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천 중구가 몰역사적이고 비문화적이라는 비난과 구설을 자초하고 있으니 답답하다. 구청장이 시장에게 중구청 일대의 도시계획과 문화재 관련 중복 규제를 완화해 달라고 건의한 게 발단이다. 중구청 일대라면 신포동, 북성동, 동인천동 등 한국 근대문화의 자취가 오롯이 살아있는 인천개항장 문화지구에 해당한다. 따라서 구청장의 건의는 인천개항장 문화지구 지정을 해제해 달라는 것처럼 들릴 수 있다. 그러니 인천시민문화예술센터 등 시민단체들이 당연히 공동으로 성명을 발표하고 강력하게 반발하고 나설 수밖에 없다. 중구청 측이 부랴부랴 문화지구 해제 요청은 아니라고 해명했으나 왠지 석연치 않다.
인천개항장 문화지구는 원래 중구청의 요청으로 2010년 1월 지정됐다. 1883년 제물포 개항 이래 한반도에 상륙한 근대 문물의 자취를 잘 보여주는 곳이기 때문이다. 문화지구의 취지가 특정한 문화 자원이 밀집된 지역을 제대로 보호 관리하고, 관련 문화시설과 업종을 유치하여 지역을 활성화시킨다는 것이라면, 중구청 일대야말로 최적의 장소다. 지역 전체가 살아있는 박물관이라 해도 손색이 없다. 옛 제물포구락부, 옛 일본제1은행을 비롯해 한국 최초의 기차, 등대, 공원 등 문화적 가치가 높은 근현대 유적이 즐비한 이곳은 인천관광의 백미이기도 하다.
문화지구 지정 당시 중구청은 역사문화 중심도시로 발돋움하겠다는 의욕을 과시했다. “문화유산을 체계적으로 관리하고 특화 사업을 발굴 추진해 지역경제 활성화 및 관광도시로 육성하는 데 매진할 계획”이라고 밝힌 바 있다. 그런데, 고작 3년이 지난 시점에서 규제완화 운운하고 있으니 “역사문화에 대한 몰인식을 그대로 드러낸 것”이라는 비난을 받아도 할 말이 없게 생겼다. 이와 관련하여 지난해 12월 보궐선거로 당선된 구청장이 행정의 일관성을 모른다느니, 대불호텔 소유주가 구청장의 친인척이어서 규제완화를 추진한다느니 하는 잡음도 들린다.
구와 구청장 입장에서는 억울할지 모르겠다. 항간의 소문과 두 사안은 관련이 없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규제 완화 건의 역시 낙후된 지역을 발전시켜 보려는 노력의 일환일 뿐, 문화지구 해제와 관련이 없는 선의라고 볼 여지도 있다. 그러나 중구와 구청장의 진의가 정말 문화지구 해제가 아니라면, 지금 해야 할 일은 변명이 아니다. 규제 완화 건의의 진상이 무엇이었는지 시민들에게 소상히 밝히는 게 먼저다. 나아가 앞으로는 시민들과 머리를 맞대고 인천개항장 문화지구를 어떻게 살려나갈 것인지 논의하겠다고 다시 한 번 다짐해 두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