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지 벌써 한 달이 지났다. 민주통합당은 이번 대선에서 팍팍한 현실의 삶 속에서 고통 받고 있는 중산층과 서민들에게 미래에 대한 불안을 덜어줄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주지 못하고 수권능력에 대한 신뢰를 확보하는 데 실패했다. 도저히 질 수 없었던 대선에서의 패인을 따지자면 수백 가지를 들 수 있겠지만, 단일화에만 의존한 잘못된 선거 전략이 가장 큰 패인이다. 당이 선거를 주도하지 못하고 특정 캠프가 대선을 주도하면서 당의 역량을 결집시켜내지 못했다. 보다 근본적으로는 국민의 눈에 대북관, 재벌관, FTA를 바라보는 시각에서 민주통합당과 통합진보당이 똑같이 비춰진 게 패인이다. 그 결과, 전통적 지지층이던 중도층 유권자의 대거 이탈을 초래했다. 이제라도 양당이 다르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체제경쟁에서 실패한 북한을 무조건적으로 감싸는 종북적 태도를 배격하고, 재벌을 바라보는 시각도 단순히 해체의 대상이 아니라 법과 제도의 틀 안에서 폐해를 시정해야 한다는 점을 분명히 해야 한다. 교역으로 먹고 살아가는 소규모 개방경제국가(Small Open Economy)가 통상전략으로 적극 활용해야 할 FTA를 무조건 반대만 해서는 안 된다는
1월도 중순을 훌쩍 지나치고 있다. 신년에 계획했던 일들이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는지 한번쯤은 점검해 볼 때다. 어떤 가수는 공영방송서 금연을 하겠다고 단호한 약속을 했다. 국민을 상대로 한 약속이니 꼭 지킬 거라 믿는다. 아니 지켜야 한다. 금연을 한다는 것이 얼마나 고되고 힘든 것인지는 남편의 금연과정을 지켜보면서 알았다. 두어 번 실패 끝에 지금은 금연한 지 5년이 지났으니 성공했다고 믿어도 되겠다. 검은 빛이 돌던 피부도 말갛게 되고, 환절기만 되면 앓던 기관지도 편안해졌다. 무엇보다 간접흡연에 시달리던 가족과 주변사람들이 좋아한다. 하지만 문제는 아들 녀석이다. 아이의 고3때 일이다. 담임선생님에게서 전화가 왔다. 아이가 담배를 소지하다 걸렸으니 금일 중으로 학교로 와달라는 전화다.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다. 하늘이 노랗다는 표현이 맞을까. 어찌할까 고민하다가 남편과 함께 학교를 방문했다. 아이가 담배에 노출된 원인이 남편 때문이라는 야속함과 원망이 컸기 때문이다. 아빠가 담배를 피우다보니 아이가 담배를 쉽사리 접할 수 있고 피워보고 싶은 호기심도 작용했을 것이다. 흡연을 하다 걸린 것이 아니고 두께가 있는 소설책 중간에 담뱃갑 크기만큼 책을 파내고 그
1. 영상을 준비해온 분은 아주 어렵게 구한 거라고 했다. 뜻 맞는 이 몇이 모여 지역사회가 어떻게 함께 잘 살까를 궁리하는 자리였다. KBS 스페셜 <행복해지는 법> 1부 ‘대한민국은 행복한가?’. 2011년 1월에 방영된 프로그램인데 지금은 한국방송 홈페이지에서 볼 수 없단다. 왜요? 저작권 문제라나 뭐라나 막아놓았네요. 마침 예전에 그걸 받아놓은 분을 만나서 운 좋게 구했지요. 대한민국은 행복해지는 법을 시청하는 것조차 어려운가? 주로 교육에 초점을 맞춘 기획이다. 그 중의 한 장면. “아이들에게 어느 대학에 가면 졸업 후에 어떤 일을 하게 되고 연봉은 얼마다 이렇게 구체적으로 알려주면 확실히 동기부여가 됩니다.” 교육 컨설팅 전문가로 소개된 발언자는 확신에 찬 어조였다. 2. 야근을 하고 밤 10시 넘어 귀가한 아들이 지나가는 말처럼 묻는다. “아버지는 왜 제가 학교 다닐 때 대기업 신입사원 연봉은 얼마고, 판검사가 되면 얼마를 받고, 의사가 되면 얼마를 번다는 얘기를 한 번도 하지 않으셨어요?” 아들은 대기업 협력업체 신입사원이다. 아들이 말을 한 적은 없지만 대기업과 협력업
요즘 초중고교가 예비 소집일을 정해 학생들에게 새해 교과서를 배부중이다. 예전에는 교과서를 받으면 해질세라 묵은 달력으로 책을 감쌌다. 그리고 하얀 표지에 ‘국어’ 등의 제목을 공들여 적어 넣었다. 처음에는 이식받은 장기처럼 생경해도 시간이 지나면 나만의 손때로 친근해졌다. 새 교과서를 받으면 왠지 모르게 기분도 뿌듯했던 기억이 새롭다. 글자가 보급된 후 후세들을 선도하기 위한 교과서는 늘 있어왔다. 한자(漢字)권에 속했던 조선시대까지는 대학, 논어, 맹자, 중용, 예기, 춘추, 주역 등이 교과서 역할을 했고, 과거시험도 거기서 출제됐다. 그러나 근대적 의미의 ‘교과서’라는 명칭이 처음 쓰인 때는 일제로부터 해방된 이후다. 근대적 교육자료가 전무하다시피 했던 당시, 정부가 직접 ‘국정교과서’를 편찬해 보급했다. 지금껏 애창되는 국민동요 ‘얼룩송아지’는 1948년 처음으로 국정 음악교과서에 수록됐다. ‘교과서’의 사전적 정의는 “학교에서 교과 과정에 따라 주된 교재로 사용하기 위해 편찬한 책”이라고 한다. 학습용으로 학생과 교사가 함께 공부하는 교본이라는 딱딱한 표현이다. 하지만 우리사회에서 교과서란 의미는 더욱 광의(廣義)적이고 깊은 속뜻을 갖는다. 우리에게
소금밭에 핀 연꽃 /김윤환 세파는 차갑고 엄마아빠는 바쁘다 무거운 가방 충혈된 눈 멈추지 않는 딸국질 연민보다 화가 먼저 생기는 아이들의 소금밭 사랑으로 밥상을 이루고 밥상으로 가족을 이룰 때 월화수목금토일 날마다 찾아오는 무지개빛 천사들 서로의 어깨에 날개를 달아주네 바다가 떠난 소금밭에 천사들 옹기종기 연꽃을 피우고 있네 김윤환 시인의 소금밭에 핀 연꽃은 시화공단이란 상황에서 갯벌 세계의 정한과 가난한 이웃들의 애잔한 심경을 읽게 된다. 밥 한 톨 어디 소금밭 없이 단맛 쓴맛 짠맛의 서러움을 그냥 지나갈 수 있으랴, 천진난만한 아이들의 시선에 시인의 눈물 같은 편지다. 김윤환 시인은 실천문학에 노동의 시를 발표하면서 시단에 나왔다. 시흥 은강교회에서 사역을 맡고 있으며, 연성지역아동센터 대표로 있다. 어려운 환경에 함몰된 공간과 시간에서 정서적 불안정한 아이들과 성장기를 걷는 천사들에게 치유문화로 다양한 문화프로그램을 통해 아이들의 길 찾기에 분주하다. 차가운 세파에 누구라 할 것 없이 옹망졸망 가슴졸이는 새벽과 늦은 저녁 밤, 고단한 일상들의 허기진 노래는 그래서 더 아프다. 낯선 사람들의 터전에서 바다의 경계를 넘어 연꽃들로 화사한…
‘광교’가 시끄럽다. 수원시가 광교신도시 브랜드를 살린다는 논리로 영통구의 광교동 사용을 고수하면서다. 지난주에는 ‘광교동주민센터’ 개소식도 성대히 열었다. 이에 장안구 광교주민들이 소송을 제기하고 나섰다. 광교산 자락에 터 잡고 살면서 천년 넘게 사용해 온 ‘광교’를 도용해서는 안 된다는 게 골자다. 결론부터 얘기하면, 광교주민 말이 맞다. 영통구 광교동의 고집은 장안구 광교주민의 삶과 역사를 송두리째 빼앗는 것과 다름없다. 광교산이 설령 우공이산(愚公移山)으로 없어지더라도 광교주민이 또 천년을 사용할 고유 마을이름이기 때문이다. 수원시 영통구 광교동의 생성 과정이 시청 홈페이지에 올라 있다. 행정동 명칭 설문조사, 수원시 지명위원회 개최, 수원시 조례규칙심의회 개최, 수원시의회 제291회 제1차 정례회 상정안 의결, 수원시 행정동 설치 조례 공포 등 행정적인 절차는 모두 거쳤다. 아니다. 요식적인 절차를 거쳤을 뿐이다. 광교동 이름을 놓고 장안구 광교주민이 제기한 ‘조례 무효 확인 소송’도 아직 결론 나지 않았다. 수원시가 영통구의 광교동 명칭을 사용해서는 안 되는 이유
‘영화감독 심형래’보다는 ‘바보 영구’가 친근하다. 그만큼 심형래의 바보 연기는 독보적으로, 코미디 역사에 남을 명불허전이었다. 지금이야 젊은 개그맨들이 대세지만 80년대 심형래는 코미디스타 중에서도 가장 빛났다. 그가 저녁 프로그램에서 시청자들의 배꼽을 뺀 유행어는 다음날 직장에서 회자됐고, 골목에는 그의 연기를 따라하는 꼬마들로 넘쳐났다. 심형래의 천재성은 연기뿐 아니라 코미디 소재를 확장한데서도 나타난다. 정치풍자가 금기시되던 때, 그는 그저 지나치기 쉬운 일상에서 웃긴 이야기를 찾아냈다. 심지어 펭귄, 파리 등 동물이나 벌레들의 특성을 절묘하게 살린 코미디로 후배들의 전범(典範)이 됐다. 그래도 심형래 하면 바보연기를 빼놓을 수 없다. 머리는 까치집을 짓고, 흐리멍덩한 눈, 그리고 콧물을 그린 얼굴로 “띠리리 띠리리” 하며 나타나면 보는 이들은 웃느라 뒤집어졌다. 웃긴 얼굴로도 모자라 어눌한 말투로 외친 “영구, 없~다”라는 유행어는 아직까지 유효하다. 요즘은 ‘뽀로로’가 아이들의 대통령이라지만 당시는 심형래가 장기 집권했다. 수많은 CF를 찍었고, 아이들의 눈높이로 출시한 영구시리즈 등의 영화 수십 편은 대박을 터트렸다. 이때부터 심형래는 ‘영화감독
공터일기 /최춘희 새벽에 깨어 눈뜨면 문득 사는 것이 지랄 같다 가슴 밑바닥 치고 올라오는 허기 목울대를 때리고 눈부신 꽃대 밀어 올리던 봄날 흔적 없다 갈 데까지 가보자고 하늘까지 넝쿨 뻗던, 푸른 적의 무성한 여름도 가버렸다 찬란한 단풍의 호시절 손 한번 잡아주지 못했다 평생 몸 누일 집 한 칸 마련하지 못한 아비 어서도 곁방살이 떠돈다는 풍문이다 날이 새면 집 지으리라 다짐한다는 히말라야 전설 속 어리석은 새처럼 노숙의 한평생 낙엽으로 발에 차인다 당겨 쓴 카드빚과 마이너스 통장의 막막함이 목줄을 당기고 산더미처럼 쌓여가는 세금 고지서 꽉 막힌 벽이 되어 막아서는 비상구 없는 하루의 시작이다 뿔뿔이 흩어진 황금빛 날들 기억도 희미한 채 녹슬어가고 먹구름의 공습 시작 된다 컨테이너 박스가 철거되고 곧 혹독한 유형(流刑)의 겨울이 올 것이다 -2012년 시와 경계 겨울호에서 최춘희 시인은 중년의 여류시인으로 삶을 잘 그려내는 시로 많은 울림을 준다. 공터일기는 절망의 노래가 아니다. 아무리 혹독한 겨울이 오더라도 살아나겠다는 의지가 반어법처럼 이 시에 깔려 있다. 얼음장 쩡쩡 우는 산골에도 봄을 기다려 언 땅에 묻혀 숨을 고르는 꽃이 있다. 언 땅에 뿌리를
새해 벽두부터 국제정세가 불안하다. ‘재정절벽 방지법’ 제정으로 재정 위기 모면에 허둥대는 미국을 비롯 파업시위로 시끄러운 유로존의 그리스, 아랍의 민주화 진통 등 각종 돌발변수로 불안정한 나날의 연속이다. 한반도도 중국과 미국 강대국 사이에서 수십 년간 미래 예측이 어려운 파워게임의 대상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세계 최강 미국부터 보자. 공화당의 조지 W 부시 전 대통령과 지난해 대통령 후보였던 롬니의 외교 정책 기류는 무력으로 군사력과 경제력에 기인한 하드파워 경향인 반면, 민주당의 빌 클린턴과 버락 오바마 대통령은 하드파워에다 문화와 가치 예술 교육 등에 기초한 소프트파워를 결합한 측면이 강하다. 부시 대통령은 재임 당시 아프간을 무력으로 공격했고, 오바마 정부의 힐러리 클린턴 국무장관은 외교정책 기조를 하드파워와 소프트파워를 접목한 스마트파워로 변화해야 한다고 천명한 바 있다. 외교정책에서 두 정당이 극명한 대조를 보이고 있다. 중국은 공산당 5세대 지도부로 질서 있게 정권교체가 이뤄진 것 같지만 미래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중국 최대의 정치비리 스캔들인 보시라이(薄熙來)사건은 공산당의 비밀스런 이면에 권력 암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