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은 지금 패닉 상태다. 침몰된 세월호 앞에 세월이 멈춰 있는 듯 하다. 초기 대응이 늦었느니, 일어나서는 안 될 후진적인 인재(人災)라느니 아무리 떠들어봐야 소용이 없다. 실종자 가족들은 오직 단 한 명이라도 구조하는 것이 목표일 뿐이다. 어제도 정부는 세월호 여객선의 탑승자 숫자를 정정 발표했다. 이번이 여섯 번째다. 탑승객 숫자마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다. 결국 모든 것을 답답해 하던 민간인 구조대가 사비로 장비를 챙겨 물 속에 뛰어들었지만 바다의 사정이 녹록지 않다. 텔레비전에 눈 귀를 곧추세워도 온통 오보 투성이다. 가족들의 분노의 메아리는 높아만 간다. 아무 것도 할 수 없는 듯한 느낌이이다. 바닷 속에 잠긴 세월호는 대한민국의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는 것 같아 안타깝다. 기본을 잊고 사는 우리가 아닌지 자괴감이 든다. 누구 하나 제대로 된 지침도 없고, 우왕좌왕하고 허둥지둥대는 정부다. 470여 명의 승객들이 수장될 것을 뻔히 알면서도 자기만 살겠다고 탈출한 선장의 모습이 곧 우리의 모습이다. 경주 마우나리조트 참사로 10여 명의 아까운 대학생들이 목숨을 잃은 지 두 달여 만이다. 그러나 현실을 탓하기에는 시간이 너무 없다. 실종자들이
절도 전과만 열 번이 넘는 가출 청소년이 또다시 붙잡혀왔다. 법원에서 구속영장실질심사를 받는 날이 되었다. 자신의 잘못을 반성하고 있으니 구속만은 하지 말아 달라며 판사님에게 눈물까지 흘리며 빌고 있다. 법정을 나서며 그가 하는 말에 귀를 의심했다. 그는 전혀 다른 사람이 되어 법원 건물에 대고 “아휴, 재수 없어 골인(구속)되겠네.” 불평을 쏟아냈다. 아니나 다를까 그는 구속되었다. 난 궁금했다. 그가 어떻게 구속될 줄 알았는지? 그는 확신하듯 말했다. “밥 먹듯 들락거려 판사님 얼굴만 봐도 압니다, 인상을 찌뿌렸거든요.” 경찰관은 일상처럼 이런 비행청소년들을 만나고 있다. 난 그때마다 그들에게 공통적으로 느낀 것이 있다. 전과의 횟수가 늘어갈수록 불평의 강도가 심해진다는 것이다. ‘2012년 한해동안 10세 이상 19세 미만의 청소년들이 얼마나 경찰에 검거되었을까? 살인 등 강력범 3천243명, 절도범 3만7천58명, 폭력범 3만3천351명, 특별법 3만3천366명 등 모두 10만7천18명(2013년 경찰백서 참고)으로 집계됐다. 사례에서 밝힌 구속된 청소년의 부모님이 한 번의 면회를 하고 돌아갔다.…
지난해 4월 경기도는 대한노인회 경기도연합회, 농협중앙회 경기지역본부와 ‘카네이션 하우스’ 사업 업무협약을 맺은 바 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홀로 사는 노인들을 위해 마을회관이나 경로당 등을 리모델링한 공동생활주택이다. 이곳에는 생활시설과 작업장이 마련돼 있다. 카네이션 하우스가 들어선 곳은 안양시 만안구 안양9동 공부방, 여주군 북내면 외룡리, 이천시 율면 고당3리, 구리시 교문동, 가평군 북면 백둔리, 연천군 청산면 초성2리 등 6곳이다. 도의 예산과 행정, 노인회의 서비스연계, 농협의 사업비와 일자리가 지원되고 있다. 카네이션 하우스는 노인자살예방과 노인의 응급상황 발생 시 초동대처 등 노인문제 해결을 위해 설치됐다. 최근 홀몸 노인들의 수가 늘어나면서 각종 사회문제로 대두되자 도가 대책으로 내놓은 시범 사업 중 하나다. 도 관계자에 따르면 홀몸노인들로부터 호응도가 높다고 한다. 특히 안양에 위치한 카네이션하우스의 경우 매일 웃음과 활기가 넘쳐난다고 한다. 쇼핑백 만들기 등 소일도 하고 용돈 벌이도 할 수 있단다. 비슷한 처지의 노인들과 함께 생활을 하다 보니 어느새 모두가 한 가족이 됐다고 한다. 보통 직장인들은 60세 정도에 정년을 맞는다. 그러나…
법률적 의미의 학교폭력은 학교 안팎에서 학생을 대상으로 한 신체·정신 또는 재산상의 피해를 주는 행위를 말한다. 이러한 학교폭력은 최근 우리 사회에서 그 어느 때보다도 국민적 관심이 집중된 사회문제다. 특히 청소년들이 동급생들로부터의 폭력을 견디지 못해 자살하는 사건들은 정말로 우리들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다행히도 교육부의 학교폭력실태 전수조사에 따르면 최근 학교폭력의 발생추이는 1.9% 감소세를 나타나고 있다. 이는 지난해부터 학교폭력을 ‘4대 사회악’으로 규정하고 범정부 차원에서 학교폭력 근절에 온 역량을 집중한 효과가 나타난 것이다. 하지만 2013년도 한국청소년정책연구원 보고서에 따르면 학교폭력 피해학생들이 그렇지 않은 학생들보다 가해자가 된 경우가 4.5% 높은 것으로 조사됐다. 이러한 결과는 피해자들이 학교폭력에서 갖게 된 불안감, 대인관계 기피 등을 이겨내지 못하고 오히려 가해자가 되는 상황을 보여줬다. 기존 가해학생들이 ‘사랑의 교실’ 등의 선도프로그램을 통해 재범률이 미이수자보다 20.7% 낮은 효과를 본 것과는 상반되는 결과로, 이제는 피해학생들에 대한심리·신체적 정신건강
최악의 여객선 사고로 기억될 ‘세월호’의 대참사가 일어난 지 여섯째 날이다. 선수만 드러낸 채 거꾸로 바다에 처박힌 선박은 이제는 수면위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저 안에는 믿기지 않지만 250여명의 17세 우리 아이들이 갇혀있거나 숨졌다. 물이 들어차는 선실에서 열일곱 살 딸이 엄마 전화기에 제 얼굴을 찍어 띄우며 말했다. ‘어떡해, 엄마 안녕. 사랑해.’ 아들은 엄마에게 문자를 보내 고백했다. ‘엄마, 말 못할까 봐 미리 보내놓는다. 사랑해.’ 2학년4반 아이들이 담임선생님과 나눈 대화방 문자도 ‘전부 사랑합니다.’로 끝났다. 질식하도록 밀려드는 두려움 속에서도 못다 한 말 ‘사랑’을 떠올렸다. 이렇게 고운 아이들을 차가운 바닷속 어둠에 있다니 다 내 딸, 내 아들 같아 가슴에서 울컥 뜨거운 것이 솟는다. 배를 탔던 단원고 2학년 325명 가운데 75명만이 구출됐다. 그런데 입원한 ‘세월호’ 76명의 환자 상태가 ‘중등도 이상’ 스트레스 우울증을 겪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선생님과 살아남은 학생들은…
안경점에서 /임병호 잃어버린 내 안경들 어디에 있을까 술집에서, 喪家에서 택시 안에서 기억 없는 곳에서 나와 헤어진 안경들의 안부가 궁금해진다. 어두운 세상 밝게 보려던 흐려진 가슴 맑게 보려던 내 안경들은 지금 도시 어디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까 산속 어디서 새소리 바라보고 있을까 이승 어디서 저승을 바라보고 있을까 늙었는가, 옛날 옛일이 자꾸 생각나는데 나를 떠난 추억들이 분신처럼 그리워진다. 이 시의 화자, 즉 시인은 안경을 통해 세상을 바라보고 있다. 안경을 잃어버리듯 추억도 잃어버리고 사는 생의 이면을 안타깝게 붙잡으려 하고 있다. 시인의 추억들에는 아픔이 가득 묻어나 있다. 그 아픔들을 회상하는 것은 분명 가슴 아픈 일이다. 하지만 그러한 회상 덕분에 고뇌와 사유가 담긴 시들이 세상에 나오게 되는 것이다. 강산은 유수하게 변했건만 시인은 여전히 추억의 그 자리에 서 있다. 번지 없는 주막에서 그때 그 시절을 불러내고, 울고 넘는 박달재의 서곡은 애절한 추억들을 내놓은 깊은 밤, 시인은 어느덧 주름이 깊게 진 사람이 되었지만 추억과 함께하는 순간 시인은 늙지 않는다. 시인의 따스한 감성과 여린 마음이 서글프다 못해 아프다. 촘촘히 따스하게 걸어온 시
사람들은 흔히 계절의 시작을 봄이라 말한다. 계절의 처음이 봄이라는 정의를 내린바 없지만 봄을 계절의 시작으로 생각하는 건 아마 봄에 시작되는 식물의 재생 또는 움이 트는 시각적 효과 때문이 아닐까. 이즘 봄이면 화사하게 피어오르는 꽃, 노르스름한 주둥이 내미는 새싹들로 인하여 활기가 넘친다. 그 싱싱한 싱그러움에 사람들 또한 움츠렸던 어깨를 활짝 펴고 산으로 들로 꽃놀이를 나가기도 한다. 봄은 그렇게 자연으로부터 또는 사람으로부터 시작된다. 뿌리를 내린 어린 나무가 막 잎을 피워내는 그 생기어린 오만함, 개나리 울타리 넘치게 재재거리는 꽃잎들의 간들거림, 흘러내리는 꽃비에 가슴 동동거리게 하는 벚꽃 춤사위와 밤새 풀어헤친 수수꽃다리 참을 수 없는 향기까지. 달을 품은 밤이면 그 밤으로 해를 띄운 낮이면 그 햇살로 봄은 또 나날이 다른 봄을 해산한다. 그렇게 태어나는 봄을 가만히 들여다보면 그 속에 또 다른 사람들의 삶이 담겨 있다. 태어나 걸음을 떼기 시작하고 청소년기를 지나 어른이 되고 황혼기를 거쳐 죽음을 맞기까지 봄여름가을겨울이 공존하는 사람들의 삶. 마치 사계절을 순서대로 맞고 보내는 듯하지만 사람들의 삶에서도 평생에 걸쳐 다년생 식물과 같이 숱한…
망연자실(茫然自失). 억장이 무너진다. 또다시 인재(人災)다. 초조한 시간이 속절없이 흐르는 가운데 국민들의 안타까운 탄식만 끝없이 이어진다. 자식의 생사를 찾아 뜬눈으로 밤을 샌 부모가 지키는 휴교령이 내려진 학교 강당은 깊은 정적에 숨조차 쉬기 힘들 만큼 아프다. 검푸른 바다가 ‘세월호’를 삼키고 날이 바뀌었지만, 아직도 정확한 탑승인원조차 제대로 확인하지 못한다는 현실이라니. 그저 말문이 막힌다. “배가 정말로 기울 것 같다”, “엄마 내가 말 못할까 봐 보내놓는다. 사랑한다”, “얘들아 내가 잘못한 거 있으면 용서해줘. 사랑한다.” 전남 진도 해상에서 침몰한 여객선에 타고 있던 우리의 소중한 아이들, 안산 단원고 학생들이 배가 가라앉는 순간 카카오톡 등에 남긴 애틋한 글에 눈시울이 불거진다. 그 악몽의 16일 오전 8시56분. 한창 꿈 많은 우리 아이들과 60평생을 ‘대한민국’을 위해 헌신했던 백발의 동창생 등 475명이 저마다의 추억을 기대하며 떠난 제주도 여행길은 침몰한 ‘세월호’와 함께 물거품이 됐다. 오락가락하던 중앙
“맑음 새벽2시쯤 (중략) 저녁에 사람이 천안에서 와서 집에서 온 편지를 전하는데… 떼어보기도 전에 뼈와 살이 먼저 움직이고 정신이 황난하다. 겉봉을 대강 뜯고 둘째아들 열의 글씨를 보니, 겉에 통곡(慟哭)이라는 두 글자가 써 있다. 간담이 떨려 목 놓아 통곡했다. 하늘이 이다지도 어질지 못한가? 간담이 타고 찢어지는 것만 같다. 천지가 어둡고 저 태양이 빛을 잃는구나! 슬프다 내 어린자식아. 나를 버리고 어디로 갔느냐? 영특한 기상이 보통사람보다 뛰어 났는데 하늘이 너를 머물게 하지 않는가? 밤 지내기가 1년처럼 길구나.” 충무공 이순신 장군의 10월14일자 난중일기 중 일부다. 자식을 잃은 비통함이 절절이 박혀있다. 육친의 죽음은 하늘이 무너지는 아픔, 즉 천붕지통(天崩之痛)이라 한다. 하지만 그보다 더 비참하고 견디기 힘든 게 자식을 잃는 일이다. 그래서 창자가 끊어지는 고통, 단장지애(斷腸之哀)라 했다. 또 ‘부모 주검은 땅에 묻고 자식의 주검은 가슴에 묻는다’고 했듯이 자식 잃은 슬픔을 두고 세상에서 가장 참혹한 근심 ‘참척(慘慽)’이라고도 한다. 자식 잃는 것보다 더한 삶