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추분이 지난 23일부터 시작됐다. 지난 여름을 떠올리자면 하늘과 땅을 맞붙이기라도 하려는 듯 퍼붓던 장마를 제일 먼저 기억하리라. 이 또한 지나가리라 했던가? 선들거리는 바람은 비구름을 다 몰아내고 쪽빛 하늘을 돌려준다. 들녘에 쌓여있던 초록이 서서히 풀이 죽는가 싶더니 모르는 사이 추분을 맞이했다. 어제 아침 산책길에서 수련을 꼭 닮은 고마리가 안쓰럽게 떨고 있는데 자귀풀은 벌써 꼬투리가 여물어간다. 얼핏 보기에도 추분이라는 말은 가을을 나눈다는 뜻이 담겨져 있음을 알 수 있다. 그것도 어느 한 쪽이 적거나 모자람이 없이. 추분에는 밤과 낮의 길이가 똑같다고 익히 알고는 있지만 사실은 여광(餘光) 때문에 보통 낮이 더 길게 느껴진다고 한다. 그러나 현실에서는 어느 쪽도 손해 보는 느낌이 아닌 공평하게 나눠졌음을 서로 인정하고 서운한 마음 한 점 없이 매듭지어지기란 결코 쉽지 않음을 보게 된다. 날씨도 좋고 결실의 계절이라 그런지 무언가 나누려는 마음이 들고 소식이 뜸하던 지인들 안부가 궁금해지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맘때 논에서 벼를 베는 날 논두렁 옆 나무그늘 아래 점심을 먹으며 지나가는 사람을 보면 좁은 자리에 기어이 불러 앉
일전에 한 사회복지기관에서 어린 아이들 몇 명과 마주친 일이 있었다. 산만하게 돌아다니던 아이들은 사회복지사가 음료수를 가져오자 탁자로 모여들었다. 이중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보이는 한 아이가 음료수를 따더니 뚜껑에 음료를 따르고는 같이 있던 어린 아이들에게 ‘건배’를 시키는 것이었다. 다섯 살 꼬마까지 모두 자연스럽게 “건배~, 원 샷~”을 외치고는 잔을 부딪치는 흉내를 내며 희희낙락 즐거워하는 모습은 누가 보더라도 영락없는 어른들의 술자리 모습이었다. ‘한창 밝게 성장해야할 저 아이들이 어쩌다 저 지경까지 갔을까?’ 충격에 앞서 마음 한 구석이 저려옴을 느꼈다. 이들은 수급자 가정의 자녀들로 모두 7남매였다. 뇌출혈로 쓰러져 뇌병변 1급 장애를 입은 어머니는 시설에서 생활 중이었고 일용노무자인 아버지는 만성 알코올 중독자였다. 그나마 아버지마저 음주로 인한 병세가 악화돼 병원에 입원하게 되자 아이들을 각각 시설로 입소시키기 위한 절차가 진행 중이었던 것이다. 아이들은 늘 술잔을 기울이는 아버지의 모습을 봐 왔고, 이렇게 가족과 주변의 무관심 속에서 아이들의 마음은 같이 병들고 있었다. 위의 사
하도 자주 바뀌는 일본국 수상인지라 일일이 기억할 수는 없지만 다나카 가쿠에이(田中角榮)란 사람은 기억이 또렷하다. 최종학력이 중학교 중태, 불우한 환경을 딛고 수상(首相)이란 벼슬을 거머쥔 입지적 인물이다. 그러나 ‘록히드’란 무기회사로부터 검은 돈을 받아서 현직총리이면서, 검찰청을 드나들다 끝내는 낙마하는 불운의 정치인(?)이다. 그러나 능력은 탁월해 재직 시, 중국과 외교관계를 정상화시켰으며 경제는 최고의 호황을 누렸다. 아직도 일본 국민들은 그를 그리워하는 사람이 많이 있다고 한다. 이야기를 약간 빗나가고 싶다. 도요도미 히데요시가 천하통일을 하는 과정에서 전쟁이 오래 계속되자 남자들 씨가 마르게 됐다. 산아육성을 위해 여성들은 외출할 때 등에 방석을 항상 메고 때와 시간을 가리지 말고 생산에 열중하라고 했다. 그러나 아비가 누구인지는 몰라도 장소는 기억하는지라 소나무 밑에서 작업을 했으면 송하(松下)라는 성을 만들고 산속에서는 산본(山本), 대나무밭에서는 죽전(竹田), 다나카는 전중(田中)이고 보니, 안태(安胎) 고향은 시골 어느 외딴 논인 모양이다. 다나카의 유일한 혈점인 마키코가 국회 외무위원장으로 뽑혔다는 보도를 보았다. 외무상 시절, “일본…
이창호가 내리막 길을 걷고 있고 이세돌 마저 선두자리를 위협받고 있는게 한국 바둑계의 현황이다. 세계 바둑계 역시 한국과 중국의 양강체제 속에서 일본이 낙후성을 면치 못하는 상황으로 바둑 종주국을 자랑했던 일본의 몰락이 눈에 들어온다. 또 한국과 중국의 바둑계는 준비된 10대들의 반란으로 이미 30~40대 기사들은 뒷방으로 물러나 있는 형세다. 하지만 지금의 40~50대 바둑팬들이 기억하는 1980~1990년대의 세계바둑은 일본이 주도했으며 일본에서 활약하는 한국계 기사들의 승전보는 일간신문에 대서특필될 정도로 인기를 누렸다. 특히 조치훈이 일본의 3대 기전이라는 기성전과 본인방전, 명인전을 휩쓸었을 때에는 방송과 신문이 조치훈의 걸어온 길까지 특집을 낼 정도로 상종가를 기록했다. 하지만 한국에서 조치훈의 인기는 조훈현의 등장으로 사그라들고 만다. 일본에서 입단하고 잔뼈가 굵은 조치훈보다 한국에서 군대까지 갔다온 조훈현의 한국냄새가 더욱 강했기 때문이다. 이같은 조훈현의 인기도 서봉수의 등장으로 수세에 몰렸으니 이유는 조훈현은 일본 유학파지만 서봉수는 한국에서 배우고 성장해 한국에서만 활약한 소위 된장냄새가 나는 ‘순수 국산’이라는 것이
경기도 각 지역에 위치한 축산분뇨 처리업체들이 정화도 되지 않은 분뇨를 마구잡이로 화성시의 외곽에 몰래 버리는 사건들이 시시때때 벌어지고 있다. 이를 두고 마치 화성시가 오물을 버려도 되는 장소인 냥 인식돼 있다는 우려스러운 말까지 전해지고 있는 실정이다. 본지가 지난 2008년 화성 시 시화호에 대량의 축산분뇨 및 인분이 무단 투기된 사건을 적발해 고발한 봐 있다. 이 당시에도 경기도 이천등지에서 몰래 분뇨를 들여와 시화호 일대에 무단 매립한 적이 있다. 또 지난 18일에는 MBC 방송에서도 화성시 야산에 무단으로 대량의 축산분뇨를 매립하다 적발됐다. 모두가 액비로 처리되지 않은 가축분뇨인 것이다. 이번에는 화홍호 일대가 대량의 축산분뇨 및 인분이 무단 투기돼 이로 인한 악취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 20일 본지취재팀과 환경생태 보존 연합 측이 합동으로 밀착취재를 실시한 결과, 화홍호 일대에 정화되지 않은 축산분뇨 수만 톤이 매립돼 있는 현장을 적발했다. 이유인즉 이 일대가 매립지가 형성되면서 주민들이 농사를 짓고 있는 과정에서 파렴치한 축산분뇨업자들이 농사를 돕겠다는 이유로 정화되지 않은 분뇨를 마구잡이로 매립한 것이다. 이들은 포크 레인과 트랙터 등…
요즘 신모계사회라는 용어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할 수 있다. 취업모들이 친정엄마에게 자녀 양육을 맡기기 위해 친정근처에 모여 사는 현상을 말한다. 실제로 여성들의 경제활동이 활발해지고 맞벌이 부부가 늘어나면서 조부모가 손자녀를 키워주는 가정이 늘고 있다. 2009년 보건복지부가 실시한 전국보육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만 3세 미만의 영아를 둔 맞벌이 가정의 경우 조부모를 가장 바람직한 양육자로 인식하는 비율이 61%로 나타나 혈연에 대한 강한 의존도를 보여주고 있다. 취업여성의 출산결정에 조부모가 아이를 키워줄 수 있는지 여부가 상당히 중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서울대 의대 조영태 교수팀에서 직장여성의 출산력을 조사한 결과 첫째아이를 낳는 비율이 조부모의 도움을 받은 경우가 65%, 그렇지 못한 경우가 17%로 나타나 큰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특히 자녀가 영아인 경우 기관에서 단체생활을 하는 것보다 가정에서 일대일로 양육하고 싶어하기 때문에 더욱 조부모에 대한 의존도가 높게 나타난다. 조부모가 손자녀를 돌봐주는 사회현상에는 긍정적, 부정적인 측면이 모두 존재한다. 우리나라는 전통적으로 혈연을 중시하는 가족문화를 가지고 있고 조부모가 손자녀에 대해 가지고 있는
서울시장 선거가 29일 앞으로 다가왔다. 서울시민들에게 어떤 혜택이 돌아가게 하고 또 서울시를 어떻게 발전시키겠다는 구상은 좀처럼 접할 길이 없다. 난무하는 후보들 사이에 정치적 수사가 난무하는 분위기 속에서 벌써부터 상대후보 헐뜯기가 시작됐다. 여느 재·보궐선거처럼 정책은 실종되고 정치만이 판치는 고비율 저효율 선거판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다. 서울시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한 후보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나경원 한나라당 최고위원은 23일 이번 보궐선거에 출마하겠다고 공식 선언했다. 나 최고의원은 김충환 의원과 한나라당 후보 경선을 벌여야 하지만 최종 결정될 가능성이 높다. 나 최고의원이 보수 성향 시민단체후보로 추대된 이석연 변호사와 범여권 후보 단일화를 이룩할지는 아직 점치기 어렵다. 반면 범야권은 25일 박영선 의원이 경선결과 민주당 후보로 결정됐다. 박영선 의원은 이에따라 내달 3일 야권통합후보 경선에서 시민사회 후보로 출마를 선언한 박원순 변호사와 민주노동당 최규엽 후보와 야권 단일후보 자리를 놓고 경선을 벌이게 된다. 결국 서울시장 보선은 여당의 나 최고위원과 범야권의 박원순 변호사-박영선 의원-최규엽 후보 중 승자간의 양자 대결로 좁혀질 가능성이
지난 24일 오후 수원화성박물관에서는 의미 있는 행사가 열렸다. ㈔화성연구회가 주최한 ‘수원화성의 콘텐츠와 그 활용방안’이라는 정기학술발표회였다. 이 자리에서는 화성 안 옛길의 존재와 그 활용 가능성을 골목문화로 거듭나게 할 수 있는 방안은 무엇인가? 그리고 화성의 가장 빛나는 콘텐츠 가운데 하나인 무예 24기 중에서 가장 역동적인 마상무예를 어떻게 화성과 연결시켜 많은 사람들과 공감하게 할 것인가? 또 화성행궁 광장을 비롯한 공공장소의 효율적 활용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 등의 주제가 발표되고 이어 열띤 토론이 벌어졌다. 모든 발표와 토론이 수원발전의 아주 귀한 자료가 되겠지만 이날 특히 청중들의 관심을 끈 것은 최형국 박사(무예24기시범단 수석사범)의 ‘수원화성의 대표 문화유산 무예24기의 문화콘텐츠적 활용방안-마상무예를 중심으로’라는 주제발표였다. 수원에는 세계문화유산 화성과 화성행궁 등 문화유산이 있다. 그러나 엄격히 말하면 이는 단순한 역사속의 건축물일 뿐이다. 이 건축물에 생명을 불어 넣는 작업, 즉 소프트웨어인 콘텐츠가 필요한데 다행히 수원에는 무예24기라는 훌륭한 콘텐츠가 살아 있다. 무예24기는 정조대왕의 명으로 편찬된 ‘무예도보통지’에 수록된…
눈이 부시게 푸르른 가을 하늘과 계절의 풍요로움을 가장 가까운 양재천에서 느낄 순 없을까? 자전거 및 도보로 달리거나 스쳐 지나만 가는 양재천이 아닌 배우고 학습하며 머물고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탈바꿈시켜 보자는 생각에서 이글을 시작한다. 양재천은 과천시 갈현동 관악산 남동쪽 기슭에서 시작해 탄천과 합류하는 길이 15.6㎞의 하천이다. 이 중 과천시에서 8.4㎞구간을 관리한다. 과천시 구간의 양재천이 지금과 같이 식생 환경을 조성하고 자전거 도로를 설치해 산책로를 마련한 것은 얼마 되지 않는다. 과천 양재천에 걸쳐 있는 관문체육공원은 지난 2001년 9월에 개장했다. 개장 초기만 하더라도 관문체육공원 일대는 수목이 울창하지 않아 썰렁한 느낌마저 있었다. 지금의 울창한 공원의 모습은 최근에 완성된 것이다. 그리고 시내 한복판을 차지하던 복개천 주차장이 제 모습을 찾은 것도 얼마 되지 않는다. 또 그로부터 몇 년이 지나 자전거 도로와 하천 정비 사업이 완료돼 지금의 모습이 완성됐다. 현재 많은 과천 시민들이 산책과 달리기, 자전거 등을 이용해 충분히 양재천 길을 활용하고 있다. 이런 양재천이기 때문에 자꾸 욕심이 생긴다. 이처럼 산책길과 자전거길이 마련돼 시민
남한을 대표하는 진돗개와 북한이 자랑하는 풍산개가 함께 달리는 모습은 어떨까 하는 궁금증이 있었다. 두 개의 선두다툼이 치열해질 것만은 뻔한다. 두 명견이 꼭 승부를 가르는 것 보다는 친선과 우의를 도모하며 달리는 것이 보기도 좋을 것 같다. 민간인통제구역(민통선)을 달리는 ‘경기 평화통일 마라톤 대회’가 25일 파주시 임진각 일대에서 열렸다. 올해 5회째인 이 대회는 풀코스, 10㎞ 코스, 6㎞ 코스, 6㎞ 철책선 걷기 코스에 미2사단, 군장병, 북한이탈주민, 다문화가족, 시민 등 5천여명이 참가했다. 참가자들은 임진각을 출발, 민통선인 통일대교~군내 삼거리~통일대교~자유로를 거쳐 다시 임진각으로 돌아오는 코스를 달렸다. 주목을 끈 것은 남한과 북한을 각각 대표하는 명견이 함께 달리면 통일을 기원했다. 올해 대회에는 대한 독 스포츠연맹 후원으로 애견달리기인 캐니크로스(canicross) 부문이 신설돼 이목을 끌었다. 캐니크로스는 개와 주인이 한 팀이 돼 일정한 거리를 달려 기록으로 순위를 가리는 스포츠이다. 특히 캐니크로스에는 평화 통일을 기원하기 위해 남과 북을 대표하는 진돗개와 풍산개가 100여마리가 참가, 2㎞를 함께 달렸다. 또 올해 처음으로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