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2TV의 천하무적 야구단은 일반인들도 프로야구 선수에는 크게 못미치지만 충분히 야구에 빠져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는 계기가 됐다. 수많은 아마추어 야구인들은 프로그램을 시청하면서 잔디가 깔린 야구장에서 배트 한번 휘둘러 보는게 꿈이었다. 스코어는 별문제가 아니었다. 이에 영향을 받은 탓인지 야구 클럽과 동호인이 부쩍 늘었다. 천하무적 야구단은 사회인 야구장 건설을 내걸었었다. 사회인 야구인들은 환호성을 질렀다. 국내 전체 사회인 야구팀은 공식적으로만 총 6천여 개에 가깝다고 한다. 비등록팀까지 합치면 수도권에만 7,000여개가 넘는 사회인 야구팀이 주말마다 구슬땀을 흘려가며 열심히 야구를 즐기고 있다. 그러나 환경은 그 열정에 비해서 열악하기 그지없다. 야구는 골문 두 개만 있으면 해결되는 축구와는 달리 그물과 펜스가 설치되어 있어야 한다. 수도권 지역에 이러한 시설을 갖춘 사회인 야구장은 손에 꼽을 정도다. 300여개 팀에 5,000여명이 활동중인 수원도 사정은 마찬가지다. 수원지역에 좋은 소식이 들린다. 3일 수원시 장안구 일림배수지 야구장에서 열린 국민생활체육 수원시야구연합회 회장 취임식에서 장유순 연합회장은 취임사를 하던 도중 본부석에 앉아…
커피숍이 아니고 다방이 사교장소(社交場所) 중심역할 하던 시절, 당연히 전화가 귀했다. “000교수님 계세요? 전화 받으세요” 다방 모든 손님들 시선을 한 몸에 받으면서 교수(敎授)되시는 분, 뚜벅 뚜벅 자리에 일어나 전화 받으러 갈 때 되게 폼 났다. 구겨진 바바리, 머리가 헝클어져 있어도 역시 대학교수답다. 약간 빈(貧)티가 나야 대학교수 신분에 어울려 보였다. 그 시절에는 세끼밥, 따뜻한 잠자리가 보편적 꿈이었다. 돈과는 거리가 먼 초연한 선비 정신이 더욱 대접 받았다. 지금은 상공농사(商工農士)이지만 그땐 분명 사농공상(士農工商)이었다. 내왕이 잦았던 아파트 앞 뒷동(棟)의 집안 동생이 있었는데 근래 얼굴 보기가 힘들었다. 집안 형편 때문에 교육대학을 스스로 선택해서 초등학교 선생님 생활을 하다 대학에 편입해 영문학 박사(博士)를 얻어 대학에서 교수로 근무하고 있다. 성격도 원만하고 집안 두루 자상해 칭찬이 자자하다. 오랜만에 만나 “교수가 월부(月賦)장수 하는 것도 아닌데 뭘 그리 바쁘냐”고 물었더니 푸석한 얼굴로 신세타령 하는 것이었다. “학생 모집 때문에 고등학교 선생님 만나서 섭외해야지, 졸
2008년 금융위기 이후, 경기부양을 위해 시중에 뿌려진 막대한 자금이 오늘에 와서 서민들의 발목을 잡고 있다. 하루하루 오르는 물가에 서민들의 시름은 더해가고 허리띠를 졸라매도 저축은 커녕 빚만 늘어 가고 있다. 이 와중에도 백화점의 명품코너는 문전성시라니…. 지난 주 모 지역아동센터에 학부모 간담회가 있었다. 15명 남짓의 부모들이 모였는데 대부분이 엄마들이었으나 그중 아빠와 할머니가 일부 있었다. 부모들의 얼굴에는 삶의 힘겨움이 잔뜩 묻어 있었으나 그래도 자식들의 일이라 직장이 끝나자마자 부리나케 달려온 모습이었다. 지역아동센터는 취약계층 아이들을 방과 후에 돌봐주는 곳으로 조손 가정, 한부모 가정, 차상위, 부모의 여건으로 사회적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한 가정과 같은 곳이다. 이 곳에서 만난 한 할머니는 불편한 다리로 손주들을 키우고 사는데 모이기만 하면 지역아동센터 자랑을 늘어 놓는다. “아동센터가 있어서 우리 손주들 잘 클 수 있게 해서 너무 고맙지…. 큰 놈은 중학교 때 급식비 지원 받는다는 것을 반 친구들이 알았다고 학교 그만두고 피자배달하면서 검정고시 준비하긴 하지만…. 크게 엇나가지 않고…
4.27 재보궐 선거일이 불과 한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대통령 선거당시 공약으로 내걸었던 동남권 신공항 건설 약속을 이명박 대통령이 스스로 거둬들였다. 이 대통령은 1일 “국민에 불편과 부담을 주고 다음 세대까지 부담을 주는 이런 사업을 책임 있는 대통령으로서는 할 수 없다”고 밝혔다. 예상대로 나라 살림을 책임진 대통령으로서 욕을 먹더라도 다음 세대가 짊어지게 될 부담 등을 감안해 어쩔 수 없는 선택을 내렸다고 국민의 이해를 구했다. 대선 공약을 어긴 데 대해 사실상 대국민 사과를 한 것이다. 정부의 신공항 백지화 발표 후 이틀 만에 이 대통령이 정면 돌파에 나섰지만 세종시 수정안 논란에 이어 대선공약을 다시 파기한 데 대한 후폭풍은 당분간 계속될 전망이다. 4.27 재보궐 선거를 앞두고 한나라당내에서는 “선거 망쳤다”는 푸념섞인 말도 들린다. 백지화 후 박근혜 전 대표를 포함한 영남권 의원들이나 야당의 주장을 들어보면 신공항은 내년 대선 정국에서 공약으로 다시 등장할 가능성이 높다. 대형 국책사업이 정치논리에 의해 좌우되는 폐해가 계속될 우려를 남긴 것이다. 이처럼 신공항 문제는 한국 정치의 고질병을 상징하는…
고요히 흐르는 강줄기를 바라보던 할아버지에게 강물이 들려준 이야기가 있다. “어느 날 강물에게 물었지, 어떻게 이리도 먼 길을 왔느냐, 그리고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느냐고.” “그랬더니 강물이 내게 이런 말을 하더구나.” “옛날 나도 작은 웅덩이를 가득 채운 적이 있었어요. 만약 제가 작은 것을 채우는 것에만 급급했다면 그 웅덩이로 만족했을 거예요. 제 친구들은 대부분 지금도 작은 웅덩이에 만족하며 살고 있죠. 미처 웅덩이도 못 채운 친구들은 저를 보면서 한껏 치켜세우기도 했죠. 그래서 저도 한때는 제가 최고인 줄 알고 우쭐했어요.” “그래서 나는 ‘그런데 어떻게 그 작은 웅덩이를 벗어나서 먼 곳까지 여행하게 되었지?’하고 물었더니 강물이 대답하기를….” “저는 바다를 보았거든요. 다른 친구들은 미처 보지 못했지만요. 깊고 넓은 바다에 대한 꿈을 꾸자 더 이상 웅덩이에 머물러 있을 수 없었죠.” “그래도 편안한 웅덩이를 벗어나는 일이 쉽지는 않았을 텐데, 작다고는 하지만 웅덩이도 둑이 있으니 그걸 넘어야 하는 어려움도 있고 말이야 하고 물었더니….”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에요. 더 낮은 곳으로 몸을 낮추기만 하면 되거든요.” 물이 낮은 곳으로 흐르는 섭리를…
‘서추(西酋)’라는 말이 있다. 언론인 전택원은 지난해 말 출간한 철학서 ‘마음의 이슬 하나’에서 이 말을 소개하며 ‘서양추장’으로 풀이했다. 동학 2대 교주인 해월(海月) 최시형(1827~98)의 시에 나오는 신조어다. “해월은 ‘서추’란 말을 썼습니다. ‘인(仁)의 방패를 들고 예(禮)의 검을 들어 ’서추‘를 쳐내면 이런 장부가 없다’면서…. ‘서추’, 즉 ‘서양추장’이란 막상 서양엔 없습니다. ‘서추’는 서구화된 우리 자화상입니다.” 전택원의 이야기는 계속된다. ‘동학’(지금의 천도교) 하면 대부분 사람들은 수운(水雲) 최제우(崔濟愚,1824~1864)가 기독교와 유불선(儒佛仙)에 담긴 좋은 점만 가려내 ‘시천주(侍天主)’사상과 ‘인내천(人乃天)’으로 발효시킨 우리나라 종교라 알고 있다. 그러나 그는 수운이 ‘사람이 곧 하늘’이라며 동학을 만든 씨앗은 ‘도선비결(道詵秘訣)’에 있다고 못 박는다. ‘동학’은 신라시대 도선국사가 한반도 앞날을 글자 속에 꼼꼼하게 숨겨놓은 ‘도선비결’에 그 뿌리가 닿고 있으며, 수운이 이 세상에 나오자 천 년을 넘게 가만히 웅크리고 있던 그 뿌리가 마침내 싹을 틔워 ‘동학’이란 꽃을 피웠다는 것이다. 따라서 ‘도선비결’은 수
외국 여성들과 혼인하는 한국 남성들이 늘고 있다. 주로 농촌지역에 살거나 혼기를 놓친 나이 많은 남성들이 한국에서 신부감을 구하기 어렵게 되자 동남아시아 지역의 여성들을 아내로 맞이하고 있는 것이다. 그 과정에서 상대방의 문화와 생활방식을 이해하지 못하거나 가족 구성원간의 갈등, 가출 등으로 파경을 맞는 다문화가정도 적지 않다고 한다. 요즘엔 외국인 아내를 구타하거나 심어는 살해하는 끔찍한 일도 발생해 ‘나라망신’을 시키고 있다. 최근 보도된 바에 따르면 46세의 한국 남성과 혼인한 23세의 필리핀 출신 이주 여성이 남편의 가혹행위를 견디다 못해 남편에게 수면제를 먹이고 현금을 가지고 달아났다가 붙잡힌 사건이 발생했다. 그러나 법원은 이 여성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무죄선고 이유는 “피고인이 생명과 신체에 위협을 느껴 탈출해야 한다는 절박한 심정이었고 굳이 여권을 빼앗으려고 수면제를 탄 커피를 줬다고 보기 어려워 강도의 고의성을 인정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인면수심의 남편은 폭행만 한 것이 아니라 필리핀 여자들을 데려와 술집에서 일을 시키고 돈을 벌자는 제안을 하기도 했단다. 지난 1월에는 베트남에서 시집 온 10대 처제를 상습적으로 성폭행한 50대의 형부 사
바람이 차다. 몇 차례 꽃샘추위가 지나가나 했는데 여전히 찬바람은 옷깃을 여미게 한다. 학부형 총회가 있어 중3인 아들의 학교로 갔다. 흰 셔츠를 입은 몇몇 남학생들이 농구를 하며 유쾌한 함성으로 운동장을 울린다. 긴 겨울 동면했던 영혼들이 깨어나듯 담장 목련 작은 꽃망울 흰 빛이 봄 햇살 아래 신비롭다. 교실에서 아이의 이름표가 붙여있는 책상을 찾아 앉았다. 강당에선 이미 부모님 교육강연이 한창인지 강사목소리가 흐린 화면에 방송되고 있었다. 책상 위 분홍색 이름표에는 ‘장래 희망; 컴퓨터 프로그래머’라고 써있다. 지난 해까지는 의사라고 적혀있었는데…. 잠시 시간을 거슬러 아들의 유치원 시절이 떠올랐다. “엄마, 오늘 선생님이 이 다음에 뭐가 되고싶냐고 우리한테 물어보셨거든!” “그래? 준이는 뭐라고 했는데?” “택시 기사가 되고 싶다고 했지. 왜냐면 엄마를 태우고 어디든지 가고 싶어서.” “뭐? 택시운전사? 남자가 좀 그렇네, 엄만 의사가 되면 좋겠는데.” 아직까지도 이 순간이 나에게는 후회로 남는다. “그래? 엄마 정말 신나는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을 하고 돌아가다 사고로 침몰한 어선 98금양호 사건이 지난 2일로 1주기를 맞았다. 이날 오전 인천시 중구 항동 역무선부두 바다쉼터에서는 희생자 유가족 30여명과 유정복 농림수산식품부 장관, 송영길 인천시장, 모강인 해양경찰청장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98금양호 희생자 위령탑 제막식이 열렸다. 이 자리에서 이원상 유가족 대표는 “정부의 부름을 받고 갔다가 희생됐는데도 위령탑 하나 세운 것 밖에 의사자 지정과 국립현충원 안장 등의 요구사항들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어 누구를 위한 정부인지 모르겠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유가족들은 4일 서울 정부종합청사 앞에서 98금양호 희생자들의 의사자 지정을 촉구하는 집회를 열 계획이다. 98금양호는 인천시 옹진군 백령도 해역에서 천안함 실종자 수색작업에 참여했다가 조업현장으로 돌아가던 중 대청도 서쪽 56km 해상에서 캄보디아 화물선과 충돌, 침몰해 탑승선원 9명 중 2명은 숨졌고 7명은 실종됐다. 당시 해경에서 98금양호 실종자들을 찾기 위해 잠수용역을 맡겼으나 선체 주변이 어망과 로프로 싸여있고 개흙에 파묻힌 부분이 많아 선체 접근이 어렵다는 이유로 수색작업 및 선체 인양작업을 포기했었다.…
심리학자들에 따르면 사람은 누구나 하루 평균 200번의 거짓말을 하고 10분의 대화에서 대략 2번의 거짓말을 한다고 한다. 짐 캐리가 주연한 영화 ‘라이어 라이어’ 의 주인공처럼 만약 거짓말을 할 수 없는 세상에 살아가야 한다면 사람들은 아첨이나 배려 대신 모욕을 일삼게 되고 실수는 용납되지 않으며 너도 나도 크고 작은 상처를 입게 돼 세상은 혼란에 빠지게 될 지도 모른다. 우리는 어릴 적부터 거짓말은 나쁜 것이라고 배워왔다. 하지만 세상은 온갖 거짓말과 속임수로 넘쳐난다. 이런 거짓말이 1년에 딱 하루 허용되는 날이 있다. 4월 1일 만우절이다. 역사적으로 600년 가까이 이어져 온 만우절은 반복되는 따분한 일상에서 벗어나 뜻밖의 거짓이나 장난에 웃음 지으며 해방감을 맛보는 날이기도 하다. 이처럼 만우절이 오랜 시간 유지되고, 거짓말이 우리의 일상생활에 상존하는 것은 거짓말이 나름대로의 긍정적인 효과를 주기 때문이다. 최근 심리학자들이 거짓말에 대해 과학적인 관심을 기울이는 것 역시 그런 이유에서다. 미국의 정신과 의사 조지 서번은 “거짓말은 인간의 제2의 천성”이라고 했으며, 만하임 대학의 사회심리학 교수이자 거짓말 연구가인 마크 안드레 라인하르트는 “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