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명수 늙은 남자가 네모진 솜틀기계에 발판을 밟았다 뽀얀 먼지가 피어나고 있었다 이따금씩 그 아내가 활 채로 뭉친 솜을 타기도 했다 수건 쓴 머리에도 얼굴에도 눈썹에도 솜먼지는 뽀얗게 내려앉았다 오십 년 전 충청도 어렸던 시절 하학 길 집에 올 때 제천 읍 서부동 길가에 있던 이불솜을 타주던 오랜 솜틀집 반백 년 시간이 자옥이 흘렀다 누가 긴 활 채로 나를 타고 있는 걸까 솜 가루의 시간이 솜먼지의 시간이 내게도 흘러갔다 -시집, 곡옥/ 문학과 지성사/213년 솜틀집이란 말, 참 오랜 기억 속으로 데려다 준다. 학교 앞 문방구 옆에 솜틀집이 있었다. 시인의 말처럼 머리며 눈썹이며 옷이며 어디 한 군데 빈틈없이 하얗게 솜먼지가 앉아있던 솜틀집 내외. 철거덕거리는 솜틀기계가 신기해 방금 산 알사탕을 입에 물고 망연히 서서 바라보던 아이들, 그 아이들에게도 솜 가루 같은 시간이 솜먼지 같은 시간이 흘러 머리에 하얗게 솜먼지 같은 백발을 뒤집어쓰고 저마다 어디서들 살아갈 것이다. 누군가 활 채로 나를 타 지금의 여기에 이렇게 부옇고 밋밋하게 낯선 나를 데려다 놓은 것처럼.…
어린 시절 고민은 그랬다. 왜 까치의 설날은 인간의 그것보다 하루 먼저일까. 인간이 까치보다 못나서일까. 까치가 선점한 명절을 인간이 따라가야 하는 것일까. 기우(杞憂)도 그런 기우가 없을 터였다. ‘까치 까치 설날은 어저께고요. 우리 우리 설날은 오늘이래요’가 발단이었다. 지금도 모르겠다. 왜 까치의 설날은 하루 먼저인지. 그래도 좋았다, 명절은. 따뜻한 아랫목에 사촌끼리 옹기종기 모여 발을 담그고 있으면 어른들이 양말이며 용돈이며 두둑이 챙겨줬기 때문이다. 명절은 선물의 다른 이름이라고 생각했던 시절이었다. 나이가 들고 세월이 흘러 사촌은 남이 됐고 형제들까지 덤덤해졌다. 누구 탓이 아니다. 세월이 그렇게 만든 것이다.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어른으로 산다는 것이 좋은 건 단 하나다. ‘19금’을 자유롭게 넘나들 수 있다는 것. 하지만 19금이 어디 ‘성인용’에만 해당되는 것이랴. 도처에 19금이다. 정신적 19금. 육체는 컸지만 정신은 미숙한 이들이 도처(到處)에 난분분(亂紛紛)하다. 하여, 어지러운 세월이다. 그래도 명절은 어김없이 돌아온다. 까치들의 그것보다 하루 늦은 우리네 설날이 이달
100세 장수시대!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미처 몰랐다. 그리고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준 행복인지 불행인지 판가름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이웃의 어르신들은 행복한가? 부친생신에 시골집에 갔더니 80대 후반의 노부모님께서 “20여호 있는 시골 동네에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은 두 가구뿐”이라면서 나름 행복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어머님도 얼마 전부터 치매로 치료를 받고 있고 아버님도 난청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 그래도 홀로 사시는 노인보다는 행복하다는 말인가 보다. 성남시 관내에서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가 스스로 우울증에 걸려 있다. 이유인즉 홀로 계신 노인들을 방문할 때 대부분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이 겪는 노년의 슬픔은 의외로 경제적인 이유보다 홀로 사는 외로움으로 인한 관계단절과 대화부족으로 인한 고독감이고, 삶의 의미와 가치관의 상실로 인하여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분도, 교직에서 30여 년간 봉직하던 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노년의 삶에는 빵보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것이다. 성남시 중원구의 어느 중학교 도덕교사는 학교폭력이나 정서장애가 있는
중국인들은 굴기(倔起)라는 말을 좋아한다. 그래서 보잘것없는 신분이었다가 성공하여 이름을 떨친다는 뜻의 이 단어를 곳곳에 붙여 사용한다. 경제굴기, 군사굴기, 우주굴기 등등 심지어 평화에도 적용한다. 2003년 후진타오 전 주석은 화평굴기(경제적 부흥 속에 주변국과 평화 기조를 유지한다)라는 정책이념을 내세우며 새로운 변화를 꽤하기도 했다. 이런 염원 때문인지 중국은 1980년 이후 모든 분야에서 고속 성장을 거듭했다. 특히 경제는 지난해 미국을 제치고 세계 무역 1위 국가로 올라섰다. 2009년 독일을 제치고 연간 수출액 부문 세계 1위에 올라선 지 4년 만이다. 10여년 뒤면 GDP도 세계 1위에 오를 것이란 전망마저 나온다. 120년 전 열강들의 각축장 신세였던 중국과 지금의 중국은 격세지감(隔世之感)을 느끼기에 충분하다. 관광도 예외는 아니다. 막강한 경제력을 바탕으로 중국인들은 세계 관광업계의 ‘지존’에 올랐다. 세계여행기구는 올해 요우커(遊客: 중국인 관광객을 통칭하는 말)를 7천800만명으로 추정했다. 9년 전인 2005년엔 3천만명에 못 미쳤다. 2015년엔 1억명을 돌파할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 중국을 방문하
통계적으로 확인된 바는 아니지만 ‘KTX 빨대효과’라는 말이 시중에 회자되고 있다. 부산과 대구, 목포와 광주 시민들이 서울에 있는 동대문시장이나 유명 백화점에서 쇼핑을 하고 병원의 의료서비스를 이용하기 위해 KTX를 이용해 서울로 온다는 이야기다. 이와 반대로 ‘분산효과’도 있다고 한다. 살기 팍팍한 서울을 떠나 KTX 정차역 주변으로 기업들이 이전하는가 하면 관광객들이 찾아든다는 것이다. KTX가 개통된 뒤 통근·통학 수요가 늘어났고 서울과의 거리가 좁혀져 시간 절약, 지역경제 활성화, 및 부동산 시장 영향 등 효과가 나타났다고 한다. 이처럼 ‘땅위를 달리는 비행기’라고도 불리는 KTX는 국민생활에 변화를 가져왔다. 그런데 우리나라 인구 5천100만명 가운데 무려 1천200만명이 넘게 사는 경기도에서 KTX를 이용하기가 참으로 불편하다. 서울로 가거나 서울의 서쪽 끝에 위치해 있는 광명으로 가야한다. 경기도의 중심역인 수원역도 KTX가 서지만 극히 일부이다. 인구 120만을 바라보는 수원시의 경우 2010년부터 하루에 경부선 하행선 4번만 정차한다. 수원역에 정차하는 KTX는 지
지식재산의 성장은 글로벌시대에 고부가가치 창출의 중요한 요인이 된다. 경쟁에서 승리할 수 있는 근원으로 지식재산의 역할이 커져가고 있기 때문이다. 전문인력을 양성하여 국제경쟁력을 향상시켜 가야하는 미래사회를 직시할 때에 지식재산 확충은 절실하다. 경기도가 전국 지자체 중 최초로 기업과 연구소, 법률사무소 등에 필요한 지식재산 전문인력 양성에 나선 것은 다행이다. 특히 삼성과 애플사 간 특허분쟁 이후 선진국 주요 기업들의 특허 공세가 거세지면서 수요가 늘어나고 있는 지식재산권 전문인력을 충족하기 위한 것이다. 국제적인 특허 획득으로 기술재산을 보호하며 안정된 수출영역을 확대해갈 수 있다. 특허에 의해 보호되는 지식재산을 활용하여 중소기업을 육성시켜 가기 위한 정책이 절실한 이유다. 경기도 당국은 앞으로 지식재산 개발을 위해서 체계적인 지원과 관리를 해가야 한다. 특허에 따른 행정지원과 예산지원을 적극적으로 확충해 간다. 열악한 중소기업의 특허 육성을 위한 지원과 관리체계의 확립이 시급하다. 사전에 특허정보를 조사하고 분석하여 중소기업에 제공함으로써 특허와 더불어 강한 지식재산권을 보유한 강소기업으로 육성해 가도록 한다. 집체교육은 특허 명세서 작성, 특허번역,
금년이 ‘경기 600년’이 되는 해이고, 정확히 말하면 2014년 음력 1월18일이 ‘경기 600년’ 되는 날이다. 지금쯤 여기저기서 경기 600년의 역사적 의미를 되새기고 이를 바탕으로 경기도가 나아가야할 방향에 대해 활발한 논의와 토론이 이루어지고, 경기 600년을 기념하는 행사 준비에 바빠야 할 텐데 너무 조용하다. 필자가 과문한 탓인가. 이 일은 경기도가 해야 할 일 아닌가. 신문과 방송은 무엇을 하는가. 그 흔한 특집이나 좌담회 하나 없는가. 2년 전 한 신문사에서 경기 600년 기획기사를 연재한 것 외에는 이와 관련한 뚜렷한 기사를 본 바가 없다. 경기지역 정치인들은 어디 있는가. 학계는 어떠한가. 경기지역에는 지역사를 전공하는 학자들이 여럿 있는데, 학자들이 모여 경기도 600년의 역사적 의미를 정리하고, 경기도의 현재와 미래를 살펴보는 학술토론회를 열어야 하는 것이 아닌가. 누구를 탓하랴. 경기지역 사학계에서 오랫동안 활동하였고, 경기도향토사연구협의회장을 맡고 있는 필자부터 반성하면서 이 글을 쓴다. 1414년 1월18일은 지금의 경기도 기본 틀이 만들어진 시기이다. 경기도의 경계가 지금과 거의 비슷해
莊子(장자)에는 호랑이가 배고픈지 배부른지 그 상황을 잘 파악해서 분노를 달랠 줄 알아야(時其飢飽達其怒心) 훌륭한 사육사라 했다. 호랑이와 사람은 비록 다른 종류이지만(虎之與人異類) 자신에게 잘 대해주는 사람에게는 순종하고(媚養己者順也) 자기를 죽이려는 자에게는 덤벼드는 것(故其殺者逆也)이라고 하였다. 여기에서 達(달)이라고 하는 것은 상황대처를 적절히 잘하는 것을 말하는데, 인간과 인간 사이에서 야수처럼 돌변하여 포악할 경우 상대방을 조련하듯 달래가면서 위기를 넘기는 것이다. 요즘 북한에서 일어난 면면들을 보면 장자가 말한 바대로 난세의 궤적들이다. 살기등등한 세력가 밑에서 살아가자면 어떻게 처신해야 하는가. 장자뿐 아니라 대부분은 능력을 드러내지 말라고 할 것이다. 그것은 포악한 세력자는 능력을 펼치는 것을 자기에 대한 도전으로 받아들여 그냥 바라보지 만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니 칭얼대는 아이 달래듯이 상대방의 심기를 살피는 것 또한 사나운 동물을 다루는 것과 같다고 본 것이다. 세력을 가진 자는 그 세력 유지를 위해 맹수처럼 돌변할 때가 있으니 조심하고 조심할 수밖에 없다.…
김춘석 여주시장이 연일 강행군을 거듭하고 있다. 12개 읍·면·동을 돌며 시민과의 대화에 나선 것이다. 하지만 이를 지켜보는 시민들의 반응은 극과 극이다. ‘서울대 졸업, 미국 위스콘신대 공공정책학 석사, 행정고시 출신, 풍부한 중앙부처 공직경험….’ 김 시장은 경기도내 시장·군수의 스펙 가운데 단연 돋보인다고 할 수 있다. ‘행정의 달인’ 등 화려한 수식어가 따라 붙는 것은 어찌 보면 당연하다. 때문에 여주시정에 새바람을 불러일으키고, 여주발전의 기폭제가 될 것으로 많은 시민들은 내다봤다. 그러나 이런 기대와 달리 김 시장을 바라보는 시민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김 시장은 과연 눈높이 행정을 펼치고 있을까? 이 물음에 고개를 갸우뚱하는 시민들이 많다. 지금 여주시청 앞에서는 민모(71)씨가 1년9개월째 1인 시위에 나서고 있다. 자치단체 역사상 최장기 1인 시위로 기록될 만하다. 민씨가 시위에 나선 이유는 이랬다. 시가 2011년 1월 자신의 땅에 허가도 받지 않고 구제역에 걸린 돼지 6천300마리를 매몰하면서다. 이후 시가 땅을 공동 소유하고 있던 다른 토지소유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