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원회 활동이 한창이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여전히 시끄럽고 어르신 대상 복지 공약을 지키네 마네 말들이 많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을 만들겠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실현하겠다, 청년들 일자리를 늘리고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 등등 온갖 말들이 무성하지만 이 와중에도 좀처럼 얘기 나오지 않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우리 청소년이다. OECD 국가 중 흡연율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은 우리 어른들이 마냥 고개를 돌려 피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하지만 투표권도 없고 목소리도 크게 못내는 청소년들은 심각한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언제나 관심 밖이다. 국회만 보아도 영세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한 법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안이나 청소년 유해 광고나 불법 전단지 근절을 위한 법안은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거나 수개월째 잠만 자고 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 절대적 과제에 밀려서 청소년들은 쉽게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만 이들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국가 성장의 저변을 만드는 일이며 저비용 고효율의 훌륭한 경제 정책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일
영화 ‘타워’를 보았다. 영화감독 초년시절 한 영화제에서 ‘타워’의 감독을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타워’ 화면에 ‘온실’이라는 따뜻하고도 파격적인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그의 진지한 이미지가 오버랩 되었다. ‘타워’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있지만, 영화의 후반부쯤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에 나도 눈가를 닦아가며 영화를 보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먹는 CG의 완성도에 뿌듯했고 그것의 과다사용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주인공과 조연, 단역들까지 캐릭터가 살아있어, 익숙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임에도 눈물이 났다. 이는 영화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고, 영화에 드러나는 김지훈 감독의 사람에 대한 시선과 인물에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로 인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설 때는 왠지 허전했다. 우리나라 상업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은 ‘주인공이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과 맞서 싸워 끝내는 승리한다’는 스토리에 ‘지적 수준이 중학교 2학년 정도가 이해할 수 있게 쉬워야 된다’
수원시 서점조합이 ‘인문학 도시’를 자랑하는 시를 향해 큰 불만을 쏟아냈다. 서점은 줄줄이 고사하고 있는데, 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면서 ‘인문학 도시’ 이미지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점조합의 항변과 비판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수원시 서점조합의 회원은 지난 10여 년 사이 10분의 1로 줄었다. 2000년 150곳이었으나 지금은 15곳뿐이다. 비회원 서점과 헌 책방 등을 합해야 수원시내 서점이 30곳에 불과하다. 인구가 115만을 넘는 큰 도시에 서점이 고작 30곳이라면 말이 안 된다. 이러면서 인문학 도시입네 자처하기엔 창피한 노릇이다. 서점조합은 이 같은 실정인데도 시가 독서문화축제, 인문학 명사 특강 등 이미지 치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서점조합의 질타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문화생태계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배려 없이 추진되는 ‘인문학 도시’는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서점은 문화생태계 전체를 떠받치는 기초 중의 기초다. 독서와 책 구입 관행이 아무리 인터넷 중심으로 변했다 해도, 서점의 숫자는 여전히 한 도시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에 해당한다. 이를 의식조차 못하면 인문학 도시를 운운할…
지난 17일 수원시 이비스호텔에서는 진정한 우리나라 지방자치시대를 열기 위한 뜻 깊은 행사가 열렸다. 수원시가 이날을 ‘수원시 자치분권의 날’로 선포하고 수원시 자치분권협의회 출범식과 수원시민 희망분권콘서트를 개최한 것이다. 수원시 자치분권협의회 출범식에는 염태영 수원시장과 김두관 전 경남도지사, 신장용 국회의원, 황한식 지방분권개헌 국민행동 상임의장 등이 참석해 지방분권을 촉구했다. 아울러 국민들과 전국 지자체의 동참을 기대했다. 전국 최대의 기초지자체 수원에서 먼저 자치와 분권을 향한 새로운 체제 개편 깃발을 들어 올린 것이다. 이날 염태영 수원시장이 한 말은 우리나라 지방자치의 현주소다. “국세와 지방세의 비율이 8:2인데 그 돈이 쓰이는 세출을 보면 4:6이다. 하지만 지방에서 6을 써야 한다. 6으로 만들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중앙에 가서 손을 벌려야 한다.” 그의 말은 이어진다. “지방자치단체들은 중앙정치나 중앙권력에 예속되지 않을 수 없다. 이것을 깨뜨리기 위해서는 힘의 분산이 필요하다. 도시가 자체결정권과 경쟁력을 갖추도록 스스로가 결정하고 개척해나가는 결정의 폭을 넓혀 주는 분권만이 새로운 시대를 열어 줄 수 있다. 국가 발전을 위해선 중앙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에서 팍팍한 현실의 삶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수권능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도저히 질 수 없었던 대선에서의 패인을 따지자면 수백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단일화에만 의존한 잘못된 선거 전략이 가장 큰 패인이다. 당이 선거를 주도하지 못하고 특정 캠프가 대선을 주도하면서 당의 역량을 결집시켜내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눈에 대북관, 재벌관, FTA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똑같이 비춰진 게 패인이다. 그 결과, 전통적 지지층이던 중도층 유권자의 대거 이탈을 초래했다. 이제라도 양당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체제경쟁에서 실패한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종북적 태도를 배격하고, 재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단순히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역으로 먹고 살아가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Small Open Economy)가 통상전략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FTA를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1월도 중순을 훌쩍 지나치고 있다. 신년에 계획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점검해 볼 때다. 어떤 가수는 공영방송서 금연을 하겠다고 단호한 약속을 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니 꼭 지킬 거라 믿는다. 아니 지켜야 한다. 금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는 남편의 금연과정을 지켜보면서 알았다. 두어 번 실패 끝에 지금은 금연한 지 5년이 지났으니 성공했다고 믿어도 되겠다. 검은 빛이 돌던 피부도 말갛게 되고, 환절기만 되면 앓던 기관지도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간접흡연에 시달리던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들 녀석이다. 아이의 고3때 일이다.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담배를 소지하다 걸렸으니 금일 중으로 학교로 와달라는 전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이 맞을까.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아이가 담배에 노출된 원인이 남편 때문이라는 야속함과 원망이 컸기 때문이다. 아빠가 담배를 피우다보니 아이가 담배를 쉽사리 접할 수 있고 피워보고 싶은 호기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흡연을 하다 걸린 것이 아니고 두께가 있는 소설책 중간에 담뱃갑 크기만큼 책을 파내고 그
1. 영상을 준비해온 분은 아주 어렵게 구한 거라고 했다. 뜻 맞는 이 몇이 모여 지역사회가 어떻게 함께 잘 살까를 궁리하는 자리였다. KBS 스페셜 <행복해지는 법> 1부 ‘대한민국은 행복한가?’. 2011년 1월에 방영된 프로그램인데 지금은 한국방송 홈페이지에서 볼 수 없단다. 왜요? 저작권 문제라나 뭐라나 막아놓았네요. 마침 예전에 그걸 받아놓은 분을 만나서 운 좋게 구했지요. 대한민국은 행복해지는 법을 시청하는 것조차 어려운가? 주로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그 중의 한 장면. “아이들에게 어느 대학에 가면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연봉은 얼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확실히 동기부여가 됩니다.” 교육 컨설팅 전문가로 소개된 발언자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 2. 야근을 하고 밤 10시 넘어 귀가한 아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묻는다. “아버지는 왜 제가 학교 다닐 때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얼마고, 판검사가 되면 얼마를 받고, 의사가 되면 얼마를 번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으셨어요?” 아들은 대기업 협력업체 신입사원이다. 아들이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대기업과 협력업
요즘 초중고교가 예비 소집일을 정해 학생들에게 새해 교과서를 배부중이다. 예전에는 교과서를 받으면 해질세라 묵은 달력으로 책을 감쌌다. 그리고 하얀 표지에 ‘국어’ 등의 제목을 공들여 적어 넣었다. 처음에는 이식받은 장기처럼 생경해도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손때로 친근해졌다. 새 교과서를 받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도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글자가 보급된 후 후세들을 선도하기 위한 교과서는 늘 있어왔다. 한자(漢字)권에 속했던 조선시대까지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예기, 춘추, 주역 등이 교과서 역할을 했고, 과거시험도 거기서 출제됐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교과서’라는 명칭이 처음 쓰인 때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다. 근대적 교육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당시, 정부가 직접 ‘국정교과서’를 편찬해 보급했다. 지금껏 애창되는 국민동요 ‘얼룩송아지’는 1948년 처음으로 국정 음악교과서에 수록됐다. ‘교과서’의 사전적 정의는 “학교에서 교과 과정에 따라 주된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편찬한 책”이라고 한다. 학습용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공부하는 교본이라는 딱딱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교과서란 의미는 더욱 광의(廣義)적이고 깊은 속뜻을 갖는다. 우리에게
‘광교’가 시끄럽다. 수원시가 광교신도시 브랜드를 살린다는 논리로 영통구의 광교동 사용을 고수하면서다. 지난주에는 ‘광교동주민센터’ 개소식도 성대히 열었다. 이에 장안구 광교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광교산 자락에 터 잡고 살면서 천년 넘게 사용해 온 ‘광교’를 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광교주민 말이 맞다. 영통구 광교동의 고집은 장안구 광교주민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광교산이 설령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없어지더라도 광교주민이 또 천년을 사용할 고유 마을이름이기 때문이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동의 생성 과정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행정동 명칭 설문조사, 수원시 지명위원회 개최, 수원시 조례규칙심의회 개최, 수원시의회 제291회 제1차 정례회 상정안 의결, 수원시 행정동 설치 조례 공포 등 행정적인 절차는 모두 거쳤다. 아니다. 요식적인 절차를 거쳤을 뿐이다. 광교동 이름을 놓고 장안구 광교주민이 제기한 ‘조례 무효 확인 소송’도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수원시가 영통구의 광교동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영화감독 심형래’보다는 ‘바보 영구’가 친근하다. 그만큼 심형래의 바보 연기는 독보적으로, 코미디 역사에 남을 명불허전이었다. 지금이야 젊은 개그맨들이 대세지만 80년대 심형래는 코미디스타 중에서도 가장 빛났다. 그가 저녁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배꼽을 뺀 유행어는 다음날 직장에서 회자됐고, 골목에는 그의 연기를 따라하는 꼬마들로 넘쳐났다. 심형래의 천재성은 연기뿐 아니라 코미디 소재를 확장한데서도 나타난다. 정치풍자가 금기시되던 때, 그는 그저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서 웃긴 이야기를 찾아냈다. 심지어 펭귄, 파리 등 동물이나 벌레들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린 코미디로 후배들의 전범(典範)이 됐다. 그래도 심형래 하면 바보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흐리멍덩한 눈, 그리고 콧물을 그린 얼굴로 “띠리리 띠리리” 하며 나타나면 보는 이들은 웃느라 뒤집어졌다. 웃긴 얼굴로도 모자라 어눌한 말투로 외친 “영구, 없~다”라는 유행어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요즘은 ‘뽀로로’가 아이들의 대통령이라지만 당시는 심형래가 장기 집권했다. 수많은 CF를 찍었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출시한 영구시리즈 등의 영화 수십 편은 대박을 터트렸다. 이때부터 심형래는 ‘영화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