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해 전 브라질의 한 지역에서 그 지역의 빈민가 청소년들에게 악기를 하나씩 나눠주고 오케스트라를 결성해 그들이 어떻게 음악적 성취감을 쌓아가면서 건전하고 건강하게 성장해 갔는지를 보여주는 기사를 본 적이 있다. 지금 아이들은 겨울방학을 맞이한 지 꽤 됐지만 방학이라 말하기 너무나 바쁜 일상을 보내고 있다. 학원에 학습지에 과외에 봉사활동… 이렇게 ‘공부’에만 열중하는 아이들은 언제 자아성취나 자기만족을 느낄 수 있을까. 그나마 오로지 학원과 집을 오가며 부모의 반 강요에 의한 생활에 순응하는 아이들은 차라리 안쓰러울지라도 안심을 하겠지만, 이를 거부해 PC방, 노래방 등의 유흥업소 주변을 배회하고 일탈 생활을 하려는 소외 비행청소년들은 확신도 믿음도 없이 갈 방향을 잃어가고 있다. 바쁜 부모와 소통하는 기회가 없고 그로 인해 대화 단절, 혹은 편부모 가정이나 조손가정 등의 가정환경에서 성장기를 보내는 아이들의 경우는 그 시기 아이들이 받아야 할 관심과 사랑의 결핍으로 이어진다. 긴 겨울방학, 자신이 누구이며 어떻게 살아갈까를 생각하고 목표하기에 너무나 좋은 시기에 골목 한 켠에 방황하는 다른 아이들은 춥고 배고픈 혼란한 시
한류가 아시아를 넘어 전 세계적인 인기를 누리면서 한류스타들이 몸값이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한류스타 한 명이 대한민국 국가브랜드를 높이는 경우도 있을 정도로 정말 귀한 ‘몸’이다. 하지만 한류스타의 빛이 있다면 그림자도 있다. 최근에 한류스타들이 성폭행과 같은 혐의로 구설수에 오르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한류에 찬물을 끼얹는 불미스런 사건들에 국민과 언론들은 일희일비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오히려 ‘한류스타 마녀사냥’에 무고한 희생자가 나올 개연성이 상당히 높다. 몇해 전 일본에서 벌어진 ‘킬러 꽃뱀’ 사건은 경악할 만하다. 결혼을 빙자로 남성 20명에게서 12억을 갈취하고, 최소 3명의 애인을 살해한 희대의 사건 장본인이 몸무게100㎏의 못생긴 얼굴을 가진 여자로 밝혀져 일본 열도를 충격의 도가니로 만들었다. 통상적으로 꽃뱀은 젊음과 아름다움을 무기로 하는데 이 경우 많은 남성들이 역설적으로 ‘이런 못생긴 뚱녀가 설마 꽃뱀이겠어’라는 안도의 마음에 허를 찔린 경우다. 우리나라에서 실시한 한 연구조사에서는 조사 대상에 포함된 적지 않은 여성들이 자신이 마음
‘꼭 세금이 늘어났다고 해서 불만은 있는 건 아니다. 조세 형평성 문제다. 법인세나 개인사업자 세율은 동결 시키면서 근로자들만 봉으로 아는 건지.’ ‘담뱃값 인상에 연말정산 까지 토해내고 힘이 쫘악 빠지네’ ‘내가 부양가족만 6명이다.(할머니, 부모님 2, 와이프, 딸 2) 근데 올해부터 뱉어낸다. 진짜 너무한 거 아냐?’ ‘1번 찍었던 분들은 군말 없이 내시오’ 연말정산 시즌이 본격 시작된 가운데 요즘 인터넷은 정부정책을 성토하는 불만의 목소리로 가득하다. 위에 소개한 반응은 그래도 온건한 편일 정도로 납세자들의 불만은 흉흉할 정도다. 납세자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있는 것은 우선 세 부담이 없다고 했던 연봉 5천500만원 이하도 부담이 증가했기 때문이다. 특히 부양가족 없는 독신자·고소득자들은 ‘세금폭탄’이라고 할 만큼 세 부담이 늘었다. 또 지금까지 세금을 ‘많이 걷고 많이 환급받던 방식’을 벗어나 적게 내고 적게 받는 방식으로 바뀌었다고 하지만 세금을 더 내야하는 추가납세자가 늘자 불만이 폭주하고 있다. 원래 연말정산은 ‘13월의 보너스’라고 해서 대부분의 납세자들이 환급을 받아왔다. 그런데 환급은커녕 만만치 않은 금액을 토해내는 경우가 비일비재해 불만이
길을길을 갔다 /김근 여자가 살을 파내고 나를 심는다 나는 아무 저항 없이 여자의 살에 뿌리를 내린다 내 실뿌리들이 혈관을 타고 여자의 온몸으로 뻗어 나간다 여자를 빨아먹고 나는 살찐다 언젠가 여자는 마른 생선처럼 앙상해질 것이다 옛날에도 그랬다 나는 커다란 종기처럼 여자에게서 자랐다 나라는 고름 주머니를 달고 여자가 길을길을 갔다 -시집 ‘당신이 어두운 세수를 할 때’(문학과지성사, 2014)에서 ‘옛날에도 그랬다’는 말이 귀에 솔깃합니다. 오래된 미래를 이야기하듯 시인은 우리의 근원으로 더 거슬러 갈 것을 속삭이고 있습니다. 우리 모두가 여자에게서 잉태되고 태어나고 길러졌기에 종기처럼, 고름처럼 살고 있는 나를 돌아보게 됩니다. 시인은 숙주인 여성의 몸에 기생하는 에일리언 같군요. 영화 장면처럼 기괴하고 흉측한 우리 삶의 초상이 떠오릅니다. 우리가 자기 생활의 근거를 마련하기 위해 이기적으로 얼마나 많이 남의 삶을 무심코 혹은 일부러 침범하고 침탈하였나요. 여자가 이 오만하고 자기 중심적인 인간을 왜 끌어안고 꼬이고 꼬인 길을 나서야만 했을까 궁금합니다. ‘어머니’가 아니면 할 수 없는 일입
2002년도 월드컵이 벌어지던 해에 신경과 전문의를 따고 인제의 산속 외딴 노인 병원의 일주일에 4일을 당직을 서면서 신경과장으로 근무할 때의 일입니다. 하루는 50대 초반의 젊은 알콜성 치매 환자가 서울에서 전원 되어 입원하였습니다. 알코올 중독으로 서울의 한 정신병원에서 몇 달간 치료를 받다가 결국에는 알콜성 치매로 누워서 대소변을 받게 되자 보호자들이 비교적 병원비가 싼 시골의 노인병원으로 보냈습니다. 처음 신경학적 진찰에서 보통의 치매에 없는 안구이상증상(ophthalmoplegia)과 심부건반사(deep tendon reflex) 항진을 보여, 만성 알콜중독에 동반하는 비타민 B12결핍으로 인한 치매로 추측하였습니다. 한동안 매일 비타민 B12주사를 맞은 환자는 거짓말처럼 한 달 만에 누워있던 침대에서 일어나서 병원 주위를 말없이 배회하고 다녔습니다. 이렇듯 치매란 여러 가지 원인에 의해서 뇌기능이 떨어져 사회생활과 일상생활에 지장을 초래하는 상태를 일컫습니다. 신경과 의사가 처음 치매환자를 진찰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이 앞선 환자처럼 치료가 가능한 치료가능 치매인지(treatable dementia)를 철저히 확인하고 나서 치료 불가능치매(untr
나는 농촌이 좋다. 자연이 좋아서 좋고 여유가 있어서 좋다. 도시의 소음이 없어서 좋고, 자동차가 밀리는 혼잡이 없어서 좋다. 밭에서 농사일을 하는 시간이 즐겁고, 신선한 채소를 손수 길러서 먹으니 좋다. 낮 동안에 숲길을 걸으니 좋고, 밤하늘에 별을 보는 것이 좋다. 내가 살고 있는 동두천 쇠목골에는 반딧불이 날고, 다람쥐, 까마귀, 꿩, 노루, 산돼지들이 무리를 지어 다니는 모습이 한 폭의 그림을 보는 듯이 좋다. 농촌의 자연과 공기와 물, 논밭에서의 농사일은 사람을 치유하고 회복케 하는 힘이 있다. 내가 4년 전 도시에서 목회를 하다 정년을 맞아 은퇴한 후 이곳 산골로 들어오던 때는 수년간 역류성 식도염으로 고생하던 때이다. 그러나 동두천 산골로 들어온 후 지금은 그런 증상이 씻은 듯이 사라졌다. 그래서 늦은 나이에 농촌에서 살아갈 수 있게 된 것이 너무나 감사하다. 지금 동두천 두레마을에서는 숲 속에 트리 하우스(Tree House)를 짓고 있다. 트리 하우스란 높고 튼튼한 나무 위에 집을 지어 청소년들의 쉼터, 놀이터, 학습장으로 만드는 나무 위의 집이다. 마침 최고의 목수를 만나게 되어 지금 한참 공사가 진행 중이다. 청소년들이 나무 위의 집에서…
대학졸업 2년차 조카가 있다. 물론 군대도 갔다 왔다. 그런데 아직 청년 실업자다. 2년 동안 여기저기 입사원서를 내 보았지만 결과는 아직 백수다. 얼마 전 입사지원서를 낸 기업에서 합격 대기자 명단을 통보해 오기 전까지는 그랬다. 지금은 그나마 실낱같은 희망을 갖는 예비 실업자라 자위하는 처지지만... 그 소식 받고 가족 식사시간이 즐거워졌다는 게 동생의 전언이다. 식탁에서 위안 삼을 소재도 갖게 됐고 가족 간 대화가 긍정적으로 바뀌었다는 부연 설명도 했다. 희망이 있다는 것은 그래서 좋은 모양이다. 이런 분위기가 어디 동생네 뿐이겠는가. 실제로 많은 가정들이 자녀 취업의 여부에 따라 집안 분위기까지 좌우되는 게 현실이다. 아니 그보다는 젊은이들의일자리 창출이 제자리 걸음을 걷고 있는 이 나라의 모든 가정이 자식의 취업여부에 따라 그 분위기가 롤러코스터를 탄다는 게 맞는 표현일게다. 혹자는 그래서 이렇게 이야기 한다. 한 개의 일자리가 생기면 한 가정에 웃음꽃이 피는 것은 물론 그 가정의 저녁은 삶이 있는 풍요로움이 연출된다고. 그렇지만 일자리를 잃거나 나이가 차도 취업을 못하는 청년실업자가 있는 가정은 가족간 갈등이 심화되고 아침 저녁의 삶이 엉망이라고.
살면서 맞이하게 되는 손님 중 아마도 가장 반갑지 않은 손님이 오래 전 빌렸던 돈을 갚으라며 찾아오는 사람일 것이다. 과장해서 말하면, 저승사자만큼이나 반갑지 않은 존재가 자신도 잊고 있었던 오래된 채무를 변제하라고 찾아 온 채무자일지 모른다. 더군다나 그 채무자가 태평양 건너에서까지 왔다고 생각해 보라. 시쳇말로 우선 식겁한 기분이 먼저 들 것이다. 미국에서 유학, 취업, 이민 또는 여러 이유로 생활하다가 한국으로 돌아온 사람들에게 요즈음 부쩍 미국에서 사용한 크레딧 카드때문에 빚을 갚으라는 반갑지 않은 손님들이 찾아오는 모양이다. 물론 미국에서 태평양을 건너 직접 날아 온 채권자가 아니다. 어찌어찌 하여 원래 크레딧 카드를 발급한 금융기관으로부터 채권을 양도 받았다고 하며, 그야말로 전혀 인연이 없었던 회사(사람)가 ‘내용증명’이라는 것을 우선 쓱 보내오는 것이다. 타국 생활에서 어렵게 지내다 보니 미쳐 크레딧 카드로 사용한 것을 지불하지 못하고 왔는데, 그리고 사실은 하도 오래된 일이라 그 보내온 내용증명을 보고도 기억이 가물가물한 일인데 이를 어찌해야 하는가? 물론 내가 진 빚은 갚아야 함이 옳을 것이다. 그런데 그 전에 몇 가지
오바마 대통령이 처음 백악관에 입성하면서 제일 먼저 하고 싶은 것이 가족식사라고 했다. 물론 일보다 가족을 우선하겠다는 의지의 표현이었다. 여기에 부응해 비서진도 내부적으로 가족과의 식사를 위해 아침회의 시간을 조정하기도 했다고 한다. 그런가 하면 스타벅스 전 CEO 짐도널드도 평소 임원회의보다 우선해서 가족과의 식사를 중시 한 것으로 유명하다. 우리나라에선 몇 년전 유력 대권주자였던 야당의 모 후보가 ‘저녁이 있는 삶’이라는 시적인 슬로건을 내걸어 호평을 받은 적이 있다. 많은 사람들이 가족 식사를 중요시 여기는 것은 단순히 먹는 행위가 아닌 함께 준비하고 대화하며 자연스레 배려를 배우는 공동체 의미를 담고 있어서라고 한다. 하지만 더 큰 이유는 애정으로 맺어진 인간 관계의 결합을 일 때문에 깨지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것이다. 가족과의 식사가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특히 유아 청소년기에는 인성과 지성 건강까지 키워주는 ‘인큐베이터’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3세의 아이가 특정기간동안 습득하는 2천여 개의 단어 중 독서를 통한 것은 140여 개에 불과하지만, 가족과의 식사를 통해선 무려 1천여 개를 배울 수 있다는 연구 보고도 있다. 가족식사를 할 때 뇌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