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 새해가 밝았다. 정부가 제시한 정신건강증진 종합대책에 따르면, 정신질환 환자의 적극적 치료 장려를 목적으로 2013년부터 건강검진 항목에 정신과 문진검사가 의무적으로 추가될 전망이다. 정신과치료에 대한 환자들의 거부감과 부담감을 덜어주기 위해 정신과 상담 시 보험적용을 받아도 일반 병명코드로 인식하게 해주는 제도도 확정되었다. 이제 우울증은 개인의 차원을 넘어 국민적 질병이 된 것이다. 우울증 환자 및 자살률 급증으로 인한 국내 우울증 처방건수가 연간 30% 이상 증가하고 있다. 지난 하반기 LG경제연구원에서 발표한 ‘대한민국 인적자본이 흔들리고 있다’는 제목의 보고서에 따르면, 우울증과 자살로 인한 경제적 손실이 연간 11조7200억원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2000년대 들어 출산율 저하, 청년실업의 고착, 학교폭력과 왕따 문화에 따른 교실 붕괴, 우울증과 자살 확대 등으로 인적자본 축적률이 빠르게 감소하고 있다고 밝혔다. 왜 이렇게 국민적으로 우울한 시대가 되었을까? 한국은 수치상으로 선진화, 첨단화를 이루었음에도 불구하고, 8년째 OECD 국가 중 자살률 1위라는 타이틀을 차지하고 있다. 이는 삶의 양적 증가와는
안개, 그 사랑 법 /홍일표 모를 것이다 못 박을 수 없고, 그물로 멈추게 할 수 없는 내밀한 흐름, 눈부신 보행을 허공에 떠다니는 금빛 은어 떼의 나직한 연가를 상처 깊은 우리의 거리를 붕대로 동여매는 오늘밤 모를 것이다 어루만지는 손끝에서 피어나는 꽃망울을 가로수와 가로수의 거리를 지우는 그리하여 마을 전체를 치마폭에 감싸안는 눈물겨운 모성을 모를 것이다 우리네 골목길의 흉흉한 냄새와 온기 없는 손과 손을 적시며 흐르는 빛 고운 숨결을 그 은밀한 속삭임도 모를 것이다 시집- 안개, 그 사랑법/ 심상사/ 1991 슬픈 손의 위안 같은 촉촉한 감촉으로 모든 사물들의 남루해진 뿌리를 가려 잠시 쉬게 하고 돌이킬 수 없도록 치명적이고 리얼해 상처 깊은 우리의 거리를 붕대로 동여매 치유와 몽환의 세계로 들어 올려주는 대지의 희고 엷은 소맷자락, 우매한 이성들은 모른다고 치자. 무슨 상관이겠는가.이른 봄날 아침 ‘금빛 은어 떼의 나직한 연가’에 아직 수줍음 많은 소년들이 꿈을 키우고 더는 물러설 곳 없는 막막하고 주눅 든 마음들 포근하게 품어주는 모성에 누군들 잠시 얼굴을 묻지 않겠는가.스스로 생성하고 소멸하는 그 손끝에서 물기 머금은 꽃망울이
‘필 미켈슨’은 왼손잡이 프로 골프선수로 엄청난 부자다. 퍼팅의 귀재로 지난해만 370만 달러를 상금으로 받았다. 상금 370만 달러는 껌값이다. 광고 수입이 5천300만 달러(600억원)를 넘기 때문이다. 이 같은 광고 수익은 그의 골프실력도 실력이지만 그가 가진 이미지에서 비롯된다. 시원한 외모에 가정을 중시하는 그를 통해 많은 미국인들, 특히 백인 가장들은 미국의 전통적 가부장 모습을 확인한다. 아내가 출산하거나 가족의 병간호가 필요하다면 아무리 많은 상금이 걸렸어도 대회 출전을 포기하는 미켈슨이다. 타이거 우즈에 밀려 2인자에 머물던 그였지만 이런 이미지 덕분에 ‘1등만 기억하는 더러운 세상’에서 엄청난 부를 움켜쥘 수 있었다. 그런 미켈슨이 성공한 미국인들의 불문율인 ‘이웃을 돕고, 국가와 사회에 공헌한다’는 전통적 가치관을 훼손하는 발언으로 물의를 빚고 있다. 미켈슨은 “오르는 세금 때문에 뭔가 근본적인 조치를 취해야겠다”며 세금도피를 강력히 시사했다. 순자산이 이미 1억8천만 달러(1천900여억원)가 쌓였고, 매년 600억원을 버는 사람이 세금을 피해 도망가려 한다니 실망이다. 같은 날, 세계 1등 부자인 ‘빌 게이츠’는 “먹고 입을 것이 충분한
‘이동흡 청문회’가 깊은 탄식만 남기고 끝났다. 제기된 의혹이 10여 가지에 이르지만 명쾌한 해명은 별로 없었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간 헌법재판소장 후보자가 이런 민망한 일들까지 했을까 싶은 얘기도 있었다. 청문회 막바지에 제기된, 공금으로 ‘돈놀이’를 한 게 아니냐는 야당 의원들의 추궁에 이 후보자는 공금과 개인 돈을 섞어서 사용했다는 사실을 마지못해 시인했다. 만약 하위직 공직자가 이런 일을 저질렀다 발각됐다면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중징계감이다. 설사 자질이 매우 뛰어나다 하더라도 이걸 사소한 흠결이라고 볼 국민은 많지 않을 것이다. 물론 야당의 공세를 일단 낙마시키기 위해 퍼붓는 무차별 공격으로 해석할 수 있다. 그러나 청문회의 취지가 사실을 드러내고 시시비비를 가리는 데 있는 만큼 의혹제기 자체를 덮어놓고 매도할 일은 아니다. 후보자가 정당하다면 시원하게 밝히면 된다. 해명 안 된 의혹도 덮고 가자는 여당의 논리야말로 밀리면 안 된다는 진영논리의 발로라고 해석하지 않을 수 없다. 과거 헌법재판관 검증 과정에서 두 차례나 상대 진영 추천자를 낙마시켰던 현 여당이 이제 와서 다른 잣대를 앞세우는 것은 자가당착이다. 정치권의 행태는 별 문제로 치더라도…
택시를 대중교통 수단으로 인정하는 ‘대중교통 육성 및 이용촉진법’ 개정안(택시법)을 놓고 버스업계와 택시업계는 물론 국민들 사이에 찬반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는 22일 택시법을 거부했다. 정부는 이날 세종로 서울청사에서 김황식 국무총리 주재로 국무회의를 열어 ‘대중교통 육성·촉진법 개정안’을 다시 논의해 줄 것을 국회에 요구하는 재의 요구안을 의결했다. 국무위원들이 이 법을 거부한 이유는 ‘다른 운송 수단과의 형평성을 고려하지 않고 택시에만 연간 1조9천억원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한 택시법은 전형적인 포퓰리즘 법안’이라는 것이다. 이명박 대통령도 이날 재의 요구안을 재가했다. 인터넷에선 이명박 대통령 임기 중 제일 잘한 일이라는 말까지 나온다. 한 신문의 여론조사에서는 거부권행사가 ‘잘한 결정’(62.5%)이란 응답이 ‘잘못된 결정’(23.4%)이란 응답보다 2.7배나 많았다. 앞으로 택시법은 다시 국회로 넘어간다. 그러나 이미 국회의원 총수의 3분의 2 이상이 택시법에 찬성한 바 있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했더라도 국회가 재의결하면 법안은 그대로 시행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이날 정부가 택시법을 거부하자 택시업계는 전국 택시를 서울로 집결
그리스 신화에는 시지프스와 관련된 유명한 이야기가 나온다. 시지프스는 인간 중에서 가장 현명하고 신중한 사람이었다. 신들의 편에서 보면, 엿듣기를 좋아하고 특히나 신들을 우습게 여긴다는 점에서 심히 마뜩찮은 존재였다. 어느 날 시지프스는 제우스가 독수리로 둔갑해 요정 아이기나를 납치해 가는 현장을 목격하게 되었다. 잠시 궁리한 끝에 시지프스는 아이기나의 아버지인 강신(降神) 아소포스를 찾아가 그 사실을 일러바쳤다. 자신의 비리를 일러바친 자가 다름 아닌 시지프스라는 것을 알게 된 제우스는 하데스를 통해 그에게 형벌을 내렸다. 하데스는 높은 바위산을 가리키며 그 기슭에 있는 큰 바위를 산꼭대기까지 밀어 올리게 하는 형벌을 내렸다. 시지프스는 온 힘을 다해 바위를 꼭대기까지 밀어 올렸다. 그러나 바위는 곧 굴러 떨어져 버렸다. 시지프스는 다시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하늘이 없는 공간, 측량할 길 없는 시간’과 싸우면서 영원히 바위를 밀어 올려야만 했다. 다시 굴러 떨어질 것을 뻔히 알면서도 산 위로 바위를 밀어 올려야 하는 일을 영원히 하게 된 것이다. 실존주의 소설가 카뮈는 실패할 것을 알고 있지만 끊임없이 바위를 밀어 올리는 시지
이런 직장이 있다고 상상해 보자. 월요병이 없는 직장, 유연하게 근로시간을 쓸 수 있는 직장, 자녀를 데려오면 환영하고 보살펴주는 직장, 운동을 하거나 별 생각 없이 쉬는 것도 근무에 포함되는 직장, 직원들이 그렇게 ‘딴 짓’을 하거나 눈에 안 띄어도 사장이 불안해하지 않는 직장, 직원들 스스로가 주인의식을 가지고 적극적으로 협력하고 일하는 직장, OECD 복지상위 국가만큼 적은 시간만 일해도 매출이 늘고 지속적으로 성장하는 직장. 꿈같은 그런 직장이 경기도에 있다. 올해 1월 초, SBS에 소개되어 대중에게 알려진 제니퍼소프트라는 회사이다. 파주시에 위치한 제니퍼소프트는 애플리케이션 성능관리 솔루션, 쉽게 말하면, 인터넷 뱅킹이나 온라인 수강신청 같은 웹 기반 서비스 관리 프로그램을 만드는 회사다. 제니퍼소프트의 직원 복지 제도는 그야말로 깨알 같다. 4층짜리 건물 지하에는 수영장과 스파가 있어서 근무시간 언제라도 직원들이 사용할 수 있다. 직원 자녀를 위한 키즈룸도 있어서 부모와 함께, 또는 방과 후 회사로 오는 아이들을 돌봐준다. 주 35시간 근무, 연 20일 기본 휴가, 5년 근속에 2주 휴가와 해외 가족 여행, 10년 근속에 2
마침내 ‘보통변호사’의 시대가 열렸다. 변호사들의 직선제로 처음 치러진 대한변호사회 회장 선거에서 위철환 경기중앙변호사회 회장이 당선됐다. 선거가 시작될 무렵 위 회장의 당선을 점치는 법조 인사들은 드물었다. 그는 대한변호사회 회장의 기본조건으로 치부되던 판검사 출신도 아니고, 서울대를 나오지도 않았다. 지방에 뿌리내린 판사를 향판(鄕判)이라고 한다면 위 회장은 향변(鄕辯)이 틀림없다. 4명이 출마한 1차 선거에서 그가 2위로 결선투표에 진출하자 모두가 선전을 축하했다. 그러면서도 당선은 설마 했다. 상대는 3가지(서울출신, 서울대, 재조경력)를 갖춘 막강한 상대였고, 무엇보다 자존심 강한 변호사들이 향변을 자신들의 대표로 선택할 가능성은 없어보였다. 그런데 그가 당선됐다. 언론은 야간대학을 다닌 시골 변호사의 당선을 신데렐라로 묘사했다. 하지만 그를 신데렐라가 아닌 시대적 요구에 부응한 인물로 풀이하는 게 합당해 보인다. 무소불위의 보검을 휘두르던 검찰이 시대적 요청에 따라 대수술을 앞두고 있다. 법원 역시 구중심처에 숨어 좀처럼 자기색깔을 드러내지 않던 판사들이 SNS나 각종 매개체를 통해 적극적인 의사표현에 나서면서 변화를 실감케 한다. 이러한 흐름 속
열린 감옥 /김나영 지구의 한켠에서 종신형을 살고 있다 세상의 모든 경전(經典)은 나를 비껴 지나갔다. 파래서 너무 파래서 팡! 쏴 갈기고 싶은 하늘 아래 나는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다. 출처- 『왼손의 쓸모』 / 206년 천년의 시작 가을 하늘이 너무 파래서 지천에 봄꽃 만발해서 신록이 미치도록 푸르러서 슬펐던 적이 있다. 제도가 한 개인한테 부과한 페르소나에 충실해서 살다보면 스스로 감옥에 갇히게 된다. 신년에 한 친구는 사람의 기억이란 지워지지 않는다며 죽은 뒤에 어떤 사람으로 기억될 것인가를 염두에 두고 잘 살아야겠다는 각오 아닌 각오를 문자로 보내왔다. 헉! 죽은 뒤까지 감옥에 갇혀야 하는구나. 덜컥! 고로 상상 속에서만 “치명적으로 젊고 건강하고” 자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