이를 뒷받침하지 못하는 국가들도 있다. 유럽의 대다수 국가들은 국민의 의료보장을 국가의 중요한 책임으로 보고, 공공의료보장체계를 통해 기본적 의료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선진국 중 공공 의료보장체계가 미흡한 대표적 국가가 미국이다. 미국의 후진적 의료 현실은 2008년 마이클 무어가 만든 ‘식코’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졌다. 2011년 우리나라에서도 산업의학의 송윤희 감독이 만든 한국판 ‘식코’ 영화 ‘하얀 정글’이 만들어져, 무늬만 비영리인 초대형 병원 중심의 시장주의적 의료현실의 부조리를 생생하게 보여주었다. 1988년 의료보험제도가 만들어진 이후 우리나라는 상당한 수준의 건강보험제도를 운영하고 있으며, 다수의 국민들이 건강보험의 혜택을 누리고 있다. 건강보험 급여 확대, 중증질환 의료비 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