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무 몇 그루 들고 밭으로 나간다. 지독한 한파로 몸살을 앓던 들판도 생기를 띠기 시작하고 어디서 날아들었는지 참새 몇 마리 이 나무 저 가지 날아다니며 봄을 옮기기에 바쁘다. 냉이며 민들레는 벌써 파란 잎들을 꺼내 놓았고 나무도 입덧을 시작하는지 꽃눈을 살짝 내 놓은 것도 있다. 삽날을 세워 흙 밑을 깨운다. 몇 삽 흙을 퍼내자 흙도 태양이 낯선 지 빠르게 물기를 걷어내고 푸석해진다. 삽 끝에 걸려드는 칡뿌리를 툭툭 내려쳐 보지만 쉽게 끊어지지 않는다. 지난 봄에 걷어내고 남았던 칡덩굴이 제법 굵은 뿌리를 내리고 있다. 참으로 질긴 생명력이다. 호두나무 여덟 그루와 감나무 열 그루를 심었다. 구덩이를 깊게 파고 물을 주고 묘목을 넣은 후 정성스레 밟아준다. 아직은 어린 묘목들이지만 이삼년 지나면 이것들도 꽃을 피우고 열매를 맺을 것이다. 호두를 보면 시아버님이 생각난다. 어느 해 정월 열나흘 네 알의 호두를 주시면서 식구가 넷이니 보름날 새벽에 일어나 부럼을 깨물라 하셨다. 그래야 한해가 무사태평하고 만사가 잘 된다며 꼭 하라 하셨지만 요즘 세상에 뭐 그럴 필요까지 있나 싶어 그냥 장식장 서랍에 넣어둔 채 잃어버리고 있었다. 그해 초여름 아버님께서 돌아가시
‘꽃가루 같이 부드러운 고양이털에/고운 봄의 향기가 어리우도다//금방울과 같이 호동그란 고양이 눈에/미친 봄의 불길이 흐르도다/고요히 다물은 고양이의 입술에/포근한 봄 졸음이 떠돌아라//날카롭게 쭉 뻗은 고양이의 수염에/푸른 봄의 생기가 뛰놀아라’. 대체로 봄이 되면 생각나는 이장희(1900~1929) 시인의 ‘봄은 고양이로다’의 전문이다. 이 시는 봄을 맞은 고양이가 한 낮에 졸음에 겨워 기지개를 켜는 모습이다. 그래서 인지. 이 시를 읽으면 먼저 떠오르는 것이 춘곤증이다. 낮과 밤의 길이가 같아진다는 춘분을 지나며 봄이 보내는 신호는 내 몸의 심장을 두드리는 ‘설렘’과 함께 나른한 ‘졸음’을 동반한다. 춘곤증 때문인데 이는 겨울의 기운에서 봄기운으로 변화하는 과도기에 우리 몸이 적응하지 못해 생기는 일시적인 증상이다. 의학적인 용어는 아니지만 춘곤증은 봄철 피로를 특징으로 하는 신체의 일시적인 환경부적응 증세다. ‘시에스타(siesta)’는 스페인의 ‘낮잠’ 문화다. 점심식사 이후 두세 시간씩 낮잠에 들어가는 것으로 이 시간에는 관공서나 기업도 업무를 중단하고, 상점과 시장도 문을 닫는다. 그런데 2006년 스페인 정부가 관공서의 시에스타 제도를 폐지했다
국회의원 보궐선거가 치러질 성남 분당을은 임태희 대통령 비서실장이 내리 3선을 기록한 선거구다. 대통령 비서실장 자리는 유한하지만 국회의원은 4년에 한 번씩 유권자의 심판을 받으면 권력과 임기가 보장된다. 이런 지역구를 남에게 선뜻 물려준다는 것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는 일이다. 어릴 적부터 서울에서 살고 있는 박근혜 전 한나라당 대표는 선거구가 대구 달성이다. 16대부터 현재까지 이곳에서 내리 4선째다. 원조 소장파격인 남경필 의원은 부친인 남평우 전 의원이 갑작스레 세상을 떠나자 미국 유학중 급거 귀국해 부친의 지역구인 수원 팔달구에서 4선을 기록했다. 이명박 대통령 당선 1등공신인 이재오 정무장관은 18대 총선에서 떨어지자 미국행을 택한다. 미국에서 돌아와 국민권익위원장에 임명된 뒤 자신의 오랜 텃밭인 서울 은평 재보선에 출마해 당선됐다. 만약 이장관이 선거에서 떨어졌다면 정치생명은 끝이었다. 대선에서 패배한 민주당은 18대 총선에서 전주 덕진이 지역구인 대선 후보였던 정동영 의원을 서울로 끌어올려 출마케 했으나 낙선했다. 그 후 고향인 덕진에서 보권설거가 치러지자 민주당은 정 의원의 고향 출마를 견제해 뜻을 이루지 못하자 정 전 의원은 무소속 출마
제257회 임시회를 마치고 한나라당 35여 명의 의원들은 3월 21일부터 22일까지 1박2일로 제2 신교대대 및 OO산 전차대대 등 안보 병영체험을 실시했다. 특별히 2010년 3월 26일 천안함 폭침 사건 1주년과 2010년 11월 23일 연평도 포격에 대한 튼튼한 안보태세와 북한정권의 폭압적 속성을 그대로 보여준 북한의 대담 무력도발 등 갈등적 분단 상황의 안보의식을 고취하기 위한 경기도의회 역사상 최초의 한나라당 의원들의 의미있는 안보 병영체험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입어보는 낯선 군복, 전투화, 방탄헬멧, 훈련복으로 갈아입고 사전 안전 유의사항에 대한 교육을 받고 필자는 1분대 분대장으로 명받았다. 연병장에서 입소식을 시작으로 XX산 갱도 진지 견학 및 신병교육체험을 했다. 처음으로 들어보는 기관총 무게가 어깨를 짓눌렀다. 그리고 각개전투 등 신병과 똑같은 훈련을 받으며 분단된 조국의 아픔을 몸으로 느껴보았다. 1일 차 교육을 마치고 취침 전 점호시간 대대장님께 점호 보고 후 취침. 딱딱한 침대와 침구에 몸을 맡긴 채 곯아떨어졌다. 다음 날 아침 군복으로 갈아입고 연병장으로 모여 체조를 시작했다. 그리고 구보 시작. 차가운 아침공기가 입 속 하나 가
내가 사는 초초시암(艸艸詩菴)은 감나무가 일곱 그루 여릿 녀릿 피는 속닢이 청(淸)이 속눈물이라면 햇살은 공양미 삼백석, 지천으로 쏟아진다. 옷고름 풀어놓은 강물, 열두 대문 열고 선 산 세월은 뺑덕어미라 날 속이고 달아나고 심봉사 지팡이 더듬듯 더듬더듬 봄이 또 온다. 시인소개 : 정완영 919년 경북 금릉군 봉산면 출생. 1947년 동인지<오동(梧桐)>을 출간하고 1948년 작품 <조국> 발간. 1960년 국제신보, 서울신문, 1962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 196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동시)로 등단. 2010년 제4회 백자예술상 수상, 제13회 현대불교문학상 수상(2008년) 다수. 끝으로 연평도 포격 이후 청년들의 해병대 지원율이 역대 최고였던 사실은 그만큼 국민 안보의식이 고취된 사회현상을 반영한 것이라 생각한다. “위기는 곧 기회”라는 관점에서 북한의 연평도 포격 이후 전반적으로 제고된 국민적 안보의지를 굳건한 안보역량으로 승화시키고 경기도의회 한나라당 의원들의 안보 병영체험이 대한민국 16개 시·도에서도 여야를 넘어 계속되기를 간절히 희망하며 그 바탕 위에서 자신감 있는 대북 통일 정책
잘 알려진 ‘청개구리’라는 우화(寓話)다. 엄마 말을 지독히도 듣지 않는 청개구리가 살고 있었다, 엄마가 동쪽으로 가라고 하면 서쪽으로 갔다, 엄마가 산으로 올라가라 하면 강으로 내려갔다. 단 한 번도 엄마 말을 들은 적이 없었다, 마침내 늙어 병석에 누운 엄마는 아들을 불러놓고 말했다, “내가 죽거든 산에다 묻지 말고 강가에 묻어다오. 알겠니?” 언제나 반대로만 하는 아들이기에 산에다 묻어주길 바라며 한 말이었다. 엄마가 죽자 청개구리는 지난날 자신의 잘못된 행동을 뉘우쳤다, 그리고 엄마의 마지막 부탁만큼은 들어주기로 하고 강가에 묻었다, 경기도의회는 지난 18일 유급 보좌관제를 두는 것에 대해 재석의원 101명 중 찬성 98명, 반대 1명, 기권 2명으로 재의결했다. 이어 의회사무처 직원에 대한 인사를 도의회의장이 행사하는 조례안 재의 안건도 재석의원 102명 가운데 찬성 98명, 반대 1명, 기권 3명으로 가결됐다. 두 조례안 모두 ‘상위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제기됐지만, 여야 가릴 것 없이 100%에 가까운 찬성률로 이를 통과시켰다. 이날 투표결과 눈에 띄는 것은 두 조례 통과를 모두 거부한 ‘반대 1표’다. 한 때 유행한 광고문구처럼 ‘모두가 ’예스
셋째야 보아라! 안부 인사조차 건네기가 왠지 미안해지는 요즘이구나. 일본 대지진으로 현지뿐 아니라 전세계 산업계가 혼란에 빠진 가운데 연일 하늘 높은줄 모르고 치솟는 물가와 유가상승 주가하락에 모두들 살기가 힘들다고 아우성인데…. 선거 때마다 비굴할 정도로 머리를 조아리며 당선만 시켜주면 열심히 일하겠다던 정치인들은 다 어디가고 이 어려운 위기에 답답한 시민들의 가슴을 뻥 뚫어줄 그런 지도자들은 모두 어딜 갔단 말이냐? 회의장 안에선 서로 멱살 움켜쥐고 싸우더니 회의장만 나서면 언제 그랬느냐는 듯 껄껄대는 정치코메디에 이곳 시골 촌노들도 “믿을놈 한놈 없다”며 뉴스시간이면 TV채널을 돌려 버림을 명심 하거라. 사탕발림의 간교한 말로 간에 붙었다 쓸개에 붙었다하는 지조없는 철새를 멀리하고 말없는 다수, 선량한 민초의 침묵을 방관 하지 말거라. 얘야, 셋째야! 너는 정말 그러지 말거라. 너는 결코 정치꾼이 되지말거라. 약삭빠른 정치꾼이 아닌 품격있는 정치인이 되어 생활정치, 의회 민주주의의 표상이 되거라. 집행부를 철저히 견제하고 감시하는 일에 소홀함이 없도록 하고 지역주민은 성심껏 받들어 모시거라 그 직에 있을 때나 그 직을 떠난 후에도 한결같은 모습으로 뒷…
지방의원들의 차마 눈뜨고 봐줄 수 없는 행태중의 하나가 의회 회기 중에는 당리당략에 따라 ‘언제 또 보겠느냐’는 식으로 으르렁 대고 싸우다가도 외국여행을 갈때는 ‘무슨일이 있었느냐’는 식으로 다정하게 한배를 탄다는 점이다. 자신의 지역구 예산 챙기기에도 여야는 아주 매끄럽게 일사천리로 안건을 처리한다. 지방의원들의 제 밥그릇 챙기기가 눈뜨고 볼 수 없는 상황에까지 이르렀다. 집행부의 예산집행과 정책 감시 및 견제는 안중에 없고 사리사욕만 좇는 소인배들의 행태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다. 경기도의회 의원들은 1인당 연간 30만원의 혈세를 지원받는 ‘스크린골프 동호회’ 회원을 모집한다며 공고문을 의사당 곳곳에 붙였다. 또 슬그머니 도청 심의 예산안에 끼워 넣어 도민의 혈세를 자신들이 스크린 골프를 즐기는데 사용하겠다는 사심을 드러냈다. 전·현직 도의원들이 회원인 경기의정회 지원 예산을 당초보다 3천만원을 증액, 1억8천만원으로 편성 통과시키기도 했다. 당초 경기의정회 지원 예산 1억5천만원도 본예산 심의 때 멋대로 끼워 넣기 했다는 논란을 빚은 바 있어 도의회의 제 밥그릇 챙기기는 계속되고 있는 것이다. 고용주가 근로자에게 지원하는 동호회비를 자신들도 국고에서 받겠
최근 이천시 농업기술센터가 농촌관광에 종사하는 농업인에게 전문적 리더십과 체험활동 지도를 위한 이천농촌관광아카데미를 개설했다는 소식이다. 지난해에 이어 이천농촌관광아카데미 심화과정으로 마련한 이번 아카데미에서는 농촌체험관광 전문가를 희망하는 42명의 입학생이 19주차 90시간의 교육을 받게 된다고 한다. 이들은 이곳에서 농촌체험 리더십 함양, 조직적 사고능력 향상, 농촌문화와 자원의 재발견을 통해 새로운 가치를 창조할 수 있는 전문교육 코스를 이수한다. 교육 내용도 농촌체험 관광 전문가 양성 과정답게 구체적이고 필요한 내용 들이다. 기존에 운영되고 있는 체험마을과 체험농장의 문제점을 파악하고, 마을주민이 함께 참여해 체험마을의 기반을 조성하는 방법을 제시한다. 뿐만 아니라 농촌관광 체험객 모객 방법, 프로그램운영, 방문객 사후관리 등 현장 중심의 교육을 실시하고 있는 것이다. 우리가 농촌 관광전문가 양성을 위한 이 프로그램에 주목한 이유는 왕성하게 일할 수 있는 젊은이들이 대부분 떠나버린 삭막한 농촌을 되살릴 수 있는 좋은 방법 중의 하나이기 때문이다. 특히 생명농업의 중요성이 국민들 사이에 널리 인식되고 있는 요즘, 침체되어 있는 농촌도 살리고 도시민들에게
정치만큼 시민들의 삶에 직접적으로 큰 영향을 끼치는 사회제도를 찾아보기 힘들다. 이러한 정치의 중요성과 파급력을 활용하려고 학자나 경제인, 시민운동가, 법률가, 예술가, 일반인 등 정치가 본업이 아닌 사람들도 뜻을 가장 잘 성취할 수 있는 최후 수단으로서 정치를 택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 정치를 통해 강단에서 설파해 온 학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고, 국부를 창출하여 나라 살림을 살찌우며, 광범위한 사회정의를 실현하거나 예술이 존중받는 사회를 만들 수 있다는 가능성을 바라보고 정치에 뛰어 든다. 그러나 현실 정치판은 그렇게 만만치 않다. 정치 초년생들은 당선이라는 고지를 넘어서야만 본격적인 정치를 할 수 있다고 여겨 선거에 모든 것을 걸다시피 한다. 출마의 전제 조건이 되는 공천(혹은 경선)을 통과하기 위해서는 같은 당의 경쟁자부터 물리쳐야 하는 것은 기본이다. 이처럼 살벌한 경쟁과 이전투구를 거쳐 비로소 한 사람의 시(구)의원이나 광역의원, 자치단체장, 국회의원이 탄생한다. 문제는 이때부터다. 당선되기 전에 가졌던 정치적 이상과 포부들은 냉엄한 현실 앞에서 번번이 좌절되기 십상이다. 유권자들에게 약속한 공약과 준비한 정책들을 실현하려고 애쓰지만 모자라는 예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