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6일 새벽, 동두천시 보산동 관광특구에서 미군병사와 한국인 사이에 흉기를 휘두르는 난투극이 벌어졌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큰 충격으로 와 닿지 않았다. 어릴 적부터 동두천에 살면서 많은 미군 관련 사건사고를 접했기에 ‘아, 또 한 건 일어났구나’ 정도로밖에 생각되지 않았다. 1950년대 미군이 동두천에 주둔하기 시작하면서 시 면적의 42%를 차지하고 미군기지는 치외법권지역이 됐다. 한국인이 미군기지를 출입할 때는 주민등록증이 아닌 또 다른 출입증(일명 패스)이 있어야 하고 미군의 허가를 받아야 한다. 미군기지 주변 보산리에 소위 기지촌이 형성되면서 경기호황을 누렸던 60~80년대에는 돈을 벌기 위해 전국에서 많은 사람들이 몰려왔다. 매일 밤 휘황찬란한 네온사인 불빛 속에 보산리는 미군과 한국인들이 섞여 술에 젖었다. 지나친 음주로 인해 폭력과 마약, 성범죄, 살인, 절도 등 크고 작은 사건사고가 연일 발생하기도 했다. 사고가 날 때마다 미군기지 앞에 모여 머리띠를 두르고 현수막을 든 채 구호를 외쳤지만 시간이 지나면 묻히고 마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여기에는 주한미군주둔군협정(SOFA)이란 초헌법적인 지위가 한 몫 한다는 사실은 대
석양 /김충규 거대한 군불을 쬐려고 젖은 새들이 날아간다 아랫도리가 축축한 나무들은 이미 그 쪽으로 방향을 잡았다 매운 연기 한 줌 피어오르지 않는 맑은 군불, 새들은 세상을 떠돌다 날개에 묻혀온 그을음을 탁탁 털어내고 날아간다 깨끗한 몸으로 쬐어야 하는 맑은 군불, 어떤 거대한 흰 혀가 몰래 천국의 밑바닥을 쓱 핥아와 그것을 연료로 지피는 듯한 맑은 군불, 숨 막힐 듯 조여 오는 어둠을 간신히 밀쳐내고 있는 맑은 군불, 그곳으로 가서 새들은 제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눈 밝아져 아득한 허공을 질주하면서도 세상 훤히 내려다보는 힘을 얻는다 출처- 『아무 망설임 없이』 / 문학의 전당 2010년 붉게 물든 석양을 군불로 본 시인의 상상력이 재미있다. 지친 것들을 잠시 불러들이는 군불, 젖은 것들을 말려 주는 군불, 어머니 같은 군불, 강물 같은 군불, 사랑방 같은 군불, 탁한 눈알을 소독하고 다시 힘을 충전하는 생성의 시간이다. 공원을 돌던 여자도 강아지도 군불을 바라보고 정면으로 서서 서쪽 하늘을 오래 응시한다. 그러면서도 몇 발짝 자리를 내어주며 손짓하는 열려 있는 시간이다. /박홍점 시인
미국의 슬럼가에서 태어나 어려운 환경을 딛고 자수성가한 사나이의 이야기다. 아들을 낳고, 예쁜 아내와 행복한 가정을 꾸몄다. 거기에 어린 시절 꿈꾸었던 고급 ‘스포츠카’까지 손에 넣었으니 더 이상 바랄 게 없었다. 하루는 멋진 스포츠카가 자리 잡은 주차장으로 들어오면서 보니 하나밖에 없는 아들이 스포츠카 옆에서 장난을 치고 있었다. 다가가니 자신의 드림카를 못으로 긁고 있는 것이 아닌가. 갑자기 ‘욱 하는 성질’에 이성이 마비된 사나이는 주차장에 비치된 정비용 렌치를 집어 들고 어린 아들의 손을 내리쳤다. 정신을 차리자 아들의 손은 유혈이 낭자했고 곧바로 병원으로 옮겼으나 아들의 고사리 같은 손은 장애를 입었다. 한순간의 분노를 참지 못한 자신을 한없이 저주하며 집으로 돌아온 사나이 앞에 스포츠카가 눈에 띄었다. 아들의 낙서를 읽은 사나이는 집으로 뛰어 들어가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스포츠카에는 거친 못 자국으로 ‘I love daddy(아빠 사랑해요)’라고 쓰여 있었다. 이상은 네티즌 사이에 한창 인기를 끌었던 이야기의 요약이다. 사실여부와 상관없이 분노조절 실패가 가져온, 되돌릴 수 없는 결과의 참담함을 표현한다. 분노는 하나밖에 없는 아들을 장애인으로…
얼마 전, 뉴스에 아들보다는 딸을 낳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많아졌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보도 되었다. 사실 다정다감한 딸이 키울 때에도, 다 키운 후에도 아들보다는 낫다. 나는 아들 둘을 두었는데, 예쁜 여자아이를 보면 ‘딸이 있었으면’ 하고 부러워한다. 근래, 사회각계에서 여성의 비중이 커지고 있고 교사 등, 특정 직업은 오히려 여성 비율이 높다. 남성들의 성역이었던 사관학교, ROTC까지도 여학생들이 진출하여 수석졸업을 하기도 하였다. 우리 가정과 사회가 차츰 여성 중심으로 되어가는 것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요즈음 사회적 분위기가 바뀌고 있기는 하지만, 그동안 우리사회에 뿌리 깊었던 남아선호사상의 결과, 성비가 맞지 않아 초등학생들 10∼20%는 남학생끼리 짝을 지어 앉힌다 한다. 성비불균형은 부도덕한 의학이 태아의 성별을 감별, 여아를 낙태시킴으로써 초래되었다. 80년대 남자아이만 골라 낳은 결과 30대 10명 중 4명이 짝이 없어, 신부를 외국에서 수입하고 있어도 역부족이다. 며칠 전 뉴스에서는 15∼25세 연령대는, 연령별로 남자가 여자보다 20만 명 정도 더 많아 결혼 적령기가 되는 2020년부터는 20%가 독신
보육부터 노인서비스까지 사회복지서비스 확장에 따라 현장에서 지역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는 일선 사회복지 담당공무원들의 업무 과다로 인한 소진현상이 심각하다. 그 동안 기초생활급여 현금 중심 서비스로부터 다양한 현물 서비스가 늘어남에 따라 일선 현장의 부담이 가중되고 있다. 공공부조를 중심으로 한 지방자치단체의 업무는 새로운 서비스제도들의 도입과 함께 기초노령연금제도의 시행, 보육료지원 대상의 전면 확대 등 부처별로 시행되는 ‘복지’제도들이 급격하게 늘고 있다. 복합적인 욕구를 지닌 대상자는 늘고 있는 데 반해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수행 환경, 특히 복지수요자인 지역주민과 대면하는 읍·면·동 주민센터의 환경은 이에 부응하지 못하고 있다. 정부에서도 일선 사회복지 담당 공무원을 증원하고 있으나 여전히 증가하는 수요에 대응하지 못하고 있다. 사회복지서비스 증가에 따른 읍·면·동 담당 공무원들의 업무 과중 현상을 뜻하는 일명 ‘깔때기 현상’의 해결에 대해서는 10여년 전 복지전달체계 개편 초기부터 꾸준히 지적되었으나 여전히 미완인 상태로 있다. 우리나라에서 사회복지 전달체계의 개편
경기도가 보수 편향 지적을 받는 <경기도 현대사> 교육을 강행해 논란을 자초했다. 지난 15일 공직에 막 입문한 공무원 등 207명을 대상으로 <경기도 현대사> 집필자를 불러 강의를 진행한 것이다. 도는 앞으로 연내 다섯 차례 더 특강을 할 계획이라고 한다. 경기도의회 민주통합당 의원들이 책 집필 단계에서부터 이의를 제기했고, 이번 특강 직전 중지를 요청했지만 무시됐다. 이들은 도가 향후 일정대로 추진할 경우 예산삭감과 철저한 검증으로 맞서겠다며 각을 세우고 있다. 논란을 지켜보면서 드는 궁금증은 안팎으로 난제가 첩첩한 시기에 경기도가 이런 논쟁적인 역사 교육에 집착해서 무슨 실익이 있는가이다. 경기도가 그동안 내놓은 답변을 보면 “공무원에게는 뜨거운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이 필요하기 때문”이라 한다. 문제는 어떤 역사를 가르쳐야 “뜨거운 애국심과 투철한 국가관”이 생기느냐다. <경기도 현대사>의 저자 이영훈 교수처럼 뉴라이트 계열 교과서포럼 소속 학자들만이 제대로 역사를 가르칠 수 있다는 건 유치한 얘기다. 그들이 객관적이든 아니든 상관없이 그들의 역사관은 자유민주주의 체제 내에 존재할 수 있는 여러 역사관 중 하나일 뿐이다
청소년 시기엔 운동이 반드시 필요하다. 운동을 권장하는 이유는 몸과 마음의 성장통을 앓는 사춘기의 청소년들이 분출하는 에너지를 운동에 쏟아 부음으로써 체력을 증강시키고 건강한 마음을 지니게 되기 때문이다. 운동은 또 방황과 탈선을 막아주는 효과도 있다. 그래서 학교체육과 사회체육을 장려하는 것이다. 그런데 문제는 엘리트 체육선수들이다. 지금 우리나라 운동부 학생선수들은 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거의 수업을 받지 않는다. 초등학교 때부터 운동부에 몸담아 온 선수라면 대부분 기초학력은 심각하게 저하돼 있다. 오직 운동밖에 모르고 학업수행능력조차 갖춰져 있지 않은 학생들… 이게 학교 운동부의 현실이다. 운동부 학생들의 학업수행능력 미비 문제는 이미 그 도를 넘어섰다. 운동선수들에게도 공부를 시키고 체육교육이 정상화돼야 한다는 지적은 아주 오래 전부터 있어왔고 상급 교육관청에서도 관리·감독을 하고 있다. 그런데 우리 학원 체육의 현주소는 그렇지 않다. 경기실적에 의하여 상급학교 진학이 결정되고 지도자의 역량을 평가받는다. 이런 풍토에서는 운동만 할 줄 아는 기형적인 선수들이 육성된다. 문제는 이처럼 어려서부터 죽어라 운동만 하다가 국가대표가 되지 못하거나 프로스포츠에서
분양가 상한제에 대한 존폐 논쟁이 뜨겁다. 도입 당시에 비해 현재의 여건이 크게 변한 만큼 제도의 취지를 살리면서 탄력적으로 적용하는 방안을 강구할 필요가 있다. 분양가 상한제는 공급자 중심이던 공동주택의 원가에 적정 수익률을 더해 분양가를 정하는 것으로, 주택 분양가를 안정시키고 공급을 원활하게 하기 위해 도입된 ‘가격규제’ 제도다. ‘최저임금제’가 노동의 공급자인 근로자의 생활안정을 위해 시장 임금보다 높게 정한 것이라면, 분양가 상한제는 공동주택의 시장 가격보다 낮은 일종의 ‘최고가격제’를 도입해 주택구입자들의 안정적인 주거생활을 지원하기 위한 제도이다. 그런데 주택 가격의 하향 안정세가 지속되고 미분양과 불황으로 건설업체들의 어려움이 커지고 있어 유명무실해진 규제 제도를 없애자는 명분하에 최근 분양가 상한제의 폐지가 적극 검토되고 있는 듯하다. 하지만 그 이유가 부족하다. 최근의 미분양 깡통주택의 사태는 건설업체들이 분양가 상한제를 피하기 위해 일종의 밀어내기식 분양과 시장수급을 무시한 채 투기적인 중대형 중심의 고가 분양을 남발해온 결과로 볼 수 있다. 중소기업들은 올해 경기불황을 감안
권정생은 우리에게 잘 알려진 유명한 동화작가이다. 눈이 소복이 쌓인 어느 겨울날이었다. 교회 종지기였던 권정생은 여느 때와 다름없이 아침 일찍 일어나 종을 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맑은 종소리가 하늘 가득 울려 퍼졌다. 아침 미사를 보기 위해 교회에 온 사람들 역시 맑고 향기로운 종소리를 들었다. 지나가던 사람들과 아침 인사를 나누면서도 권정생은 부지런히 종을 쳤다. 바로 그때, 그에게 인사를 하려던 한 사람이 장갑도 안 끼고 종을 치는 그의 모습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추위로 빨갛게 손이 텄지만, 권정생은 아무렇지 않게 웃어 보이기만 했다. 걱정된 그 사람이 물었다. “이렇게 추운 날에는 장갑을 끼셔야죠. 동상에라도 걸리면 어쩌시게요?” 그러자 권정생이 부드럽게 웃으며 대답했다. “물론 장갑을 끼고 종을 치면 손이 얼지 않아서 좋죠. 하지만 그만큼 제 손이 게을러져서 맑고 투명한 종소리를 낼 수가 없게 됩니다. 조금 춥더라도 맨손으로 종을 쳐야 가난하고 힘든 사람들한테까지 이 소리가 전달될 수 있을 것 같거든요.” 그는 가난과 질병으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냈지만 어른이 되어서는 평생을 교회 종지기로 일하며 다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