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전쟁이 한창이던 1960~70년대를 경험한 사람들에게 ‘호지명(胡志明)’은 ‘김일성’만큼이나 나쁜 ‘월맹(越盟)의 악질 빨갱이 괴수’였다. 인간의 본질과는 상관 없이 이데올로기라는 이분법적인 잣대로 재단한 결과다. 그러나 베트남 사람들에게 호지명, 아니 호치민(1890~1969)은 영원한 ‘엉클 호(호 아저씨)’다. 그만큼 친근한 존재로, 마음에서 우러나는 존경심을 나타내고 있는 것이다. 인도차이나 공산당의 창설자인 호치민은 베트남 민족운동의 지도자로 제2차 세계대전 뒤 아시아의 반식민지운동을 이끈 20세기 가장 영향력 있는 공산주의 지도자 중 한 사람이다. 교사에서 공산주의 혁명가로 일관된 삶을 살며 베트남의 국부(國父)로 추앙받고 있는 호치민에게는 보 구엔 지압(Vo Nguyen Giap, 武元甲)이라는 장군이 있었다. 지압은 호치민과 함께 프랑스의 식민지배에 종지부를 찍는 데 결정적 전기가 된 디엔비엔푸 전투(1954년)를 승리로 이끈 베트남 전쟁영웅이다. 호치민이 베트남의 독립 항쟁 지도자였다면 실제 전쟁의 대부분은 지압이 치러냈다. 지압은 호치민에 비해서 우리에게 덜 알려져 있지만 미국에서는 이미 그를 20세기 최고의 장군 중 한 사람으로 높
홍준표 한나라당 대표가 당으로 찾아온 오세훈 서울시장을 문전박대 했다고 한다. 오세훈 서울시장 주민투표 무산과 시장직 사퇴의 책임은 원천적으로 한나라당 지도부에 있다. 주민투표 성사를 위해 당 지도부는 당력을 모으지도 못했고 최고위원 조차도 복지논쟁을 들먹이며 오 시장을 힐난했다. 주민투표 25.7%를 놓고 당지도부는 아전인수식 해석을 내놓고 있지만 이는 전적으로 오 시장 혼자서 일군 성과다. 당장 10.26 서울시장 보궐선거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대년 총선과 대통령 선거로 이어지는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서울시장 자리를 수성해야 하는 한나라당과 점령해야 하는 민주당의 선거전이 벌써부터 불붙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주민투표에서 나타난 표심이 시장 선거에 어떻게 반영될지와 함께 복지논쟁의 재연여부, 야당 후보 단일화 여부, 여성후보 간 대결 가능성, 외부인사 영입 여부 등도 관전포인트로 꼽힌다. 한나라당은 이번 선거가 내년 총·대선의 전초전 성격을 띠고 있어 서울시장 수성전략을 짜느라 부심하고 있다. 서울시 구청장과 시·구의회에서 야당이 우위를 점하는 상황에서 서울시장이 야권에 넘어간다면 내년 4월 총선이 위험해지므로 박 전 대표의 구원투수론이 설득력을 갖는
1413년 용구와 처인을 합쳐 시작됐다는 용인. 전형적인 농촌이던 용인은 1970년대 경부고속도로 개통, 산업화 등으로 ‘관문’인 신갈오거리를 축으로 한 도시화로 모습을 바꿔가기 시작했다. 길을 따라 사람과 돈이 모이고 신(新) 문화와 사회가 형성돼 도시와 권력이 만들어지듯 신갈오거리는 용인의 정치경제사회 중심지로 활기가 넘쳤다. 또 열악한 교통환경 속에 양지, 백암, 원삼은 물론 이천과 여주를 서울과 잇는 요충지이기도 했다. 그 영광은 ‘신도시’로 상징되는 권력의 ‘베드타운 만들기’가 시작된 90년대 이후 개발 광풍에 급속도로 몰락했다. 분당을 시작으로 흙먼지 날리던 풍덕천이 지금의 수지로 상전벽해(桑田碧海)하고, LH를 앞세운 구성, 구갈, 동백, 흥덕, 보라 등의 택지개발로 남하하면서 신갈오거리는 상습정체란 불명예를 안고 기피지역으로 낙인찍혔다. 그뿐인가. 부활 20년의 지방자치 기간동안 신갈오거리로 대표되는 구 중심지는 급변한 지역환경과 다양한 명분을 내세워 표심얻기에 혈안이 된 일부 인사들의 정치적 필요성이 맞물리며 수지난개발 해결, 동서불균형 해소, 동부권 개발 등에 치여 사실상 방치됐다. 그 결과 곳곳이 슬럼화되고 공원이나 수영장 등의 편익시설…
중국의 한족(漢族)이 이민족을 부르는 호칭은 역겨울 정도다. 터무니 없이 비하하는 것은 물론이고 더럽고 추한 단어를 갖다 붙이기 일쑤다. 예를 들어 고대 우리 민족의 이름인 ‘예맥(濊貊)’은 ‘똥 고양이’라는 뜻이다. 이는 말할 것도 없고 한족 이외에 모든 종족은 예외 없이 ‘오랑캐’라고 불렀다. 이런 오만한 중국인의 습성은 오늘날까지 계속되고 있다. ‘흉노(匈奴)’는 몽골어로 ‘사람’을 뜻하는 ‘훙(XYH)’을 중국어로 차음(借音)해 제멋대로 갖다붙인 것이다. ‘흉(匈)’은 ‘입심이 좋다(시끄럽다)’는 뜻이고 ‘노(奴)’는 말할 것도 없이 노예를 의미한다. 곧 흉노라 함은 ‘시끄러운 노예’라는 뜻이다. 모욕적이지만 어쨌거나 흉노는 한족에게 대단히 위협적인 존재였다. 흉노는 알타이 산맥 동남쪽, 그러니까 중국 산시(陝西), 허베이(河北)지역 대부분을 차지했던 유목민의 총칭으로 동으로 몽골과 우리 고조선으로, 그리고 서로는 유럽을 뿌리째 흔든 훈족(Hun)으로 발전했다는 설이 유력하다. 흉노의 전성기는 모돈선우(冒頓單于,기원전 209~174)때다. 말하자면 흉노의 칭기즈칸과 같은 인물로 당시 흉노의 땅은 동으로 한반도 북부에서 북으로 바이칼 호와 이르티시 강변
대통령은 지난 광복절 기념사에서는 공정한 사회를, 이번 기념사에서는 공생발전을 강조했다. 공정한 사회는 출발과 과정에서 공평한 기회를 주되, 결과에 대해서는 스스로 책임을 지는 사회이고 공정한 사회는 개인의 자유와 개성, 근면과 창의를 가져다 준다. 그리고 공정한 사회에서는 패자에게 또 다른 기회가 주어지며, 넘어진 사람은 다시 일어설 수 있고 일어선 사람은 다시 올라설 수 있다는 것이다. 공정한 사회와 공생발전이 무엇이냐고 학생들에게 물었다. 학생들은 답변하기를 공정한 사회란 법과 원칙이 통하는 사회, 소통과 화합을 통해 차별을 없애는 사회, 불합리와 불공정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회, 그리고 약자를 배려하는 사회로 손꼽았다. 한마디로 믿음과 신뢰를 주는 사회라고 할 수 있다. 태어나면서 빈곤이나 경제적 어려움으로 공정한 출발선을 갖지 못하는 아이들은 조화로운 사고와 감정과 의지가 이미 공정한 사회를 바라보는 데 많이 닫혀있음을 알게 된다. 이것은 또 다른 사회문제를 다양한 형태로 나타나게 된다. 공정한 교육이 이루어지기 위해서는 공정한 출발선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이는 사회적 약자들이 상대적으로 받지 못하는 질 높은 교육을 제공해 그들도 동등하게 시
무상급식의 원조는 김상곤 경기도교육감이다. 2년여의 논란끝에 그는 무상급식의 실질적인 승리자가 됐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가 개표 요건인 33.3%에 못미치는 25.7%의 투표율을 기록함으로써 무산되자 김 교육감은 24일 보도자료를 통해 “함량미달의 복지인식과 비이성적·독선적 정치행위를 시민들의 힘으로 다시 한번 심판한 것”이라고 평가하며 환영했다. 경기도교육청이 추진해온 전면 무상급식 정책이 더욱 탄력을 받을 것은 뻔하다. 지난 2일 김교육감은 무상급식 창시자로서 오세훈 서울시장에게 공개 서한을 보내 “무상급식은 정치적 헤게모니 싸움의 대상이 아닌 교육권과 인권의 영역”이라며 훈수했다. 현재 경기도교육청은 전체 초등학교의 92.8%가 무상급식을 실시하고 있으며 2013년까지 유치원과 초·중학교 전체까지 무상급식을 확대한다는 계획을 갖고 있지만 도의회의 반발에 여러움을 겪고 있지만 순탄하게 이뤄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서울시의 무상급식 주민투표 결렬은 민주당이 내세우고 있는 ‘보편적 무상복지’도 더욱 탄력을 받게 됐다. 반면 입지가 좁아진 한나라당은 복지정책 개발에 나서지 않을 수 없는 입장에 몰렸다고 할 수 있다. 또 이번 투표결과는 내년 4.11…
태권도는 명실상부한 대한민국의 국기(國技)로서 올림픽 종목일 뿐 아니라 전 세계에 널리 퍼져 있는 무예이자 스포츠이다. 그런데 경기도립예술단이 제작한 공연 ‘태권무무 달하’가 역사와 문화가 살아 숨쉬는 남한산성을 시작으로 미국·캐나다 지역 5개 도시에서 순회 공연된다고 한다. 오는 27일 오후 8시 광주 남한산성 내 역사관 광장 야외무대에서 공연한 후 다음달 30일과 10월 1일에는 경기문화의전당 행복한대극장에서 10월 17~25일에는 한인을 위한 북아메리카 투어 공연을 진행한다는 것이다. 이 작품은 한국을 대표하는 전통문화유산인 태권도와 예술적인 몸짓을 결합하여 만든 무용이다. 태초 이전 무의 세계, 남녀 간의 사랑, 약육강식의 세계, 선과 악의 대결 등을 나타내고 있다. 전통문화유산 태권도와 전통무의 아름다운 춤사위를 조화시킨 작품으로, 동양의 윤회사상과 태권도의 정(靜)과 동(動)의 조화, 고구려 벽화 속 신화적인 상징물들로 이뤄진 캐릭터 등 한국적 정서와 문화를 외국에 알리는 문화사절 역할을 할 것으로 기대된다. 태권도는 70년대부터 예술적으로 승화하기 위한 노력이 있었지만 두 분야의 이질성과 보이지 않는 경쟁으로 좋은 작품을 탄생시키지 못했다고 한다
약속의 사전적 의미는 “다른 사람과 앞으로의 일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미리 정해 둠 또는 그렇게 정한 내용”으로 돼 있다. 사전적인 의미가 말해 주듯이 약속은 혼자서 할 수 있는 것이 아니고 반드시 그 상대자가 있고 서로간의 합의하에 이루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서로간의 합의하에 이루어진 이 약속이 깨어지거나 실행되지 못함으로 인해 마음이 상하고 억울해 하는 것은 물론이고 나아가서는 사회전체에 불신의 풍조까지 만연하게 하는 부정적인 것을 보면서 약속의 중요성과 책임을 실감하게 된다. 약속은 늘 지키는 사람에게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니고 지키지 않는 쪽에 있다. 우리는 이러한 약속을 얼마나 잘 지키고 있는 것일까? 우리는 약속을 쉽게 하고 쉽게 깨트리는 습관에 익숙해져 있다. 그로 인해 많은 부작용을 낳게 되고 또 지켜지지 않는 약속으로 인해 상대방은 물론을 사회적 기회비용까지 엄청난 댓가를 지불하게 되는 것이다. 하지만 약속을 지키지 않고도 그런 몰염치를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데 더 큰 문제가 있다. 60~70년대 한국 사회 소위 ‘코리안 타임’이라고 해서 약속을 잘 안 지키는 대표적인 국민이라고 외국인들이 불명예스럽게 붙여진 별명이 있을 정도로 시간 약속을 중
말복이 지나고 입추가 지나도 올 여름 더위는 가실 줄 모릅니다. 잠시 땀도 식히고 머리를 식힐 곳 어디 없나, 생각하다가 호조벌과 연결된 물왕저수지를 찾았습니다. 물왕저수지는 이 근방에서는 풍경이 아주 수려하고 아름답기로 소문난 낚시터이면서 휴식처입니다. 물결이 잔잔한 물왕저수지는 길고 넓어 마치 붓으로 멋지게 휘갈겨댄 곡선처럼 휘어져 있어 한층 더 운치 있었습니다. 도로변에 차를 세워놓고 저수지 옆으로 만들어진 보도블록을 걸으니 시원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바람을 맞으며 바라보는 넓은 호수는 보는 사람 마음을 후련하게 합니다. 길고 넓게 들어선 저수지 끝에서 맞은편 산 아래쪽으로 돌아가니 동쪽에서 서쪽으로 길게 나있는 저수지의 표면은 물살 하나 없이 잔잔합니다. 저수지 바람이 ‘훅~’ 불어 차창을 통해 들어옵니다. 많은 사람들이 더위를 식히려고 축축 늘어진 수양버드나무 아래나 물가에 낚시대를 드리우고 있습니다. 젊은 연인들이 많았던 여느 때와는 다르게 가족을 동반한 사람들이 많습니다. 해가 뉘엿뉘엿 저물기 시작합니다. 호수 위의 물결이 빨갛게 물들기 시작합니다. 호수 주변의 사람들도 저 잔잔한 물결위에 많은 생각들을 던지며 발갛게 물들고
우리에게 ‘개미’라는 소설로 알려진 프랑스 소설가 베르나르 베르베르가 2010년 ‘파라다이스’라는 새로운 소설을 발표했다. 이 책에서 베르나르는 매우 불편하면서 통쾌한 ‘환경 파괴범은 모두 교수형’이라는 에피소드를 썼다. 이 에피소드에서 미래 지구가 화석연료 사용으로 인해 오존층이 파괴되고 이로 인한 지구 멸망을 바로 앞에 두고 있는 사회를 그렸다. 그리고 이 암울한 미래사회의 규칙으로 베르나르는 ▲자동차 운전금지 ▲흡연금지 ▲석유를 동력으로 하는 모터 사용금지 ▲가스를 배출하는 공장 가동 금지 ▲연기를 내뿜는 것은 도구 금지(바비큐, 굴뚝연기, 담배, 폭죽 등) ▲전기사용금지 등을 제시한다. 이 책을 읽으면서 우선 유명한 지구과학자나 미래학자, 기후학자의 말을 빌리지 않아도 이미 지구의 생태적 위기가 매우 가까이 왔다는 생각이 문뜩 들었다. 그러면서도 통쾌한 것은 ‘이런 극단적인 방법이라도 취해야 하지 않을까’ 하는 소설이 주는 통쾌함이다. 올해 7월 27일부터 경기도 곳곳에 많은 비가 내렸다. 이번 수해로 인해 사망자가 32명, 실종자 7명, 31개 시·군에서 3천642억5천500만 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했다. 이번 최악의 수해피해의 원인은 다양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