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방자치를 전공하고 자치현장에서 강산이 두 번 바뀌는 동안 한국자치와 관련한 오만가지 꼴을 보아온 필자에게 혹여 누군가 ‘역대 단체장 가운데 지방분권의 본질에 대해 가장 깊은 고민을 한 사람이 누구냐’고 묻는다면 나는 조금도 머뭇거리지 않고 ‘조순 전 서울특별시장’이라고 대답하고 싶다. 그는 1997년 7월, 서울시 행정을 묻는 기자에게 “명색이 서울시장인데 교통신호등 하나 마음대로 달 수 없다. 시민들은 민선시장이 많은 권한을 갖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지만 실제로 시장 단독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매우 적다.” 고 답했다. 지금 거듭 생각해 봐도 제도에 대한 이해가 미약한 사람들에게 당시의 지방분권 상태를 그렇게 압축해서 표현하고 있음이 그저 놀랍다. 그로부터 15년이 지난 지금은 얼마나 어떻게 달라졌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거의 달라진 게 없다. ‘중앙사무의 지방이양’-솔직히 말하면 과거 자치의 중단으로 본래의 지방사무를 중앙정부가 쥐고 수행해 온 방식을 두고 ‘중앙사무의 이양’이라는 말도 ‘지방사무의 환원’으로 수정할 필요가 있겠
대한민국에서 65세 이후 생활비 걱정 없이 살아갈 수 있는 국민은 얼마나 될까? 평생 일을 한 후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노년을 맞는 사람들은 특수직역연금을 받을 수 있는 군인, 공무원, 사학종사자가 대표적이고, 민간시장에서 일했던 노동자들의 경우 국민연금이나 퇴직연금을 제공받을 경우 가능하다. 65세 이상 중 특수직역연금 수급비율은 약 3.8%, 국민연금 수급률은 27% 수준이다. 1988년 도입된 국민연금은 1999년 적용이 확대되면서 제도적으로 전 국민의 노후소득을 보장하는 제도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나 이미 노인이 된 세대나 초기가입률 저조 등의 이유로 현세대 노인 중 국민연금제도로 포괄되는 수준은 3분의 1을 못 미치고 있다. 이에 2008년 7월부터 기초노령연금제도가 시행되어 전체 노인의 약 70%에게 공적연금이 제공되고 있다. 국민연금과 기초노령연금은 모두 국가가 책임을 진다는 점에서 대표적인 공적연금제도다. 하지만 전자는 가입자의 보험료로, 후자는 조세로 재정운영을 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있다. 이로 인해 국민연금은 마치 같은 세대의 보험료로만 운영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현세대의 보험료 이상 부분을 후세대가 부담하게 된다. 2007년 국민연금개혁 이전
진위천 수계 수질오염총량제가 오는 2월부터 시행된다는 소식이다. 이에 따라 수원, 용인, 평택, 화성, 군포, 오산, 의왕, 안성 등 8개 시를 대상으로 하는 진위천 수계 수질오염총량제가 본격적으로 실시된다. 수질오염총량제는 수계구간별 목표수질을 정하고, 그 목표수질을 달성, 유지하기 위해 오염물질의 배출 총량을 관리하는 제도로서 오염물질량을 줄일수록 해당지역의 개발이 가능하다. 다시 말하자면 물질오염량 감소 목표를 달성하지 못하면 개발 제한 등 제재가 가해진다는 얘기다. 일부 지자체의 반발이 있을 수도 있지만 이 일은 우리와 우리의 후손들을 위해 반드시 성공적으로 추진돼야만 한다. 이는 진위천뿐만이 아니다. 진위천 수계는 황구지천, 오산천, 진위천을 포함하는 총 길이 112㎞, 유역면적 735.22㎢이나 된다. 강변에는 1999년 수영장·텐트촌·자연학습장·체육시설 등이 갖추어진 진위천시민유원지가 조성됐으며 낚시꾼들의 명소이기도 하다. 진위천은 1970년대 ‘붕어낚시의 천국’으로 수도권 ‘꾼’들의 각광을 받았으나 도시화로 물이 오염되면서 꾼들의 발걸음이 끊겼다. 그러나 2000년대 이후 수질이 개선되면서 다시 찾는 이들이 많아졌다. 특히 아산호 본류권의 초입
일본 아베정권의 노골적인 엔저(低) 정책 여파가 심상치 않다. 엔화 가치는 지난주 도쿄 외환시장에서 2년7개월 만에 달러당 90엔 선으로 떨어졌다. 윤전기를 돌려서라도 엔화를 찍어내겠다는 무제한 금융완화와 공공투자 확대를 통한 경기부양을 앞세운 ‘아베노믹스’가 시장에서 먹혀들고 있는 결과다. 아베 총리가 자민당 총재로 선출됐던 작년 9월 26일 달러당 77.71엔이던 엔화 가치는 불과 4개월 만에 15% 넘게 급락했다. 일본 재개 일각에서마저 “과도한 엔저는 일본경제에 오히려 독이 된다”는 견제의 목소리가 나올 정도다. 덕분에 침체의 늪에 빠져있던 일본경기도 오랜만에 활력을 찾고 있는 듯한 느낌이다. 아베정권의 과도한 엔저 유도에 대한 비판과 견제도 잇따르고 있다. 크리스틴 라가르드 국제통화기금(IMF) 총재는 다른 나라의 경제를 희생시키고 자국의 경기회복을 도모하는 아베정권의 근린궁핍화(beggar-thy-neighbor)정책을 비판하고 나섰다. 볼프강 쇼이블레 독일 재무장관도 일본의 공격적인 통화정책 비난에 가세했다. 미국 자동차업계는 아베정권이 이웃나라 거지만들기 정책을 노골화하고 있다면서 상응하는 보복을 일본에 경고하라고 오바마 행정부에 요구했다. 미
두더지가 강물을 마신다 해도 자신의 배를 채우는 데 불과하다는 말(偃鼠飮河不過滿腹)이다. 또 뱁새가 울창한 숲에 둥지를 틀어도 나뭇가지 하나면 족하다(?巢於深林不過一枝)는 말도 있다. 사람도 한계가 있으므로 자기의 타고난 분수에 만족해야 함을 비유한 것이다. 두더지가 강물을 다 마시고 쓰러진 꼴을 말하기도 하는데, 항상 10보다는 7이나 8에 만족감을 가지라는 것이다. 사람이 욕심을 아무리 부린다 해도 필요한 재물은 얼마 되지 않는다는 말이 있다. 장자에 작은 지혜는 큰 지혜에 미치지 못하고, 수명이 짧은 것은 수명이 긴 것에 미치지 못한다. 하루살이는 새벽과 밤을 모르고, 쓰르라미는 봄과 가을을 모른다. 이것들은 수명이 짧은 것들이다. 초나라의 남쪽에 명령이라는 거북이 살았는데 500년을 봄으로 하고 또 500년을 겨울로 삼았다. 상고시대에 대춘이라는 나무가 있었는데 이것은 8000년을 겨울로 삼았다. 이것들은 수명이 긴 것들이다. 그리고 팽조(彭祖)는 지금까지도 오래 산 것으로 특히 유명한데 세상 사람들이 그와 견주려 한다면 그 또한 슬픈 일이 아니겠는가 하였다. 해가 뜨면 나가 농사짓고 해가 지면 들어와 쉬고, 밭을 갈아서 먹고 우물을 파 물을 마신다(
대선이 끝나고 인수위원회 활동이 한창이다. 정부조직개편으로 여전히 시끄럽고 어르신 대상 복지 공약을 지키네 마네 말들이 많다. 소상공인 지원을 위한 기금을 만들겠다, 무상급식과 무상보육 실현하겠다, 청년들 일자리를 늘리고 기초 과학 분야에 대한 지원을 늘리겠다 등등 온갖 말들이 무성하지만 이 와중에도 좀처럼 얘기 나오지 않는 대상이 있으니 바로 우리 청소년이다. OECD 국가 중 흡연율 1위, 자살률 1위, 행복지수 4년 연속 꼴찌를 기록하고 있는 우리 청소년들은 우리 어른들이 마냥 고개를 돌려 피하고 있기에는 상황이 심각하다. 하지만 투표권도 없고 목소리도 크게 못내는 청소년들은 심각한 사고가 터지기 전까지는 언제나 관심 밖이다. 국회만 보아도 영세 소상공인의 생계를 위한 법안은 하루가 멀다 하고 올라오지만 청소년 보호를 위한 법안이나 청소년 유해 광고나 불법 전단지 근절을 위한 법안은 가뭄에 콩 나듯 올라오거나 수개월째 잠만 자고 있다. 경제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사회 절대적 과제에 밀려서 청소년들은 쉽게 우리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지만 이들을 돌보는 것이야말로 국가 성장의 저변을 만드는 일이며 저비용 고효율의 훌륭한 경제 정책임을 잊어선 곤란하다. 일
영화 ‘타워’를 보았다. 영화감독 초년시절 한 영화제에서 ‘타워’의 감독을 알게 되었는데, 영화를 보는 동안 ‘타워’ 화면에 ‘온실’이라는 따뜻하고도 파격적인 단편영화를 만들었던 그의 진지한 이미지가 오버랩 되었다. ‘타워’에 대해 상반된 평가가 있지만, 영화의 후반부쯤 관객들의 훌쩍이는 소리에 나도 눈가를 닦아가며 영화를 보았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에 맞먹는 CG의 완성도에 뿌듯했고 그것의 과다사용에 아쉬움도 있었지만, 주인공과 조연, 단역들까지 캐릭터가 살아있어, 익숙한 소재와 스토리텔링임에도 눈물이 났다. 이는 영화의 스케일 때문이 아니고, 영화에 드러나는 김지훈 감독의 사람에 대한 시선과 인물에 몰입한 배우들의 연기로 인한 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끝나고 극장 문을 나설 때는 왠지 허전했다. 우리나라 상업영화가 추구하고 있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의 공식은 ‘주인공이 결코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장애물과 맞서 싸워 끝내는 승리한다’는 스토리에 ‘지적 수준이 중학교 2학년 정도가 이해할 수 있게 쉬워야 된다’
조조는 괴로웠다. 한중 땅을 놓고 유비와 대치중인데, 뒤가 불안했다. 양쪽의 군사력을 보아 장기전으로 치닫는데 배후를 노리는 군웅들의 움직임이 꺼림칙했다. 늦은 밤, 군영을 뒷단속 하려 하후돈이 암호를 묻자 조조는 ‘계륵(鷄肋)’이라고 대답한다. ‘닭갈비’를 뜻하는 요상한 암호에 모두가 의아해 하면서도 그 속뜻을 풀지 못했다. 그러나 평소 영특하기로 소문난 ‘양수’는 곧바로 짐을 꾸리는데, “닭갈비라는 게 본래 먹을 게 없으나 버리기에 아까운 부위”라며 “승상이 먹을 게 없는 이 땅에서 물러서려고 망설이는 중”이라고 설파했다. 양수는 조조의 속마음을 제대로 읽었지만, 시기심 많은 조조에 의해 죽음을 당한다. 인천시에 있어 ‘인천아시안게임’은 계륵과 같다. 아마 송영길 인천시장의 심정이 조조의 그것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게다. 인천시는 2014년 치르는 인천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느라 재정이 거덜 났다. 워낙 재정상태가 바닥이던 인천시는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처음으로 ‘워크아웃’ 대상에 오르기 일보 직전이다. 송 시장은 재정운영에 실패한 불명예를 고스란히 뒤집어 쓸 판이다. 보도에 따르면 인천시의 올해 예산은 7조3천875억원인데 빚이 무려 3조2천346억원으로 채무
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에서 팍팍한 현실의 삶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수권능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도저히 질 수 없었던 대선에서의 패인을 따지자면 수백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단일화에만 의존한 잘못된 선거 전략이 가장 큰 패인이다. 당이 선거를 주도하지 못하고 특정 캠프가 대선을 주도하면서 당의 역량을 결집시켜내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눈에 대북관, 재벌관, FTA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똑같이 비춰진 게 패인이다. 그 결과, 전통적 지지층이던 중도층 유권자의 대거 이탈을 초래했다. 이제라도 양당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체제경쟁에서 실패한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종북적 태도를 배격하고, 재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단순히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역으로 먹고 살아가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Small Open Economy)가 통상전략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FTA를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수원시 서점조합이 ‘인문학 도시’를 자랑하는 시를 향해 큰 불만을 쏟아냈다. 서점은 줄줄이 고사하고 있는데, 시는 무대책으로 일관하면서 ‘인문학 도시’ 이미지에만 집착한다는 것이다. 우리는 서점조합의 항변과 비판에 상당한 설득력이 있다고 본다. 수원시 서점조합의 회원은 지난 10여 년 사이 10분의 1로 줄었다. 2000년 150곳이었으나 지금은 15곳뿐이다. 비회원 서점과 헌 책방 등을 합해야 수원시내 서점이 30곳에 불과하다. 인구가 115만을 넘는 큰 도시에 서점이 고작 30곳이라면 말이 안 된다. 이러면서 인문학 도시입네 자처하기엔 창피한 노릇이다. 서점조합은 이 같은 실정인데도 시가 독서문화축제, 인문학 명사 특강 등 이미지 치장에만 열을 올리고 있다고 꼬집는다. 서점조합의 질타가 공감을 불러일으키는 것은 바로 이 대목이다. 문화생태계에 대한 세심한 고려와 배려 없이 추진되는 ‘인문학 도시’는 빈 수레에 지나지 않는다. 서점은 문화생태계 전체를 떠받치는 기초 중의 기초다. 독서와 책 구입 관행이 아무리 인터넷 중심으로 변했다 해도, 서점의 숫자는 여전히 한 도시의 문화 수준을 보여주는 바로미터에 해당한다. 이를 의식조차 못하면 인문학 도시를 운운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