벌써 2013년 계사년(癸巳年)이 다 지나가고 있다. 한해를 정리하는 연말연시가 시작되어 거리마다 하나 둘 크리스마스트리에 불이 켜지고, 거리마다 아기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캐롤이 울려 퍼진다. 화려한 불빛들은 좀처럼 꺼질 줄 모르고 거리엔 사람들로 넘쳐난다. 연말연시가 다가오면 망년회 등 각종 모임과 회식으로 술자리가 많아지고 많은 사람들이 ‘소주 한잔 정도면 괜찮겠지’라는 생각으로 운전대를 잡는다. 음주로 인해 정신력이 흐려지면서 음주운전이 살인과 같은 범죄행위임을 망각하고 운전을 해 접촉사고에서부터 사망사고에 이르기까지 크고 작은 문제들이 끊이질 않고 있다. 운전자들은 대부분 음주단속만 피해 가면 된다는 안일한 생각으로 단속을 빠져나갈 구멍만 찾지만 실질적으로 음주단속에 의해 적발되는 것보다 음주운전으로 인한 사고는 그보다 더 많은 피해와 고통을 가져온다. 음주운전은 나 자신뿐만 아니라 타인의 생명을 앗아갈 수도 있는 명백한 범죄행위임을 명심해야 한다. 경찰에서도 통상적으로 12월1일부터 시작하던 연말연시 음주운전 단속을 앞당겨 현재 지난 11월22일부터 오는 1월29일까지 법질서 확립을 위한 연말연시 음주운전 특별단속을 실시하고…
올해도 타오르는 촛불처럼 마지막 심지를 태우고 있다. 10여년 전 꼭 이맘때 ‘대화’라는 책을 읽었다. 수필가며 영문학자인 피천득 선생과 김재순 샘터사 고문, 법정 스님, 최인호 작가의 대담 내용을 채록한 책인데, 종교, 죽음, 사랑, 가족, 행복 등 인생에서 겪을 수 있는 철학적 주제에 대해 품격 있는 대화 내용이 실려 있어 감명을 받았다. 그중엔 ‘가정이란 무엇인가’에 대한 대화 내용도 있다. 최인호 작가는 “가정이야말로 신이 주신 축복의 성소(聖所)다. 가정이 바로 교회요 수도원이고 사찰”이라며 “가정은 온갖 상처와 불만을 치유해 주는 곳”이라고 말하자 법정 스님은 이렇게 화답한다. “가족은 자식이건 남편이건 정말 몇 생의 인연으로 금생(今生)에 다시 만난 사이”라고. 대화 내용을 다시 음미하지 않아도 가정은 가족이 안주할 수 있는 장소를 가리키는 것뿐만 아니라 사랑과 애정을 제공하는 매우 귀중한 삶의 보금자리다. 고달프고 어려울 때 도움을 주며, 심신이 고통스럽고 힘들 때 안식을 주어 더욱 그렇다. 하지만 우리는 이를 잊고 살 때가 많다. 세상에
옛날 한 젊은이가 있었다. 노모의 생신에 맞춰 돈을 모았다. 닭이라도 한 마리 푹 고아드리고 싶은 마음에서다. 없는 살림에 아끼고 아껴 간신히 생신 전날 닭 한 마리 값을 마련했다. 기쁜 마음으로 마을 푸줏간을 찾았다. 노모를 봉양하느라 노총각 신세를 면하지 못했으니 그 기쁨은 하늘을 찌르고도 남았다. 드디어 장터에서 사온 닭을 꺼내 놓으며 “어머니 드시기 좋게 잘 썰어주세요”라고 주문한다. 뜨거운 물에 닭을 넣고 털을 뽑은 주인장, 부엌에 가더니 큰 칼을 가져오더란다. 그런데 커도 너무 커서 젊은이가 묻는다. “아니 조그만 닭 한 마리 토막내는데 칼이 너무 큰 거 아닙니까?” 그러자 그 주인장 자신 있게 말한다. “모름지기 사나이는 닭을 잡든 소를 잡든 큰 칼을 휘둘러야 하는 법이유. 그래야 폼도 나고 주변 사람들이 무서워하니까.” 젊은이가 말릴 틈도 없이 그 주인장 칼을 휘둘렀겠다. 잠시 후, 노모의 행복한 생신상 위에 올라갈 닭은 푸줏간 도마 위에서 처참하게 으깨졌다. 그와 동시에 젊은이의 효심도 산산조각 났다. 나중에 들려오는 말은 이랬다. 푸줏간 주인장은 얼마 전까지 생선을 잘라팔던 사
평택지방해양항만청이 시민 이용도와 투자 효율성을 외면한 채 친수공간을 조성해 정부예산을 낭비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평택항만청이 평택항 내 일반인과 관광객은 물론 인근 주민들의 접근조차 어려운 곳에 친수공간을 조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와 현지 주민에 따르면 사전조사 분석 후에 건설계획을 수립하는 게 순리이나 항만청은 이를 무시하고 효용성이 떨어지는 곳에 건설을 추진하고 있어 문제다. 효용성과 이용도가 크게 떨어지는 곳에 친수공간 조성은 예산낭비의 전형이다. 현재 평택항 내 정유사와 석유공사 비축기지 등이 밀집된 물류기지와 해군 2함대 사령부가 위치한 곳의 관리부두 인근 노후화된 관리 부두를 친수공간으로 조성하는 사업으로, 2014년 말까지 53억원을 투자해 친수호안 175m와 친수방파제 59m를 건설한다. 그런데 주민의견을 외면한 채 추진되는 등 사전계획 수립부터 문제가 많았다. 100여m의 관리부두에 전망대와 모래톱을 설치하고 나무와 시멘트 계단을 조성해 바닷물과 접근이 용이하도록 설계돼 있다. 특히 군부대와 석유 비축기지, 화력발전소 등 국가 보안시설이 밀집된 데다 평택시민도 정확한 위치를 모르는 곳으로 접근성이 크게 떨어질 수밖에 없다. 인천 송도와
세상에서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은 아마도 자식이나 부모, 남편이나 아내 등 가족을 잃은 슬픔일 것이다. 이에 버금가는 슬픔이 있다면 이미 몸이 늙었는데도 가족의 보살핌 없이 혼자 사는 노인들의 신세일 듯하다. 혼자 사는 노인들은 대부분 경제적인 능력이 없는데다가 노인성 질환을 비롯한 질병도 가지고 있다. 거기다가 지독한 외로움으로 인한 우울증을 동반한다. 이 우울증과 신병, 빈곤을 떨쳐내지 못하고 스스로 목숨을 끊은 노인도 많다. 더 심각한 것은 우리나라의 고령자 인구가 점점 많아진다는 것으로 올해 600만명을 돌파했다. 통계청이 지난 9월30일 발표한 ‘고령자 통계’에 따르면 올해 65세 이상 고령인구는 613만7천702명이었다. 이는 전체 인구의 12.2%나 되는 것이다. 고령인구 증가 추세는 1970년 99만명대에서 2008년 500만명을 넘어섰다. 관계기관은 오는 2025년에는 1천만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우리나라 정책순위 앞부분에 노인문제를 올려놓아야 하는 이유다. 특히 홀로 살면서 질병과 경제적인 곤란, 외로움을 겪고 있는 노인층을 외면하지 말아야 한다. 경기도가 추진하는 ‘독거노인 방문건강관리 사업’은 그래서 관심이 간다. 방문건강관리사
교황청이 전 세계적으로 확산되는 초대형 FTA 흐름에 대해 입을 열었다. 지난 주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개최된 WTO 각료회의를 놓고, 교황청의 UN 및 제네바주재 국제기구 담당 상주대표인 실바노 토마시 추기경이 공개서한을 발표했다. 모르긴 해도 지금까지와는 다른 교황청의 목소리는 얼마 전 공개된 프란치스코 교황의 <권고문>에서 이미 예감되었던 바다. ‘살인하지 말라’는 십계명은 인간의 생명을 지키기 위한 분명한 규제였던 것처럼, 오늘날 배제와 불평등의 경제에 대해 “그래서는 안 돼”라고 말해야 한다. 이런 경제는 사람을 죽이고 있는 것이다. 나이 들고 집 없는 사람이 노숙을 하다가 죽었다는 것이 뉴스가 되지 않는 반면, 주가지수가 2포인트 떨어졌다는 것이 뉴스가 된다. 어떻게 이럴 수 있나? … 인간 자체가 쓰고 버려지는 소비재로 간주되고 있다. 인간이 쓰고 버려지는 존재가 된 문화를 우리가 만들었고, 확산되고 있다. 이것은 더 이상 착취와 억압 차원의 문제가 아니다. 새로운 차원의 문제다.” 교황의 통렬한 비판과 분노는 주류경제학설에도 향하고 있다. “상황이 이 지경인데
‘윗물이 맑아야 아랫물이 맑다’는 우리의 속담이 있다. 학자 혜강(惠岡) 선생이 지은 글 가운데 ‘모든 냄새 가운데 맑은 것이 좋다’는 내용이 있다. 물고기가 맑은 물을 마시며 살아갈 수 있게 하려면 물을 맑게 해주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그런데 상류에서 비린내 나는 생고기를 씻으면(自上流洗鮮肉) 하류에서는 비린내 나는 물을 마시면서(則魚飮腥羶之水) 비린내 나는 냄새를 맡을 수밖에 없다(聞腥羶之臭). 또 상류에서 썩어 흐물흐물한 나물을 씻게 되면(在上流糜 亂蓼葉) 하류의 고기들은 더러운 물을 마시게 되며(則魚飮穢惡之水) 악취를 맡을 수박에 없는 게 물고기의 운명이기도 하다. 사람의 운명도 마찬가지다. 사람 중에도 비린내가 나고 썩은 냄새가 진동해 코를 막아야 하는 이들이 상류층에 버젓이 자리 잡고 있다면 그 조직은 상하고 비린내 나는 냄새로 가득 차게 될 수밖에 없고, 결국 썩어 무너질 수밖에 없는 것이니 물고기와 다를 게 없다. 우리가 말하는 사회 지도층이란 이들이 모범을 보이는데 솔선수범하지 않는다면 눈에 보이지 않는 사이에 사회의 부패는 급속하게 진행된다. 그러니 우리가 바
편지 /심창만 추신 뒤에 내리기 시작한 싸락눈은 차마 동봉하지 못했습니다 그런 편지는 십이월의 갯벌처럼 무거워 그대가 오기도 전에 길을 젖게 합니다 우리가 멀리 젖은 새처럼 떠돌 때 하루는 더디고 일 년은 이렇게 잔인하게 빠릅니다 전하지 못한 것들이 모여서 집을 이루고 하루가 갑니다 어제는 이웃의 무허가 루핑집이 불에 탔습니다 그 작고 허술한 집에 그렇게 많은 연기가 살고 있었습니다 기침 소리도 나눈 적 없는 이웃에 차마 탈 수 없는 사연들이 그렇게 많았습니다 무너지면서도 자꾸만 집을 지어 보이던 여윈 기둥들, 마지막 눈을 감으며 마당으로 내려오던 파리한 지붕, 전하지 못한 것들로 더디게 더디게 종일 제 몸을 태웠습니다 오늘은 아침부터 날이 궂습니다 빗방울도 없이 다 적십니다 기침과 연기로도 전할 수 없는 이 미세함이, 이 고요가 어제 소방 호스에서 나오던 물줄기보다 더 사납습니다 언제쯤 그대 쨍쨍하게 젖어서 편지보다 먼저 불쑥 들어설 수 있을지요 출처 - 심창만 시집, 『무인 등대에서 휘파람』- 2012년 푸른사상 이 작품은 추신을 덧붙인 편지를 보낸 뒤에 미처 전하지 못한 내용들로 이루어진, 편지 이후의 편지 형식으로 되어 있다. ‘싸락눈&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