엊그제 모처럼 회사 근처 서점에 들렀다. 96세 노 철학자 김형석 교수의 에세이집을 사기 위해서였다. 최근 언론에서 1995년 각각 출간됐다가 절판된 김 교수의 책 두 권 ‘예수’와 ‘어떻게 믿을 것인가’가 재출간된 후 인기가 높다는 기사를 읽고 그 책을 사기 위해서였다. ‘무엇이 100세를 바라보는 노(老)철학자의 15~20년 전 저작을 부활시켰을까’ 하는 호기심이 발동해 책을 찾았지만 전문서점이 아닌지 없었다. 아쉬움을 거두며 베스트셀러 코너의 이책 저책을 뒤적이는데 한켠에 놓여 있는 책이 눈에 들어왔다. ‘인간심리학의 고전 한비자(韓非子)에서 배우는 인생의 지혜’라는 부제가 있는 ‘한비자의 인생수업’이란 책이다. 얼마 전 재주복주(載舟覆舟)라는 칼럼을 쓰며 한비자의 제왕편을 뒤져본 기억이 나 ‘꿩 대신 닭(?)’을 선택해 구입했다. 아직 다 읽지 못했지만 이 책의 내용은 이랬다. ‘한비자’에서 이 시대를 살아가면서 필요한 교훈들을 선별해 현대적으로 정리하고, 무한경쟁 사회 속으로 들어가려는 청년들과 리더의
기항 /이현호 낯선 계절을 항해하던 넋이 빈방에 닻을 내린다 마음이라는 이생의 풍토병을 앓으며 몇 번이고 난파하며, 너라는 이름의 태풍들을 헤쳐왔다 삶, 그것은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 해적 깃발을 지느러미처럼 펄럭이며 배는 다시 폭풍우 속으로 나아간다, 뱃사람의 노래와 함께 생명보험회사는 무엇 때문에 불멸의 인간에게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가 ※ 마지막 연은 허먼 멜빌의 ‘모비 딕’에서. - 이현호 시집 ‘라이터 좀 빌립시다’ 잠시 모든 것을 내려놓고 싶을 때가 있다. ‘삶, 그것은 기껏해야 찻잔 속의 태풍’이라 위로하고 싶을 때가 있다. 그것은 몇 번이고 난파하며 너라는 이름의 태풍을 헤쳐온, 지친 심신을 위한 것이다. 우리는 정신없이 노를 젓는 동안 이생에 매달린 풍토병을 앓는다. 하지만 우리는 해적의 깃발을 지느러미처럼 펄럭이며 앞으로 나아가야한다. 내가 나를 추스르는 충전의 시간을 거쳐 다시 나아가야 한다. 그러니까 우리는 불멸의 인간이다. 죽어도 죽지 못하는 항해다. 다시 한 번 뱃사람의 노래와 함께 나아가자. 생명보험회사는 무엇 때문에 사망보험금을 지급하는 것인가 묻는 저 반어법의
정치의 높이를 다른 말로 표현하자면 비전이요 꿈이다. 이상이요 목표다. 비전이란 무엇을 말하는가? 온 국민이 함께 바라보고 나아갈 국가의 목표요 이상이다. 온 국민이 바라보고 함께 나아가야 할 깃발이다. 나폴레옹 장군이 “인류의 미래는 인간의 상상력과 비전에 달려 있다.”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정치가들은 정치적 상상력이 있어야 하고, 온 국민이 함께 바라보고 나아갈 깃발을 보여주는 비전을 제시할 수 있는 능력이 있어야 한다. 그러나 우리 나라의 정치가들은 너무 평범하고 너무 속물이고 상상력의 차원이 빈약하다. 그래서 국민들에게 꿈을 제시하지 못한다. 미래에 대한 비전이 있고 꿈이 있으면,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함께 참고 나아갈 힘이 생긴다. 그러나 미래에 대한 비전과 꿈이 없으면 현실이 아무리 안락하여도 마음에 불만이 쌓이고 서로 다투고 우울증에 걸린다. 그것이 인간의 본성이다. 누가 좋고 나쁘고가 아니다. 인간이 지닌 본성이다 그래서 그 시대 정치가들이 감당하여야 할 사명 중 가장 큰 몫이 국민에게 비전을 제시하고 꿈을 심어 주는 것이다. 구약성경 잠언 29장에 다음같이 일러 준다. “비전이 없으면 백성들이 망할 짓을 골
경찰청은 지난 2011년 12월 당시 14살의 중학생 권모군이 학교폭력을 견디다 못해 투신 자살하는 사건을 계기로 학교전담경찰관제도를 도입해 초·중·고교에 배치하기 시작, 현재 전국적으로 1천78명이 활동하고 있다. 학교전담경찰관은 학교에 나가 학생 대상의 범죄예방교육과 순찰, 상담 등 예방활동과 장기결석 아동 점검 및 학교밖 청소년 발굴·지원 등 역할 확대로 청소년 안전지킴이로 자리매김하고 있다. 도입 초기 찬반 논란이 있었지만 활동 이후 학생들의 학교폭력 피해응답률은 2012년 9.6%에서 지난해 0.94%로, 학교폭력 검거인원도 2012년 2만3천877명에서 지난해 1만2천495명으로 47.6%가 줄어 교육현장의 일원으로 그 역할을 톡톡히 해내고 있다. 경찰청은 잇따른 아동학대 범죄 근절을 위해 지난 2월 또 하나의 전담경찰관 제도를 신설했다. 가정폭력전담경찰관 업무를 확대해 아동학대와 향후 노인·장애인 학대까지 전담하는 학대전담경찰관(APO)이 그것이다. 지난해 말 인천 11세 여아 학대사건을 시작으로 학교에 나오지 않는 아이가 부모에 의해 살해돼 시신으로 발견되는 사건이 연달아 밝혀지며 장기결석&mi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원내 제1당이 된 이번 20대 총선 결과는 오랫동안 깔려있던 민심의 발로였다. 헌법 제1조에 명시된 ‘주권은 국민에게 있고,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는 진리를 표로써 나타내준 것이다. 선거 직전까지도 이를 무시했던 정치권은 국민이 무서운 줄 알며 크게 놀랐다. 그렇다고 해서 야당도 승리를 자만해서는 안 된다. 깃발만 꽂으면 당선된다는 호남의 민심이 더불어민주당을 떠나 제3당으로 약진한 국민의당을 선택한 것에 깊은 반성을 해야 한다. 표로써 심판하는 민주주의의 진리를 보면서 국민들은 이번 선거를 통해 대화와 타협을 주문했고, 나아가 국가개조 수준의 개혁에 대한 여망을 담았다. 이제 의석 수의 과반을 확보한 정당이 20대 국회에는 없다. 무소속 당선자들을 둘러싼 합종연횡이 이어지겠지만 일단 국민들의 선택은 독선과 오만에 종지부를 찍게 했다. 그런데도 선거가 끝난 지 며칠 안 돼 아직도 각 당이 내홍을 겪고 있는 것을 보면 한심하기 짝이 없다. 지금은 당권경쟁이나 대선후보 경쟁이 문제가 아니다. 민심의 진의가 어디에 있는지 빨리 파악하고 민생을 살펴야 하는 게 급선무임을 깨달아야 한다. 국회에 거는 기대도 대화와 타협을 통해 오직 국
교복은 예나 제나 가난한 사람들의 걱정거리 가운데 하나였다. 먹고살기 빠듯한 서민들의 고민일 수밖에 없는 게 한 벌에 수십만원이나 하기 때문이다. 요즘 광고를 보면 성인 기성신사복도 10만원이면 구입할 수 있는데 아이들 교복이 이보다 몇배 더 비싸다는 것은 이해가 안된다. 그래서 교육부는 지난해 ‘학교 주관 교복 공동구매제’를 도입했다. 이 제도는 교복 가격 거품을 없애 학부모 부담을 덜어주겠다는 취지다. 이전에는 학부모가 스스로 구매했지만 이젠 국·공립학교의 경우 학교장이 조달청 경쟁입찰을 통해 교복업체를 선정, 교복을 일괄적으로 구입하는 방식이다. 사립학교는 권장사항이다. 이로 인해 교복가격 하락이라는 목표는 달성했다. 교복값이 20~30% 정도 낮아졌다. 그러나 일부 품질부분에 문제가 제기되고 있고 대형사에 밀린 중소 교복업체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발생하고 있다고 한다. 이런 실정에서 경기도가 펼치는 ‘착한 교복’사업이 관심을 끈다. 경기도의 설명에 의하면 도와 도교육청 간 교육연정 1호로서, 학부모의 경제적 부담을 덜어주고 도내 섬유업계의 발전을 함께 도모하기 위해 도내 중소기업에서 생산된 고품질의 섬유소재를 활용, 최신 트렌드를 반영해 디자인한 교복
동궐(창덕궁과 창경궁)은 이궁(離宮)으로 시작하였지만 제왕들은 경복궁보다 이곳을 더 좋아하고 더 많이 머물렀다. 그리고 현대인들도 여러 궁궐 중 창덕궁을 제일 좋아하고 창덕궁에서도 후원을 가장 손꼽고 있다. 창덕궁 후원은 크기는 약 55만㎡로 매우 크며 지금은 13개 정자가 곳곳에 홀로 또는 무리를 지어 건축되어 있다. 옛날 정자가 많을 때는 지금의 2배 이상은 있었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이렇게 정자가 많은 이유는 국왕들은 통치기간에 자신만의 정자를 후원에 짓고자 하였기 때문이고 그 가운데 정조는 후원을 사랑하고 가장 많은 건축을 한 국왕이다. 창덕궁 후원은 상림원, 내원, 서원, 북원, 금원등 시기에 따라 여러 이름이 있었는데 정조가 활동하던 시기에는 상림원(上林苑)으로 불렸다. 상림원이란 본래 고대 중국에서 황실정원의 명칭이었던 것으로 태조 이성계가 동산색(東山色, 정원과 과실수 등의 재배 관리를 맡아보던 관청)을 상림원으로 개칭하였고 세조시기에는 이를 장원서(掌苑署)로 다시 개칭하였다. 정조가 창덕궁의 후원에서 아름다운 열 곳을 선정하여 시를 지었는데 이를 상림십경(上林十景)이라 하며 이 시(詩)는 홍재전서와 동국여지비고에 실려 있다. 그리고 이 시
이번 선거로 국회의원으로 금배지를 단 의원들은 금배지를 달면 줄잡아 100가지나 되는 특권을 받게 된다. 이는 국민을 대신해서 일을 열심히 하라는 의미지만 현실에서는 종종 이런 뜻에 반하는 일들이 생기기도 한다. 지난 19대에서는 그야말로 자신의 안전을 책임져 오던 운전기사 급료를 떼어먹는 일부터 대리운전 폭행에 이르기까지 일부 국회의원들이 이른바 특권 갑질자로 둔갑돼 국민의 공분을 사기도 했다. 하지만 이같은 특권 갑질 국회의원에게는 연간 1억4천만원에 달하는 연봉에 9천여만원의 입법활동비가 지원되며 의원 1명당 최대 7명의 보좌진에 대한 연간 3억7천만 원의 급여도 국민 혈세로 충당해주고 있다. 게다가 의원님들은 어딜가든 항공기는 비즈니스석, 철도와 선박은 최상등급 좌석을 이용할 수도 있다. 무엇보다 국회의원의 가장 큰 특권은 면책 특권이다. 국회에서 직무상 행한 발언과 표결에 대해 민·형사상 책임을 지지 않아도 되고 회기 중에 동료 의원들의 동의 없이 체포나 구금되지 않는 이들만의 불체포 특권도 있다. 이번 선거에서도 여야는 저마다 국회의원의 특권을 스스로 내려놓겠다는 공약을 앞다퉈 발표했으나 과연 이를 믿는 국민들은 얼마나 될지 의문스럽다
“모든 권력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 유승민 전 새누리당 원내대표가 인용해서 매스컴을 탄 헌법 제1조 제2항 후단이다. 너무나 당연한 이 말이 실감나는 요즘이다. 말도 많고 탓도 많던 4·13 총선에서 국민은 여소야대 국회를 만들었다. 어느 당도 의안처리에 필요한 과반수에 미달한다. 여야 합의 없이 안건을 본회의에 상정할 수 있는 180석에는 제1당과 제2당이 연합하지 않는 한 못 미친다. 제3당인 국민의당이 새누리당과 친여 무소속 7석을 더하면 167석, 국민의 당이 더불어민주당과 정의당과 함께 해도 167석이다. 친야 4석을 더하면 171석이 되지만 일방적으로 의안처리를 못한다는 점에서 차이가 없다. 이것은 무엇을 말하는가? 어느 당의 독주도 용납할 수 없고 서로 대화를 통하여 국정을 운영하라는 국민의 준엄한 명령이다. 진영논리에 갇혀 무조건 반대하는 여야의 모습에 경종을 울린 것이다. 그동안 여야의 이견은 정말 사소한 것이 많았다. 이견을 해소할 노력을 하지 않는 것으로 보였다. 모든 정파의 무조건 대화가 국민의 뜻 지난 2월 박 대통령이 국회에서 대표적 예로 든 것이 서비스산업발전기본법이다. 제출된 지 3년 반이나 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