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초나라 제갈량이 그 자식에게 남긴 말이다. 중국 사람들이 가장 좋아하는 말이기도 하며, 일찍이 우리나라 학자들도 이 말을 학문하는 모든 이들에게 보내는 마치 전통처럼 내려왔다. 제갈량은 ‘군자의 행동은 마음을 고요히 하여 몸을 닦고 알뜰하고 검소하게 생활하면서 그 덕을 쌓아야 한다(靜以修 身儉以養德). 마음이 넉넉하고 담백하지 않으면 뜻이 밝을 수가 없고, 고요하지 않으면 큰일을 도모할 수 없다. 무릇 배움은 요란하지 않고 반드시 평온한 마음으로 임해야 하며, 재능은 모름지기 배움에서만 길러진다. 배우지 않는다면 재능을 넓힐 수가 없고, 뜻이 없다면 학문을 이룰 수가 없다. 거만하거나 나태하면 정미롭고 치밀한 이치에 접근할 수 없고, 조급하거나 버둥대면 성품을 잘 다스릴 수가 없다. 세월은 말 달리듯하고, 의지는 차츰 미약해진다. 설사 뜻을 이루었다 하더라도 차츰 쇠락하는 것이거늘, 막다른 곳에 가서야 한탄하고 궁색함을 안다고한들, 이미 흘러간 세월을 돌이킬 수가 있겠는가’라는 유명한 글을 남겨 동양 정신문화 순화와 학문고취에 큰 영향을 주었다. 곧 ‘마음을 비워야만 세상 이치를 깨칠 수가 있고, 심성이 맑고 편안해야 멀리 바라볼 수 있는 것’이 아닌가
어린 왕자라는 책이 있다. 아이들 동화 같기도 하면서 제법 심오한 내용으로 어른들도 읽어 보면 깊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요즘엔 책의 종류도 다양해 전문 성우들이 책을 녹음해 소리로 들려주는 오디오 북이라는 게 있다. 얼마 전 집에 온 며느리가 안아달라고 보채는 손녀에게 이 책을 오디오 북으로 들려주며 달래고 있는 것을 봤다. 이제 갓 4살 난 아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이해는 할까 궁금했지만, 스피커에서 나오는 신기한 음악소리와 앳된 어린 왕자의 목소리에 마냥 귀를 쫑긋 세우고 있는 모습이 신통할 뿐이었다. 내 자식 어렸을 때보다 손자·손녀가 훨씬 더 예뻐 보인다는 옛 어른들 말씀이 있는데 틀린 말은 아닌 것 같다. 암튼 손녀 옆에서 무심코 듣고 있자니 마치 아이가 모든 어른들에게 ‘삶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겁니다’ 하고 훈계하는 것 같았다. 책 첫 머리부터 아이들의 상상력을 이해 못하는 어른들의 무심함과 아이의 친구를 부모의 소득과 집 크기로만 평가하는 어른들의 편협함을 꾸짖는다. 그래서 지은이는 말한다. 어린이들은 미래의 자신이 될 어른들을 관대하게 대해야 한다고. 나는 아니라고 하지만 어딘지 뜨끔함이 느껴지는 건, 나도 어쩔 수 없는 책 속의 ‘어
아무도 없는 빈집에서 외로움에 떨어본 경험은 누구나 갖고 있는 어린 시절의 기억이다. 생각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지만 지워지지도 않는다. 이런 경험을 한두 번 치르고 나면 하교를 하거나 밖에서 돌아오면 으레 소리치는 말이 있다. 대문을 들어서기가 무섭게 부르는 ‘엄마’라는 단어다. 하지만 곧 대답이 없으면 ‘콩당’거리는 마음을 누르며 톤을 높여 다시 한번 부른다. 그러나 대답은 없고 집안에 자신의 목소리만 울려 퍼지면 기운이 쏙 빠지며 풀이 확 죽는다. ‘어디 가셨나? 금방오시겠지’. 위안을 삼고 기다리지만 이내 초조함은 서러움으로, 서러움은 미움과 눈물로 바뀌고 사방이 컴컴해질 무렵, 뒤늦게 돌아온 엄마를 보는 순간 울음이 ‘빵’ 터진다. 외로움은 이처럼 여린 마음이라고 해서 비껴가는 법이 없다. 오히려 더 무섭게 엄습하기도 한다. 성장을 거쳐 어른이 되어서도 마찬가지다. 그리고 너, 나 사정은 틀리고 정도는 다르지만 시도 때도 없이 우리 곁을 파고든다. 경우에 따라 짧고 가벼울 수도 있고 공연이 끝난 다음 무대 뒤의 공허함처럼 우리에게 다가오기도 한다. 또 사랑하는 사람의
때는 바야흐로 1936년 8월9일이었다. 베를린 올림픽 스타디움에 모여든 12만여명의 시선은 한 곳에 집중해 있었다. 그들의 관심사는 오직 하나. ‘누가 첫 번째 주자로 스타디움에 들어올 것인가’였다. 그 가운데 히틀러도 있었다. 그의 뇌리에는 오직 한 생각뿐이었다. 아리아인이 결승점에 처음으로 나타나 그 우수성을 전 세계에 알려야 한다는, 스포츠에 정치를 접목시킨 발칙한 상상력이었다. 그래야 나치의 정당성이 생기므로. 동서를 막론하고 독재자들은 스포츠를 정치에 이용한다는 공통점을 지니나보다. 그러나 그의 기대는 인어공주의 그것처럼 물거품이 된다. 처음 모습을 보인 것은 아리아인도, 나치독일의 동맹국인 일본인도 아닌 식민지 조선의 손기정(孫基禎) 선수였다. 당시 장내 아나운서는 손 선수가 일본 출신이 아닌 조선인이라는 것을 정확히 알고 있었다. 독일역사박물관(DHM) 독일방송기록보관실(DRA) 자료에 따르면 당시 그는 이렇게 멘트했다. “(당시) 조선의 대학생(koreanischer Student)이 세계의 건각들을 가볍게 물리쳤습니다. 조선인(der Koreaner)은 아시아의 힘과 에너지로 뛰었습니다. 타는 듯한 태양의 열기를 뚫고, 거리의 딱딱한 돌 위
졸업식은 모든 교과과정을 마치고 새로이 청소년의 심신발달에 즉응한 새로운 진로를 밝혀주는 중요한 행사라 할 수 있다. 당사자인 청소년들은 졸업식에 대하여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졸업식에서 청소년들은 마침내 학교생활에서의 억압과 강요를 벗어나 해방감을 만끽하게 되며, 그러한 의식은 졸업식 날에 자유롭게 표출되곤 한다. 매년 졸업시즌마다 반복되었던 일부 청소년들의 알몸 뒤풀이, 계란 던지기, 교복 찢기, 물속에 빠뜨리기 등 청소년들의 폭력적인 졸업식 뒤풀이가 문화형태로 보기에는 위험수위에 도달하였고 일탈과 폭력으로 이어졌다. 이 같은 청소년들의 각종 잘못된 졸업식 뒤풀이를 사전 예방하고 건전한 졸업식 문화 형성을 위해 교육청과 학교 등 유관기관뿐만 아니라 우리 경찰에서도 발 벗고 나섰다. 최근 본격적인 졸업시즌을 맞아 우리 경찰은 유관기관 및 협력단체 등과 함께 강압적 졸업식 뒤풀이 예방을 위한 합동 캠페인을 전개하였고, 학생들이 밀가루와 계란 등을 투척하는 형태의 졸업식 폭력을 사전 차단하기 위해 학교주변 편의점 등 상점을 대상으로 학생들이 졸업식 당일에 계란, 밀가루 등을 다량 구입할 경우 가까운 경찰서에 신고토록 당부하는 등 집중홍보활동을 펼쳤다. 또한…
봄꽃들 /이은봉 자유농원 들마루 위에 쪼그려 앉아 지는 봄, 꽃들 주욱 펼쳐 든다 이 책은 소리 내어 읽어도, 좀처럼 이해되지 않는다 난해하다 모가지 뚝뚝 잘린 동백이여 검붉은 네 머리통 위로 산벚나무 찢어진 꽃잎들 주루룩 흘러내린다 움푹진 땅거죽마다 흥건히 고이는 새하얀 핏물들…… 세상 환하다 눈 지그시 뜨고 푸르르 날아오르는 나비들의 날갯짓까지 황망히 읽는다 너무 가까워 잘 보이지 않는다 자유농원 들마루에 쪼그려 앉아 펼쳐 든 책이여 산벚나무 지는 꽃잎이여 모가지 뚝뚝 잘린 동백 꽃잎이여 희고 붉은 네 머리통에, 그만 내 마음 묻는다 남은 젊음, 남은 봄, 빛들 가슴마다 아픈 파 뿌리로 자라고 있다. -시집 ‘걸레옷을 입은 구름’ / 실천문학사 책을 펼치면 문자들로 가득합니다. 그 문자들은 무엇일까요? 읽을거리입니다. 김춘수의 시 <꽃>의 한 구절처럼 읽을 때만이 의미를 갖게 되는 텍스트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자연도 책이 될 수 있다고 시인은 흥분하고 있습니다. 자연이라는 책을 펼치면 거기에 온갖 꽃들과 벌 나비들이 가득합니다. 하지만 좀처럼 이해할 수 없는 기호들입니다. 아마도 ‘지는 봄’이기 때문인 것 같습니다. 시인이 읽은 자연이라는 책의
하버드대학 마이클 샌델 교수의 ‘정의란 무엇인가’는 역사상 가장 인기 있는 강좌 중 하나로 꼽힌다. 이 강좌 내용이 우리나라에 책으로 소개되자 인문 서적으로는 이례적으로 베스트셀러가 되었고, TV 강좌인 EBS ‘하버드 특강-정의’는 자정시간대임에도 불구하고 높은 시청률을 보였다. 이는 우리 국민들이 그만큼 정의에 목말라 있고, 깨끗하고 정의로운 사회를 원하고 있음을 반증하는 것이기도 하다. 실제로 한국교육개발원이 국가 간 교육정의지수를 산출하여 비교 발표한 내용을 보면, 우리나라의 교육정의 수준은 교육의 기회, 교육의 과정, 교육의 결과를 종합해서 OECD 34개국 중 23위로 매우 미흡한 것으로 나타났다. 교육정의지수는 한 국가가 어느 정도 교육기회를 균등하게 배분하고 학습자의 성장을 도우며 공동선(共同善)을 실현하는지를 가늠할 수 있는 지수로, 마이클 샌델 교수가 행복을 극대화하고 자유를 존중하며 미덕을 기르는 행위를 정의라고 보는 것과 맥을 같이 한다. 밝은 미래를 열어가는 인재육성을 위해서는 교육정의가 실현되어야 한다. 첫째, 교육정의는 교육기회의 균등 배분이며, 행복의 극대화이다. 교육기회의 불평등에서 생
올해는 6·4 지방선거가 있는 해이다. 산간벽지의 군수에서 서울특별시장에 이르기까지 모든 지방정부의 일꾼들을 뽑게 된다. 저마다 당선의 꿈에 부풀어 있을 정치인들에게 꼭 소개하고 싶은 정치인이 있다. 총리를 23년 동안 역임한 정치인이다. 이 얘기를 꺼내면 누구나 아프리카의 어느 독재자 얘기냐고 반문할 것이다. 그게 아니다. 1인당 국민소득이 4만 달러를 넘고, 요람에서 무덤까지 복지가 잘 갖춰져 있으며, 정치는 투명하고 민주주의가 잘 발달해 있는 스웨덴의 얘기다. 타게 엘란데르(Tage Erlander)는 1946년 45세의 젊은 나이에 총리가 되었고 1969년 총리의 자리에서 스스로 물러날 때까지 무려 23년간 스웨덴의 총리로 재임했다. 민주국가에서 23년간 총리로 재임하는 게 가능하냐고 의문을 제기할 수 있다. 의원내각제에서는 다수당이 집권당이 되고 총리를 배출하는 것이기 때문에 선거에서 계속 승리한다면 이론적으로는 가능하다. 그런데 스웨덴에서는 실제로 가능했다. 엘란데르는 사민당 소속으로 11번의 선거에서 11번 승리함으로써 23년 동안 총리의 자리에 계속 머물 수 있었다. 엘란데르 총리가 23년간 총리로서 계속 일할 수 있었던 것은 그만
소주는 우리나라 사람들이 제일 즐기는 술이다. 지난해 출고량은 1억1천370만9천 상자, 병수로는 34억1천127만병(360㎖ 기준). 성인 평균 88.4병의 소주를 마신 셈이니 ‘국민 주(酒)’, ‘서민의 술’로 불릴 만하다. 소주가 우리나라에 전해진 시기는 확실치 않지만 고려를 침략한 몽골에 의해서라는 게 정설이다. 당시 소주는 쌀, 보리 등 곡물 발효주를 증류해 만들었다. 공정이 복잡하고 값이 비쌌지만 맛이 좋아 인기가 대단했다. 고려사엔 공민왕 때 경상도 원수 김진이 소주를 좋아하여 기생과 부하를 모아 소주도(燒酒徒)가 되었다는 기록도 있다. 이는 소주에 대한 최초의 기록이기도 한데 그 후 조선 초기에는 왕실이나 사대부 등 주로 지배층이 많이 마셨다. 단종실록에는 문종이 죽은 뒤 단종이 상제노릇을 하느라고 허약해져서 대신들이 소주를 마시게 하여 기운을 차리게 하였다는 기록도 있다. 국내에 알코올식 기계소주공장이 처음 세워진 것은 1919년 평양이다. 이곳에선 재래식의 누룩을 이용한 소주를 생산했고, 1952년부터는 값싼 당밀을 수입해 만들었다. 당시 소주의 도수는 40도를 넘었다. 진로가 1960년대까지 시중에 팔던 소주도 40도였다. 지금의 희석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