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거를 앞둔 시점에서 거의 예외 없이 등장하는 돌발 변수는 바로 설화(舌禍)다. 이번에도 설화는 여야 가리지 않고 예외 없이 등장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런 설화는 왜 선거 때면 어김없이 등장하는 것일까? 선거란 권력을 잡기 위해 반드시 통과해야 하는 의례이기 때문이다. 선거란 그런 존재여서 모든 정당들은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인다. 그런데 이렇게 하다보면 오버하게 마련이다. 때로는 방어를 위해, 때로는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 오버한다. 설화는 바로 이 과정에서 발생한다. 뿐만 아니라 상대를 공격하기 위해서는 가짜 뉴스도 동원한다. 그렇기 때문에 민주주의가 작동하는 모든 국가의 선거에서는 설화와 가짜 뉴스가 등장하는 것이다. 미국도 선거에서 가짜 뉴스와 설화가 종종 등장한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미국은 우리보다 설화나 가짜뉴스의 빈도와 강도가 덜하다. 그 이유는 권력의 통제 가능성과 관련 깊다고 생각한다. 권력 통제가 비교적 원활한 국가의 경우는, 권력 추구의 과정에서도 어느 정도 규칙을 지키는 반면, 권력 통제가 비교적 허술한 국가에서는 선거 과정이 그야말로 무한 경쟁이 되기 때문이다. 권력 통제가 이루어지지 않는 국가의 경우는, 지방 권력
우리는 뉴욕에 있는 브루클린 대교를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이야기는 1883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존 뢰블링이란 뛰어난 영감을 지닌 한 엔지니어 이야기다. 그는 뉴욕과 롱아일랜드 사이에 거대한 다리를 놓는 장대한 꿈을 갖고 있었다. 그는 세계적으로 명망 있는 몇몇 교량전문가에게 이 일에 대한 자문을 구해 보았다. 결론은 불가능한 일이었다. 그러나 이 건축가의 가슴에서 다리를 놓는 꿈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는 한 시도 그 꿈에서 벗어나 본 적이 없었다. 언젠가는 그 일이 이뤄질 것이라고 굳게 믿었다. 그는 또 몇몇 전문가에게 그 일에 대한 자문을 구했다. 긴 과정을 거친 끝에 그는 마침내 한 지원군을 만났다. 바로 젊은 엔지니어인 그의 아들 워싱턴 뢰블링이었다. 그들은 다리건설에 따른 구체적인 콘셉과 장애물 극복을 위한 구체적인 대안을 마련했다. 이 장대한 꿈의 실현을 위해 먼저 선원들을 모았다. 그리고는 바다 위에 다리건설을 시작했다. 출발은 좋았지만, 건설을 시작한 지 불과 몇 달 만에 비극적인 사고가 일어났다. 그 사고로 아버지 존 뢰블링이 죽었다. 아들 워싱턴은 현장에서 떨어져 장애인이 되었다. 그는 두뇌에 치명적인 손상을 입었다. 그로 인하여 그는…
“나는 스물일곱살에 죽지 않았으니, 천재는 아니었군.” 예전 음악하던 동료가 스물여덟살 생일을 맞이하며 했던 말이 생각난다. 장난삼아서 했던 이야기였지만, 당시에는 그 말이 꽤 그럴싸하게 들렸다. 우리가 좋아하던 영웅 같은 뮤지션들이 대부분 그 나이 즈음 요절했기 때문이다. . 동료가 언급했던, 스물일곱 살에 요절한 비운의 천재 뮤지션들이 있다. 아마 음악에 관심이 있는 사람이라면 3J에 관해서 들어봤을 것이다. 바로 지미 헨드릭스(Jimi Hendrix), 재니스 조플린(Janis Joplin) 그리고 짐 모리슨(Jim Morrison)이다. 이름이 이니셜 제이(J)로 시작하는 세 명 모두, 비슷한 시기에 태어나 불과 같이 살다가, 스물일곱의 어린 나이에 약물 중독으로 세상을 떠났다. 1960년대 중후반 미국을 사회적 문화로 보자면 반체제 평화주의를 부르짖던 히피(Hippie) 그리고 엘에스디(LSD)라는 마약 그리고 사이키델릭(Psychedelic)이라는 키워드가 떠오르는데, 그들 역시 이 연결고리 안에 서 있었다. 여기서 진정한 자신을 찾는 것을 가장 중요한 덕목으로 여겼던 히피라는 집단은 그 길에 닿기 위해 마약에 취했고, 또 그런 사회 분위기 속에서
호박과 오이는 서로를 잘 안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둘은 함께 살기로 했다 뿌리째 텃밭에 옮겨 함께 살기로 했다 그러다 열매가 서로 달라지자 속마음을 알 수 없다며 원망스럽다고 했다 그러나 둘은 꽃이 시들 때까지 잎과 줄기가 다 마를 때까지 한 번도 그 텃밭을 떠나지 않았다 박태현 ▶[서정과 현실](2011)로 등단. ▶시집 [부메랑] [둥근 집] [새들이 해를 물어 놓았다] 등. ▶대한민국장애인문학상(2015), 한국동서문학 작품상 등 수상.
새댁은 경찰서 앞마당 우물에 몸을 던졌다. 휴전협정이 막바지로 치닫던 그 해 정월이었다. 형사들의 겁박에 시달리던 새댁은 우물로 도망쳐 빠져 죽었다. 살아남은 건 우물가에 벗겨진 고무신 한 짝 뿐이었다. 딸이 남긴 고무신을 보자 새댁의 어미는 그 자리에서 기절했다. 새댁의 시신은 두레박에 묶여 우물 밖으로 나왔다. 건져 올린 시신 위로 가마니가 덮일 때, 좌익이었던 새댁 남편은 북으로 가고 없었다. 소달구지에 실린 주검이 마을로 돌아왔지만 누구 하나 고개를 내밀지 못했다. 곡소리조차 담을 넘지 못하고 마당에 붙어 기어 다녔다. 장례랄 것도 절차랄 것도 따로 없었다. 시신은 관도 없이 덕석에 말아 뒷산에 묻었다. 얼어붙은 뽕밭에 시신을 묻을 때, 늙은이와 아낙네들만 구덩이에 코를 박고 울었다. 개중에는 왜 우는 줄도 모르고 따라 우는 어린 것도 있었다. 사내라고 생긴 것들은 죄다 어딘가로 잡혀가고 없었다. 잡혀가지 않은 사내들은 똥통 밑에 기어들어가 숨을 참았다. 똥통에서의 은신은 대나무밭에 땅굴이 완성될 때까지 계속되었다. 딸을 잃은 어미는 사내들을 지키기 위해 사력을 다했다. 새벽마다 대나무밭을 들락거리는 것도 어미의 몫이었다. 어미는 사내들이 요강에 싼…
한국 법원에 대한 국민의 신뢰도는 어느 정도나 될까? OECD 국가 중 꼴찌 수준이라는 통계는 널리 알려져 있다. 가장 최근인 지난해 형사사법기관들의 국민 신뢰도 추이에서 법원은 35.3%를 기록했다. 더불어민주당 소병철의원이 형사정책연구원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로 OECD 통계와 맞아 떨어진다. 판결을 톺아보면 밑바닥인 신뢰도 통계수치가 더 떨어져야 하는 것인지, 억울한 것인지 쉽게 가늠할 수 있다. 이즈음 판결 몇 개만 비교해보자. '지난 총선 당시 재산 11억 원을 누락 신고한 국민의힘당 조수진 의원, 벌금 80만 원(의원직 유지) VS 자신의 변호사 사무실에서 인턴한 대학생에게 증명서를 발급해준 열린민주당 최강욱 의원, 징역 8개월에 집행유예 2년(의원직 상실)', '86억 원 횡령-배임-뇌물 삼성 이재용 부회장, 징역 2년6개월 VS 회삿돈 10억 원 횡령한 삼성물산 직원, 징역 3년 6개월', '350억 원 은행 잔고증명서 위조한 윤석열 검찰총장 장모, 불구속 기소 VS 증거없이 판사가 표창장 위조했다고 본 정경심 교수, 징역 4년'. 어떤 판단이 서는가? 김두식의 《불멸의 신성가족》(창비) 개정판에 따르면 한국 판사들의 재량권은 외국에 비해 훨씬…
도시인의 삶은 하루살이다. 해 뜨면 전쟁하듯 일하고 해 지면 뻗고, 또 해 뜨면 전쟁하듯 일하고 해 지면 뻗는 처참한 삶이 반복된다. 그렇게 사는 데 지쳐서 도시를 떠나 농촌에 안착한 친구가 있다. 도시와 농촌의 가장 큰 차이가 뭐냐 물으니, 그곳의 시간은 천천히 흐른단다. 누구에게나 하루는 24시간 아니냐, 삐딱하게 되받아치는 나에게 친구가 제법 현자처럼 말한다. 도시의 시간은 해가 기준이지만, 농촌의 시간은 달이 기준이라고. 그러고 보니 언제부턴가 친구의 입에서 절기가 술술 흘러나오더라. ‘입춘’이니까 농기구를 손봐야겠다는 둥, ‘우수’니까 고추 모종을 심어야겠다는 둥, ‘경칩’이라 개구리가 운다는 둥. 친구의 시간은 달이 차고 기우는 주기에 따라 보름 단위로 흐르고 있었다. 새삼스러운 얘기지만, 농부의 달력인 음력은 달이 지구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을 한 달로 친다. 반면에 도시인의 달력인 양력은 지구가 태양 둘레를 한 바퀴 도는 데 걸리는 시간이 한 달이다. 한데 이 당연한 사실이 새빨간 거짓말로 치부되던 시절이 있었다. 지구가 우주의 중심이며, 달과 해가 그 둘레를 돈다고 믿었던 고·중세다. 이른바 ‘지구중심설’이 진리의 자리를 꿰차고
꽃이 머금은 시를 받아 적네 유리새 유리알 노래를 시간의 옷 속 켜켜 눌러둔 바위의 시 억년 바위의 침묵을 나, 꺼내어 베껴 쓰고 있네 가을비 허공을 그어대며 나 좀 봐 나 좀 봐봐 숨길 듯 숨길 듯 슬쩍 내보이는 연하게 빗금 치고 있는 비의 발자국을 사물의 모서리들을 스캔하네 저기 저 절로 고운 것들의 말씀을 모래알들의 귀엣말을 김추인 ▶현대시학](1986)으로 등단 ▶시집 [모든 하루는 낯설다] [행성의 아이들] [오브제를 사랑한] 등 9권 ▶만해‘님’문학상(2010), 한국예술상(2016), 질마재문학상(2017) 수상
지난 1월 20일 미국의 바이든 정부가 전 세계 이목을 받으면서 출범하였다. 바이든 정부는 당면한 코로나 19 대응과 미국 경제 회복, 국제무대를 선도하는 미국 위상을 재건하겠다는 목표하에 자유민주주의 가치 공유 국가들과 동맹을 통한 협력을 강조하고 있다. 미국은 우리 대한민국을 미국의 굳건한 동맹국이자 동아시아 안정과 번영의 핵심축이라고 얘기하고 있다. 북한의 비핵화 등 한반도 문제는 미국에게 있어서도 중대한 문제(vital interests)이며 기존 한반도 정책을 전면적으로 재검토하면서 동맹국인 한국, 일본 등과 긴밀히 협의해서 문제 해결을 위한 적합한 방안을 찾아 보겠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이러한 바이든 정부가 보는 북한문제는 단순하지 않고 복잡하고 어려워서 심사숙고해야 한다는 원론적이면서도 현실적인 고민에 바탕을 두고 있다. 블링컨 국무장관과 셜리만 국가안보보좌관, 셔먼 국무부 부장관 등 미국의 한반도정책 결정라인에 있는 핵심인사들은 북한문제에 대해 ‘북미공동커뮤니케’가 있었던 2000년 이후 직 간접적으로 관여해 왔기 때문에 북한의 본질과 협상술을 익히 잘 알고 있는 인물들이다. 이들은 북한문제에 거의 초보라고 할 수 있었던 트럼프 행정부시절…
한국현대시조대사전(韓國現代時調大事典)이 발간된다. 코로나의 엄중한 시기임에도 불구하고 한국 현대시조의 종가인 (사)한국시조시인협회에서 3년 동안 준비기간을 거쳐 한국시조의 결정판을 발간하게 된 것이다. 협회는 한국현대시조 대사전 작업 이외에도 현대시조창작교육센터의 설립, 중앙일보의 학생시조 백일장과 시조 낭송대회 개최, 백수문학상과 백수문학축제, 시조창작교육지도사(1급, 2급, 전문가) 자격증 제도 신설과 승인 등 많은 일을 진행하였다. 2020년에는 많은 행사가 축소되었지만 이번에 가장 중요한 대사전 사업의 결실을 보게 된 것이다. 기회가 있을 때마다 강조했지만 현대시조의 발전을 위해서 필자는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시조를 자연스레 접하고 익힐 수 있는 문화풍토의 조성과 세계화라 생각한다. 그러나 이 문화풍토는 단순히 어느 한 부분이 좋아져서는 결코 이룰 수 없는 일임을 유념할 필요가 있다. 이를 위하여 가장 서둘러야 할 일이 바로 한국현대시조대사전(韓國現代時調大事典) 발간과 현대시조창작교육센터 설립이라고 볼 수 있다. 어느 분야의 대사전을 만든다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우선 대사전으로 꾸밀 만큼의 문화 역량이 결집되었냐는 조건을 충족하고, 이를 보존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