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월 끝자락이 되니 동장군의 기세는 봄볕에 물러가고 응달잔설도 봄기운에 녹고 있다. 유난히 길고 추웠던 겨울이었기에 사람들은 반가운 날씨인사를 주고받으며 활기가 넘친다. 봄의 전령들이 사람들의 마음을 빛으로 채우는 이 시기에 내겐 또 다른 기쁨이 있어 하루에 몇 번씩 웃고 감회에 젖게 한다. 대학입시철이 지나고 신학기가 오고 있기 때문이다. 작년 이맘때 재수를 결심한 딸아이를 데리고 학원가를 기웃거렸었다. 처음엔 힘든 그 시간을 어찌 감당할까 반대했지만 중학교 때부터 자기소견이 분명해 예고를 선택하고 성실히 잘 다녀준 딸이기에 믿고 함께한 한 해였다. 종합학원을 며칠 다니다 그만두고 오전엔 독서실이나 도서관으로 가서 공부를 하고 저녁엔 미술학원에서 그림공부를 하다 밤늦게야 집으로 왔다. 친구들은 컴퓨터로 만나고 가끔씩 영화를 다운받아보고 음악 들으며 자신의 시간을 만들었다. 엄마란 그저 도시락 싸주고 기분을 살피는 것, 기도해주는 것 그 이상을 대신할 수 없기에 늘 걱정 속에서 벗어날 수 없는 존재인가보다. 날이 화창하면 좋은 그 날씨 때문에, 춥고 흐린 날은 그렇기 때문에 홀로 견딜 시간들이 안쓰러워 짠한 마음으로 현관에서 아이를 보냈다. 수능 당일 떨지…
복직을 기다리고 있는 쌍용자동차 해고 노동자들이 잇따라 숨져 주위를 안타깝게 하고 있다. 26일 오전 8시쯤 평택시 세교동 한 아파트에서 L(43)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L씨의 사망 원인을 두고 경찰은 돌연사로 추정하고 있다. 하지만 L씨의 죽음에 앞서 지난해 4월에는 L씨의 부인이 처지를 비관해 아파트에서 스스로 몸을 던져 목숨을 끊었다. 부모의 죽음으로 아들(19)과 딸은 정신과 치료를 받아야 할 정도로 우울증에 빠진 상태다. 단란했던 이들 가족의 비극은 3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 쌍용차의 대규모 정리해고에서부터 시작됐다. 20년 가까이 한 직장에서 일해오던 L씨는 직장에서 쫓겨나고, 지난해 8월 복직을 하기로 약속받았었지만 최근까지 기다리고 있는 처지였다. L씨와 같이 쌍용차의 대량해고로 인해 생계난에 시달리다 숨진 조합원과 가족은 현재까지 14명, 이중 자살로 인한 사망자는 4명이며, 조합원들의 가족 2명도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자살을 시도한 조합원도 3명이지만 다행히 목숨을 건져 치료를 받고 있다. 당초 쌍용차 측은 해고 조합원 461명에 대해 지난해 8월 복직시키기로 약속했지만, 현재까지도 내부 검토 중이라며 아무런 기약이 없는 상태다. 이 같
이인재 파주시장을 두고 하는 말이다. 구제역 발생을 놓고 책임 소재를 벗어나려는 위정자들의 변명에 가까운 발언들이 꼬리를 물고 있는 요즘 조용히 대안을 내놓고 구제역을 다스리고 있어 붙여진 이름이다. 이 시장은 악취 개선에 효과가 큰 미생물균을 자체 개발하고 매몰지 책임실명제를 처음 도입해 전국에 보급되는 계기를 마련했다. 구제역 발생 초기 일찌감치 상수도 설치를 서두르는 등 3개월 넘게 전국을 휩쓴 구제역 파동에 선제적으로 대처했다는 평을 듣고 있다. “구제역에 관한한 이 시장 만큼만 하라”는 소리가 들릴 정도다. 살처분 한 가축들을 생각하면 그도 마음이 쓰리기는 마찬가지다. 매몰지 침출수 문제가 지하수 오염 등 사회문제화 되고 있는 마당에 이 시장은 규정을 잘 지켜 매몰했고 매몰지 책임실명제를 전국에서 처음으로 실시했다. 침출수를 빼내 정화처리하는 것은 물론 집중호우에 대비해 지금 전 매몰지에 방수포를 씌울 예정이다. 아무리 완벽히 매몰했다 하더라도 지하수 오염 가능성은 있다. 돼지의 경우 생매장해 몸부림치는 과정에서 바닥에 깐 비닐이 찢겨질 수 있다. 그래서 초기 단계부터 매몰지 인근 마을에 상수도 공급계획을 세워 162억원의 예산을 확보했다. 이미 9
월급생활이 어림잡아 35년쯤 된다. 돌아보면 가장 충격적인 것이 사표 사건이다. 소위 십이륙(10.2.6), 신군부가 정권을 잡았을 당시 그들은 나름대로 대단한 사회개혁을 꿈꾸었다, 오만 것을 간섭했다. 진정한 봄은 저 멀리 있다고 언론은 비꼬았다. 어느 날 출근했더니 분위기가 이상할 만큼 착 가라앉아 있었다. 모두 강당에 모이라고 하더니 사표를 내라고 했다. 머리를 짧게 깍은 군인 냄새가 나는 사람이 옆에서 모든 것을 지휘했다. “본인은 원에 의하여 본 직을 사직코져 하오니…” 내용을 불러주는대로 따라 적었다. 선별해서 수리를 한다고 했지만 망치로 뒷 머리를 맞은 듯 어지러웠다. 종이 한 장이 갖는 위력, 월급장이의 운명은 이렇듯 얇았다. 아무리 한우물을 파고 싶어도 타의에 의해 좌절될 수 있다는 사실을 처음 알게 됐다. 그날 저녁 인근의 술집은 우리들로 인해 꽤나 많은 매상을 올렸다. 그 뒤 정말 원에 의해 사표를 내고 고향의 직장으로 옮겼다. 푸근했다. 이미 두 아이의 아버지가 돼 있었지만 출퇴근할 때 아버지에게 다녀 오겠습니다, 다녀왔습니다. 초등학교식 인사가 얼마나 스스로 대견스럽던지…. 그러나 3년을 모시고 하늘나라로 떠나가셨다. 그 뒤 30년,…
수원시 의회가 오는 4월 15일이면 남자의 나이로 보면 약관(弱冠)이 되는 날이다. 약관이란 스무 살의 성년에 이른 남자를 가리키는 말로 약(弱)의 뜻이 부드럽고 약하다는 의미로써 아직 대장부가 되는 데는 부족하지만, 사람 구실을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지방의회는 1952년 한국전쟁 중 정부가 임시 수도인 부산에 피난 중일 때 1952년 4월 25일 최초 개원했으며, 1961년 5월 16일 군사정변에 의해 지방의회가 해산된 후 30년 만에 1991년 4월 15일 부활(개원)돼 제4대 의회가 출범한 이후 지난해 7월 제9대 의회가 개원해 벌써 20주년을 맞이하고 있다. 오늘 우리는 지방자치단체의 경쟁력이 곧 국가 전체의 경쟁력을 의미하는 지방화 시대에 살고 있으며, 지방화 시대에서 지방은 단순한 행정조직을 넘어, 그 자체로서 하나의 정치적 장(場)으로의 등장했고 그 중심에는 지방의회가 있다. 아직까지는 제도적인 문제와 정당정치의 미성숙 등 여러 분야에서 개선할 부분이 많은 것이 현실이다. 수원시의회는 1991년 지방자치시대(제4대 의회)가 부활된 후 지난 제7대 의회(2002.7.1~2006.6.30) 에서는 집행부의 쓰레기종량제 봉투가격 인상에 대한 끈질긴
최근 경기도는 도내 대학유치 사업이 이상 없이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현재 경기도내 유치 사업이 진행 중인 대학은 서강대와 서울대 등 모두 10개 대학으로, 대부분 순조로운 진행상황을 보이고 있다고 한다. 지금까지 경기도가 유치를 추진하고 있는 대학은 동국대와 예원예술대 2곳이 이미 캠퍼스 조성 공사를 실시하고 있으며, 나머지 8개 대학은 행정절차가 진행 중이라는 것이다. 동국대는 일산에 의생명과학캠퍼스 건립공사를 완료하고 오는 3월 개교를 앞두고 있다. 양주시 응암리 예원예술대학교 양주캠퍼스 역시 올해 말 공사를 완료한 후 내년 3월 개교할 예정이다. 이밖에 도내에 건립 예정인 대학은 시흥시 군자지구에 조성되는 서울대 국제캠퍼스, 평택시 브레인시티 내에 추진 중인 성균관대 제3캠퍼스, 동두천 상패동일원에 조성 예정인 침례신학대학교 동두천캠퍼스, 남양주시 호평동일원에 추진 중인 상명대학교 남양주캠퍼스 등이다. 또 의정부시에 건국대학교, 하남시에 중앙대학교 하남캠퍼스도 추진되고 있다. 경기도 관계자는 “경기도와 해당 시는 물론 대학 역시 대학 유치와 설립에 강한 의지를 가지고 있는 만큼 정상적으로 추진될 것으로 보고 있다”며 긍정적인 시각을 가지고 있다. 이처
올해로 92주년을 맞는 3.1절에 대해 그 의미를 알지 못하는 초등학생들이 인터넷에 올린 글들이 너무나 어처구니 없어 기성세대를 망연자실케 하고 있다. 지난 수년간 인터넷에 3.1절을 모르는 학생들이 과제를 해야한다며 그 의미를 묻는 게시글이 올라왔다고 한다. 최근 한 초등학생이 “삼일절 의미를 모르는데 (이것을 알아가는게) 숙제예요. 알려주세요”라고 썼다. 이에 대해 한 학생이 “(3.1운동 당시) 안중근 의사가 다친 사람들을 치료해주면서 함께 독립운동을 했다”는 댓글을 달았다고 한다. 기발한(?) 내용에 실소를 금치 않을 수 없다. 그러나 그 책임이 어찌 아이들에게 있으랴. 아이들 역사 교육에 무관심했던 어른 탓일 것이다. 이를 놓고 학부모들 사이에서는 “4학년때까지는 초등학교에서 국사를 안 가르치고 있다”, “국어 영어 수학에 치중하다보니 관심있는 엄마가 아니면 아이들 역사 교육을 놓칠 수밖에 없다”, “선생님들이 국사를 너무 재미없게 가르친다는데 만화로 된 역사책을 읽게 하면 좋겠다”는 등 현실론, 방법론에서 부터, “젊은 엄마들이 잘사는 것만 관심을 두고 역사 교육의 중요성을 못느끼는데 아이들이 알 리가 없다”며 어른들의 역사 의식 부재 비판론까지…
절기 우수가 막 지날 즈음 조선시대의 9대 간선로 가운데 제7호로인 삼남대로(서울~해남) 경기남부 초입인 소사벌에서 진위까지 걸었다. 특히 소사동에서 칠원동까지 <평택 소사벌 개발지역>으로 사라진 옛길을 아스라이 바라보며 길 주변에 핀 들꽃들과 민들레꽃을 응시하며 역사의 편린(片鱗)들을 떠올려 본다. 과거 조선시대 수많은 사람들은 이 길로 청운(靑雲)의 뜻을 품고 상경하였을 것이고, 반대로 뜻을 이루지 못한 채 낙향(落鄕)도 하였을 것이다. 인생사 인환(人患)의 거리에서 수많은 사연들이 이 길가 모퉁이 어디엔가는 흔적으로 남아있을 것이다. 이제 그 길은 그저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길일뿐이요, 대로(大路)는 아니다. 그러나 역사의 흔적은 분명히 존재한다. 왜냐하면 민들레꽃이 증언하고 있기 때문이다. 민들레꽃은 국화과의 다년초 야생화이다. 일명 구덕초 혹은 덕초(德草)라고도 한다. 구덕초는 사람들이 흠모하는 9가지 덕을 갖추었다는 말에서 유래한다. 즉, 일덕(一德)은 인(忍)이요. 이덕(二德)은 강(剛)이고, 삼덕(三德)은 예의(禮義)를 갖춘 꽃, 사덕(四德)은 지(知)이요, 오덕(五德)은 정(情)이고, 육덕(六德)은 근(勤)이요, 칠덕(七德)은 용
성남시정에 대해 우려 목소리가 높다. 민선 5기가 출범한 지 만 8개월 여, ‘시민 우선의 시정’을 슬로건으로 내건 이재명 호에 대한 기대치가 높기 때문이다. 이재명 시장의 핵심 공약인 시립의료원 건립이 예산을 마련하지 못해 추진에 어려움을 겪는데다 주요 법안마저 제자리걸음 상태다. 또한 시 산하 주요 기관장들도 여태까지 공석으로 방치되거나 제대로 한일이 없다는 푸념까지 일고 있다. 집행부와 의회가 엇박자를 보여서다. 한나라당이 다수당인 의회, 민주당 소속 이재명 시장. 작금의 이에 대해 혹자는 대화 부족을 들고 있다. 시는 네탓 공방만이 판을 친다. 최근 임시회에서 성남시립의료원 설립예산, 성남문화재단 대표이사 및 성남시청소년육성재단 상임이사 임명동의안, 시민 옴브즈만 운영 조례안 등이 모조리 부결됐다. 한나라당 의원들은 부결된 안건들이 무더기 올라온 것에 대해 질타했다. 성공 시정을 위해 한나라당 혹은 소속의원 협조가 절실하다. ‘의회 다수당의 횡포’ 문구가 든 성명을 수백번 수천번 하는 것보다 과정에서의 대화가 훨씬 생산적이다. 성토내지 비난하기에 물들어진 집행부와 의회가 생산적인 대화물꼬를 터는 일에 집중해야 한다. 한나라당은 이숙정 의원 제명이 민주
믿거나 말거나지만 지명(地名)과 관련된 재미난 이야기들이 있다. 예를 들어 청주공항이 자리 잡은 지역인 충북 청원군 북일면에는 ‘비상리(飛上里)’, 청주시 강서동에 ‘비하리(飛下里)’라는 마을이 있다. 이 마을은 활주로 상에 걸쳐있다. 비행기가 착륙하는 활주로 끝에 있는 마을이 ‘비하리’이고, 이륙하는 쪽이 ‘비상리’다. 이 일대는 원래 인근 문필봉과 삼두봉 의 산세가 날아가는 기러기를 닮았다 하여 ‘비홍리(飛鴻里)라 불렸다는데 어쨌든 비행기가 이착륙하는 방향까지도 정확히 내다본 듯 해 그저 놀랍기만 하다. 경희대 국제캠퍼스가 있는 용인시 ‘서천동(書川洞)’도 예사롭지 않기는 마찬가지다. ‘글이 내를 이룬다’는 뜻으로 여느 산골이던 곳에 대학교가 들어섰으니 가히 글이 내를 이뤘다고 할 만 하다. 또 인근 수원시 망포동에 ‘만가동(萬家洞)’이란 마을이 있다. 나지막한 구릉지대인 이곳은 10여 가구가 모여 살던 조그만 마을이었다. 그런데 1990년대 들어 도시화 바람이 불면서 지금은 대규모 아파트 단지가 들어서며 이름값을 해냈다. 역학(易學)이든 풍수(風水)든, 수천 년 선인들의 지혜가 담겨있는 것만은 분명해 보인다. 다만 이를 무조건 신봉할 것이 아니라, 중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