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청에는 ‘찾아가는 복지시설 무한돌보미’라는 팀이 있다. 이들은 도청 시설관리를 맡고 있는 전문 직원 11명으로 구성돼 있다. 소방과 전기, 보일러, 가전분야 등의 기술을 가진 직원들은 10인 이하를 수용하고 있는 영세 복지시설을 찾아간다. 매주 1차례 이상 현장을 찾아 돌보미 활동을 벌이고 있어 영세시설 관계자와 수용자들의 찬사가 이어진단다. 영세복지시설은 대부분 정부지원을 받지 못하는 열악한 환경에 처해있다. 따라서 외부의 지원이 절실한 곳이지만 안전사고 위험도 있는 곳이 많다고 한다. 무한돌보미는 지난 2월 출범했다. 이들이 지난 10개월간 찾은 복지시설은 모두 790개소이다. 도내 10인 이하 영세 복지시설 579개의 1.5배를 상회하는 횟수이다. 한번에 그치지 않고 미흡한 부분은 다시 찾아가 관리해 주고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무한돌보미 활동을 막 시작한 2월에서 5월까지는 주 5회 이상 현장을 찾아야 할 만큼 일이 많았다고 한다. 그러나 이제는 횟수가 줄었다. 1주일에 한번만 찾아가도 될 정도로 꼼꼼하게 손을 봐주고 있다는 뜻이다. 당연히 이들에 대한 칭찬이 온·오프라인 상에 이어지고 있다. 경기도청 ‘칭찬합시다’ 게시판에 글을 올린 평안의 집
건축은 인간정신을 담는 그릇을 만드는 작업이다. 건축은 벽돌과 콘크리트가 아니라 인간정신으로 이루어진다. 서울 목동에 세워진 부지 4천379㎡ 지상 20층, 지하 5층에 연면적 4만1천386㎡ 의 대한민국예술인센터가 그렇다. 15년 전에 착공한 예술인센터는 콘크리트와 철골로 건물의 뼈대만 서 있는 상태로 공정 53% 때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중단되는 등 난항을 거듭했다. 작년 4월에 새로운 시공사가 맡아 재착공해 준공을 보게 된 것이다. 건물을 외관으로 보는 것은 쉽지만 만드는 과정은 실로 어렵다. 자부담 450억원을 포함해 총사업비 715억원이 투입된 매머드 공사다. 그간 정부로부터 국고보조금 교부결정을 취소한다는 통고를 받는 등 우여곡절도 많았다. 이제 대한민국 정통 예술단체가 동숭동 대학로 비좁은 공간을 벗어나 목동에 ‘대한민국 예술문화 1번지’의 좌표를 새기기 시작했다. 역사적인 쾌거다. 참으로 감회가 깊다. 예술문화 창작기지로서 예술문화의 플랫폼을 구축하는 곳으로 자리매김 될 것이라 기대가 자못 크다. 예술단체 건물은 바로 예술인의 자존심이자 정신이기 때문이다. 좋은 건물은 건축가의 훌륭한 설계만으로 지어지지 않는다. 회화나 조각과 달리 건물이 지
다양한 매체가 드물던 30여년 전, ‘리더스 다이제스트’는 훌륭한 읽을거리였다. 거의 실화를 바탕으로 한 감동적인 이야기가 주류를 이루고, 각 장마다 맨 밑에는 품격 높은 유머가 하나씩 소개돼 읽는 재미가 꽤 쏠쏠했다. 그 가운데도 성탄절이 다가오면 늘 생각나는 이야기가 있는데, 2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한 실화라며 소개된 ‘숲속의 휴전’이다. 몇 번의 이사에도 보관했던 소책자를 잃어버려 원본을 구하느라 애썼는데 우리의 만병통치약인 인터넷이 다시한번 위력을 발휘했다. 내용은 종전을 앞두고 연합군과 독일군이 혈전을 벌이던 1944년 크리스마스 이브로 거슬러 올라간다. 이야기의 주인공인 12살 소녀는 독일과 벨기에 국경부근 오두막에 어머니와 함께 거주하는 독일인이다. 그런 소녀 눈에 비친 이브 날의 풍경은 대충 이렇다. 부상병을 포함한 3명의 미군 낙오병이 먼저 오두막에 들어서고 곧이어 독일군 4명이 들이닥친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들을 ‘덩치 큰’ 소년이자 아들처럼 대했고, 16살부터 23살에 이르는 어린 나이의 군인들도 어머니의 간곡한 호소에 무기를 내려놓고 작은 평화를 이룬다. 수탉 한 마리와 몇 개의 감자, 그리고 귀리 등으로 만들어진 식탁은 허기진 자들에
擧人須擧好退者 사람을 등용하거나 천거 할때 되도록 물어설 줄 아는 사람을 써야한다 벼슬을 열망하는 사람을 쓰면 실패한다는 말이니, 어떤 자리에 사람을 추천할 때는 위의 뜻과 같은 사람을 추천하라는 것이다. 호퇴자(好退者)는 염치(廉恥)와 청렴(淸廉)을 알고 삼가할 줄 알고 지조가 있어 실수하는 일이 적고 매사에 근면하고 성실하다. 하지만 게으르고 시기하며 지조도 없으면서 아첨이나 하고 윗사람의 인정받기에 빠져 있는 이런 사람들로 조직이 채워져 있다면 큰일이다. 우리 앞에 서있는 지도자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청렴하고 근신할 줄 알며 지조가 있어야 아랫사람들을 등용하거나 천거를 할 때 또한 그런 인물들로 채워지지 않겠는가. 정상에 있다가 물러날 때에도 질척거려선 안 된다. 사람들에게 정말 추하게 보이기 때문이다. 올라갔으면 내려오는 것이 순리거늘 급류용퇴(急流勇退)라는 말이 있다. 사람이 좋은 자리에 있다가도 때가 되면 적당한 기회에 물러날 줄 아는 용기가 필요하다는 말이다. 평안하다 가도 급박하게 돌아가는 격변기에 처하기 전에 급류처럼 자리를 물러나는 사람을 말한 것이다. 몸 담고 있는 곳이 정상일 때 떠난다는 것은 말처럼 쉽지 않다. 권불십년(權不十年)이라…
세계 문자 연구자들은 한글을 신비로운 문자라고 한다. 세계 문자 가운데 유일하게 한글만이 그것을 만든 사람과 반포일을 알며, 글자를 만든 원리까지 알기 때문이다. 그래서 ‘훈민정음 해례본’은 유네스코 세계기록유산으로 등재됐다. 특히 한글이 위대한 이유는 그 어떠한 소리나 움직이는 모양까지도 글자로 나타낼 수 있기 때문이다. 국제 공용어라고 하는 영어를 비롯해 일본어, 중국어 등 그 어떤 문자도 소리와 움직임을 글자로 쓸 수는 없다. 오로지 한글만이 가능한 것이다. 이처럼 우수한 문자를 사용하는 한국인임이 자랑스럽다. 따라서 인도네시아 소수민족인 찌아찌아 족도 한글을 부족문자로 채택한 것이다. 찌아찌아 족의 언어는 우리말과는 전혀 다름에도 한글이 그들에게 문자로 인정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세종대왕은 한글창제를 마친 뒤 훈민정음은 우리 백성의 말은 물론 여진족과 거란족의 말도 쓸 수가 있다고 했다. 최근 한류가 지구촌으로 퍼져 나감에 따라 한글 역시 세계 여러 나라의 관심을 끌고 있다. 수원시와 국제자매 결연을 맺은 인도네시아 제3의 도시인 반둥시에서도 요즘 한글이 인기를 끌고 있다고 한다. 수원시 관계자에 따르면 반둥시에는 10~20대 인도네시아인 1천300
정부는 올해 수능에서 약속을 지켰다. EBS 연계율 70%가 이루어졌고 쉽게 출제됐다. 뿐만 아니다. 출제위원장은 EBS 교재 변형, ‘비틀기’ 문제 출제에 대해 “이번에는 그렇게 하지 않았고, 기본개념이나 원리를 알면 풀 수 있도록 했다”, “문항과 지문이 동일한 경우도 있을 정도로 연계율 70%를 체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설명했다. 심지어 “고난도 문제 30%에도 EBS 연계 문제가 출제됐을 수 있다”고 했다. 이젠 학생들의 수능준비에 별 어려움이 없을 것 같고, 사교육 걱정도 한고비 넘긴 것 같다. 그러나 그게 결코 그처럼 훌훌 털어버리듯 할 수 있는 문제가 아니라는 것도 사실이다. 우선 학생들이, 그것도 전국의 고등학교 3학년, 그러니까 고학년 학생들이, 무슨 경전(經典)처럼 EBS 교재를 펴놓고 TV 화면을 응시하고 앉아 있다는 사실이 탐탁하지 않다. 학습에는 다양한 자료와 방법이 동원돼야 한다는 기본적 원리와 상충하기 때문이다. 앨빈 토플러(1980)는 이미 오래전에 ‘시간엄수’ ‘복종’ ‘기계적인 반복학습’이 산업시대 공장모형 교육의 전형이라고 지적했지만, 학생들이 지식과 정보를 단순하게 수용하기보다 ‘정보의 바다’라고 해야 할 새로운 생활환경
유럽 재정위기도 버거운 상황에서 김정일 사망이라는 초대형 악재가 터졌다. 대외 충격에 취약한 한국 경제는 상당 기간 ‘북한 리스크’에 시달릴 전망이다. 한반도 리스크는 금융시장에 큰 충격을 주고, 그 여파가 투자와 소비 감소로 이어져 실물경제까지 악화될 수 있다. 김정일의 갑작스러운 사망 소식이 전해진 19일 국내 금융시장은 주가가 곤두박질치고 환율이 급등하는 등 요동을 쳤다. 다행히 20일에는 주가가 상승세로 출발하고 환율도 하락세를 보였다. 문제는 경제에 치명적인 ‘불확실성’의 고조다. 권력을 둘러싼 북한 내부의 움직임은 현재로서는 ‘시계 제로’다. 스탠더드 앤드 푸어스(S&P) 등 국제 신용평가사들이 한국 신용등급이나 펀더멘털에 대한 평가에 당장은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밝혔지만 권력승계 과정이 우리 신용등급 평가에 중요하다고 덧붙인 점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20대에 불과한 김정은으로의 권력승계가 어떻게 이뤄지냐에 따라 한국경제에 미칠 영향이 달라질 수 있다는 의미다. 1994년 김일성 주석의 사망 때와 달리 이번에는 북한의 후계 구도가 확실히 다져진 상태가 아니라는 점이 가장 우려스럽다. 김일성에서 김정일로의 권력승계는 20년 걸렸으나 김정은의…
우리사회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수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혼인귀화자를 포함한 결혼이주여성의 수는 2007년 처음으로 10만명을 넘어선 11만1천834명으로 나타났고, 다음해인 2008년 12만7천683명, 2009년 14만9천853명, 그리고 2010년에는 16만1천999명으로 꾸준히 증가하는 추세이다. 이처럼 결혼이주여성의 수가 증가하고 결혼이주가 안정적으로 증가할수록 결혼이주자의 한국사회 통합의 주요한 지표라 할 수 있는 취업과 관련한 지원이 실질적으로 필요하다.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차원에서 결혼이주여성의 취업을 지원하는 각종 정책마련에 부심하고 있으나, 많은 조사에서 결혼이주여성의 경제활동참가율은 30%대로 낮은 편으로 알려져 있고, 이에 반해 미취업 상태인 결혼이주여성의 향후 취업희망 비율은 70%이상 수준으로 매우 높게 나타났다. 그런데 관련 조사결과를 살펴보면 결혼이주여성의 대다수인 약 75%가 한국에 오기 전에 취업한 경험이 있다. 본국에서의 취업률이 현재의 취업률의 두배 가까이 높은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러한 차이는 이민의 결과 본국에서 취득한 학위나 자격증 등이 한국에서 거의 통용되지 않기 때문이기도 하고 출산·육아·가사 등에 종사하느라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강성대국’ 원년으로 선포한 2012년을 불과 12일 앞두고 69세를 일기로 급사했다. 이로써 한반도 정세가 대격랑 속에 휘말리고 있다. 한반도 정세 흐름의 중심축을 형성해온 북한 최고실권자가 돌연 급사함으로써 향후 정세는 어디로 향할지 모르는 시계제로의 형국이 되고 있다. 이는 한반도 주변질서를 좌우하는 주요 열강과 남북한의 정치적 지배구조가 일거에 교체기를 맞는 내년의 ‘정치적 빅뱅’을 목전에 두고 발생했다는 점에서 한반도는 그 어느때보다 격렬한 대혼돈의 소용돌이 속으로 빨려 들어갈 가능성이 커 보인다. 특히 북핵 6자회담 재개와 남북관계 개선 흐름이 ‘전면 스톱’되고 북한 내부체제의 향방을 둘러싼 극도의 불확실성과 불안정성이 전반적인 정세흐름을 지배할 것으로 예상된다. 어러모로 봐서 김 위원장의 사망이 현 한반도 정세에 끼치는 충격파는 가히 메가톤급이다. 이에 따라 우리 정부를 비롯해 미국과 일본 등 한반도를 둘러싼 주요국이 비상태세에 돌입했다.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매체들은 19일 정오에 ‘중대보도’ ‘특별방송’을 통해…
지난 17일 새벽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 제98호 경기도도당굿 기예능보유자 오수복(吳壽福)선생이 타계했다. 88세 미수(米壽)의 나이다. 무형문화재는 일명 ‘인간문화재’라고도 불린다. 인간문화재라는 것은 ‘인간국보(國寶)’, 즉 살아있는 나라의 보물인 셈이다. 그런 그가 세상을 떠났다. 우선 선생의 명복을 빈다. 그런데 가슴 한편으로 싸한 슬픔이 지나간다. 말로는 인간문화재였지만 그분의 평생은 그리 화려한 게 아니었기 때문이었다. 국가가 지정한 무형문화재였지만 사회적으로는 아직도 하층민인 한명의 무당일 뿐이었다. 오수복 선생은 1924년 용인시 역북동에서 출생, 1954년 31세의 나이로 당대 ‘큰무당’이었던 이가보 선생으로부터 내림굿을 받아 무속인의 길로 들어섰으며, 그 뒤 대를 잇는 화랭이 집안의 고 이용우 선생에게서 경기도당굿을 익혔다. 그리고 1990년 10월 10일 국가지정 중요무형문화재(國家指定 重要無形文化財) 제98호 경기도당굿 기예능보유자로 인정받았다. 그런데 여기에 도달하기까지는 가슴에 묻은 슬픔도 많았다. 선생의 부음을 접하고 한 인터넷 매체에 추모의 글을 발표한 민속학자 하주성 씨에 따르면 오수복 선생은 일찍 남편과 사별을 했다. 말로 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