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 가정의 겨울나기 첫째준비는 김장하는 일일 것이다. 주부의 가장 큰 연중행사인 만큼 김장하는 날은 언제나 부산하다. 그러나 정작 바쁘고 힘든 날은 김장 하루 전날이다. 먼저 배추를 절인 후 깨끗이 씻어서 물기를 빼놓고, 무는 채를 썰어 놔야 하며 파, 마늘, 생강 등을 다듬고 씻고 찧어서 김장하는 날 사람들이 수월하게 김치를 만들 수 있도록 준비해야 하기 때문이다. 다섯 형제의 맏이인 나는 어려서부터 어머니의 믿음직스럽지는 못하지만 아무 때나 동원이 가능한 최 측근 일꾼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김장 일에서의 내 몫도 적잖이 많았다. 삶이 여유로워지면서 여기저기에서 어려운 이웃을 위해 김장봉사를 했다는 보도를 보게 된다. 반가운 일이다. 광주시 새마을에서는 올해에도 1만3천 포기의 배추를 직접 가꿨다. 모종 심을 때 거의 매일 비가 와서 날 잡느라고 고생했는데 후반기에 기온이 높고 맑은 날이 많아 작황이 아주 좋았다. 각 읍면동 별로 1천 포기씩 나누고 지회에서 제일 나중에 이천포기의 김장을 하기로 했다. 예정한 날짜가 다가오자 갑자기 날씨가 추워진다는 예보가 나왔다. 아무래도 이틀 가지고는 어려울 것 같았다. 일요일인데도 임원들을 30 명 정도 나오시라
‘줄탁동기’라는 고사성어가 생각나는 때다. 병아리가 알에서 나오려면 새끼와 어미가 안팎에서 동시에 쪼아대야 한다는 뜻의 ‘줄탁동기’는 고사성어 라기보다는 송나라 때 발행된 ‘벽암록’에서 유래된 불교용어다. 이러한 줄탁동기를 인구에 회자시킨 것은 한때 JP라는 이니셜로 불리며 한국 정치사의 큰 획을 그은 김종필 자민련 전 총재다. 아마추어 화가의 수준을 넘어선 그림솜씨뿐 아니라 한학(漢學)에도 조예가 깊었던 JP는 정치인생의 고비고비 마다 촌철살인하는 비유와 고사성어를 인용해 자신의 결단을 밝히는 풍류를 즐겼다. 1997년 김대중 전 대통령(DJ)과 연합을 앞두고 JP는 신년휘호로 ‘줄탁동기’를 택했고 이를 알아들은 DJ는 JP와 연합해 DJP정권을 창출, 20세기말 한국 정치의 물줄기를 바꿨다. 이후 ‘줄탁동기’라는 말은 사제지간은 물론 조직의 상하, 조직대 조직 사이에 상호노력이 필요함을 강조할 때 요긴하게 쓰이고 있다. 21세기 초, 격변의 한반도를 바라보며 ‘줄탁동기’의 의미가 새삼스러운 것은 한반도의 평화가 북한의 손에만 있
事豫則立不豫則廢 어떤 일이든지 미리 준비하면 성공하고 그렇지 않으면 실패 할 수 있다 무슨 일이든지 미리 앞서서 준비해두면 반드시 그 일은 성취 된다. 그러나 이와 반대로 앞서서 준비하는 생각이 없으면 실패하게 된다. 중용(中庸)에 말을 할 때도 사전에 준비가 있으면 궁지에 몰리는 일이 없고 어떤 일을 행함에 있어 준비가 있으면 어려움을 격지를 않으며 행위가 있기 전에 준비를 갖추면 뒤에 후회가 없다. 사람됨과 일을 행하는 도리에 있어 먼저 원칙이 있으면 막힘이 없다고 했다. 미리 준비해 놓으면 근심이 없다.(有備無患, 유비무환) 더구나 인생에서 미리 확립해야 할 것은 성실함과 준비성이라고 말하는 이들도 많다. 사회 어느 곳에서도 성실한 인재를 져버리는 곳은 없으며 그들의 성공담을 우리는 매체를 통해서 알게 된다. 반대로 성급하게 시작해 조급한 마음으로 성공을 향해 뛰어가는 사람의 뒷모습은 일시 성공을 한다 해도 왠지 불안한 마음을 감출 수는 없는 것이다. 즉 공을 높이는 것은 뜻에 달려 있는 것이며, 일을 확장시키는 것은 그 부지런함에 달려 있다. 훌륭한 일 큰 사업을 성공시키기 위해서는 지(志)와 근(勤)을 갖춰야 한다는 말이 있는데, 지는 목표이다. 분
“항상 저를 아껴주시고 가끔 저에게 용돈도 주시는 아빠, 고맙습니다. 매일 제가 불효를 했지만 웃으면서 넘어가 주시고, 저를 너무나 잘 생각해주시는 엄마, 사랑합니다. 항상 그 녀석들이 먹을 걸 다 먹어도 나를 용서해주고, 나에게 잘해주던 우리 형, 고마워. 모두들 안녕히 계세요. 매일 남몰래 울고 제가 한 짓도 아닌데 억울하게 꾸중을 듣고 매일 맞던 시절을 끝내는 대신 가족들을 볼 수가 없다는 생각에 벌써부터 눈물이 앞을 가리네요. 그리고 제가 없다고 해서 슬퍼하시거나 저처럼 죽지 마세요. 저의 가족들이 슬프다면 저도 분명히 슬플 거예요. 부디 제가 없어도 행복하길 빌게요.” 지난 20일 대구의 한 중학교에서 친구들의 괴롭힘을 견디지 못해 스스로 목숨을 끊은 A군의 유서가 공개되면서 파문이 일고 있다. 이 유서를 얼마 읽어내려가지도 못하고 눈가에 번지는 눈물을 가눌길이 없었다. 유서를 읽은 국민들의 마음 똑같았으리라. 우리모두의 책임이다. A군의 마음을 헤아리지 못한 우리 모두의 책임이다. 한 해를 마무리하는 시점에 아이들이 비극적으로 생을 마감하는 일이 빈발해 우리 가슴을 매우 아프게 한다. 이 사건들을 개인적 차원, 예외적 사례로 치부하고 넘어가기엔 사
수원·화성·오산 연합시화전 개막식과 2011 수원문학 제20집 출판기념 및 시상식이 지난 20일 수원미술전시관에서 열렸다. 이번 시화전은 26일까지 이어진다. 그동안 도내 각 문협지부나 동인회, 학교 문예동아리 등 단체들은 연말, 혹은 지역축제가 열리는 봄날이나 가을을 맞아 시화전을 열어왔다. 시화전은 1960년대부터 자주 열려 1970년대에 붐을 이뤘다. 시화전이 열릴 때면 지역의 문학인과 문학청년, 학생, 시를 좋아하는 시민들의 발길이 끊이지 않아 작은 문학 축제의 장을 형성했다. 시화전이 열리는 기간 동안 밤마다 술잔을 앞에 놓고 문학과 인생을 이야기 하는 것은 낭만적인 풍경이었다. 가난하긴 했지만 마음만은 풍성했던 시절이었다. 그러나 1990년대 이후 시화전은 보기가 힘들어졌다. 문학인들 사이에서조차 낭만이 사라졌다. 그러고 보면 가난과 예술은 적대적인 관계가 아닌 듯 하다. 독재정권의 정치적 탄압도 술빵에 들어가는 막걸리처럼 오히려 문학인구를 늘리고 한국문학을 확장 시키는 촉매제로 작용했다. 문학은, 시는 그런 것이다. 그래서 요즘 학교문예동아리나 문학동인회, 문학단체의 시화전이 더욱 보고 싶다. 그 어느 해보다도 다사다난했던 2011년 한해가 저물
우리 농업은 오랜기간 인구문제, 고령화, 농산물 경쟁력 약화, 시장 개방 확대 등으로 어려움이 늘어나고 있다. 농가소득과 부채 문제 이에 더해 농지가격 하락과 유휴농지 증가 등 농지시장의 불안정까지 걱정되는 상황이며, 이 어려운 상황에 대비해 농지의 활용을 극대화시키고 농가의 소득을 보전하기 위해 탄생한 것이 바로 ‘농지은행’ 제도이다. 농지은행에서는 농지에 대한 종합적 역할 담당을 위해 지난해부터 이농(離農)이나 전업(轉業) 또는 고령으로 은퇴하는 농업인의 농지를 매입해 전업농 등에게 장기임대해 농업경영의 경쟁력 강화를 지원하는 ‘지매입비축사업’, 올해 1월부터는 고령농업인이 농지를 농지은행에 담보로 제공하고 평생 동안 매월 연금을 지급 받을 수 있는 ‘농지연금사업’이 도입돼 1년만에 가입자수 1천명을 돌파했다. 올해 첫 선을 보인 ‘농지연금’은 농지 외에 별도의 소득원이 부족하고 영농규모도 작아 노후생활에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농촌 거주 고령 농업인을 대상으로 고령농가가 소유하고 있는 농지를 담보로 제공하고 해당 농지에 계속 영농을 하면서 평생 동안 매월 일정 금액을 연금으로 지급받는 일종의 역모기지 제도로서 농지연금에 가입하고자 하는 농업인의 자격요
요즘 게임산업계에 기린아로 떠오르는 스마일게이트라는 기업이 있다. 이 업체가 출시한 게임이 중국에서 선풍적인 인기를 모으면서 올해 매출액은 1천800억원대, 영업이익은 무려 1천400억원대에 이를 것이라고 한다. 지난 7월 스마일게이트는 벤처캐피털을 인수하면서 엔젤투자자로 나섰다. 유망한 예비창업자와 창업초기기업이 성장해나갈 수 있도록 투자하고 노하우도 전수하는 멘토 역할을 하겠다는 것이다. 스마일게이트보다 한발 앞서 지난 4월에는 시스템반도체 설계 분야 국내 1위 업체인 실리콘웍스가 또 다른 벤처캐피털을 인수해 후배 기업인들의 창업을 돕는 데 팔을 걷어 붙였다. 엔젤투자의 특성을 볼 때 수익성만을 염두에 두었다면 결코 쉬운 결정이 아니었을 스마일게이트와 실리콘웍스의 새로운 시도는 우리 경제에 큰 시사점을 주고 있다. 흔히들 우리나라에서의 창업은 갓난아이(창업기업)가 정글(창업생태계)에 내던져진 상황과 유사하다고 한다. 2000년대 초 벤처붐 붕괴 이후 줄곧 위축되기만 했던 기업가정신과 청년창업이 이제야 조금씩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는 있지만, 세계 제일의 벤처창업 생태계로 평가받는 실리콘밸리에 비하면 격차가 큰 것이 사실이다. 실리콘밸리는 대학-엔젤투자자와…
하남시가 내년도 예산안을 놓고 시끌하다. 예년에 없던 이상한 일이 벌어진 것이다. 특정단체 지원비가 도마에 올랐다. 하남의제21협의회운영비, 하남희망연대 사업비, 문턱없는 밥집 예산 등이다. 법적으로 지원대상이지만, 모두 선심성 예산 논란을 빚고 있다. 그런데도 이 예산들은 결국 일부 증액되거나 유지됐다. 여기에 환경기초시설 현대화사업비 예산 1천134억원은 고스란히 삭감했다. 이 사업은 이교범 시장이 의욕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공약사업이다. 이미 기공식까지 마치고 계속사업으로 진행 중이다. 결과적으로 시의회가 승인하지 않아 ‘사업은 있고 예산은 없는 꼴’이 됐다. 기공식에 참석한 시의회가 축사까지 해 놓고, 이해할 수 없다는 것이 집행부의 반응이다. 더 황당한 것은 삭감 이후 일부 의원들 입에서 추경예산이 거론됐다는 사실이다. 예산을 삭감한 의원들이 스스로 추경 운운하는 것은 옳지 않다. 추경예산의 의미를 알고 말했는지도 의문스럽다. 앞서 하남시의회는 예산결산위원회를 구성하면서 여·야가 서로 위원장을 하겠다고 했다. 첫 단추부터 잘못 꿰었다. 거기에 의원들의 회의진행 능력과 경력이 무시된 채 자리나누기식으로 돌아가며 위원장 감투를 쓰고 있다. 하남시의회는 의
연말 거리풍경이 과거 같지 않다. 성탄절을 전후해 시끄럽도록 거리에 울려 퍼지던 캐롤송이 자취를 감췄고 크리스마스 트리를 장식하던 요란한 불빛도 예전만 못하다. 캐롤송은 소위 아이팟, 스마트폰 등 개인이 소지하는 음원재생장치가 일반화되면서 거리에서 밀려났다. 여기에 저작권에 대한 사회적 의식이 강화되고 법적 의무가 강제되면서 캐롤송을 틀기 위해선 경제적 부담이 수반된 것도 캐롤송 퇴출에 한몫했다. 크리스마스 트리의 쇠퇴 역시 국민의식의 변화와 경제적 문제가 직결돼 있다. 장식과 관리를 위한 비용부담이 만만치 않아 과거 크리스마트 트리의 불빛으로 건물을 감싸던 백화점, 은행, 대기업 등이 장식을 축소하거나 아예 없애는 바람에 거리풍경이 을씨년스러운 모습을 하고 있다. 오직 변치 않고 거리를 지키며 반가운 소리를 내는 것은 빨간색 자선냄비가 유일한 듯하다. 종교단체인 구세군의 상징으로 자리 잡은 자선냄비는 120년 전인 1891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시작됐다. 구세군 사관이었던 ‘조셉 맥피라’는 1천여명의 난파선 승객을 구휼하기 위해 오클랜드 부둣가에 큰 솥을 걸고 “솥을 끓게 합시다”라는 슬로건으로 시민들의 성금을 모았다. 우리나라에서는 일제강점기인 19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