커다란 양푼이에 흰 밥을 쏟아 넣고, 이맘 때 추석이면 제 맛을 낼 줄 아는 여린 조선배추 북북 찢어 갖은 양념으로 쓱쓱 비벼 낸 비빔밥. 앞 접시마다 한 주걱씩 퍼 나르면 금세 동이 난다. 대청마루 그득히 차 앉은 집안 대소가, 대가족이 함께 하는 식사시간이다. 간이 짜니, 참기름을 더 넣자는 등의 훈수를 들어가며 여자들, 사촌지간 여덟 동서들이 양푼이 째 숟가락 들락거리며 이야기꽃을 피우는 주방은 또 다른 세상. 물론 처음엔 어색하고 생소한 분위기에 적응하기 어려워한 동서들도 있었지만 밥상머리에서 정이 피어오를 거라던 작은 아버님의 말씀대로 여덟 동서들과 가족들은 벌써 몇 년 째 화기애애 웃음꽃을 피우고 있다. 언제부터인가 한 자리에 가족 친지들이 모두 모인다는 것은 참으로 어려운 일이 되고 말았다. 이른 봄 가장 먼저 노랗게 피어 숱한 사람들 불러들이는 고향 산수유마을의 산수유축제도 불러들이지 못한 친인척. 그저 뿔뿔이 흩어져 내 어머니 만나러 한 번씩 들어왔다 나가면 그만이라, 길 가다 만나면 5촌도 몰라보는 건 당연한 일이 되어버린 지 오래. 수십 년째 제자리 지키는 벽걸이 흑백 사진 속 주인공처럼 서서히 색이 바래지고 있는 친인척의 의미, 그 그림
낙엽 /정익진 왼쪽을 무시하며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귀들 혹은 바람의 왼쪽으로 내려앉는 귀 후, 눈동자의 끝으로 굴러간다 봄, 여름 내내 풍성했던 거짓말들, 물기 많고, 열정이었고, 푸른 것들 비치파라솔 같은 날들의 그런 음악조차 더 이상 듣고 싶지 않아 백만 개의 스피커라도 되고 싶었을까 은하수 가득했던 나의 귀들이여 -정익진 시집 『스캇』/문예중앙 어느 시인은 나뭇잎을 물고기에 비유하고 어느 시인은 떨어진 은행잎을 말발굽에 비유하기도 했는데 정익진 시인은 낙엽을 ‘귀’에 비유하고 있습니다. 바람에 몸을 맡기고 왼쪽으로 혹은 오른쪽으로 떨어지는 낙엽들. ‘봄, 여름 내내 풍성했던 거짓말들’이 듣기 거북했던 모양입니다. ‘물기 많고, 열정이었고 푸른 것들’이 낙엽의 입장에서는 다 부질없고 헛된 것들입니다. 그래서 ‘나의 귀들’은 대지에 가까이 닿습니다. 진정 들어야 할 소리는 땅 밑에 있습니다. 바로 저 깊은 어둠 속에 있을지도 모릅니다. 떨어진 낙엽들이 이리저리 구르는 것은 더 생생한 진실의 소리를 찾아다니는 여정일까요? /성향숙 시인
세월호 유가족 대표단 중 일부가 연루된 폭행 사건으로 세상이 시끄럽다. 이 문제의 발단은 대리운전 기사를 30분 정도 기다리게 한 점이다. 그런데 이 자리에 새정치민주연합 소속 국회의원이 있었으니 기가 막히다. 물론 김현 의원이 폭력에 직접 연루됐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김현 의원 본인이 “나는 사건 당시에 다른 사람하고 대화를 나누고 있어서 현장상황을 목격하지는 못했다”라고 주장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제는 폭력사태 이전의, 사태의 단초에는 무관하지 않아 보인다는 데 있다. 여기서 SBS가 보도한 김현 의원과 대리기사의 말을 비교해 보자. 먼저 대리기사는 이렇게 말하고 있다. “한 25분에서 30분 정도 지체가 됐기에... 제가 손님한테 가서 키를 주면서 저는 시간이 너무 지체돼서 이동을 못하니까 ‘다른 기사님 불러서 가세요’하고서는 키를 다시 돌려주고 왔습니다... 그러니까 소속 회사가 어디냐, 얼마나 기다렸다고 그렇게 가는 경우가 어디 있느냐 그런 식으로 하더라고요. 그래서 내가 대리기사들한테도 인격적으로 좀 대해줘야 하는 것 아닙니까. 오래 기다렸으면 죄송하다는 얘기를 하든가 뭔가 얘기를 해야
화폐는 황금을 만들어내는 연금술이나 다름없다. 그래서 사람들을 끊임없이 ‘가짜 돈’을 만들어내려는 유혹에 빠지게 한다. 덩달아 화폐를 위조하려는 기술도 진화하고 이를 가려낼 수 있는 감식 기술도 발전하고 있다. 위조지폐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게 슈퍼노트(supernote)다. 진짜 화폐와 다름없을 정도로 극히 정밀하게 만들어진 미화 100달러짜리 위조지폐를 지칭하는 말이다. 슈퍼달러(superdollar)라고도 하며, 1989년 필리핀 마닐라의 은행에서 처음 발견되었다. 진짜 화폐와 똑같은 용지를 사용하는가 하면 특히 지폐 안에 숨겨진 비밀 코드까지 구현하고 있으며 일련번호 마저 각각 다를 정도의 초정밀 수준에 이르러 전문가들조차 감별이 어렵다. 따라서 적외선 감별기나 특수확대경을 사용해야만 감식할 수 있다. 때문에 개인이나 범죄집단의 소행이 아니라 국가가 개입하였다는 주장이 제기되며, 북한이 그 출처로 의심받고 있다. 슈퍼노트는 2008년 국내 부산에서도 9천900여장이 발견된 적이 있다. 미국은 1996년 슈퍼노트로 인한 피해가 늘자 68년만에 100달러짜리 화폐의 도안을 바꾸기도 했다. 국제적 위조지폐사건은 간혹 국가가 개입하기도 한다. 2차 세계대전
성매매알선 행위의 처벌에 관한 법률과 성매매방지 및 피해자보호 등에 관한 법률이 공포된 지 10년이 흘렀다. 우리 경찰에서는 10년 동안 점점 변형되어진 성매매 영업방식에 맞춰 강력한 단속을 지속적으로 벌이고 있으나 성매매 알선 업주들 또한 점점 지능화되어 가면서 단속이 쉽지 않은 실정이다. 특히 성매매 업소가 기존의 방식에서 탈피해 오피방, 유리방, 키스방, 귀청소방, 마사지, 휴게텔 등을 가장해 은밀하게 성매매를 하고 있는 실정이다 보니 단속 과정에서도 많은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또한 최근에는 태국·러시아·필리핀 등 외국 여성들을 브로커를 통해 고용한 후 성매매를 알선하는 홍보전단지 또는 인터넷 사이트로 손님들을 모집하여 불법 성매매 업소를 운영하는 업소들이 증가하고 있다. 이에 우리 경찰은 성매매를 근절하기 여러 방면으로 최선의 노력을 하고 있다. 최근에는 민·관·경 합동으로 유해업소(성매매업소 등)를 집중 관리하기 위한 사후관리위원회를 발족해 단속부터 업소 폐쇄까지 지속적으로 (성매매)단속과 지도를 펼치고 있으며 실제 안양 만안경찰서의 경우 지자체 공무원, 교육청, 학부모, 경찰 등으로 구성된 사후관
어느덧 본격적으로 낙엽이 지는 가을에 다다르는 요즈음, 높고 푸른 하늘만큼이나 우리 가슴속에도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감정들이 수놓이고 있는 계절이 왔다. 우리 공직자들은 저 높고 푸른 하늘을 바라보며 다시 한 번 공직자의 신념과 가치관에 대하여 고찰해 볼 수 있는 좋은 시기라고 할 수 있다. 공직자가 자신의 자리에서 오랜 기간 지켜내야 할 자신의 청렴, 이것은 누구나 가질 수 있는 단어는 아니다. 그렇다고 해서 누구도 가질 수 없는 단어도 아니다. 미국의 철학자이자 시인인 에머슨(1803~1882, Emerson, Ralph Waldo)은 청렴에 대해 “우리의 마음속에 있는 청렴보다 더 신성한 것은 없다.”라고 정의했다. 과연 청렴이라는 것이 공직자에게만 중요시되고, 공직자만이 가질 수 있는 단어인가? 이상론적인 이야기지만, 청렴이라는 것은 세상을 둘러싸고 있는 불변의 진리중 하나라고 생각한다. 고로 청렴이라 함은 공직자와 세상을 살아가는 모든 이에게 그 정표가 되는 단어라고 말하고 싶다. 그 모두가 지켜나가고 가질 수 있는 인간으로서의 권리이자 의무인 것이다. 그러나 현실은 그렇지만은 않은 것 같다. 국제투명성기구의 청렴도(부패인식지
정부의 ‘전교조 법외노조’ 통보처분의 효력이 항소심 판결선고 때까지 정지됐다. 지난 6월 19일 법원이 전교조가 제기한 ‘법외노조 취소소송’에서 전교조 패소를 선언한 이후 꼭 석달만이다. 이에 따라 전교조가 법원의 최종 판단이 나올 때까지 합법노조 지위를 유지할 수 있게 됐다. 이같은 결정은 지난해 11월에도 있었다. 전교조는 고용노동부로부터 법외노조 통보를 받은 직후 법외노조 통보 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고, 법외노조 통보 집행정지 신청을 낸 것을 법원이 신청을 인용함에 따라 전교조가 제기한 본안소송의 1심 판결이 나올 때까지 법외노조 통보의 효력이 일단 정지됐었다. 당시 법원은 전교조가 지난 14년간 노조로 활동했고 조합원이 6만여 명에 이르는 점, 법외노조 통보를 둘러싼 분쟁이 확산돼 법적 안정성이 침해되는데다 교육환경에도 영향을 줄 우려가 있는 점을 이유로 들었다. 법외노조 통보의 적법성을 본격 심리한 결과는 아니었지만 이번에도 마찬가지 상황이다. 법원은 또 해직교사의 노조 가입을 금지하는 내용으로 법외노조 처분의 근거가 된 교원노조법 제2조에 대한 위헌법률심판도 헌법재판소에 제청했다. 헌법재판소 결정 없이는 재판을 속행하지 못하기에 항소심은 결국 내년
‘한중 FTA 시대’를 목전에 둔 지금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시각차가 크다. 한중 FTA가 추진된다면 양국의 경제는 더욱 긴밀하게 연계되고 발전할 것이며, 원-위안화 직거래와 자본시장 개방 역시 양국의 경제발전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는 긍정적인 주장이 있다. 반대로 국내 경제구조상 FTA가 피할 수 없는 대세이긴 하지만 그로 인해 피해를 입는 분야, 즉 농업이나 어업, 섬유업계 등에 종사하는 국민들은 기반 붕괴로 인해 빈곤층으로 전락할 것이라는 우려가 크다. ‘발전의 기회’라는 시각과 ‘직격탄 피해’의 우려가 공존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가운데 평택항은 한중 FTA 시대를 맞게되면 더욱 발전할 것이란 기대를 감추지 않고 있다. 남경필경기도지사도 지난 19일 서울 삼성동 무역센터에서 열린 ‘한중 FTA 시대와 국제 무역·물류 - FTA 시대 평택항 발전 방안’을 주제로 한 ‘2014 평택항 포럼’에서 “한중 랜드브리지이자 동북아 물류 중심 항만으로 더욱 발전할 수 있도록 모든 지원과 협력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밝혔다. 평택항의 미래발전 방안을 모색한 이번 포럼엔 남 지사와 원유철 국회의원, 추궈홍 주한중국대사 등 한·중 양국의 산·관·학 전문가들이 참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