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당 사계/서순석 어머니의 마당은 철마다 깊어갔다 산철쭉 진달래가 진붉은 봄 마당에 어머니 여윈 그림자 비질만 부지런했다 마당 물든 고추 위로 눈물이 붉었다 가난을 문신처럼 눈꼬리에 달아매고 오남매 새끼 두름에 허리를 졸라맸다 밟아라 밟아봐라 꿈틀이나 하는지 바닥치고 눈만 들면 보이는 건 하늘이지 길바닥 교과서 삼아 아이들은 홀로 컸다 하늘 땅 붙으라고 원망도 했던 날들 이제는 미안해서 주문처럼 외는 말들 사람을 미워말아라 그 칼끝이 날 겨눈다 말없이 웃는 연습에 황혼이 놀다 온다 쭈빗쭈빗 웃으며 게걸음으로 오는 자식들 사계를 추석처럼 살자 마당이 흐붓이 웃는다 세상 모든 어머니는 자기 자신을 위해서가 아니라 자식을 위해 사시는 것 같다. 어머니의 자식사랑은 예나 지금이나 높고 크기만 하다. 이 시에는 ‘마당’이라는 공간적 배경과 ‘사계’라는 시간적 배경이 있는데, 마당과 사계를 통해 자식을 위해 살아가는 어머니의 인생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 봄이 오면 마당에는 산철쭉과 진달래가 붉게 피어나지만 어머니는 비질만 부지런히 하실 뿐이다. 마당에 고추가 붉게 물들 때에도 없는 살림에 딸린 자식이 많아서 부지런을 멈출…
최근 지방자치단체 부채에 대한 논의가 심각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경기도의 경우 인천에 이어 2위라는 보도가 나오면서 충격을 주고 있다. 인구로 보면 자치단체 중에서 첫 번째이고, 예산 규모로 보아 일반회계만 해도 12조에 달하고, 총규모로 보면 18조나 되는 경기도가 왜 총부채규모가 15조8천억원으로 총부채비율이 71%에 이르게 되었는가? 부채관리와 탈선한 기차 최근 보도되고 있는 총부채비율은 지방자치단체의 직접 채무와 산하 지방공기업의 부채, 민자(民資) 사업 부담(임대료·운영비)을 합한 총부채를 지방정부 예산과 지방공기업 자본을 합산한 액수로 나눈 것이다. 이에 경기도의 부채는 3조4천억원이고, 특히 지방공기업 부채가 12조4천억원이 되어 규모뿐만 아니라 구조적으로도 심각한 쟁점을 제기하고 있다. 사업을 하겠다고 하면서 부채를 안고 있기 때문이다. 기초자치단체 중 부채 규모가 큰 지역을 보면 용인 1조3천800억원, 시흥 6천억원, 화성 5천억원, 김포 6천800억원, 하남 4천300억원 등인데, 신도시가 형성되고 아파트 건설에 적극적으로 참여한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성장기에 적극적인 투자를 하다가 막차를 타는 바람에 부동산 경기 침체의
6월 임시국회에서 일련의 경제민주화법안이 처리될 것이 확실해 보인다. 이른바 ‘갑의 횡포’로 촉발된 ‘을의 분노’에 당황한 여야가 국민들에게 몇몇 법안 처리를 여러 차례 다짐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경제민주화법안에 대한 국회 내 시각차가 여전한 탓에 순조로운 통과를 장담할 수만은 없다. 예컨대 대리점에 대한 갑의 횡포에 징벌적 손해배상을 최고 10배까지 물리겠다던 새누리당 ‘경제민주화실천모임’의 약속은 벌써 당내 반발에 부딪쳐 후퇴 조짐이 역력하다. 여기에 경기부진과 투자위축을 앞세운 재계의 입김까지 작용하게 되면 자못 기세를 올리던 경제민주화 법제화가 껍데기만 남는 게 아니냐는 우려마저 벌써 나온다. 가장 걱정되는 부분은 정치적 쟁점이 부각되면서 경제민주화 법안 처리가 뒷전으로 밀리거나 물타기 되는 상황이다. 국정원의 정치개입, 윤창중 전 청와대 대변인 추문, 개성공단 대책 등 요란하기는 하지만 국회에서 실효성 있는 결론을 도출하기 쉽지 않은 쟁점들을 둘러싸고 지루한 공방만 벌어질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그러나 이 시점에서 분명히 말해 두지만 경제민주화 법안을 이들 정치 쟁점에 묻어버린다거나 뒷전에서 적당히 얼버무리는 것은 비겁하다. 6월 임시국회에서 경
앞으로 경기도내에서 가장 기대되는 지자체는 평택시이다. 최근 평택 고덕 삼성전자 산업단지가 착공되고, 고덕산단 인근에 LG디지털파크산단 등 총 1천418만㎡에 이르는 8개 산업단지가 추진되고 있는데다, 배후단지인 고덕국제화계획지구 개발에도 탄력을 받기 때문이다. 이들 산업단지는 평택시가 농업도시에서 첨단산업도시로 변신하는 신호탄이 될 전망이다. 그런데 사실 글로벌 시대를 맞아 평택시에서 가장 눈 여겨 봐야 할 부분은 평택항이다. 평택항은 1986년 12월 5일 동북아시아의 무역·물류 중심 항만으로 문을 열었으니 이제 개항 26년밖에 되지 않은 ‘청년항’이지만 전국 항만 중 가장 빠른 성장을 보이고 있다. 국제 무역항만으로서 역할이 점차 확대되고 있는 것이다. 평택항은 국내 29개 무역항만 중 자동차 화물량이 1위다. 또 컨테이너 처리량은 4위, 총 화물처리량은 5위다. 전망은 더 밝다. 왜냐하면 평택항은 전기한 것처럼 앞으로 삼성전자, 엘지전자 등 일류기업이 평택으로 입주하면 당연히 시너지효과가 발생하기 때문이다. 평택시는 서해안 시대의 가장 역동적인 도시가 될 것이지만 홀대를 당하고 있다. 평택항은 국내 항만 중 최단기간 내 총 화물량 1억t 달성과 3년…
자고이래로 주색(酒色)은 인간을 망치기 쉽다. 비단 개인뿐만 아니라 나라를 망치는 경우도 있다. 우리는 술을 삼가야 하는 동시에 색(色)을 조심해야 한다. 술은 적당히 마시면 건강에 약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약주라고 하였다. 그러나 술을 적당히 마신다는 것은 인생의 난사 중 난사(難事)다. 사람이 술을 먹고 그 다음에는 술이 사람을 먹는다는 말이 있다. 술은 과음하 기 쉽고 과음하면 사리를 그르치고 건강에 해가 되고 실수를 하기 쉽다. 절주(節酒)는 말은 쉽지만 실제로 힘든 일이다. 하지만 술보다 더 이기기 어려운 것은 색(色)이다. 세상에 여색 때문에 패가망신한 사람이 얼마나 많은가. 색에 미쳐서 나라를 망친 예를 우리는 동서고금의 역사에서 수없이 볼 수 있다. 옛날 중국인은 미인을 평할 때 경국(傾國), 또는 경성(傾城)의 미인이라고 하였다. 경국이란 한 나라를 기울게 만든다는 뜻이다. 여성 때문에 나라를 기울인 사람이 역사상 부지기수다. 여색에 혹하면 사리 판단을 그르치고 우리의 정신을 맹목으로 만들기 쉽다. 그러므로 인생의 대업, 사회의 큰일을 꿈꾸는 자는 주색에 빠지지 않도록 힘써야 한다. 주색에 빠진 사람치고 큰일을 한 사람이 거의 없다. 지난
■ ‘역량’ 진화중인 경기도특사경 새 정부가 들어서면서 ‘행정안전부’를 ‘안전행정부’로 개편하는 등 안전에 대한 중요성이 부각되고 있다. 그 중심에 특별사법경찰(특사경)이 있다. 현재 세종시 포함, 전국 17개 광역시·도 가운데 11곳에 특사경을 설치, 보건·환경·행정 등의 분야에 대한 단속과 수사활동을 펼치고 있다. 특히 정부는 특사경을 모든 광역시·도로 확대하고, 수사범위를 기존 식품위생과 의약·청소년보호 등의 20여개 분야에서 유사석유 판매와 미등록 대부업체,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어린이집 보조금 부당수령 등으로 넓혀 그 기능을 강화할 방침이다. 경기도특사경을 통해 ‘무늬만 경찰’에서 ‘진짜 경찰’로 진화하고 있는 특사경에 대해 알아본다. ■ 道특사경은?= 특사경은 각 전문분야에 종사하는 행정기관 공무원들에게 수사권과 검찰 송치권을 부여하는 제도다. 경기도특사경의 모태는 지난 2009년 3월24일 도에 특별사법경찰지원과가 신설되면서 구성된 광역특별사법경찰단이다. 이듬해 11월 현재 명
새 정부가 역점을 두고 추진 중인 행복주택 사업의 시범지구가 발표됐다. 행복주택 사업은 박근혜 정부의 주택공약으로 개발제한구역 등 도시외곽에 지어진 보금자리주택 사업을 보완·대체하기 위한 서민주거방안으로, 최종 5년간 20만호 공급이 목표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와 SH공사 등이 사업전반을 맡는다. 행복주택 시범지구로 서울 오류·목동지구 등 7곳이 선정됐다. 이들 지구에는 주변 시세의 50∼60% 수준인 공공 임대아파트 1만50가구와 업무·상업시설 등 복합주거타운이 건설된다. 시범 사업지는 서울·경기지역 철도역사 및 폐철도 용지 4곳, 홍수 때 빗물을 임시 저장하는 유수지 3곳이 각각 선정됐다. 대중교통 접근성이 양호하고 주변에 학교·상업시설 등 주거편의시설이 충분히 구비된 지역을 중심으로 권역별 배분, 임차수요, 사업 추진 일정 등을 고려해 후보지를 골랐다. 행복주택은 전체 공급 물량 중 60%를 신혼부부, 사회초년생, 대학생 등 20대와 30대에 우선 공급하고, 나머지를 장애인 등 사회취약계층과 일반 청약저축 가입자에게 각각 20%씩 배정한다. 국토부는 7월 말까지 지구 지정과 지구계
“요트 항해의 목적지를 한국에 정한 것도, 어머니 고생의 대가로 이렇게 자란 장한 딸의 면모를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요트 항해 중의 모든 고생들은 어머니를 만난다는 한 가지 희망 속에서 자연스레 극복되었던 것입니다. 말하자면 나의 어머니는 우리들의 항해에 끊임없는 등댓불이었습니다.” 1974년 파독 간호사로 간 김영희씨는 독일인 남편 루디 하나스와 함께 세계 일주를 하기위해 1983년 요트를 타고 독일을 출발한다. 그리고 대서양과 태평양을 횡단한 후 3년여 만인 1986년 5월 한국에 도착, 그해 8월 항해 체험을 글로 적은 오이라스(Euras)라는 제목의 책을 출간한다. 이것이 바로 동양 최초로 여자가 쓴 요트 항해일지다. 윗글은 그 내용 중 일부다. 이 책은 당시로선 생소한, 요트라는 배를 타고 남편과 함께 겪은 초인적인 생활을 기록한 매우 이색적인 소재의 글이어서 독자들의 큰 호응을 얻었다. 요트가 우리나라에 소개된 것은 1930년 초, 연희전문학교 언더우드씨가 광나루에 ‘황해요트클럽’을 만들고 요트를 띄운 것이 시초다. 본격적으로 요트가 보급되기 시작한 것은 1970년 대한요트클럽이 창단하면서부터. 그리고 40여년이 지난 현재 요트는 해양레저와 스포츠
조용한 아침이다. 한참 집안 일로 분주한데 방송소리가 들린다. “알려드립니다. 오늘 저녁 마을 부녀회의가 있으니 한 분도 빠지지 마시고 마을회관으로 모여주시기 바랍니다.” 마을 부녀회장이 회원들 집합하라는 방송이다. 마을에서 자주 만나지 못하니 얼굴도 잊어버리겠다며 다달이 만나 예전같이 돈독한 사이로 지내보자고 해서 하는 부녀회의다. 예전엔 마을 대동우물이 사랑방 역할을 했다. 물을 긷거나 빨래를 하면서 집집이 사는 이야기를 나누었고 집안에 크고 작은 일을 오랜 경험이 있는 형님들의 조언으로 일의 진로를 정하기도 했다. 첫새벽부터 물을 길러 와 하루 일과가 시작되었고, 오전 아홉시쯤 되면 우물은 여인들이 빨래하는 풍경으로 바뀐다. 그 시절 곱디고운 새색시들은 선배 형님들의 보호를 받기도 했지만 여차하면 구설수에 오르기 십상이어서 말과 행동을 조심하여야했다. 한쪽에서 빨래를 하며 마을 형님들이 구수하게 펼치는 집안 이야기를 들으면서 마을 돌아가는 일을 알 수 있었고, 어떻게 처신해야 어려운 시집식구들과 잘 어울리며 살 수 있는지도 어렴풋이 알 수 있었다. 때로는 웃는 일로 우물가가 시끌벅적하기도 했고 때로는 슬픈 일로 함께 눈물짓던 우물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