빛의 경전 /손병걸 점자책을 펼치니 와르르 쏟아진다 놀란 가슴 쓸어내리며 흩어진 점자를 더듬어 가는데 들려온다, 별들의 이야기 팽팽한 점자처럼 별들도 광활한 우주 속에서 제자리를 지키며 빛나고 있기에 거대한 경전을 읊는 것이라고, 아무도 찾지 않는 어둠 속 비루한 생활의 문을 열고 한 발짝 한 발짝 내딛는 삶이 빛나는 경전을 집필하는 것이라고, 밤새 소곤대는 별들을 따라 걷다보니 짓무른 손가락 끝이 화끈거리고 어깻죽지 목덜미가 뻐근하지만 몸속에 알알이 박힌 별들 탓일까? 창문 너머 별빛 점자를 찍어가는 가파른 새벽 발소리 맨홀 속 은하수, 물소리도 환하다 <출처-손병걸 시집 나는 열 개의 눈동자를 가졌다-2011년 애지> 그는 손가락 끝으로 세상을 읽는다. 지팡이로 톡톡 세상을 두드린다. 소리로써 본다. 소리를 통해서 그는 보이지 않는 세계를 하나씩 열고 들어간다. 이전에는 보였지만 지금은 보이지 않는 세계이다. 손가락 끝으로 ‘점자책을 펼치자’ 별들의 이야기가 와르르 쏟아져 내린다. 별들이 읽는 거대한 우주의 경전을 그도 함께 읽는다. 세상 밖으로 드러난 거대한 환영(幻影)에 가려진 빛나는 경전을, ‘비루한 생&r
점박이 물범은 우리나라에서는 유일하게 백령도에서만 서식한다. 그래서 그 희귀성 때문에 백령도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사랑을 독차지하고 있다. 특히 백령도가 항상 긴장이 감도는 특수 지역임을 감안, 평화와 생명의 상징으로 여겨져 왔다. 때문에 내년 인천아시안게임 공식 마스코트로 지정되기도 했다. ‘점박이 물범이 한반도 긴장완화는 물론 일부 분쟁지역에서 나타나는 이념 및 종교대립의 벽을 넘어 아시아 평화의 전도사 역할을 기대한다는 의미’라는 것이 지정 이유다. 귀하신 몸, 그들이 자태를 뽐내는 곳은 백령도 북동쪽 1㎞ 지점 물범바위. 몸길이 1.4~1.7m, 몸무게 82~123kg로 물범치고는 비교적 작은 체구로 일광욕을 즐기는 모습은 여유로움과 한가로움 그 자체다. 특히 피부가 회색과 황갈색 바탕에 검은색과 흰색 점무늬가 있어 귀족적인 분위기까지 풍긴다. 천연기념물 제331호인 이런 점박이 물범이 백령도에서 점차 사라지고 있다는 소식이다. 최근 환경학술단체인 환경안보아카데미는 한강유역환경청과 공동으로 백령도 인근 물범바위 주변에서 점박이 물범 개체수를 조사한 결과, 22마리가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는 지난해 11월 초 백령도 주변에서 182마리가 확인된 것에 비해
절기 하나가 실종된 느낌이다. 분명 달력의 날짜는 매일 매일을 채워 가는데 태양의 날짜는 급하기만 하다. 4월까지만 해도 봄이라기보다는 겨울의 연장선에 있는 것처럼 쌀쌀하던 날씨가 5월에 접어들면서 기온이 급상승한다. 세상이 빠름을 재촉하다 보니 태양도 순위 경쟁에 나서고 있음인가. 요즘 세상을 보면 속도전을 치르고 있는 것 같다. 생후 12개월도 되기 전부터 아이들은 단체생활로 내몰린다. 물론 맞벌이를 하다 보니 보육시설을 찾기도 하지만 아이가 혼자 있으면 함께 어울리는 법이 떨어지고 사회성이 늦어진다는 부모의 조급함이 아이를 시설로 보내는 경우도 많다. 태어나자마자 경쟁의 시작이다. 이 아이들이 유치원을 거쳐 학교에 입학하면 이때부터 본격적인 전쟁이다. 학교 주변 학원의 외벽에는 상위권 학생의 학교와 학년 이름이 빼곡히 걸려있고 대부분의 성적이 99점이거나 100점이다. 학생의 인성보다는 성적이 모든 것을 말해주는 셈이다. 부모는 성적 높여준다는 학원을 찾게 마련이고 학원에 등록을 할 때도 학원 자체의 평가를 통해서 아이의 성적이 학원에서 정한 기준에 모자라면 등록 자체를 거부한다. 공부 못하는 학생이 들어오면 학원 이미지도 나빠질 뿐 아니라 학부모들의…
우리는 융합(Convergence·融合) 시대에 살고 있다. 융합인재, 융합과학, 융합교육, 융합카드, 융합기술, 융합디자인 등 분화되어 있는 것들을 큰 틀에서 하나로 묶어 접근하자는 것이다. 융합행정은 ‘수요자 관점에서 여러 기관 간의 기능을 연계하거나 시설·인력·정보 등의 인프라를 공동 활용하여, 저비용·고품질의 공공서비스를 더 신속히 제공함으로써 새로운 가치를 창출하는 창조적 업무방식’으로 정의하고 있다. 법과 원칙을 준수하는 것이야말로 민주주의의 선진국가가 되는 길이 아닌가 싶다. 박근혜 정부는 ‘행복’과 ‘안전’을 국정운영의 최우선 과제로 선정하였다. 성폭력으로부터 안전한 사회, 가정폭력 방지 및 피해자 보호 강화, 먹을거리 관리로 식품안전 강국, 학교폭력 및 학생위험 제로환경 조성 등 4대악 근절도 경찰의 융합행정으로 접근하면 효과가 클 것이다. 학교 폭력 근절을 위한 한 걸음 내딛기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먼저 여자아이들의 공격성을 살펴보자. 왕따는 남학생보다는 주로 여학생들 사이에서 많이 발생한다. 남학생은 때리거나 놀리는 등 직접
안산에서 전국 첫 다문화복지시설이 19일 문을 열었다는 반가운 소식이다. 그렇지 않아도 다문화가정에 대한 편견 의식이 사회적으로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개관한 시설이어서 기대 또한 크다. ‘안산글로벌다문화센터’라 이름이 붙여진 이 시설에는 현재 다문화가족지원센터와 글로벌아동센터, 육아정보나눔터, 공동체모임방 등 다문화가족 관련 시설이 마련되어 있다. 이곳에서 다문화가족의 자녀 양육과 사회적 자립역량 강화 등 맞춤형 통합 지원서비스를 제공할 예정이라고 한다. 경기도내 등록외국인은 28만8천명으로 국내 외국인 인구 93만 3천명의 30.9%를 차지하고 있다. 국내 외국인 10명 중 3명은 경기도에서 거주하는 것이다. 전국에서 가장 많은 수치다. 경기도 전체인구 1천238만명의 2.3%에 해당한다. 안산시만 보더라도 4만3천900명이 거주하고 있다. 전국에서 두 번째로 외국인이 많은 도시다. 이중 결혼이민자 및 혼인귀화자, 다시 말해 다문화가족을 이루는 도내 거주 외국인수는 6만1천280명(2012년 현재)이며 자녀수는 4만6천954명으로 이 또한 전국 최고다. 잘 알다시피 다문화가족은 이질적인 문화가 공존하는 가정이다. 때문에 가족 구성원들 간에 언어를 비롯 사고
행정은 만인에게 공평해야 한다. 하지만 행정이 지나치게 규정과 법조문에만 구속돼 있어서는 안 된다. 만사가 그렇지만 물 흐르듯이 자연스럽게 흘러가야 한다. 지혜로워야 한다는 얘기다. 본란 3월 27일자에서도 지적한 바 있는 구리시 박영순 시장과 직위 해제된 채 대기발령 중인 공무원들의 이야기다. 구리시가 2008년 고구려대장간마을을 조성하면서 진입로 입구에 있던 한 시민의 건축물을 철거했다. 그 시민은 지난해 4월 음식점을 짓기 위해 이축허가를 신청했으나 반려되자 시측에 정식 민원을 제기했다. 이에 대해 관계 공무원들은 법 규정을 내세우며 허가해주지 않았다. 불허 이유는 ‘개발제한구역의 지정 및 관리에 관한 특별조치법의 이축조건’에 맞지 않고 ‘시행일 이전에 철거된 주택이라 소급 적용이 어렵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박영순 시장은 이와 다른 의견을 갖고 있었다. 공무원들의 반대에 박 시장이 직접 나서서 법률을 검토했고 ‘해당 민원은 다른 국민에게 피해가 없고 국민이익을 존중하는 입법기관의 입법취지에 맞는다’며 허가하라고 지시했다. 그러나 공무원들은 끝까지 박 시장의 뜻을 거부했다. 이에 박 시장은 시장의 민원처리 지시를 완강하게 거부한 공무원 3명을 전격 직위
한여름이 시작되기도 전에 우리나라의 일부 지방의 한낮 기온이 섭씨 35도를 넘는 날씨를 보였는데 이는 5월 중순 기온으로는 기상관측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고 한다. 한반도의 기후가 아열대로 접어들었다는 주장이 점점 더 설득력을 얻고 있으며, 사람들도 이제는 겨울옷을 벗어 던지면 계절의 여왕이라는 봄을 만끽할 여유도 없이 당연히 여름이라는 변화 속에서 빠르게 적응해 가고 있는 것 같다. 봄이 오면 산과 들, 공원 등지에는 다양한 꽃이 핀다. 꽃이 피면 곤충이 날아든다. 얼마 지나지 않아 열매를 맺고 씨앗을 남기고 새로운 생명을 만들어 낸다. 이 모든 것들은 우리 인간을 비롯한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에게 생존을 위한 방편이 되기도 하고 서로에게 생존을 위한 수단이 되기도 한다. 다음에 설명되는 곤충은 무엇일까? 예전에는 아주 흔하게 어디에서나 볼 수 있었던 곤충인데 요즘은 잘 보이지 않는다. ‘몸길이 약 12mm이고 머리와 가슴의 나비가 같으며 혀가 길다. 턱수염은 1마디이고, 아랫수염은 4마디이다. 앞날개에 좁은 경실(徑室)과 3개의 주실(?室)이 있다. 다리는 굵고 앞다리와 가운뎃다리의 종아리마디에 1개씩의 며느리발톱이 있다. 뒷다리의 종아리마
서른 다섯 /박경숙 얼마나 꽃다운 나이던가 황홀한 나이던가 흰 치마를 두른 어미의 붉은 울음 가물거리는 희망 세우며 등지고 넘어온 오솔길 얼마나 추웠을까 흔들렸을까 어미 나이에 서서 숨 막히도록 가슴 에이는 일이다 박경숙 시인은 전남 영광출생이다. 한신대에서 시를 전공하였고, 시집 『비금도의 하루』를 출간하면서 문단에 나왔다. ‘영화를 사랑하는 사람들의 모임’ 사무국장을 맡고 있는 시인은 남도의 맛과 따스한 사람냄새가 그에게서 짙게 배어난다. 여자는 두 번 태어난다. 한 번은 친정에서 딸로 태어나는 것이고, 또 한 번은 결혼해서 엄마로 다시 태어나는 것이다. 여자는 엄마가 될 때 가장 아름답다. 새로운 생명을 낳고 그 생명을 아름답게 가꿀 수 있으니 말이다. 그래서 이 시는 여자 나이 서른다섯이 이팔청춘 나이보다 꽃답고 황홀하다고 하는 것이리라. 그러나 엄마로 살아간다는 것은 녹록치 않은 일이다. 엄마로 살아가는 동안 ‘숨 막히도록 가슴 에이는’ 고통도 따르기 때문이다. 5월은 가정의 달이다. 어머니에 대한 사무친 그리움과 회한…. 대천에서 불어오는 시인의 외로운 바람이 한 차례 지나간다. /박병두 시인
하늘이 더할 나위 없이 맑고 깨끗한 5월, 신록의 계절이다. 이즈음의 신록에는 신록을 상징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성년의 날(20일)이 자리 잡고 있는데, 이 날은 성인으로서의 자부심을 부여함과 동시에 사회인으로서 책임과 의무를 일깨워주기 위해 지정된 기념일이다. 아직 조금은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지만 인생의 가장 아름다운 신록의 시기를 맞이한 것에 대해 축하의 박수를 보내며, 이제 의젓한 사회의 일원이자 진정한 성인으로서의 개인적·사회적 권리와 책무를 생각해보는 특별한 하루를 보냈으면 하는 바람이다. 청춘은 아름답다. 인생의 매 순간순간이 아름답겠지만, 가장 아름다운 것이 청춘의 아름다움일 것이다. 청춘기는 특유의 찬란함과 기쁨으로 가득 찬 신록만의 에너지가 있다. 하지만 대학공부 혹은 취업걱정으로 인해 이 시기가 아픔과 고통의 시기처럼 느껴질지도 모른다. 뜨거운 가슴으로 그런 아픔과 고통조차도 청춘의 시기에만 누릴 수 있는 특권으로 생각하면서 아름다운 신록의 청춘을 만끽했으면 좋겠다. 남자가 두 명 이상 모이면 하게 된다는 이야기가 바로 군대 이야기이다. 우스갯소리로 군 복무 시절이 꿈에 재현되어서 괴롭다는 말이 있을 정도로 군 복무에 대해 부정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