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사에서 한강유역을 지배하는 세력이 항상 당대의 주류였다. 한강 유역이 한반도의 중심일 뿐만 아니라 중국과 일본을 연결하는 물류와 교통의 교차로였기 때문이다. 우리 역사에서 가장 넓은 영토를 확장한 고구려 광개토대왕도 즉위하자마자 한강유역을 최우선적으로 확보하여 경제적 기반을 다진 다음, 산둥반도와 만주를 잇는 대제국을 형성할 수 있었다고 한다. 바로 그 한강유역이 오늘의 경기도다. 경기도는 다수의 산업단지, 양질의 교통·통신망 등 우수한 물적 인프라와 함께 다수의 대학·연구소 등 풍부한 인적·기술적 인프라를 가지고 있다. 특히 미래성장동력인 지식기반서비스업의 사업체수는 전국의 17%, 매출액 비중으로는 26%를 차지하고 있다. 또한 지리적으로도 미국과 함께 G2로 부상한 중국과 가장 인접, 일본과 동남아까지 아우르는 환황해 경제권의 허브가 될 수 있는 여건을 갖추고 있다. 그런데 경기도가 이 같은 기회 요인을 살리지 못하고 흔들거리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경기도의 제조업 생산활동이 정체되고, 서비스업 발전이 지체되면서, 고용창출력이 크게 둔화되고 있다는 안타까운 소식이다.…
검찰이 지난 14일 발표한 수사결과에 따르면 원세훈 전 국정원장은 재임 기간 동안 각종 공직선거와 관련해 12건, 국내정치와 관련해 10건의 개입 지시를 내렸다고 한다. 이에 따라 심리전단 직원 등이 동원돼 인터넷 사이트에 불법 게시 글 1천977건을 올렸다는 것이다. 이 가운데는 지난 대선 관련 글 72건이 포함돼 있다. 심리전단은 이른바 ‘국정원녀’ 사건이 발생한 직후에도 버젓이 이 사건을 정치적 음모로 모는 글을 다수 올리는 공작을 벌인 것으로 드러났다. 한편 김용판 전 서울경찰청장은 경찰 분석팀이 증거물을 포착했다는 보고를 받고도 이를 왜곡 발표했다고 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검찰은 이들을 불구속 기소했다. 검찰이 원 전 원장의 선거와 정치 개입 전모를 밝혀냈다고 믿을 국민은 없다. 국정원장이 내렸다는 ‘지시말씀’은 일국의 정보 총책임자의 언행이라고 차마 믿기지 않는, 터무니없는 논리와 언사로 점철돼 있다. 이런 수준의 지시를 내렸는데 불법 게시 글이 1천977건밖에 되지 않을 리 없다. 빙산의 일각이라고 하기도 어렵다. 투입된 직원도 공식 직원의 몇 배에 이른다고 보아야 한다. 또한 김 전 청장이 단독으로 대선 승부의 분수령이 되는 시점에서 왜곡 발
이달 초 수원시 장안구 송죽동의 만석공원에서 ‘누구나학교 시민캠페인’이라는 이색적인 행사가 열렸다. ‘누구나학교’의 평생학습 방식을 경험해보는 자리였다. 누구나학교는 학습교육의 경계를 허무는 파격적인 신개념 평생학습프로그램이다. 시민이 만드는 일상의 학습으로서 강사자격증이 없어도 누구나 자신만의 노하우로 삶의 지식을 이웃들에게 전해 누구나 가르치고 배울 수 있다. 옛말에 세 사람이 길을 가면 그중에 한명은 스승이 있다고 했듯이 사람에게는 다른 사람보다 나은 특별한 재능이나 노하우 등 배울 점 한 가지는 반드시 있다. 누구나학교는 누구라도 자신만의 노하우나 삶의 지식을 이웃들에게 전해줄 수 있다. 강사 자격증이 없어도 된다. 서로가 나누고 공유하는 시민주도형 평생학습이기 때문이다. 누구나학교는 수원시 장안구 연무동 소재 수원시평생학습관(구 연무중학교)에서 지난해 6월부터 시작됐는데 현재 180여개의 강좌가 개설, 80명의 강사와 1천830명의 학습자가 참여했다. 강의 내용도 재미있다. ‘아빠와 함께 하는 알뜰 캠핑 노하우’, ‘예비기자 현주와 함께하는 어린이 NIE’, ‘에스라인 국희씨의 맷돌댄스, 포크댄스’, ‘베레모 할아버지의 즐거운 하모니카 시간’. ‘훈
스타워즈, 스타플레이어, 스타크래프트, 스포츠스타, 슈퍼스타, 무비스타 등 스타가 접두사나 접미사로 들어가는 낱말은 많다. 요즈음 인기 연예인을 스타라 부르고, 최고의 기록이나 성적을 내는 운동선수를 스포츠스타라 부른다. 군대에서도 장군이 되면 별 계급장을 달게 되고 모두들 우러러본다. 밤하늘의 수많은 별들은 우리에게 친숙하면서도 쉽게 도달할 수 없기 때문에 동경의 대상이 되는 것처럼 인기스타나 장군들도 쉽게 되기는 어렵고 희소성 때문에 귀한 대접을 받고 뭇사람의 우상이 되는 게 아닌가 생각한다. 이러한 스타가 들어가는 많은 단어 가운데 스타트리뷰트만큼 생소하면서도 숭고한 뜻을 지닌 단어를 일찍이 들어본 적이 없다. 가평군에서는 해마다 영연방국가 한국참전용사 수백명이 무거운 늙은 몸을 이끌고 순례의 길에 오른다. 북한군의 남침으로 야기된 6·25전쟁 때 전쟁승패의 흐름을 바꿀 만큼 치른 가평군 북면 화악산 기슭, 목동리, 이곡리, 그리고 가평천 주변에는 수만명의 중공군과 맞서 싸우다 한국군과 함께 전사한 영연방 참전용사들의 넋이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하고 구천을 헤매고 있는 듯하다. 지난 4월 24일에도 영국, 캐나다, 호주, 뉴질랜드 등 영연방국
K-53. 한국전 당시 미군의 비행기 전초기지로 사용되던 백령도 사곶 비행장의 군사명칭이다. 이곳은 원래 해수욕장이었다. 그러나 썰물일 때 바닷물이 빠져나간 갯벌 바닥이 워낙 단단해 당시 미군들에 의해 활주로로 활용됐다. 길이는 3km에 폭은 300m에 이른다. 때문에 사곶은 이탈리아 나폴리해변과 함께 세계에서 두 개뿐인 천연활주로라 명성을 얻었다. 종전 후 우리 공군 역시 해병대 보급물자를 운반하는 수송기 이착륙장으로 활용했다. 1991년 이후 지면이 약화되자 현재는 헬기장으로 사용하고 있다. 지금도 사곶 해면은 큰 관광버스가 속력을 내어 달려도 약간의 흔적만 남을 정도로 여전히 단단하다. 그래서 요즘까지 백령도관광의 필수코스로 유명세를 더하고 있다. 지난 토요일(15일) 주한외국 대사와 외신기자 70여명이 이곳을 찾았다. 이참 한국관광공사 사장도 동행했다. 물론 이곳 방문은 백령도 방문 일정 중 한 코스였다. 그러나 한국전의 흔적이 고스란히 배어있는 천연비행장를 보는 그들의 관심은 남달랐다고 한다. 백령도에 이처럼 많은 외국인이 방문한 것도 처음이다. 관광공사의 적극적인 노력 덕분이다. 올해 들어 관광공사는 백령도를 비롯한 연평도, 대청도, 소청도 등 서
큰 아이가 밤낚시 간다고 이것저것 분주히 챙긴다. 아이는 민물낚시를 좋아한다. 저수지로 나가 좌대를 타기도 하고 강을 따라 세월을 건져 올리기도 한다. 낚시는 자주 가지만 물고기를 집으로 가져오는 일은 드물다. 물고기를 잡는 것보다는 손맛을 즐기기 때문에 잡은 놈들은 그냥 놔준다고 한다. 새벽녘 문득 올라다 본 하늘이 아름답고 물과 소통하면서 자신을 들여다보는 일이 좋다고 한다. 자식이라지만 말수가 적어 속내를 알 수 없을 때가 많고 친구와 술을 좋아해 가끔은 속을 태우는 아들이다. 철부지인 줄만 알았던 녀석이 여자에게는 잉어가 좋다며 갱년기를 보내고 있는 어미를 위해 팔뚝만한 잉어를 잡아다 약을 내려주더니 이번엔 붕어를 잔뜩 잡아와서 아버지 보약 해 드리라고 한다. 가끔은 아주 가끔은 짠한 감동을 주기도 한다. 아이 둘을 키우면서 기쁨과 행복만큼이나 나누어야 할 고민도 많고 잔잔한 갈등을 끊임없이 겪으며 가족이라는 울타리를 만들고 지키고 있다. 물고기를 보면 떠오르는 일이 있다. 중학교 때의 일이다. 초여름의 등굣길이었다. 저수지 가장자리에 정말이지 커다란 잉어가 어슬렁거리고 있었다. 엄마가 낳은 아이만 하다는 생각을 했으니 크긴 컸던 모양이다. 물에 들어
셰익스피어는 <한여름 밤의 꿈>을 이렇게 끝맺는다. “혹시 저희 요정들이 한 짓이 마음에 안 드시거든 이렇게 생각해 주십시오. 잠시 조는 동안에 꿈을 꾸신 거라고요. 그래야 화도 풀리실 것 아닙니까? 이 빈약하고 요령도 없고 허황된 연극을 부디 심하게 꾸짖지 마십시오.” 요정 왕 오베른의 어릿광대 퍼크의 대사다. 남북의 대화 국면이 후다닥 닭싸움으로 막을 내렸다. 직전까지 ‘전쟁불사’라더니, 느닷없이 날을 잡는다느니 통신선을 복원한다느니 북새통을 피우다가, 그래 차분히 지켜나 보자 했더니, 격이 어쩌고 급이 저쩌고 하다가 순식간에 판이 엎어졌다. 잠시 졸면서 초여름 밤의 꿈을 꾼 건가 싶다. 그런데 사과하는 퍼크도 없다. 이산가족들은 섭섭하기 짝이 없을 터이다. 남쪽 개성공단 입주기업도, 북쪽 개성공단 노동자도 땅을 칠 노릇일 게다. 나름 분주했을 통일부와 통전부·조평통 관계자는 물론이고, ‘혹시나 금강산도…’ 은근 기대를 걸었던 현대아산 관계자도 허탈하긴 마찬가지겠다. 그러나 이건 꿈이 아니다. ‘빈약하고 요령도 없고 허황된’ 한반도의…
쉿! 당신 혀를 잘라 /김지유 백팔 년 전 당신이 전한 그 말 그대로 듣는 거야 돌아선 등 뒤로 우두커니 늙은 박달나무 한 그루 더 이상 가지 뻗지 않는 우듬지 아래 까마귀는 평생 울어 줄 거야 신굿 없이 말 옮기는 무당이여 당신 혀 잘라 만든 사슴의 뿔 녹슨 굴착기가 푸르게 푸르게 동굴 속 신단수 뿌리에 얽혀 있어 쉿! 천팔백 년 뒤 오늘을 까막거리는 그 말 당신 할 바로 그 말이야 -김지유 시집『즐거울 랄라』/시작시인선- 미래를 점치는 사람들은 대체로 운명은 정해져 있다고 한다. 現生은 전생의 업으로 운위되는 것이며 미래를 알려면 현재를 보고 현재의 생활상을 보면 과거가 보인다고도 한다. 지은 죄가 원인이 되어 한 생 뒤에 불행한 결과로 나타나는 것, 佛家의 인과법칙과 통한다. 그러므로 선업을 쌓으면 후생엔 좋은 환경에서 태어날 것이며 많은 귀인들을 만날 것이다. 칼끝을 발등에 떨어뜨렸을 때 발등에 피나는 결과를 초래하듯이 어느 정도 들어맞는 법칙인 것은 사실이다. 대체로 맞는다고 해도 인간의 삶은 복잡하거니와 망각으로 모든 것을 잊기에 결과를 예측하긴 힘들 것이다. 또 경우의 수에 따라 결과는 얼마든지 변할 수 있으니 인간의 미래는 예측불허다. /성향숙
게에게 /이시카와 다쿠보쿠 바닷물이 밀려들면 구멍으로 기어들고 바닷물이 빠져나가면 기어나와서 온종일 옆으로 걷고 있는 동해바다 모래사장의 영리한 게야 지금 이곳을 운명의 파도에 휩쓸려 와서 마음 속 감실의 등불이 그대 눈보다도 작게 꺼졌다 켜졌다 하는 아이가 갈 길도 모르면서, 지쳐 헤매어 더듬어 가는 것을 아는가 모르는가. 출처 : 이시카와 타쿠보쿠 시선/민음사, 1998 운명의 파도에 휩쓸려 어디까지 왔는지 곰곰 되새기는 시간을 갖게 하는 시다. 게, 그 작은 눈 속에서 거대한 바다와 파도와 인생을 읽고 있는 시인이 아름답다. 갈 길도 모르면서 지쳐 헤매어 더듬어 가는 것이 인생이라는 말을 더듬더듬 더듬어 끝내 언젠가 우리는 알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