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주 토요일 경기도청 광장에는 토요장터가 열린다. 도청 신관앞 4차선 양쪽에 작은 포장 안에 펼쳐지는 30여개의 가게에는 서민들의 마음에 꼭 드는 물건들이 손님을 기다린다. 먹을 것으로는 떡, 쌈, 잣, 인삼, 순대, 계란이 있고 끓여서 마시는 결명자, 계피 등 약재가 전시된다. 벼룩시장도 있다. 깔끔한 중고품 옷을 고르는 재미가 있고 새 것처럼 깨끗한 가방도 손님을 기다린다. 옆칸에는 여성용 브로찌등 장신구들이 1970년대 박물장수 보따리를 풀어놓은 듯 다양하게 반짝거린다. 통통한 순대 옆에는 오징어 순대도 함께 미각을 자극한다. 초콜릿색 순대는 추억을 불러오는 서민의 음식이 아니던다. 불을 꺼도 식지않는 무쇠솥에서는 추어탕, 내장탕, 육개장의 구수한 냄새로 손님을 부른다. 설렁탕 냄새값을 내라하니 동전소리를 들려주었다는 김선달이 생각난다. 조선후기 우리나라 난전의 설렁탕집 풍경이 이러했을 것이다. 냄새뿐만 아니라 향기도 있다. 작은 화분의 선인장과 함께 무지개색보다 더 많은 색상들이 어우러진 꽃들은 저마다의 향기를 뿜어내고 있어 마치 봄에서 여름을 향해 가는 듯 화사한 것이 아직 나목으로 둘러싸인 주변경관과 대비된다. 이런 장터를 오가는 분들의 표정이 편
경기교육이 새 학기 들어 ‘자율’과 ‘규제’ 사이에서 몸살을 앓고 있다. 지난해 10월 공포된 경기도 학생인권조례가 이달 초부터 본격적으로 적용되면서 도내 학교에서 체벌, 두발제한, 복장규제, 강제 야간자율학습(이하 야자) 등이 전면 금지됐지만, 일부 학교에서는 이에 ‘저항’하며 여러가지 규제 조항을 만들어 학생들을 지도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일부 학생들은 자신의 개성을 발산하며 자유로운 학교문화를 향유하게 됐지만, 일부 학생들은 통제된 교육방식에 대해 불만을 표출하고 학교운영 방식에 문제를 제기하고 나섰다. 도교육청이 개학 이후 최근까지 집계한 도내 학교의 인권조례 위반에 대한 학생, 학부모 민원은 350건을 넘어섰다. 이들 민원은 교사의 체벌과 욕설, 두발·복장 제한, 강제 야자 등 인권조례와 상반된 지도방식에 대한 것들로 학생에 대한 강압적인 규제에 따른 반발 심리가 작용한 것이다. 이 같은 상황들을 면밀히 들여다보면 여전히 교육계는 학생에 대한 교육·지도방식에서 자율과 규제 사이에 혼란을 겪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일부 교사들과 학부모들은 ‘학생다운’ 학생으로 지도하고 육성하기 위해서는 ‘어느 정도의’ 규제가 필요하다는 입장이지만, 반면 강제적인 규
‘물 쓰듯 한다’는 말이 있다. 물 아까운줄 모르고 흔한 물을 마구 써댄다는 말이다. ‘삼천리금수강산’ 우리국토에는 예로부터 물이 풍성했다. 그러나 이제는 옛말이 되었다. 세계 곳곳에서는 물 부족으로 많은 사람들이 고통을 받고 있다. 세계화장실협회(회장 조용이·WTA)에 따르면 화장실과 물 부족으로 전 세계에서 매년 180만명이 설사병 등으로 목숨을 잃는다고 한다. 미국의 환경·인구 기관인 국제인구행동연구소(PAI)는 지부티.쿠웨이트.싱가포르 등 19개 나라를 ‘물 기근 국가’, 리비아·이집트·남아프리카공화국·벨기에·한국 등은 ‘물 부족 국가’로 분류하고 있다. 심지어는 물 때문에 전쟁이 일어날 것이라는 예상도 나오고 있다. 이 때문에 먹는 물 공급과 수자원 보존의 중요성을 인식시키기 위해 유엔은 1992년 제46차 총회에서 매년 3월22일을 ‘세계 물의 날’로 정했다. 우리나라도 1995년부터 공식 기념행사를 하고 있다. 우리나라는 올해 8억t, 2016년 10억t의 수자원이 부족하고, 2025년에는 생활·공업용수로 하루 382만t이 부족할 것이라고 한다. 우리가 물 부족국가로 분류된 이유는 수자원을 제대로 보존하지 못하는데 있다. 우리나라는 강수가 여름…
최근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과 맞물려 자전거 열풍이 전국적으로 불고 있는 가운데 정부의 자전거 이용활성화 정책에 발맞춰 각 자치단체가 자전거를 신성장 동력산업으로 육성하고자 자전거도로 확충 등 관련 산업에 대한 관심이 점점 높아지고 이 시설에 대한 투자를 늘리고 있다. 이처럼 자치단체에서 자전거 타기에 열을 올리고 있는 것은 건강에도 좋고, 교통비를 절약하고, 지구환경을 보호하는 일석삼조의 효과를 얻을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직도 부족하고 미진한 부분이 많다고 본다. 자전거를 교통수단으로 이용하고 있는 비율이 매우 낮은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그 이유는 자전거 전용도로가 부족하고, 도로교통법규가 자동차에 비해 상대적으로 불리하며 자전거 이용자의 안전성과 편의성이 확보되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정부가 저탄소 녹색성장 차원에서 펼치고 있는 자전거이용활성화로 전국적으로 수많은 예산을 투입해 자전거 전용도로망 구축을 하겠다고 하니 무척 반가운 일이다. 시민들의 자전거 이용률을 높이기 위해 자전거도로에 대한 인프라 구축사업이 차질없이 추진돼야 한다. 또한 자전거와 관련된 산업도 일자리 창출에 많은 기여를 할 것으로 기대하며 정부가 시행하는 자전거 전용도로 건설은
마니산 정상에 오르면 강화 갯벌이 한 눈에 들어온다. 한강과 임진강, 예성강의 영향을 받은 전형적인 삼각주형 하구 갯벌인 강화 갯벌은 초지대교 아래 황산도 주변의 남단 갯벌과 ‘강화갯벌센터’가 있는 여차리 갯벌을 일컫는다. 단위 면적으로 우리나라에서 가장 넓은 남단 갯벌은 갑각류와 어패류가 풍부해 철새들의 낙원이다. 도요물떼새, 노랑부리백로, 저어새, 두루미, 알락꼬리마도요 등 희귀철새들이 즐겨 찾는다. 이웃 동막 해변은 강화에서 유일한 모래 갯벌로 여름이면 피서객들로 붐빈다. 그 뿐인가. 장흥리와 장화리, 선두리 석모도, 그리고 장봉도 갯벌 모두 ‘금밭’으로 불리는 천혜의 보물창고다. 이 아름다운 강화의 갯벌이 사라질 위기에 놓여 있다. 국토해양부가 2017년까지 강화도 남부와 영종도를 18.3㎞의 방조제로 잇는 세계 최대 규모의 인천만조력발전소 건립을 추진하고 있기 때문이다. 인천만조력발전소 건설사업은 영종도에서 장봉도 사이 4.2km를 방조제로 막고 장봉도에서 강화도 서측 남단 사이 7.3km를 막아 건설하려는 프로젝트다. 또 2016년까지 석모도 일대에 7.8㎞의 방조제를 쌓는 강화조력발전소도 건립할 계획으로 있다. 이 계획대로라면 강화의 갯벌들은 고
아무리 고심을 거듭해 잘 만들었다는 법안이나 규칙도 막상 시행에 들어가면 단점이 드러나기 마련이다. 지난 1일부터 시행되고 있는 경기도 학생인권조례와 관련해 경기도교육청에 제기된 민원이 21일 현재 350여건에 달한다고 한다. 이 가운데 10건 이상 제기된 학교도 다수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 민원의 상당수는 학교에서 강제적으로 야간 자율학습을 시행하고, 두발과 복장 등에 대한 단속을 계속하고 있으며, 일부는 학생들에 대한 체벌도 하고 있다는 내용이라는게 도교육청의 설명이다. 조례 시행 이후 2명의 고교 교사가 학생 지도과정에서 뺨을 때리는 등의 체벌로 징계위에 회부되기도 했다. 일부 학교에서는 생활기록부 불이익 암시 등으로 두발이나 복장을 규제하고, 야간자율학습 강요와 소지품 검사 등을 실시하는 등 인권조례를 유명무실하게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문제점들은 시행 이전에 충분히 예상된 것들이다. 가장 논란이 된 체벌만 해도 여러 가지 대체벌이 거론됐으나 실효성 없는 매뉴얼에 불과했다. 최근에는 남양주의 한 초등학교가 교내 생활지도 대안으로 6학년 학생들에게 시범적으로 시행한 목걸이 형태의 ‘상·벌점 카드’에 대해 학생 인권침해 논란이 일자 즉각
최근 몇 년간 우리나라 관광업계는 큰 시련을 겪었다. 신종플루, 경기침체, 천안함 사건, 구제역 등 관광 경기가 풀릴만 하면 밀어 닥치는 악재로 인해 도산하고 목숨까지 끊은 관광업자들이 속출했다. 그런데 이번엔 지난 11일 일본에서 발생한 대지진과 쓰나미가 또 다시 국내 관광업계에 어두운 그늘을 드리우고 있다. 경기도의 발표에 따르면, 일본 대지진 이후 도를 찾은 관광객 수가 큰 폭으로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고 한다. 수도권의 대표적인 관광지 가운데 하나이자 ‘꼭 가봐야 할 8대 한국관광 으뜸명소’로 선정된 세계문화유산 수원화성의 경우도 마찬가지였다. 지진 발생 이후 1주일 동안 이곳을 찾은 일본인 관광객들이 2천817명 밖에 되지 않았다고 한다. 지난 해 같은 기간 방문한 5천105명에 비해 55%가 감소한 것이다. 한마디로 절반 이상이 줄어들었다. 수원화성은 지난 해에만 38만6천명의 외국인이 찾을 정도로 유명한 관광지다. 이 정도면 관광도시를 지향하는 지자체로서는 타격이 아닐 수 없다. 봄비가 내려 쌀쌀했던 지난 20일 염태영 수원시장이 직접 화성행궁 앞에 나와 일본인관광객들을 맞이하고 위로의 말을 건넨 것도 이런 절실함이 어느 정도 내재돼 있기 때문일
우리는 가끔 ‘다르다(different)’는 말과 ‘틀렸다(wrong)’이라는 말을 혼동해 쓸 때가 있다. ‘맞다, 틀리다’는 옳고 그름을 말할 때 쓰고, ‘같다, 다르다’는 둘 이상의 것들을 비교해 그 차이를 인식할 때 쓰는 말이다. 한의학과 서양의학(흔히 말하는 현대의학)은 하나는 옳고, 다른 하나는 틀린 것일까, 아니면 둘은 다른 것일까? 하나가 옳고 하나가 틀렸다면 질병에 대해 하나는 100%, 하나는 0%의 치료율을 보여야 하지 않을까? 그렇지 않다면 둘을 이야기 할 때 ‘맞다, 틀렸다’가 아니라 ‘다르다’로 말해야 되지 않을까? 한의학을 공부하면서 몇 가지 서양의학과 다른 점을 느꼈는데, 그 중 하나가 인체를 다루는 방식이다. 예를 들어 보자. 한의학에서는 어떤 질병이든지 일단 몸 전체를 놓고 본다. ‘눈이 아프다, 충혈이 된다’면 간에 이상이 있는지를 먼저 생각하고, 간에 이러한 영향을 줄 수 있는 장부는 무엇일까 생각하고, 간과 가장 밀접하게 연관되는 피(血)의 문제, 또는 기울(氣鬱)을 생각한다. 반면 서양의학에서는 눈에 바이러스나 세균이 침입해서 염증이 생겼는지, 또는 안압의 문제가 있는지를 생각할 것이다. ‘기울(氣鬱)은 뭘까?’ 기울이란
시간의 흐름을 살 같다 했는가? 많은 세월이 주마등처럼 흘러 어느 새 이순을 훌쩍 넘겼다. 젊은 시절이 엊그제 같은데 먹지 않아도 좋을 나이는 어찌 그리도 빠짐없이 챙기고 살았는지…. 착하고 고운 모습이 좋아 만나서 결혼한 후 마누라 늙어가는 줄 모르고 무심하게 지내고 말았음을 생각하니 염치 없다. 그래도 34년간 한해도 거르지 않고 짙은 향 곱게 번지는 노란 후리지아꽃이나 탐스런 장미 다발을 배달시켜 작은 감동을 주었고, 가끔씩 금, 은색 포장으로 그놈의 결혼기념일만은 꼬박꼬박 챙겨주었으니 요즘 세상 어느 누가 그리도 자상하게 마누라 미소 짓게 만들었냐며 스스로를 자위하며 살아왔다. 하지만 돌이켜 생각하면 강산이 세 번씩이나 바뀌는 서른 해를 그렇게 행복한 가장으로만 살지 않아 면구스럽다. 시집와서 홀시어머니 모시고 거기에 자그마치 셋씩이나 되는 시누이 상전 모시듯 살아야할 처지에서 온종일 집안 살림에 갓난아이와 씨름하다 지쳐 겨우 잠들면 사흘이 멀다하고 야밤에 친구들 떼거리로 몰고와 술상 차려달라는 철부지 남편 때문에 고생이 이만저만 아니었으리라. 아내의 잠든 모습을 내려다보고 있자니 그 고운 얼굴은 어디가고 웬 할멈 하나가 누워 있다. 누가 만들어준 인
최근 김포 지역에서는 문둥이 시인으로 널리 알려진 한하운(본명 태영) 시인을 둘러싸고 말들이 많다. 지난 1975년에 작고한 시인이 아무런 연고가 없는 이 지역에서 회자되는 것은 그의 유택이 김포시 장릉묘원에 있기 때문이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그러다보니 수양딸이라는 사람이 나타나는가 하면 모 씨는 ‘시인 한하운 기념사업회’라는 단체를 만들어 임의로 유영록 김포시장을 이 단체의 고문으로 추대하고 여기저기 후원을 요청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포 문인들 사이에서는 10여 년 전부터 한하운 선생에 대해 어떠한 방식에서든 추모관을 만들자는 논의가 이어져 왔다. 이 즈음 모 문학잡지사와 지역문인이 결탁해 ‘한하운 문학상’ 제정해 추진하고 시상도 했다. 당시 이 문학상을 빌미로 여기저기 후원금을 요청하고 문학상 심사기준과 달리 수상자를 선정하는 것이 발견돼 기사화 했던 것이 엊그제 같다. 한바탕 홍역을 치루고 난 후 한하운 선생을 이용하려는 움직임이 잠잠 했었는데 다시금 선생의 이름을 이용해 이득을 챙기려는 행위가 다시 고개를 들고 있어 안타깝다. 선생의 ‘보리피리’ 시의 구절처럼 ‘보리피리 불며/ 봄 언덕/ 고향 그리워/ 필-닐리리/’ 마치 한하운 시인이 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