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동언 경희대학교 아트퓨전디자인대학원 교수 노래만큼 위대한 생명력을 지닌 것이 또 있을까? 슬플 때나 기쁠 때, 고난의 시기와 참혹한 전쟁의 순간에도 노래는 사람들과 함께해왔다. 수천 년의 역사를 간직한 채 모든 나라와 민족 곁에 머물러 온 노래의 생명력과 파급력은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삶을 지탱해주는 힘으로 변함없이 인류 역사를 관통하고 있다. 지난 25일 거행된 박근혜 대통령의 취임식은 노래잔치였다. 식전행사는 대한민국 정부수립부터 현재까지의 각 시대별 노래와 춤이 어우러진 뮤지컬 형식이었다. 마지막 순서로 세계적 열풍의 주인공 싸이가 등장해 행사에 참여한 이들과 신나게 말춤을 추며 ‘강남 스타일’을 불러 한껏 흥을 돋웠다. 공식행사 순서 역시 노래가 흐름을 주도했다. 국민합창단과 두 명의 성악가가 부른 애국가, 축하무대, 그리고 행사의 마무리 곡으로 선택된 ‘나의 살던 고향’과 ‘행복을 주는 사람’까지. 그 중 필자의 관심을 끈 것은 무엇보다도 축하무대의 ‘아리랑 판타지’였다. 안숙선 명창, 가수 인순이, 뮤지컬 배우 최정원, 재즈 보컬리스트 나윤선이 편곡자 양방원과 함께한 아리랑은, 세계무대에서 ‘아리랑 스타일’을 기대해도 좋은 이유를 보여주었다.…
백년해로 하는 부부의 모습이 사라지고 있다. ‘검은머리 파뿌리 될 때까지 살라’는 말은 옛말이 되었다. 최근 통계청이 발표한 2012년 사회동향 자료에 따르면 황혼이혼율이 1990년 5.2%에서 2011년 25%로 불과 20년 동안 5배 늘었다고 한다. 배우자 만족도 내용에서는 남성보다 여성의 만족도가 낮은 편이며, 50대 중년 여성으로 갈수록 남편에 대한 점수가 낮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황혼이혼이란 말은 최근까지 낯선 단어였다. 사회의 비판적 시선 때문에 이혼을 망설였으며 자식이 ‘보호인자’ 역할을 하였으나 여성의 권익이 향상됨에 따라 참고 사는 미덕이 끝난 것이다. 황혼이혼이 늘어난 이유는 많이 있으나 그중에서 결혼에 대한 가치관 변화가 크다. 여성의 경제활동이 늘고 부부간의 지위가 동등해지면서 결혼과 이혼에 대한 생각이 바뀐 것이다. 또한 기대수명의 증가로 부부가 자녀를 출가시킨 후 함께 지내는 시간이 점점 길어지고 있지만 가부장 문화에 따른 낮은 친밀도로 황혼이혼이 높아진 것이다. 오죽하면 ‘60대는 살갗만 닿으면 이혼 당하고’, ‘70대는 존재 자체가 이혼 사유다’
최근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경기도의 최대 현안인 GTX 추진과 광역철도사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을 줄여주도록 하는 내용의 수도권 교통대책을 국정과제에 포함시켰다. GTX 사업을 수도권 교통대책의 핵심으로 본 김문수 도지사가 앞장서 차세대 미래 발전을 위해 각고의 노력을 기울인 결과다. 이에 반해 KTX 광명역세권 개발 및 활성화 대책은 답보상태를 면치 못하면서 시민의 비난여론이 지역 정치인들에 쏠리고 있다. 역세권 개발사업이 현재 어떻게 진행되며 향후 광명역 이용객들의 분산으로 인한 대안은 무엇인지 궁금증을 해소해야 함에도 지역주민의 숙원은 뒷전인 채 중앙 무대에서 자신들의 위치 지키기에만 급급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KTX 광명역은 10여 년 전 전국철도망을 연결하는 시발역으로 건설됐지만 출발시점부터 중앙 정치권의 큰 벽을 허물지 못하고 지금까지 시발역은커녕 향후에는 중간 정차역으로 전락할 위기에 놓였다. 그럼에도 역세권 활성화를 위해 어느 한 사람도 관심을 갖는 정치인이 없다는 현실에 시민의 분노를 자아내고 있다. 만약 박근혜 정부에서 경기도 수원과 서울 강남·북을 있는 GTX와 제2의 KTX가 수서역까지 운행되는 수원으로의 신규 고속철…
남양주 슬로푸드 국제대회 계획안이 확정됐다. 대회조직위원회가 지난 27일 발표한 내용을 보면 오는 10월 1일부터 6일까지 남양주시 이패동과 조안면 일원에서 아시아와 오세아니아 40여 개국이 참가한 가운데 1천여 가지의 음식을 선보일 예정이라고 한다. 아시아 구스토(Asia Gusto)라 불리는 이 대회의 주제는 ‘생산은 유기농 밥상은 슬로푸드’와 ‘슬로푸드 맛으로 바꾸는 세상’으로 정해졌다. 아시아에서는 최초로 열리는 이 대회가 성공적으로 치러지기를 진심으로 기원한다. 삶의 지혜가 담긴 맛으로 세상을 바꾸겠다는 취지를 높이 사며, 현란한 속도를 자랑하는 현대문명의 병폐를 바로잡는 계기가 될 수도 있다는 희망을 갖기 때문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이 대회가 ‘이색적인 세계 맛 대회’로 전락하지 않도록 지금부터 치열하게 고민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야 한다. 슬로푸드 운동은 미각을 소홀히 하지 않는다. 오히려 미각을 존중하고 미각을 향상시킬 때 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고 믿는다. 그러나 운동의 정신에 충실하지 않으면 ‘속도의 노예상황’에서 벗어나기는커녕 오프라인으로 옮겨놓은 TV 맛 프로그램 종합선물세트 수준으로 전락할 가능성이 상존한다. 대회 계획안을 살펴볼 때 에듀
오늘은 제94주년 3·1절이다. 해마다 3·1절이 되면 기억나는 인물들이 있다. 기미독립선언서에 서명한 민족대표 한용운 등 33인과 유관순 열사 등이다. 그런데 경기지역에서도 만세시위가 극렬했다. 화성 제암리와 발안장터, 안성 원곡과 양성의 독립운동 등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만세운동이었다. 뿐만 아니라 경기지역에서도 유관순 열사 못지않은 자랑스러운 여성 독립운동가들이 있었다. 이선경과 김향화란 인물이다. ‘독립운동의 꽃’ 이선경은 순국 당시 유관순과 비슷한 나이인 18세의 소녀였고, 김향화는 놀랍게도 기생의 신분이었다. 이선경의 이야기는 수원박물관의 기획·제작지원으로 한 방송의 다큐멘터리로 제작돼 지난해 8월15일 광복절에 방영됨으로써 세인에게 알려진 바 있다. ‘경기도의 유관순’이라 불리는 이선경 열사는 지난해 3·1절에 독립운동을 하다 순국한 사실이 인정되어 순국 90년 만에 건국포장 애국장에 추서되어 독립유공자로 포상 받았다. 이선경은 3·1운동 직후 수원지역의 젊은 청년들이던 박선태 등과 함께 수원에서 구국민단이라는 비밀결사를 조직해 활동했다. 이후 일제경찰에 체포되어 옥고를 치르고 심한 고문 끝에 풀려났지만 고문의 후유증을 견디지 못한 채 9일 만인
흐린 잉크가 기억보다 낫다는 말이다. 사람이란 시간이 지나면서 기억력이 서서히 사라지게 되어 있어 망각에 빠질 수밖에 없다. 생각이 떠오르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를 놓치지 않고 살리는 것은 더욱 중요한 것이기 때문이다. 옛말에 언지무문행지불원(言之無文行之不遠)이라 했다. 기록 없는 말은 절대로 오래가지 못한다는 뜻이다. 아무리 똑똑하고 기억력이 좋다 하더라도 기록하는 사람에게는 당할 수 없다는 말이다. 역사적으로 봐도 기록문화의 중요성이 구전문화(口傳文化)와 어찌 비교될 수 있나. 미국의 링컨 대통령은 모자 속에 종이와 연필을 넣어 다닌 사람으로 널리 알려져 있는데, 다니는 도중에 떠오른 생각이나 남에게서 얻어 들은 유익한 말들을 메모하는 습관이 있었다. 그는 학교 문턱도 밟아보지 않았는데도 세계 역사상 가장 훌륭한 정치가의 한 사람으로 꼽히고 있다. 유명한 음악가 슈베르트도 악상이 떠오를 때면 곧바로 입고 있던 자기 옷에 악보를 그려 기록한 덕분에 가장 아름다운 곡을 만들어 냈다고 할 수 있다. 메모하는 습관은 공부하는 습관이라고 말한 이가 있다. 메모란 정확성을 기하고 책임감을 가지며 계획성을 실천하는 것이라고도 했다. 요즘같이 빠르게 돌아가는 세상에 수첩
여자 프로골프 선수인 위성미의 미국 이름은 ‘미셸 위’다. 아니 본명이 미셀 위이고, 한국식 이름이 위성미라고 표현하는 게 옳겠다. 한국에서 이민 간 부모를 두고, 하와이에서 태어났으니 태어날 때부터 미국인이다. 10대 소녀시절, 남자선수도 어렵다는 300야드 이상의 엄청난 장타와 천재성으로 대기(大器)로 손꼽혔다. 17살 때는 이미 미국 타임지가 선정한 100인의 인물에 포함될 정도로 주목을 끌었다. 여기에 빼어난 미모와 아이비리그인 스탠포드대학에 입학할 정도의 명석함을 지녀 아이돌스타로 대접받았다. 그가 프로전향을 선언하자 곧바로 나이키는 1천만 달러의 수표를 내밀었고, 소니 역시 그에 버금가는 금액을 제시했다. 10대 소녀가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순간이다. 하지만 미국에서 두각을 나타내기 전, 위는 한국에서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다. 유달리 핏줄의식이 강한 한국사회의 특성상 그는 ‘배달의 민족’이었다. 그래서인지 할아버지 고향인 전남 장흥군민들은 그가 무명시절, 대회참가비 등이 부족하다는 소식에 후원금을 모아 전달하는 온정을 보였다. 한국 골프계 역시 위에게는 늘 따뜻했다. 미국에서의 성
2월은 졸업식이 있는 달입니다. 졸업생들은 상급학교로의 진학, 혹은 취업 등의 길을 걷게 될 것입니다. 학교를 떠나는 학생들을 볼 때마다 이제 당당하게 자신의 삶을 살아가게 될 제자들에 대한 뿌듯한 마음보다는 오히려 걱정과 근심이 앞섭니다. 취업하지 못한 제자들을 보면 더욱 그렇습니다. 질풍노도와 같았던 대학시절에 이미 세상을 조금 배웠다고는 하지만, 세상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더 가혹합니다. 졸업생 모두는 아니겠지만 그 가운데 다수는 이제 더 이상 졸업장이나 학위 증서를 수여하는 학교를 졸업하는 일은 없을 것입니다. 졸업생들은 이제 전혀 다른 학교로 들어가게 될 것인데, 그 학교는 ‘인생학교’입니다. ‘인생학교’는 수업연한이나 교실, 학점도 교수도 없는 학교입니다. 죽기 전까지 졸업이 없는 학교, 자신이 학생이면서 스승인 학교, 책이 아니라 삶으로 배우는 학교, 타인이 아니라 자신이 경쟁상대인 학교, 결과에 대한 책임을 오롯이 자신이 지는 학교, 학점이 아니라 오직 능력과 인격으로 평가받는 학교가 ‘인생학교’입니다. 이런 ‘인생학교’에서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예수는…
성남시의회 문화복지위원회가 최근 ‘성남시 창의교육 지원센터 설립 및 운영조례안’의 처리를 보류하고 관련 사업예산 130억원을 부결시켰다. 창의교육 지원에 나서는 것은 지자체의 몫이 아니라는 논리다. 시의회 새누리당 대표와 관련 상임위원장은 나름의 부결 사유를 제시했지만 납득하기 어려운 옹색한 구실이라고 판단된다. 더구나 사상 초유의 기초지자체 가예산 파동의 연장선상에서 시장의 구상에 일단 반대하는 옹졸한 결정은 아닌가 하는 의심마저 든다. 상임위가 내세운 첫 번째 반대 이유는 창의교육이 중앙정부와 경기도가 주도하는 사업으로서 기초자치단체의 업무는 아니라는 점이다. 누가 주도하건 교육만큼 시민의 관심을 끄는 영역도 없다. 그렇다면 시민의 삶과 가장 밀착해야 할 기초자치단체가 어떤 식으로든 교육 문제 해결을 시도하는 것에 반대할 명분이 없다. 오히려 지방의회는 교육에 소홀한 지자체를 다그쳐야 맞다. 두 번째 반대 이유는 법에 어긋난다는 점을 들었다. 창의교육지원 조례안은 관련 법령과 상충하는 부분이 있어 지자체의 업무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떻게 해석하면 이런 결론이 도출되는지는 알 수 없으나 이해하기 힘들다. 각 법의 취지를 고려할 때 달리 해석할 여지는 얼마든
우리나라는 초(超)저출산 국가다. 2001년에 합계출산율이 1.297명으로 떨어져 초저출산국에 진입한 이후 2005년에 1.08명으로 바닥을 쳤다. 이후 세계 최저 수준의 출산율이 유지되고 있다. 다행히 2010년부터 지난해까지는 3년 연속으로 출산율이 조금이나마 상승, 합계출산율이 1.3명까지 올라 위안이 되고 있다. 왜냐하면 합계출산율이 1.3명 이하로 45년간 유지되면 전체 인구는 절반 밑으로 떨어지기 때문이다. 우리가 저출산 문제를 심각하게 염려하는 이유다. 저출산 문제는 1~2인 가구와 노인인구 증가라는 문제를 수반한다. 25세에서 49세까지의 경제활동이 가장 활발한 연령층인 ‘핵심생산인구’의 실제적인 노년부양비를 추정하면 젊은층 3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수준이라고 한다. 문제는, 10년 후엔 핵심생산인구 2명당 노인 1명을 부양해야 하고, 20년 후엔 젊은이 1명이 노인 1명을 부양하는 시대가 올 것이란 예측도 나온다. 청년과 중·장년층의 부담이 커지면서 세대 간 갈등을 불러일으키고 경제부문의 활력이 떨어질 수도 있다. 그리고 노인층과 1~2인 가구가 증가하면서 발생하는 또 다른 문제점도 있다. 바로 교통문제다. 인구는 늘지 않는데 교통통행량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