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제無題 /김용균 하늘과 바다가 처음 만나 수평선을 이루었다. 하늘도 바다도 끝없는 쪽빛이다. 하늘의 설레임이 바다를 물들였는가. 바다의 수줍음이 하늘로 번졌는가. 이보다 더 뜨거운 포옹이 세상에 또 있으랴. - 김용균 시집 <낙타의 눈>에서 이율곡의 ‘화석정’이라는 시에 이런 시구가 보인다. 遠水連天碧, 霜楓向日紅. 멀리 강물은 하늘과 이어져 푸르고, 서리 맞은 단풍은 햇빛 좇아 붉고나. 바다 끝이 하늘과 만나면 하늘처럼 푸르다. 이럴 경우에 수평선은 분리선이 아니라 만나는 곳이 된다. 하늘과 바다의 만남이 보통의 만남이겠는가. 그런데 시인은 이 만남을 남녀 간의 뜨거운 만남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늘은 바다라는 여인을 만나 가슴이 마냥 설렌다. 바다는 하늘이라는 사내를 만나 수줍기 짝이 없다. 그래서 수평선은 차가운 분리선이 아니라 뜨거운 만남의 장인 것이다. 결국 하나 되는 자연의 합일이 아름다운 세계를 연출해낸다는 것이다. /장종권 시인
일전에 KLPGA의 어느 프로암대회에 초청 받아 참가한 적이 있다. 동반 라운딩한 여자골프선수는 초등학교 때부터 시작하여 운동한 지 10년이 되었는데 초기 8년 동안은 매년 1억원의 비용이 소요되었고, 이는 어머니가 음식점을 운영해서 근근이 조달해 왔다고 했다. 2년 전부터 성적이 20위 안에 들어 흑자를 내기 시작한 이 선수는 이제 톱랭커 수준으로 발돋움했다. 만일 톱 골퍼로서 성장 못했다면 그 선수의 가정경제는 어찌 되었을까. 부모들은 동서고금 어디서나 자식이 잘되고 성공하길 바라며 온갖 어려움을 참고, 물질적 지원을 아끼지 않는다. 다행히 성공한 경우는 박수 받고 큰 자랑거리가 되지만, 세상에는 성공한 경우보다 실패한 경우가 많은 것이 현실이다. 자식에 대한 과도한 교육비 지출이 결실을 못 보는 경우 부모의 재정을 위태롭게 하고, 후일 넉넉하지도 않은 자식에게 의탁하게 된다면 이는 가족 모두를 불행하게 하는 일인 것이다. 따라서 비용·손익 분석을 한 후 적정한 수준에서 교육에 투자하는 것이 현명하다고 본다. 미국의 중산층 부모들은 대학생 자녀에게는 스스로 학비를 부담하게 하는 추세라고 한다. 연간 10만 달러를 버는 부모라 하더라도 주택융자
다가오는 7·30 재·보궐선거는 15석이라는 미니 총선급 규모라서 그렇기도 하지만 세월호 참사를 겪은 후 국가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는 여론이 팽배한 가운데 치러지기 때문에 더 주목받고 있다. 세월호 참사의 사고처리 과정에서 보인 정부의 무능과 무책임의 원인이 사리사욕에 뿌리를 둔 조직 및 재난구호시스템 때문이라는 것을 목격한 국민은 청해진해운과 해경 언딘 등 관련 조직뿐 아니라 국가운영체계도 그러하리라고 확신하게 됐고, 그런 국가운영시스템을 개선하지 않으면 미래가 없다는 정서가 널리 퍼지게 되었다. 그러나 정작 고치고 바꿔야 할 책임을 맡은 사람들은 국민들의 기억이 희미해지길 기다리기 때문인지, 참사의 원인을 밝히고 향후 대책을 현실화 시킬 특별법 제정은 미뤄지고 있다. 국민들은 ‘우리가 이런 나라에서 살았나?’ 돌아보며 미안해하고 자책하며 정치권의 대책을 기다리고 있다. 국민들이 미안해하는 이유는 세월호 참사가 자신 때문에 생긴 일은 아니라 하더라도 자신도 공적 원리로 움직이지 않았던 그 체계의 일부에 편입되어 동조하거나 방관하며 살았던 것은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 데서 생긴 것이다. 그렇게 형성된 ‘이
북한 미녀응원단이 남한에 처음 온 것은 2002년 부산아시안게임이었다. 만경봉 92호를 타고 부산 다대포항에 모습을 드러낸 291명의 북한 미녀응원단은 도착부터 화제였다. 또 경기장마다 관중을 구름떼처럼 몰고 다녔다. 매 경기마다 다채로운 패션으로 일사불란하게 펼치는 무용과 율동, 구호, 합주 그리고 각종 응원도구를 선보였기 때문이다. 그동안 보아왔던 우리의 응원문화와 전혀 다른 것이었다. TV 등 언론도 그들을 좇기에 바빴다. ‘남남북녀의 미모’를 놓고 인터넷 설전도 끊이지 않았다. 관중의 시선 또한 경기보다 응원단에 쏠려 ‘북녀 신드롬’이란 말까지 나왔다. 이들은 2003년 대구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 더 관심을 끌었다. 규모는 303명으로 최대였고 김일성대학, 평양음악무용대학 등에서 선발됐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젊은이들 사이에 폭발적 인기를 누렸다. 하지만 대회 중간 일부 단원들이 김정일 사진이 담긴 플래카드가 빗속에 방치돼 있다며 끌어안고 통곡하는 장면이 보도되고, 북측 기자들과 보수단체가 충돌하면서 응원이 정치색으로 변질되는 우여곡절을 겪기도 했다. 북한은 2005년 9월 인천 아시아육상선수권대회 때도 100명의 미녀응원단을 보냈다. 당시엔 대부분 여고생인
아직 완전한 것은 아니지만 민선 지방자치 시대가 정착되고 있다. 내 손으로 가려 뽑은 도지사·시장·군수와 지방의원들이 내 고장에 알맞은 맞춤정책을 세워 주민들과 함께 이끌어가자는 것이 지방자치제도의 본래 취지다. 이에 어울리지 않는 정당공천제가 아직도 사라지지 않고 있지만 그래도 초기의 어수룩한 과정을 지나 어느 정도 모양새를 갖춰가고 있는 중이다. 그러나 아직도 변하지 않고 재연되는 구태가 있다. 지방선거가 끝나면 예외 없이 공직사회에 떠도는 이른바 ‘살생부’ 등 인사 잡음으로 인한 분열 양상이다. 자세한 것은 조사결과 밝혀지겠지만 선거 후 인사 후유증으로 인해 공무원 스스로 목숨을 끊은 안타까운 일도 있었다. 지난 6일 오전 3시쯤 안양시청 7급 공무원이 자신의 집 화장실에서 목을 매 숨진 채 발견된 것이다. 보도(본보 7일자 1면)에 의하면 가족들은 “대기 발령됐다. 사무실에 내 컴퓨터도 전화기도 없다”는 하소연을 했다고 밝혀 최근 인사에 의한 상실감이 컸던 게 아닌가 하는 추측을 하게 된다. 고인의 동료에 따르면 ‘일 잘하기로 유명한 직원’이었는데 지난 1일자로 대기 발령 나 업무분장에서 배제된 상태였다고 한다. 이에 대해 안양시 관계자는 “징계성 인
공직사회에 ‘명퇴바람’이 불고 있다. 지난 4일까지 마감한 경기도교육청의 명퇴신청 마감결과, 고등학교 교원의 경우 지난해 197명에 비해 두 배 늘어난 400여명이라고 한다. 초·중학교를 합하면 1천500여명에 이를 전망이다. 지난 2월에도 755명의 각급 학교 교원들이 명퇴를 신청했지만 예산부족으로 19%인 147명만 교단을 떠났다. 경기도 공무원들도 사정은 마찬가지여서 6월 말까지 명예퇴직을 신청한 공무원은 총 36명으로 지난해 20여명에 비해 크게 늘었다. 이 같은 공무원들의 명퇴 러시 현상은 최근 공무원연금, 군인연금, 사학연금의 부채가 불거지면서 연금제도의 개혁을 추진하는 과정에서 일어난 현상이다. 심지어 ‘교원명예퇴직제도가 없어질 것이다’, ‘연금납입기간의 기득권이 사라질 것이다’, ‘연금이 20% 줄어들고 유족연금도 10% 삭감된다’ 등의 괴담과 유언비어가 확산돼 명퇴를 부채질하고 있다. 게다가 세월호 참사 이후 공무원들에 대한 불신풍조가 만연한 데다 ‘관피아’의 논란도 명퇴를 부추기는 원인이 되고 있다는 분석이다. 올 9월 국회에서 연금개정안이 처리돼 내년 1월부터 시행한다는 소문이 나돈다. 그럼에도 국회와 정부는 아직도 확실한 대답을 내놓지…
2014년 7월부터 65세 이상 노인에게 기초연금이 시행되고, 노인장기요양보험의 치매특별등급이 확대되며, 75세 이상 노인에게 임플란트에 대한 건강보험 급여 적용이 가능해졌다. 이처럼 노인복지가 확대되고 있지만, 이러한 국가정책으로 노인들의 삶이 현재보다 과연 얼마나 더 좋아질 수 있을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2012년 GDP 대비 공공사회복지 지출비율을 보면, OECD 국가 평균은 21.7%였지만 한국은 OECD 평균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9.3%에 머물렀다. 또한 「2014 한국 경제 보고서」를 보면 65세 이상 노인들의 빈곤율은 49%로, OECD 평균 13%보다 3배 이상 높았다. 이에 OECD는 ‘기초생활보장제도의 자격기준을 완화하고, 현물급여 수령 기준을 중위소득의 40~50% 수준으로 확대할 필요가 있다’고 권고했다. 이렇게 볼 때 한국은 노인복지에 대해 더욱 적극적인 국가 재정지출과 개입이 절실하다. 그러나 박근혜 정부는 대통령 선거 공약에서 후퇴된 소득보장제도와 국가의 재정지출 없는 노인복지서비스를 확대하고 있다. 이에 다음 두 가지 문제점이 제기된다. 첫 번째 문제는 노인복지 확대를 위한 정부 재정 확충의 소극
인사는 만사가 될 수 있지만 잘못하면 망사가 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요즘 여주시청을 비롯해 지역사회에서는 인사를 앞두고 하마평이 무성하다. 모 과장이 국장으로 승진하고, 모 팀장이 요직부서로 발탁된다거나 누가 과장으로 승진한다는 등 이러쿵저러쿵 ‘복도통신’이 난무하고 있다. 이를 빗대 “인사권자인 원경희 시장 말고 밖에서 인사권을 주무르는 인사가 따로 있는 것 아니냐”는 비아냥거림도 들린다. 이런 상황에서 7일 오전 열린 원경희 시장의 첫 월례조회에 공직자들의 이목이 집중됐다. 원 시장은 최근 인사와 관련한 쑥덕공론을 의식한 듯 당초 원고에 없던 인사말을 추가했다. “선거와 관련, 인사상 불이익은 없습니다. 업무처리능력과 적재적소, 합리적 승진인사를 원칙으로 하겠습니다.” 원 시장은 앞서 섬김, 소통, 창조의 공직자상을 당부했다. 조만간 단행될 여주시 승진 및 전보인사는 앞으로 4년 동안 원 시장의 인사관, 인사철학의 일단을 엿볼 수 있다는 점에서 상징적인 의미가 크다. 과연 원 시장은 어떤 인사를 단행할까? 미뤄 짐작컨대 얼마 전 단행된 비서실장, 수행비서, 여비서 인사에서 힌트를 얻을 수
중국 노나라 때의 일화다. 어느 날 연회에 참석한 몸이 아주 비대한 신하를 보고 식언을 밥 먹듯 하는 어떤 이가 놀려대기를 ‘무엇을 먹고 그리 살이 쪘느냐?’고 하자 ‘말을 하도 많이 먹었으니 살이 안 찔리 있겠느냐?’고 하였다. 주변이나 직장에서도 아무 거리낌 없이 식언을 해대는 이들이 있다. 당하는 이의 편에서는 심각하다. 반대로 자기가 말한 대로 약속을 지켜 후세에 널리 알려진 이들도 있다. 史記(사기)에는 季札(계찰)이 어느 날 사신으로 이웃나라를 들리게 되었는데 그 나라 임금이 그가 차고 있는 칼을 보고 무척이나 부러워했다. 그래서 계찰은 돌아오는 길에 칼을 임금에게 주기로 마음먹고 어느 날 들르니, 임금은 이미 죽은 뒤였다. 계찰은 칼을 풀어 임금의 무덤가에 걸어 놓으니 곁에 있던 이가 ‘임금은 죽고 없는데 왜 그러냐’고 하자 ‘그런 말은 말라. 내 마음은 이미 이 칼을 주기로 했는데 어찌 죽었다고 내 마음을 거스르겠는가’ 하였다. 약속이란 중요하다. 말만 늘어놓고 지키지 않는 사람이 있다면 이는 절대로 가까이 해서는 안 될 것이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