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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에세이] “딸아, 너무 애쓰지마”

 

따르릉… 전화 소리와 함께 울음 반 어리광 반 섞인 딸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엄마, 아파. 손에 피 나“ “왜? 어쩌다?” “흐응, 짜장 만들다가” “아니, 짜장은 무슨 짜장… 직장 다니면서 힘들 텐데 편하게 하지? 그래 얼마나 다쳤니?” 딸아이는 대답대신 울음 섞인 목소리로 “엄마. 아프니까 빨리 와“이제 결혼한 지 채 이십일도 안된 딸의 전화다. 아마도 또 일을 저지른 모양이다.

결혼하기 전에는 손에 물도 대지 않고 빨래며 청소도 하지 않던 아이다. 살림에 대해선 전혀 신경도 안 쓰던 아이라서 제대로 살림을 할까? 은근히 걱정을 하던 차였는데 며칠 전에는 밤 10시가 넘었는데 불쑥 집에 온 일이 있다.

“이 밤에 웬일이니?” 걱정스레 물으니까 “응, 엄마 이거, 내가 만든 만두야. 내일은 출근하니까 밤에 왔어”하며 만두를 만들었다면서 쟁반에 예쁘게 빚은 만두를 담아온 것이 아닌가? 회사 다니면서 무슨 시간이 있다고 이렇게 만들었느냐고 물으니 퇴근하고 김치 썰어서 만들었다고 한다. 기가 막힌 것은 한 번도 해 보지 않았는데 어떻게 만들었느냐고 물으니 “서당개 삼년이라잖아. 엄마가 늘 하던 것을 보았기 때문이야.” “보통 때는 몰랐는데 엄마가 하던 것을 떠 올려서 하니까 잘 되었어.” “어제 퇴근해서 양념을 썰어서 꼭 짜두었다가 오늘 퇴근해서 만들고 시댁식구들을 초대했지. 그랬더니 시어머니께서 깜짝 놀라시며 '어떻게 만두를 다 할 줄 아느냐'고 하셨어. 그러면서 “가정교육을 잘 받았구나.” 하시던 걸, 그리고 오빠도 기념해야 한다고 사진도 찍어놨어요. ”항간에 요즘 얘들 아무 것도 몰라도 시집보내면 다 한다는 소문은 들었지만 내 딸도 그러리라고는 짐작도 못했던 것이다. 기특한 내 딸.

 


만두를 쪄서 시어머니께 내 놓으니 시어머니도 깜짝 놀라시며 “아니, 그 얘가 어떻게 만두를 다 할 줄 알았다니?” “그러게 말이예요. 만두 속도 아주 맛있게 만든 걸요.” 시어머니는 만두를 받아들고 아주 신기하다는 듯이 연신 고개를 갸웃거리신다.

철없고 아무것도 모른다고 생각한 딸이 살림재미가 드는지. 거의 매일 무엇을 만든다며 전화가 온다. "엄마, 만두 속은 무엇으로 만들지? “짜장은 어떻게 볶는 거야?” “멸치를 볶으면 자꾸 딱딱해지는데 어떻게 해야 하죠?” 등등…. 저희들끼리 알콩달콩 맛나게 음식 만들며 열심히 살아가려고 힘쓰는 모습이 대견하기만 하다.

그렇지만 결혼한 지 얼마 안된 내 딸이, 직장생활도 열심히하는 내 딸이, 달그락 거리며 사는 모습이 이쁘기보다 아직은 어린 아가 같은 딸이 너무 아줌마 티를 내는 게 맘을 아프게 한다. 내 친구들은 내가 이런 말을 하면 “딸이 그렇게 하면 좋지 뭘 그러니? 하지만 나는 그냥 맘이 아려온다. 이런 생각들을 하며 약방에서 상비약을 사가지고 딸네 집엘 가니 잔뜩 손을 움켜잡고 울상이 돼 있었다.

당근을 손바닥에 놓고 칼로 자르다 손을 살짝 베고 말았던 것이다. 아직 칼도 잘 다룰 줄 모르는 아이다. “아이구, 이 딸아. 넌 아직 아가야”“아줌마 티내려고 너무 애쓰지 마”

▲ 한국문인협회 시흥시지부장

▲ 시집 <산풀향 내리면 이슬이 되고> <연밭에 이는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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