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철이 되면서 기다렸다는 듯이 혼인식을 알리는 청첩장과 핸드폰 문자, 메일이 날아들기 시작한다. 천지의 모든 기운이 상승하는 봄날에 새로운 가정을 꾸리겠다는 사람들이 많은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 마땅히 가서 축하해주어야 할 하객들은 부담이 크다. 청첩장이 봄철과 가을철에 한꺼번에 몰리는 데다, 혼인식 자체도 점차 호화스러워지기 때문이다. 예전처럼 국수나 갈비탕 정도를 대접하는 것이 아니라 이젠 최소 뷔페가 대세가 됐다. 뷔페 가격은 보통 3만원에서 4만원 사이인데 이건 약과다. 서울의 유명 호텔서 하는 경우는 10만원이 훌쩍 넘어간다. 그러니 축의금 봉투에 5만원이나 10만원을 차마 넣을 수 없게 됐다. 원래 우리의 혼인잔치는 가난하면 가난한대로, 형편껏 음식을 내놓았다. 그래도 흉보는 사람이 없었다. 잔치 부조도 형편 따라 계란 한 꾸러미, 국수 한 관, 닭 한 마리 정도면 됐다. 아주 가까운 이웃은 돼지를 내놔 잔치판을 풍성하게 했다. 그러나 경제 발전과 함께 가정의례는 호화와 사치를 점차 더하게 되었다. 이로 인해 계층 간의 위화감이 조장됐으며 일부 서민이 부자들을 따라하다가 회복하기 어려운 경제적 타격을 입는 일도 종종 있었다. 오죽했으면 정부가 19
최근 세계 식량 수급의 패러다임은 잉여생산에서 부족한 시대로 전환되었으며 이러한 경향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식량부족 현상은 식량 생산의 안전한 증가세임에도 불구하고 개발도상국 중심의 인구증가와 중국과 같은 신흥국가들의 소득수준 향상으로 식품소비 패턴 변화 등으로 식량의 수요가 급증하는 추세에 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식량 수급의 균형을 유지하는 방안에는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필자는 무엇보다도 안정적 식량생산에서 출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안정적인 식량 생산을 위해서는 식물병을 주의해야 할 것이다. 식물병은 말 그대로 식물이 정상적으로 생육하지 못하고 환경적인 측면과 병원균의 영향으로 이상 현상을 나타내는 것이다. 이러한 식물병은 역사 속에서도 찾아볼 수 있다. 역사상 가장 심각했던 피해 중 하나는 1845년에 아일랜드에서 발병한 감자역병이다. 당시의 감자역병으로 전체 인구 800만 명중 100만 명이 넘는 인구가 기근으로 죽어갔으며, 150만 명이 넘는 인구가 미국과 같은 신대륙 이민으로 인해 전 인구의 3분의 1을 잃었다. 식량부족 현상 부르는 ‘식물병’ 또 다른 역사 속 식물병의 예는, 1943년 인도…
경찰교육원에 도착하자 눈발이 갑자기 날렸다. 겨울이 지나갔는데도 바람은 스산했다. 아마도 이 눈이 마지막 눈이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세상의 많은 것들이 하얗게 점철되었다. 정문 초입에 들어서자 ‘교육개혁 원년! 교육만이 살 길이다’라는 현수막이 걸려 있었고, 안병하홀, 정종수홀, 최규식홀, 후생관 등에서도 이러한 문구가 선명하게 보였다. ‘교육만이 살 길이다.’ 이 말은 경찰지휘부가 교육에 대한 열망을 여실히 드러낸 것이다. 조직문화를 변화시키고 국민을 섬기는 감성치안과 인문학을 중요히 여기며 경찰교육기관에서 강의하는 필자로서는 반가운 마음이다. 교육은 사회 구성원들 간의 조화와 화합을 이루며, 인류 공영의 근간이다. 특히 헌법에 명시된 인간다운 삶, 풍요로운 삶, 인권적 삶을 행복으로 견인해 주는 견인차 역할을 하며, 각종 범죄 예방 및 타자에 대한 사랑과 이해를 가능케 하는 상호 호혜적 평등을 실현하는 구심점이다. 21세기에 필요한 고부가가치 지식인재 육성 발굴을 위해서도 교육은 매우 중요한 것이다. 그런데 필자는 인문학과 작가로서 활동하고 있어서 때론 오해를 받곤 한다. 그럴 때마다 필자는 유명한 영화감독 알
※ 외부 기고는 의 편집방향과 다를 수도 있습니다. 문화 가 - 00224<일간> 2002년 6월 15일 창간 본지는 신문윤리강령 및 그 실천요강을 준수합니다. 요즘 인천 기업들은 좌불안석이다. 국세청 발(發) ‘괴담’으로 분위기마저 흉흉하다. 국세청이 대표적 향토기업과 대규모 사업장에 대한 고강도 세무조사에 나서자 위기감을 느낀 때문이다. 지난해 국세청은 인천지청 격인 ‘중부지방국세청 조사4국’을 인천별청으로 신설했다. 이때부터 신설 조직의 능력을 보여주기 위해 인천지역에 대한 강도 높은 세무조사가 예견돼 왔다. 여기에 국세청의 중앙수사본부로 불리는 서울청 조사4국이나 중부청 조사3국과의 경쟁차원에서도 한 차례 세무조사 태풍이 들이닥칠 것이 감지됐다. 하지만 강도가 상상을 초월한다. 대상 기업은 갈수록 늘고 있으며, 세무조사를 받는 기업들 사이에서는 ‘기업의 사활이 걸렸다’는 엄살 아닌 비명이 새 나온다. 인천지역 최대 물류업체의 세무조사를 시작으로 인천공항공사, 한국GM에 대한 조사가 이어졌다. 여기에 유명 성형외과나 대형 병원, 전문직 등으로 세무조사가 확산될 것이라는 소문이 꼬리를 문다. 처음에는 박근혜 정부의 지하경제 세원발굴 방침에 따른
바람 잔잔한 날 밭둑에 들불을 놓는다. 라이터를 그어대자 타닥타닥 타들어 가는 덤불들, 바람의 방향을 따라 불길도 자리를 옮겨간다. 들깨며 콩 옥수수 등 수확은 별로 없고 가지만 무성했던 것들이 잘도 탄다. 콩은 너무 가까이 심어서 줄기만 무성했고, 옥수수는 가뭄에 타고 거름이 부족했는지 꽃 피는 것부터 시원찮았다. 해바라기는 제법 무성하게 자랐는데 태풍에 대부분 꺾이고 몇 송이만 건져 씨앗은 되겠다. 풀을 감당하지 못해 깔았던 검은 비닐이며 이런 저런 것들을 긁어모으고 마늘을 덮고 어린 감나무를 감쌌던 짚을 끌어 모아 태우니 밭이 한결 정돈된 것 같다. 들불을 놓는 것은 한해 농사의 시작이며 땅 밑을 깨우는 일이기도 하다. 풀섶 어딘가에 남아있을 애벌레를 혼쭐내는 일이고, 올 한해도 잘 해보자는 땅과의 약속이기도 하다. 삽날을 깊이 박아 땅을 뒤집자 놀란 지렁이가 꿈틀거리는 것을 보면 흙이 살아있는 것 같아 안심이 된다. 어설프게 농사를 짓다보니 모순투성이다. 초가을에 심어야할 당근을 봄에 심었더니 장마에 다 녹아 없어졌다. 작년에는 콩을 심기가 무섭게 까치와 비둘기가 파먹어서 애를 먹었다. 녀석들 어떻게 아는지 용케도 콩을 파갔다. 콩 농사 제대로 지으려
평생 한 자리를 지키는 나무, 나무는 한 자리에서 사람들을 한결같이 바라보고 산다. 게다가 나무의 공익적 가치는 홍수조절 등 연간 50억원에 달한다. 이런 나무들의 은혜에 보답이라도 하듯 매년 4월 5일은 국민식수날인 식목일이다. 나무심기는 저탄소 녹색성장과도 밀접하다. 나무심기는 농업생산 과정에서 배출되는 탄소를 다양한 감축활동과 자발적 구매를 통해 완전 상쇄함으로써 탄소배출량을 많이 줄여준다. 농업이 연간 배출하는 탄소는 1천500만t 정도이며, 이를 모두 배출권을 구입해 상쇄하려면 800억원 정도의 예산이 든다. 하지만 나무를 심어 탄소배출량을 줄이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 현 식목일은 신라가 삼국 통일을 이룬 날(음력 2월 25일)과 조선의 성종이 선농단에서 직접 논을 경작한 날(양력 4월 5일)에 맞춰 1946년에 제정됐다. 일제 때는 4월 3일로 지정됐다가, 1960년에는 식목일을 ‘사방(砂防)의 날’로 대체하여 3월 15일로 지정하는 등 몇 번 날짜가 바뀌었다가 다시 4월 5일로 확정된 후 오늘에 이르렀다. 사실 식목일은 4월 5일이라는 단순한 날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다. 그런데도 역사적 상징성 때문에 기상상황에 맞추지 않고
박영순 구리시장의 지시가 부당한 것이었을까? 아니면 공무원들이 선거가 얼마 남지 않은 시장에게 ‘들이댄’ 것일까? 본보 지난 25일자 1면엔 독자들의 눈길을 확 끄는 기사가 실렸다. 구리시가 시장의 민원처리 지시를 완강하게 거부한 공무원 3명에 대해 전격 직위 해제시켰다는 내용이다. 당연히 구리시는 물론 도내 모든 공직사회에 파문이 일 수밖에 없다. 좀 더 자세히 기사내용을 살펴보면 구리시가 지난 22일 유모 지방시설사무관(5급)을 비롯, 오모 지방행정주사와 김모 지방시설주사(6급) 등 3명의 간부공무원에 대해 직위해제하고 총무과로 대기발령했다는 것이다. 뿐만 아니라 이들에 대한 징계를 경기도에 의뢰하겠단다. 구리시장은 앞으로 안전행정부의 징계편람을 적용해 중징계할 방침이라고 단단히 벼르고 있다고 한다.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기에 청와대를 거쳐 구리시에서 관선시장과 민선 2기, 4기, 현재 민선 5기 시장을 하고 있는 ‘산전수전 다 겪은’ 박 시장이 이처럼 격노했을까? 대충 배경을 설명하면 이렇다. 2008년 구리시가 고구려대장간마을을 조성하면서 진입로 입구에 있던 A씨의 건축물이 철거당했다. A씨는 지난해 4월 음식점을 짓기 위해 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
배우 김혜수씨가 엊그제 석사논문 표절을 솔직하게 시인하고 팬들에게 사과한 후 학위를 반납하겠다고 밝혔다. 12년 전 일이지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한다는 것이다. 코미디언 김미화씨도 자신이 진행하고 있는 라디오 프로그램에서 하차하겠다고 선언했다. 일부 이론의 재인용 과정에서 연구자의 도리를 지키지 못했다는 것이다. 이들에 앞서 스타강사 출신 방송인 김미경씨도 자신의 이름을 딴 프로그램을 접는다고 밝혔다. 김미경씨는 2007년 석사학위논문이 기준에 맞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양심을 팔지는 않았다고 주장했으나, 어쨌든 자신의 불찰을 인정하며 방송을 그만두겠다고 했다. 세 사람의 기존 이미지와 시비가 불거진 경위가 달랐기에 같은 논문표절이지만 이들에 대한 세간의 여론에는 온도차가 느껴진다. 누구에게는 동정론이 우세한 반면 누구에게는 비난이 더 강하게 쏠리기도 한다. 김미화씨의 경우 논문표절과 상관없는 정치적 성향을 문제 삼아 공방이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나 세 사람은 모두 결과적으로 깨끗이 책임지는 모습을 보였다. 김혜수씨는 곧 촬영이 개시될 드라마 때문에 활동을 그만두지는 못하지만 학위를 반납하고 속죄하는 마음으로 연기에 더 열성을 쏟겠다고 말했다. 대중의 주목을…
구리시의 공무원 직위해제 사건이 경기도내 공직사회에 큰 파장을 낳고 있다. 구리시의 조치는 시장 지시에 불응한 일종의 명령 불복종에 따른 인사조치인 셈이다. 흔히 직무와 관련된 비리 등으로 직위해제 조치를 취한 사례는 있지만, 시장 지시를 따르지 않았다는 이유로 직위를 해제한 경우는 매우 드문 일이다. 시가 토지주의 이축 민원을 놓고 시장과 담당 공무원이 각각 서로 다른 견해를 보인 것은 사실이다. 그래서 얼핏 보면 법리해석에 따른 상·하간 의견 차이로 비쳐질 수 있다. 그러나 접근 방법에는 상당한 거리가 있었다. 2008년에 헐린 토지주의 건축물은 법률이 신설된 지난해 3월 17일 이전에 이뤄진 행위이므로 이축허가 대상이 될 수 없다는 것이 관계 공무원들의 판단이었다. ‘가능하다’는 시 자문변호사의 의견도 공무원들에게는 통하지 않았다. ‘다른 국민들에게 피해가 없고, 국민의 재산권을 보호하려는 데 있다’고 한 입법 취지도 무색했다. 박영순 시장은 공무원들이 무조건 ‘안 된다’고 한 이유를 ‘무지몽매(無知蒙昧)’에 비교했다. 구리시의 징계는 안전행정부의 징계편람
얼마 전 자기 분야에서 나름 열심히 살고 계신 양식 있는 분들과 같이 영화를 보고 난 후 술자리에서 있었던 일이다. 좋은 분위기에 한창 흥이 오를 무렵, 갑자기 어색한 상황이 생겼다. 내가 앞자리에 계시던 분이 듣고 싶어한 말 한 마디를 입 밖에 내지 않은 게 원인이었다. 서로의 관계가 돈독해지며 으쌰으쌰 하던 분위기는 나와 그 분 사이에 흐르는 냉기로 인해 점점 싸해졌다. 그분이 나에게 듣고자 했던 한 마디는 바로 ‘형님’이라는 호칭이었다. 자신이 한 살 더 많다는 사실을 몇 번씩 얘기하며 은근히 강조했는데도, 내가 주어를 생략한 대사를 계속 드리니까, 결국엔 자신이 무시당했다고 생각했는지 굳은 얼굴을 하고 다른 자리로 옮겨가버렸다. 그땐 이미 여러 차례 술잔이 오간 터라 속으로 ‘돈 들어가는 일도 아닌데 그냥 편하게 분위기에 묻어갈 걸 그랬나?’ 하다가도 동의할 수 없는 뭔가를 느꼈다. 가끔은 자신이 나이가 한두 살 많은데도 상대에게 형님이라고 먼저 불러주는 경우도 보았다. 주로 이해관계가 걸린 관계에서 갑의 위치에 있는 사람에게 몇 살 많은 을이 바람 앞의 풀처럼 바로 눕는 경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