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북 경주 마우나오션리조트 체육관 붕괴사고. 보도사진을 보면 붕괴된 건물이 참 날림공사임이 한눈에 보인다. 마치 집 옆에 헛간으로 사용하려고 대강대충 지은 건물인 것 같다. 각종 자재들을 보관할 창고 같은 용도로 쓰일 법한 건물로 아주 엉성하게 지은 건물임이 한눈에 들어온다. 그렇게 허술하게 지어놓고 이름은 아주 그럴듯하다. 마우나오션리조트체육관. 체육관? 산비탈에 자리 잡은 그것이 정말 체육관일까? 찌그러진 패널 조각을 보니 한 눈으로 봐도 날림공사다. 겉으로는 화려하게 보이나 속으로는 빈곤하고 부실하다는 외화내빈(外華內貧)이다. 그곳은 아비규환(阿鼻叫喚)이었다. 꿈과 비전을 가지고 대학에 입학하여 날개도 펴보기 전에 오호 애재(哀哉)라, 젊음이 산화(散華)했다. 마우나오션리조트 홈페이지를 보면, 사고 장소는 체육관이다. 그 체육관에 대한 소개는 다음과 같이 홈페이지 화면에 나타난다. “실내에서 가족과 함께 운동을…. 210만평 대자연 위에 최적의 스포츠캠프장소. 규모는 약 500명 수용. 위치는 마우나빌 콘도 2동 옆.” 제법 명품다운 그래서 믿음이 가는 견고한 체육관 같다. 그러나 알고 보니 엉성한 조립식 건물로 지어진
춘삼월 다시 정치의 계절이다. 무상급식의 김상곤 경기도교육감과 5선의 정치명문가 자제 남경필 국회의원이 앞서거니 뒤서거니 경기도지사 출마를 선언하며 한주 내내 신문의 1면을 독점한, 거기에 유정복 안행부 장관의 인천시장 출마까지 바야흐로 선거철이다. 어디 하나 부족한 것 없던 기존 출마자들은 하루 아침에 바보가 됐고, 야권 통합신당 창당선언은 일부 기회주의자들의 ‘혁명적 모사’를 부추기는 결정적 한방이 됐다는데 이의나 토씨를 다는 사람들도 많지 않다. 그뿐이랴. 장관 출신과 최연소 광역의원 이력의 4선 의원들은 물론 ‘도지사 재수=당선’의 필승 공식을 추억하며 뛰어든 여야 유력 후보들은 말 한마디 제대로 하지 못한 채 때아닌 ‘중진 차출론’과 ‘단일 후보론’의 최대 피해자가 돼버린 셈이지만 아직도 아프다는 소리조차 제대로 하지 못한다. 사실 남경필 의원은 현재 도지사 후보군 중에서 가장 먼저 도백(道伯)의 후보에 올랐던 인물이라는 점에서 이번 출마선언이 낯설지는 않다. 기억속의 2006년 1월 22일, 전도양양한 3선 국회의원으로 김문수 현 지사와의 ‘지사 후보…
연하장 /박용하 아무래도 시가 좋겠어 바람이라면 더 좋고 나무와 길이라면 아무래도 노래가 좋겠어 누가 꼭 듣지 않아도 빗방울이라면 좋고 진눈깨비라면 더 좋은 아무래도 사람이 좋겠어 저 나무 아래를 걸어 이 길로 드는 하늘이라면 더 좋고 염소라면 제비꽃이라면 좋은 것은 아무래도 자연이 제일 좋겠어 --박용하 시집 『견자見者』(열림원, 2007) 한 해가 지나갔네요. 오래 전 설레는 마음으로 연하장을 썼던 기억이 있습니다. 지금은 이메일을 지나 문자를 지나 SNS로 많은 인사를 하지요. 그러면서 손의 감촉도 점점 잊혀져가는 듯. 생각을 하고 주위를 둘러보고 그 사람을 생각하는 시간이 줄어듭니다. 간편해질수록 우리 사이는 점점 딱딱해지지 않았나 생각해 봤어요. 시를 읽고 산책을 하고 꽃과 나무를 보고 더불어 사람을 생각하는 그런 여유로움이 되기를 빌어봅니다. /유현아 시인
“자장자장 우리 애기/ 금자동아 옥자동/ 일월천지 보배동아/ 금을 주면 너를 사리/ 옥을 준들 너를 사리.” 옛날 우리 선조들이 졸리거나 투정을 부리는 아기를 재울 때 부르던 자장요(謠) ‘어름마 타령’이다. 이름은 생소하지만 가사는 누구나 어릴 때 한번쯤 들어본 친숙한 것이다. ‘아이 달래는 노래’로 불리기도 하는 이 민요는 음률이 아이를 자장그네에 눕히거나 등에 업어 흔들어 재우는 동작의 규칙적인 4박자의 리듬과 가장 잘 어울려 지금도 애송된다. 돌 전후의 투정부리는 아이를 달래거나 재우는 일은 예나 지금이나 만만한 일이 아니다. 육아 중 가장 힘들다고도 말한다. 아기띠를 하고 걷거나 잠들기까지 그네를 태우듯 살살 흔들며 ‘어름마타령’ 같은 자장가를 불러줘야 잠들곤 한다. 하지만 잠들었다 싶어 내려놓으면 묘하게도 바로 깬다. 아기 등에 센서가 달린 것도 아닌데 말이다. 덕분에 아이 보는 사람의 팔목이나 어깨는 곤혹을 치르며 후유증에 시달리기 일쑤다. 그래서 그런가. 서양에서는 젖먹이를 태우고 흔들어 놀게 하거나 잠재울 수 있는 ‘요람(搖籃)’을 일찍부터 육아에 사용했다. 옆면이 막혀 있고 대(臺)에 매달거나 로커(바닥에 대는 활 모양의 나무) 위에 올려놓
베란다에서 바라본 들녘이 옷을 갈아입느라 왁자하다. 겨우내 나이테를 키우던 나무에 물이 오르고 벌써 꽃을 피워낸 버들가지엔 참새가 봄을 옮기느라 분주하다. 멀리 보이는 배나무는 나무마다 퇴비 두 포대를 기대놓은 것으로 보아 농경이 시작되었음이다. 내가 사는 아파트는 시내 외곽에 있어 풍광이 좋다. 아파트 주변의 과수원이며 이런저런 수목들도 많고 저수지가 있어 사계절의 변화를 집안에서도 볼 수 있다. 저수지에서 피어오르는 안개며 울타리에 흐드러지게 핀 장미 그리고 향기 그윽한 아카시아 등 내 정서와 맞는 곳이어서 이십년을 넘게 살고 있다. 무엇보다 화단에 목련이 장관이었다. 달빛 은근한 밤, 갓 시집온 새색시같이 단정하고 우아한 자태로 꽃을 터트리는 소리에 밤잠을 설치기도 했다. 한데 며칠 전까지만 해도 유리문 안을 기웃대던 목련이 보이지 않는다. 목련이 CCTV를 가린다고 가지를 모두 잘라내고 전봇대처럼 몸통만 세워놓은 것이다. 이십여년을 함께했던 목련 옆에 카메라를 세움으로써 시야가 가려진다고 곧 꽃이 필 목련을 싹둑 잘라냈다. 속도 상하고 울화도 치밀었지만 나 혼자 사는 곳이 아니니 어쩔 수가 없어 카메라만 노려보다 돌아섰다. 안전사고 예방을 위해서 카메
소치 동계올림픽에서 러시아에 메달 4개를 선사한 빅토르 안, 안현수 선수가 러시아의 영웅으로 부상했다. 8년 전 토리노 올림픽에서 대한민국에 금메달 3개를 선사했던 그의 러시아 귀화는 이번 올림픽에서 빼놓을 수 없는 이슈였다. 귀화한 이유를 묻는 질문에 안현수는 “파벌 싸움 때문은 아니다”라고 말했지만, 여론은 대한빙상연맹의 파벌 싸움 때문이라고 우려하는 분위기다. 그러자 대통령까지 나서서 이 문제를 지적하기도 했다. 파벌주의의 사전적인 의미는 같은 사회적 조건을 공유하는 구성원들이 자기 집단의 이익을 극대화하기 위해 동류의식을 가지고 집단 외부 사람들에게 배타적인 활동을 하는 행동양식이다. 우리 사회의 파벌주의는 정치계와 경제계, 교육계에도 깊숙이 뿌리 내리고 있는 ‘사회악’이기도 하다. 국민의 성품은 그 나라의 독특한 문화적 환경을 반영한다. 나는 <한국형 12성품교육론>을 쓰면서 한국인의 성품이 한국의 문화적 특징을 기반으로 형성됐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래서 한국 문화와 그에 따른 한국인의 심리적 특징을 분석했다. 첫째, 한국인의 성품은 동양의 관계주의 문화권에 영향을 받아 개인보다 공동체를 중시하
최초로 회원들의 직선제에 의해 선출되는 한국사회복지사협회(이하 ‘한사협’) 제19대 회장 선거가 2월25일 끝났다. 지금까지 대의원에 의한 간선제에서 사회복지사가 직접 참여하는 직선제 방식으로 치러진 선거였다는 측면에서 매우 의미 있는 축제의 한마당이었다. 특히 열악하고 부당한 환경에서도 지역사회의 어려운 분들에게 희망을 만들어 가는 사회복지사들이 한사협에 바라는 변화와 개혁에 대한 희망은 그 어느 때 보다도 높은 관심을 보였다. 그러나 이러한 사회복지실천현장 사회복지사들의 기대와 달리 철저하게 준비되지 않았다. 특히, 오프라인이냐 온라인이냐라는 투표방식에 대한 혼란이 가증되었으며, 유권자에 대한 정보가 통제되어 후보자에 대해 알권리를 제대로 보장하지 못하였다. 또한 선거권에 대한 참여기회의 제한으로 일부의 사회복지사들만 선거에 참여하여 다수의 사회복지사들이 단합하는 화합의 축제가 되지 못했다는 점은 매우 아쉽다. 또한 선거 결과를 보면 학연·지연 선거에 가까웠으며, 지역별로 분석해 보면 더 명확하게 구분되어졌다. 물론 모두 다 정책선거를 안 했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사회복지사의 가치와 철학보다는 학연, 지연 등의 영향으
옛글에는 ‘사람들의 세 치 혓바닥 위에(人爲膚寸舌) 온갖 고량진미만을 좇아다니는데(百味窮鮮?) 목구멍 속으로 잠깐 넘기고 나면(不知?過咽) 똥 덩어리 된다는 것은 전혀 모르고 있네(便與糞穢俱). 기막힌 눈요기 감만 찾아다니면서(目欲極艶色) 치장한 미녀만 보면 사족을 못 쓰니(花顔丹白粧) 생각하건대 도대체 이 물건이 무엇인가(尋思此何物). 가죽덩어리에 담긴 냄새난 이 살덩이(臭血盛革囊) 음식이든 여색이든 욕정은 마찬가지다(味色是同欲). 결국은 이 모두가 커다란 미혹인데(究竟皆大惑). 이 화두를 깨부수기만 한다면(勘破此公案) 멀리 벗어나 집착 없게 되리라(超然無所着)’ 하였다. 결국 집착을 버리지 못하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동의보감에서도 몸이 상하는 원인을 食傷(식상)이라 하였다. 오래 사는 학과 거북은 뱃속을 70%만 채운다. 최소한 배고플 때 먹고 목마를 때 마시는 것(先飢而食 先渴而飮)만으로도 건강은 유지시킬 수 있다. /근당 梁澤東(한국서예박물관장)
“마무리 공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아이랑 장애를 앓고 있는 시어머니 모시고 어떻게 살아요.” 4일 오전 여주시청 시장실. 여주 오드카운티 입주예정자 대표협의회 주민 3명이 김춘석 시장과 마주 앉았다. 시어머니가 화재로 한쪽 손목이 없는 장애인이라고 밝힌 주부 김모(33·오학동)씨는 시어머니 이야기를 꺼내며 눈시울을 붉혔다. 입주예정일인 지난달 28일 이사를 계획했던 김씨는 이사를 포기하고 이삿짐보관회사에 이삿짐을 맡기며 보관비용까지 물어가며 현재 친척집을 전전하고 있다. “빨리 들어가야 하는데, 아파트 안에서 포클레인이 왔다 갔다 하고 이런 환경에서….” 이날 주민대표단을 더욱 분노케 한 것은 하루 전인 3일 이 아파트에서 엘리베이터가 연이어 멈춰서는 사고가 발생했다는 것. 한 주민은 “아파트 마감공사도 제대로 안 된 상태에서 임시사용승인 내줬죠, 소방안전시설도 제대로 갖추지 않은 상태에서 소방필증도 나갔죠, 엘리베이터 사고까지… 저희는 누구를 믿으란 말입니까”라며 분통을 터트렸다. 김춘석 시장은 “앞으로 여러분들의 피해가 없도록 최선을 다할
튤립 /박은율 나는 본다 구근을 찢고 몸의 심연에서 수직으로 피어오른 튤립 그 입술이 머금은 고요 반만 벌어진 새벽 어스름 인생에 대해 더 조그맣게 나는 입술을 오므린다 알뿌리의 기나긴 겨울 반만 말하자 반은 침묵 -출처- 절반의 침묵/ 민음사 2013년 1988년에 등단한 시인의 첫 시집인 듯하다. 얼른 계산이 안 되어서 계산기를 두드려봤더니 25년이다. 첫 시집을 묶기까지의 시간에 일면식도 없는 시인에게 박수를 보낸다. ‘반만 말하자’는 말의 울림이 크다. 군락으로부터 멀어진 그러나 유독 빨간 목이 긴 튤립이 떠오른다. 지난 여름을 떠올려보니 튤립의 절정은 반만 벌어질 때가 분명하다. 반을 넘기고 나면 곧 바닥이다. 튤립을 만날 때마다 나도 입술을 조그맣게 오므리고 ‘반만 말하자’ 속으로 주문을 외울 것 같다. /박홍점 시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