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춘추시대 제나라에 명재상 안자(晏子)라는 이가 있었다. 그는 단신에 왜소한 체구로 재상이었음에도 검약(儉約)과 역행(力行)의 실천으로 밥상에 고기반찬을 올리지 않고, 그의 아내가 비단옷을 입는 것을 금했으며, 조정에 들어가서는 신하의 직분에 벗어나는 일을 하지 않았다. 이 말이 널리 퍼지자 이웃 초나라 왕이 안자의 기를 꺾고자 초청했는데 그가 나타나자 ‘제(齊)나라에는 그렇게 사람이 없소. 하필이면 당신과 같은 사람을 보내다니’ 하고 왜소한 그를 비웃었다. 그러자 안자는 ‘그 까닭은 이러하옵니다 우리나라에는 사신을 보낼 때 상대방 나라에 맞게 사람을 골라서 보내는 관례가 있습니다. 즉, 작은 나라에는 작은 사람을 보내고, 큰 나라에는 큰 사람을 보내는데 신은 그 중에서도 가장 작은 편에 속하기 때문에 초나라로 오게 된 것이다’고 하였다. 이 말에 초왕은 아연실색하였고, 안자는 ‘제가 듣기로는 귤이 회남(淮南)에서 나면 귤이 되지만 회북(淮北)에서 나면 탱자가 된다고 들었다(?聞之 橘生淮南則爲橘 生于淮北爲枳). 잎은 서로 비슷하지만 그 과실의 맛은 다릅니다(葉徒相似其實味不同). 그까닭이 무엇이겠습니까. 물과 땅이 다르기 때문입니다(所以然者何水土異也).’…
경기도의회에서 국민저항권 인정 조례가 추진된다는 소식이 눈길을 끈다. 이재준 도의원이 ‘(정당성이 입증된 공익적 반대행위자) 경기도 법정부과금 지원 등에 관한 조례’를 곧 발의한다는 것이다. 공익과 관련된 반대 집회와 시위 등을 벌이다가 실정법 위반으로 벌금과 과태료 처분을 받았더라도 목적의 공익성이 확인된다면 도가 대납토록 하자는 것이 골자다. 다만 논란의 여지가 있으므로 대납 여부는 공공기관이 잘못을 시인했거나 행정심판 등 소송에서 정당성이 입증된 경우로 제한하자는 것이다. 정부나 자치단체가 공익에 반하는 일들을 일방적으로 추진하는 사례가 적지 않고, 이에 대한 이의제기는 질서 확립이라는 명목 하에 재갈을 물리려는 경우도 빈번하기에 조례 추진은 일견 신선하다. 하지만 현실적으로 조례가 제정·시행될 가능성은 거의 없어 보인다. 우선 조례를 뒷받침해 줄 법적 근거를 찾기 어렵다. 헌법 전문에 국민의 저항권을 인정하고 있고, 자유민주주의 이론상 저항권이 포괄적으로 인정되긴 하지만 명시적 법률이 없는 한 조례는 성립할 수 없다. 상식적 법 감정에도 부합하지 않는 듯하다. 실정법에 따른 재판으로 부과된 벌금을 도의 재정으로 물게 하는 것이 온당하다고 볼 도민은 많
오늘 오전 한국야구위원회(KBO) 구단주 총회가 열린다. 이번 총회는 프로야구 10구단 창단을 최종 승인하는 의미 있는 회의다. 속단은 금물이지만 아마도 수원시-KT가 무리 없이 KBO의 열 번째 회원사로 승인될 것으로 보인다. 수원이 전북을 제치고 10구단 유치에 성공한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200억원이라는 야구발전기금과 독립리그 운영, 그리고 돔구장 건설이 최종 결정타가 아니었을까 한다. 그만큼 돔구장은 한국 야구계의 숙원이다. 한국 야구팬들이 일본 야구를 부러워하는 이유 역시 전천후 경기가 가능한 돔구장 때문이었다. 일본에는 한국에 하나도 없는 돔구장이 도쿄돔을 포함해 6개씩이나 있다. 우리나라에서도 현재 서울 고척동에 돔야구장을 짓고 있다. 고척동 돔야구장은 2009년부터 시작돼 올해 12월에 완공될 예정이다. 돔야구장은 서울 말고도 대구나 안산에서도 시도된 적이 있다. 대구시는 2009년 10월 포스코건설과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노후화된 현 북구 고성동 대구시민야구장을 대체할 돔구장을 민자로 짓기로 했지만 중단됐다. 안산시도 2010년 말 착공을 목표로 단원구 초지동 일대에 20만5천791㎡, 3만2천석 규모로 돔구장 건립을 추진해 왔지만…
결혼한 지 25년 만에 시부모님과 함께 살게 되었다. 함께 살기 위한 몇 번의 시도는 있었지만 번번이 실패한 경험이 있어서 이번에도 오래가지 않아 시골집으로 되돌아가실 것이라 여겼다. 10여년 전에도 자식들 가까이서 지내고 싶다고 하셔서 옆집을 얻어드렸다. 한데 아파트 생활이 불편하신지 보름 지내시면 한 달 보름은 시골집에서 지내시기를 반복하다가 결국 전세 기간이 끝나자 시골집으로 가신 적이 있다. 이번엔 단단히 각오하신 듯했다. 시부모님 방에 놓을 TV와 옷가지만 챙겨 오시겠다고 했는데 꾸려놓은 짐이 만만치 않다. 그 중에 가장 특별한 것은 시부모님의 영정사진이었다. 수건으로 단단히 둘러쳐서 아주 긴요한 물건인 양 애지중지 하면서 이것만은 꼭 갖고 가야 한다고 하셨다. 결혼하고 얼마 되지 않아 어머니 환갑을 앞두고서다. 건강이 좋지 않아 70세 생신을 맞이하기 힘드니 환갑잔치를 꼭 하셔야겠다고 하셨다. 그로부터 20여년이 지났다. 시어머니께서 영정사진을 챙기시면서, 10여년 전 자식들과 가까이 지내고 싶다고 하시면서, 20년 전 환갑잔치를 하시면서 얼마 남지 않은 인생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셨을 것이다. 자식들과 너무 멀리 떨어져 있으면 갑자기 일을 당했을
동북부취재본부장 이동현 구리시청에서 3개월 이상 벌어졌던 1인 시위가 여론의 도마 위에 올랐다. 구리시청 정문 출근길에 1인 시위가 등장한 것은 지난해 9월 24일이다. 당시 민주당은 새누리당 반대에도 불구하고 구리월드디자인센터 조성사업을 위한 구리도시공사 예산안을 전격 통과시켰다. 이에 반발한 새누리당 측이 시민들에게 구리도시공사 예산 통과의 부당성을 알리고, 도시공사 설립의 부적절을 강조하기 위한 수단이었다. 그런데 1인 시위는 지난해 12월 7일 국토해양부가 그린벨트 해제와 친수구역 지정을 위한 주민공람을 실시하자 자연 명분을 잃게 됐다. 하지만 이후 시위는 새해 벽두까지 계속돼 오다 최근 들어 슬그머니 자취를 감췄다. 시위를 주도했던 자칭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시민들이 돌아가며 자발적으로 시위에 참여했으나, 날씨가 추워서 당분간 안 한다”는 말만 했다. 날씨가 1인 시위를 그만 두게 한 이유라면 상식을 벗어난 말이다. 1인 시위를 자세히 살펴보면 처음부터 명분이 약했다. 시위자들이 내세운 가장 큰 명분은 1조원의 공사채를 발행함으로써 구리시가 빚을 진다는 논리였다. 하지만 시측은 이를 강력 부인하고 있다. 이 자금은 도시공사가 사업대상 부지를 사들이
‘젊은이들도 일자리가 없어 허덕대는데 노인네 일자리는 무슨…’이라고 비판적인 시각을 가진 이들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인간은 살아 있는 동안 누구나 경제적 활동을 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돈을 버는 것은 물론 지출과 소비도 경제적 활동이다.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돈을 써야 할 곳은 지나치게 많다. 노인이라고 해서 예외는 아니다. 먹어야 하고 입어야 한다. 추우면 난방을 해야 하고 아프면 약을 사먹거나 병원에 가야한다. 귀여운 손주가 오면 용돈도 쥐어 줘야 좋아한다. 그런데 우리나라 노인들은 돈이 없다. 노후생활에 대비하지 못했다. 우리나라의 장·노년세대의 대부분은 부모봉양과 자녀들의 양육비, 결혼자금에 허덕이느라 정작 자신의 노년을 준비하지 못한 것이다. 이들은 자신의 노후 설계를 할 여유가 없었다. 평생 동안 가족을 위해 희생하며 살아온 세대이지만 이제 세상이 바뀌었다. 자신은 가족을 위해 노력했지만 지금은 부모봉양이라는 전통적 사회제도가 퇴락했다. 이로 인해 노인빈곤 문제는 더욱 심각해지고 있는 것이다. 현재 우리나라 노인들 중 노후대책을 마련해 놓은 사람은 얼마나 될까? 대부분의 노인들이 자녀에게 의존하고 있다. 이것이 안타까운 현실이다. 특히 우리나라
교과부가 학교폭력 가해사실 학생생활기록부 미기재와 관련해 14일 경기도교육청에 교장 교감 교사 36명을 추가징계 요구하라는 공문을 보냈다. 지난해 내내 논란이 많았던 사안의 연장선상에서 또 칼을 빼든 것이다. 결론부터 말해 우리는 교과부가 정권 말기에 ‘무리수’를 둔다고밖에 판단되지 않는다. 교육적 견해가 다른 경기도교육감에게 뜻을 같이하는 소속 교육자들을 징계해 달라고 요청하라는 것부터가 우습다. 이미 지난해 10월 1차 징계를 요청하라는 공문을 교육감이 거부했다. 장관 직권으로 회부된 지난 10~11일의 특별징계위에도 대상자 전원이 출석하지 않았다. 그 이유를 뻔히 알면서도 추가징계를 강행한다는 것은 이왕 빼든 칼이니 갈 데까지 가서 누가 이기나 보자는 심사인가? 이건 교육 부처가 보여줄 모습이 아니다. 풀어야 할 교육 과제가 산적한 마당에 괘씸죄 다스리기 혐의가 역력한 힘겨루기에나 역량을 탕진해서는 안 된다. 교과부는 그동안 경기도교육감을 상대로 한 소송에서 거의 건진 게 없다. 학교폭력 학생부 기재는 국민적 합의가 이루어진 사안이 아니다. 물론 학교 내에서 벌어지는 폭력을 근본적으로 추방해야 한다는 데 반대하는 국민은 없다. 하지만 교과부 지침은 허점
박근혜 당선인의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어 본격적인 활동에 돌입했다. 관건은 당선인이 선거과정에서 국민에게 약속했던 각종 공약의 실행방안이 어떠한 방법과 방향으로 설계될 것인가이다. 언론 보도에 따르면 당선인의 정책공약 실행에 필요한 재원이 향후 5년간 134조5천억원이며, 81조5천억원은 기획재정부가 세출구조조정 등을 통해 추가로 마련해야만 정책공약 실행이 가능하다고 한다. 국민들이 인수위 활동에 주목하는 것도 추가 세입방안이 눈에 띄지 않는 가운데 한정된 재원 안에서 국민들이 원하는 당선인의 정책공약이 우선적으로 배치될 수 있을까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특히 사회복지예산이 100조원 시대를 맞았다는 소식 뒤에 남겨진 재원부족의 문제를 국민들이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지난 19대 총선과 이번 대선을 치르면서 전국의 자치단체들이 요구했던 무상보육 재정의 지자체 부담 완화 등의 주장에서 나타나듯 중앙정부의 재정계획이 지자체 재정운영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는 사실이다. 대표적 사례로 인천을 둘러보자. 인천시는 지난해 4월에 이어 올해도 복리후생비를 제때 지급하지 못하는 사태가 벌어졌다. 게다가 재정위기에다 심각한 유동성위기까지 직면하자 송도경제자유구역 6&
2012년을 마감하는 12월 31일, 모두가 한 해의 수고를 격려하고 다가오는 새해의 축복을 빌어주는 덕담을 건네받는 시기에 소방관들은 다시 한 번 청천벽력과 같은 소식을 접했다. 고양시 일산에서 화재진압에 나섰다가 동료 소방관이 추락사고를 당해 유명을 달리한 것이다. 전국적으로 지난해만 7명의 순직사고다. 화재현장에서 크고 작은 부상은 무시하더라도 이렇게 많은 순직사고가 발생하는 것은 왜일까? 그동안 발생했던 사고의 원인을 규명해보면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근본 원인은 현장활동 인력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혹자들은 인력을 충원하면 되지 않겠는가 하고 말한다. 하지만 내면을 살펴보면 그리 간단한 일이 아니다. 우리나라 행정체계상 소방공무원의 신분은 경찰·교육공무원과 달리 광역자치단체 소속의 지방공무원으로 되어 있다. 다시 말해 소방조직의 운영, 장비의 보강 및 소방공무원의 인건비 충당은 순전히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몫으로 되어있다는 것이다. 정부의 지원은 전체 소방예산의 1~1.5% 수준에 머물러 있다. 따라서 대부분의 예산은 광역지방자치단체의 부담이다. 재정여건이 넉넉지 못한 대부분의 광역지자체는 분명 소방공무원의 인력난이 심각하다는 것을 인식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