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세 장수시대! 이렇게 빠른 걸음으로 우리에게 다가올지 미처 몰랐다. 그리고 그것이 신이 인간에게 준 행복인지 불행인지 판가름하기조차 어렵다. 지금 이웃의 어르신들은 행복한가? 부친생신에 시골집에 갔더니 80대 후반의 노부모님께서 “20여호 있는 시골 동네에 부부가 함께 사는 집은 두 가구뿐”이라면서 나름 행복하다고 하신다.
하지만 어머님도 얼마 전부터 치매로 치료를 받고 있고 아버님도 난청 때문에 대화가 어렵다. 그래도 홀로 사시는 노인보다는 행복하다는 말인가 보다.
성남시 관내에서 독거노인들을 돌보는 자원봉사자가 스스로 우울증에 걸려 있다. 이유인즉 홀로 계신 노인들을 방문할 때 대부분 극심한 무기력과 우울증을 겪고 있기 때문이다. 이 분들이 겪는 노년의 슬픔은 의외로 경제적인 이유보다 홀로 사는 외로움으로 인한 관계단절과 대화부족으로 인한 고독감이고, 삶의 의미와 가치관의 상실로 인하여 자존감이 바닥을 치고 있는 것이다.
오랜 공직생활을 한 분도, 교직에서 30여 년간 봉직하던 분도 결코 예외가 아니다. 노년의 삶에는 빵보다 사람의 따뜻한 온기가 필요한 것이다.
성남시 중원구의 어느 중학교 도덕교사는 학교폭력이나 정서장애가 있는 상당수 학생들의 문제 원인 중 가정환경을 우선적으로 손꼽는다. 학부모가 맞벌이 부부여서 학생들이 방과후 마땅히 갈 곳이 없거나 편모 또는 편부 슬하에서 자라거나 아니면 할머니나 친척집에서 생활하는 경우가 많다고 한다.
가정의 해체, 관심과 사랑의 부재가 낳은 결과물인 것이다. 지난 1년간 경찰은 뒤돌아볼 틈도 없이 학원폭력이나 가정폭력, 성폭력, 불량식품 등 4대악의 근절 차원에서 예방과 단속을 위해 마치 앞만 보고 달려 왔다. 물론 관계기관이나 주민들의 협력이 큰 힘이 된 것은 두말할 나위 없다.
경찰서에서 회의를 하다 보면 여러 가지 사건·사고를 많이 접하게 되는데 길을 잃은 치매노인들을 찾아 가족 품으로 돌려보내드리고 지병으로 홀로 돌아가신 어르신을 가장 최초로 발견하고 정중한 조치를 취하고 있다.
심지어 어느 경관은 시간만 나면 독거노인들을 찾아가 생활상의 애로사항을 청취하고 전구를 갈아 끼워드리는 사소한 도움이라도 주고 가족과 사회로부터 외면당한 청소년이나 부부, 연인간의 극심한 갈등으로 자살 직전의 주민들의 심신을 안정시키고 가정으로 복귀시키는 등 최일선에서의 우리 동료들의 활약상을 자주 보게 된다.
그때마다 서장을 비롯한 회의 참석자들은 뜨거운 격려와 박수를 보내고 있다. 해서 경찰서에는 늘 양성적인 에너지를 창조하고 음지의 주민들을 보살피는 분위기를 피부로 느낀다.
갑오년 새해 경기경찰은 ‘범죄에는 강하고, 주민들에게는 든든한 경찰상을 구현하자’고 다짐하고 있다. 그야말로 범죄자에게는 정의를 집행하는 전사로서의 모습과 선량한 주민에게는 따뜻하고 친절한 경찰상을 구현하자는 ‘두 얼굴의 경찰’인 것이다.
그 과정에서 인권과 안전의 가치도 우선적으로 고려할 것이다. 소외된 이웃과 사회와의 단절로 인해 행복과 웃음을 상실한 분들에게 순찰차(馬)나 잰걸음으로 골목길로 찾아갈 것이다. 그리고 특별히 무엇을 도와줄 수 없다면 그저 눈을 바라보고 따뜻하게 손을 잡아줄 것이다. 사랑이 침묵이어도 좋다. 서로의 눈높이를 맞출 수만 있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