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까이 살면서 하루가 멀다 하듯이 자주 보거나 만나고 지내는 것은 친척 이상이고 형제 이상의 친분을 쌓게 된다. 하지만 형제가 울타리 안에서 서로 싸운다 해도 외부에서 얕보거나 덤비는 자가 있으면 형제는 한 몸이 되어 이를 막는다. 그리고 아주 좋은 벗이 있다 하나 막상은 돕는 바가 없다(兄弟于牆外御其務每有良朋烝也無戎) 금세에 무릇 사람은 형제만한 이가 없다고 했으니(凡今之人莫如兄弟) 물과 피를 비교할 수 없다는 이야기일 것이다. 6.25전쟁 때 부모형제를 잃고 여기저기 묻혀있는 시신을 찾는 비참한 일들이 너무나 많았다. 어떤 이는 말하길 ‘타인을 두려워하고 기피해도 형제는 매우 걱정하며 언덕과 습지에 쌓여 내팽개쳐진 시신 속을 뒤져가며 형제를 찾아 나선다’(死喪之威兄弟孔懷原濕矣兄弟求矣) 하였으니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말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古典(고전)에 兄弟爲手足 夫婦如衣服 衣服破時更得新 手足斷時難再繼(형제위수족 부부여의복 의복파시갱득신 수족단시난재계)라 하였다. 형제는 내 몸의 손과 발 같고 부부는 의복과 같은 것. ‘의복은 해지면 다시 사 입을 수가 있지만 수족은 떨어져 나가면 다시 이을 수가 없다’는 말로, 가까이 있으나 멀리 있으나 한 몸에서 태어
최근 학교폭력에 시달려 온 한 고교생이 유서를 남기고 아파트에서 투신, 스스로 목숨을 끊어 부모들의 마음을 안타깝게 하고 있다. 이 학생은 1년 이상 만성적으로 학교폭력에 시달렸고, 그 과정에서 ‘자살 고(高)위험군’ 판정을 받았고, 자기 주변을 정리하며 죽음을 선택하기까지 ‘죽고 싶다’는 등의 메시지를 남겼는데도 주변에서는 전혀 알지 못했다. ‘학교폭력실태조사’에 따르면 초·중·고교생 10명 중 2명이 학교폭력을 경험했으며, 학교폭력 후유증으로 등교거부와 자살충동 등 심각한 고통에 시달리고 있다고 한다. 더욱 심각한 것은 학교폭력을 경험하는 시기가 더 앞당겨져 몇 년 내로 학교폭력의 중심축에 초등학교 고학년이 포함될 수 있다는 데 있다. 아이들에겐 그 누구에게도 말 못할 고민이 있다. 또한 부모, 교사, 친구 등의 이야기에 쉽게 분노하고 얼굴을 붉히거나 슬픔에 잠긴다. 부모들이 아이들의 마음속에 있는 것을 툴툴 털어놓게 하고 같이 고민해줄 수 있어야 한다. 학교는 사회의 축소판이다. 성인범죄가 늘면 청소년범죄도 늘 수밖에 없다. 아이들이 보고 자란 것이 폭력과 범죄이고
지금 세계는 산업화 시대를 넘어 창의적인 지식과 역동적인 창조과정을 전제로 하는 이른바 ‘탈산업화’ 시대로 진입했다. 그렇다면 이 같은 세계적 차원의 대전환 흐름에 맞춰 지역사회의 논리는 어떠해야 하며 또 어떠한 방법과 패러다임으로 발을 맞춰야 하는지를 고찰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작업이다. 일국의 기존 지역사회가 국가의 중앙 주도적 산업화 전략에 정합적인 형태로 호응해 왔다면, 이젠 이미 세계적 추세가 되어버린 탈산업화 경향에 걸맞은 지역사회 디자인이 필요하다는 의미다. 산업화 시대의 지방자치제는 일국의 ‘토건국가’적 경제정책 기조에 맞춰 방대한 재정적자를 감수하면서 대형 공공사업을 일으켜 왔다. 이로 인해 도시의 양상은 획일화되어 그 고유의 지역적 특색을 상실했으며, 또 공공사업 이외의 고용창출 수단 역시 부재했다. 결국 산업화 시대의 지역사회는 ‘생활의 장’으로서도 매력을 잃고 또 황폐화됐던 것이다. 그러나 세계적인 추세로 볼 때 지식주도형 창조경제 체제로 진입한 지금은 대량생산을 위한 산업 인프라에 투자하는 시대가 아니라 인간과 환경, 그리고 복지 인프라에 투자하는 시대로 전환했음을 알 수
식도락가들은 계절마다 선호하는 생선이 있다. 아니 꼭 특정인들이 아니더라도 일반인들까지 어느 계절하면 떠오르는 생선 종류가 있는 게 우리나라만의 먹거리 풍요로움이다. 그래서 매월 찾는 생선의 종류도 다양하다. 1월엔 추자도에서 잡히는 삼치회를 으뜸으로 친다. 겨울철 찌개로 먹을 법도 한데 회로 먹는다. 깊은 맛 때문이다. 2월은 대구의 계절이다. 그것도 고춧가루나 장을 풀지 않고 무와 미나리를 넣고 맑은 국으로 끓이면 시원함 그 자체다. 3월로 들어서면 산천에 쑥이 나기 시작한다. 신선한 쑥을 뜯어 살이 통통히 오른 도다리와 함께 국을 끓이는 것이 전라도 바닷가의 별미로, 그 이름 도다리쑥국이다. 4월에는 방어가 고소하고 담백하므로 입맛을 당기게 한다. 5월로 넘어가면서 홍어가 우리 곁으로 다가선다. 홍어의 예찬론은 수없이 많다. 그 유명세도 일일이 거론하기조차 힘들다. 칠레산이니 하며 수입품이 늘어난 요즘도 가격 안 따지고 흑산도산 만을 고집하는 마니아들도 꽤 있다. 더위가 기승을 부리기 시작하는 6월이면 덩달아 입맛도 떨어진다. 그 입맛을 살려주는 게 병어다. 뼈째 잘게 썬 도톰한 살을 된장에 찍어 마늘과 함께 깻잎에 싸서 먹으면 고소함으로 입맛을 되살릴
보육교사들이 장시간 노동과 저임금 등 열악한 환경에서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어린이집을 둘러싼 아동학대·운영 비리 등 논란이 계속되는 가운데 아이들의 보육을 맡고 있는 교사들의 정신적 스트레스가 매우 심각하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 6월 ‘보육공공성 증진 및 보육노동환경 개선 토론회’를 열고 “영유아 어린이집에 종사하는 보육교사 75.5%가 스트레스 때문에 일상생활에 지장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조사 내용을 종합해 보면 보육교사들은 어린이집 원장과 학부모들로부터 일상적인 인권침해에 시달리고 있었다. 응답자의 44.9%는 ‘학부모의 불쾌한 언행’을 대표적인 인권침해로 꼽았고 ‘정해진 업무 외의 지시’(36.5%), ‘상사의 언어폭력’(16.1%)도 문제라고 답했다. 일의 특성상 다치는 일도 많았다. 응답자 가운데 64.7%는 ‘지난 1년 간 업무를 수행하다 아프거나 사고를 당한 적이 있다’고 답했다. 특히 정신적 스트레스 질환이 40.6%로 가장 많았다. 무엇보다도 장시간 노동이 가장
걷다 보면 산을 탄다 /허정희 흔들흔들 올라갔다 내려갔다 땅바닥에 닿았다가 하늘에 솟구치다가 움직이는 산에 대하여, 걸어가는 나에 대하여 그림자가 너울너울 산등성을 타고 정해진 그림자 속에 발을 담그었다가 지나쳤다가, 또 다가서다가 그렇게 알 수 없는 걸음을 놓으며 산을 탄다 다가가면 빛은 밝아 오고, 멀어지면 등 뒤에서 빛나는 등 돌려 별들을 지나치다 보면 어두워서 더 검게 보이는 나뭇잎 뒷골목 세상에서 유유히 속풀이하듯 시원타 웃어제낀다 오늘은 어디서 잠시 쉬었다 갈 수 있을까 멀어지는 불빛을 향해, 다가오는 검붉은 산을 향해 누군가 불러 돌아보면 걱정하는 척 그만 가라 하지만 지나치는 것이 서러운 것이 아닌데 걷는 것이 두려운 것이 아닌데 그렇게 산을 타다 보면 땀이 비가 되어 떨어지고 한 걸음도 내딛기가 버거울 정도로 다리가 휘청거릴 때 숨소리 가슴 터지게 가파오를 때, 그때 그곳에서 벗어 나오는 이 아프고도 짜릿한 기분 느낄 수 있어 정말 다행이다 기억으로 산을 만들고 추억으로 길을 만든다 걷다 보면 그런 웅장한 산이 만들어지고 가야 할 산도 만들어지고 가지 못할 산도 나도 모르게 만들어 어디로 어디로부터 그렇게 정해진 그 길을 따라 산을 탄다 문화
양건 감사원장의 전격 사퇴를 두고 정치권에서 말들이 많다. 청와대에서 특정인을 감사위원으로 내리꽂으려고 하니까 양건 원장이 반발해서 그만뒀다는 얘기도 있고, 4대강 문제로 고민하다가 결국은 스스로 그만뒀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무엇이 사실인지는 몰라도, 최소한 확실한 건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성에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는 사실이다. 지난번 4대강에 대한 감사가 불거졌을 때도 감사원의 정치적 중립이 문제가 됐었다. 다시 말해서 감사원이 말을 몇 번씩이나 바꿨다는 것이 논란의 핵심이었다. 물론 감사원은 말을 바꾼 것이 아니라, 그때그때 감사의 중점 대상이 달라서 그랬다는 주장을 하고 있다. 누구의 말이 진짜인지는 몰라도, 분명한 점은 일반 국민의 입장에서 감사원이 정권의 눈치를 보고 있다는 느낌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렇듯 국민이 감사원을 의심하는 이유는, 감사원의 태생적 한계에서 연유한다는 생각이다. 감사원장은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다. 물론 헌법 제98조에 따르면 감사원장은 국회의 동의를 받는다는 전제하에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되어 있고, 국회 본회의 표결을 거쳐야 하는 존재임은 분명하다. 하지만 어쨌든 최종 임면권자는 대통령이 될 수밖에…
“위층은 아이들이 허구한 날, 쿵쿵 뛰어노는데 부모들은 뭐하는지 모르겠다.” “아파트에서 강아지를 키우는지 밤마다 강아지가 짖어댄다.” “밤늦은 시간에 세탁기를 돌리거나 운동기구 등을 사용해 소음 때문에 잠을 못자겠다.” 이 글들은 필자가 근무하는 파출소 관내에서 접수되는 아파트 층간소음 신고 내용이다. 현재 우리나라 전체 주택의 절반이 공동주택(아파트)인 현실에서 공동주택(아파트)은 단독주택과 달리 각 세대가 하나의 건축물 안에서 각각 독립된 생활을 영위할 수 있는 구조로 되어 각 세대에서 소음이 발생되면 이웃에 영향을 미쳐 생활의 불편과 스트레스는 물론 이웃 간의 불화로 이어지는 경우가 종종 있다. 한 연구결과에 의하면 위층의 쿵쿵거리는 소리나 의자, 식탁을 끄는 소리 등은 저주파음으로 스트레스의 주요한 원인이 되어 우울증 등 다양한 질병의 원인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층간소음을 당하는 피해자들에게 상당한 고통이 될 수 있다고 한다. 필자가 층간소음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하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방법으로 처리하곤 한다. 첫째, 신고자에게 아파트 관리사무소에 민원을 제기하여 안내 방송을 요청
여느 때보다 긴 장마와 밤낮 없는 찜통더위로 전 국민이 무더위에 몸살을 앓고 있다. 이런 찜통더위로 남녀노소랄 것 없이 옷차림은 가벼워졌고, 특히 핫팬츠 또는 미니스커트에 속옷이 비치는 의상의 젊은 여성들을 거리에서 흔히 볼 수 있게 되었다. 또한 전력수급 비상으로 각 가정에서는 문과 창문 등을 모두 열어놓고 가벼운 옷차림으로 생활하는 것이 일상이 되어 문단속을 제대로 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하지만 우리에게 일상적인 노출의상과 소홀한 문단속이 성범죄자들에게는 범죄의 표적이 되기 십상이다. 특히 요즘 들어 인터넷 매체 등을 통하여 음란한 영상을 접하고 자란 청소년 및 청년층이 매체를 통해 보는 것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직접 노출이 심한 여성을 표적으로 공용화장실 및 고시원 등 공용 샤워장에서 스마트폰을 이용 몰래카메라를 찍는가 하면 카메라렌즈를 특수하게 변형하여 여성을 따라가 속옷을 찍는 등의 범죄가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 또한 집안에서 창문 및 문 등을 열어 둔 채, 속옷만 착용하고 생활하는 경우가 많아 길을 지나가는 행인이 몰래 창문을 통해 집안을 들여다보는 것 같다는 신고가 자주 들어오고 있다. 그렇다면 우리나라의 성폭력범죄 건수는 어떨까? 1997년…
사회복지를 국가가 계획하고 집행하기 위한 최상위 법적 근거로써 사회보장기본법이 있다. 이 법에서 사회보장의 이념은 모든 국민이 다양한 사회적 위험으로부터 벗어나 ‘행복하고 인간다운 생활을 향유’할 수 있도록 자립 등을 통해 행복한 복지사회를 실현하는 것이다. 이러한 이념을 실현하기 위해 사회보험, 공공부조, 사회서비스, 평생안전망을 제도화시켜 보편적인 사회적 위험 및 생애 위험에 대해 최대한 포괄적으로 예방하고 지원하는 것이 국가의 책임이자 의무이다. 다양한 제도의 기능과 목표는 각기 다르지만 가장 보편적이고 핵심적인 공적 복지 기능은 소득보장과 의료보장에 있다. 보편적인 성격에 사전적인 예방기능으로 사회보험이 제도화되었다면, 빈곤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대다수 국가들이 운영하는 제도가 바로 공공부조이다. 공공부조는 빈곤층을 급여의 대상으로 집중화시켜 빈곤상태를 완화하고, 잠정적으로 탈 빈곤에 이르게 하는 것이 제도의 목적이다. 한국의 대표적인 공공부조 제도로 국민기초생활보장이 있다. 언론을 통해 듣게 되는 ‘수급자’란 용어는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의 급여를 받는 사람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과연 우리 사회 수급자들은 사회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