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7년 개봉된 ‘에어포스 원’은 할리우드 스타 해리슨 포드(미국 대통령 역)가 주연을 맡아 공중납치된 대통령 전용기안에서 인질극을 벌이는 테러범들과 사투를 벌인 끝에 자신을 포함한 가족, 미국을 구하는 영화다. 그런데 중간 부분에 들어가면 지상에서는 미국 각료들이, 대통령이 공중 납치돼 직무수행이 어렵다고 판단하고 대통령 직무대행 절차를 밟는다. 그래서 미국 수정헌법(25조)에 따라 대통령 다음 순위인 부통령에게 ‘직무수행불능선언서’(Presidential Incapacity Declaration)가 전달되는 내용이 나온다. 그리고 선언서에 서명을 요구받고 고심하는 여성 부통령(분 글렌 클로즈)이 등장한다. 영화 속이긴 하지만 여성 대통령이 출현할 수 있음을 보여줬다. 미국 대통령 선거(11월3일)가 얼마 남지 않았다. 민주당의 조 바이든 후보(전 부통령 1942년생)가 공화당의 현직 트럼프 대통령(1946년생)에 앞선다는 여론조사가 이어지며 세계인의 비상한 관심을 모으고 있다. 그런 바이든이 최근 자신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흑인 여성 카멀라 해리스 상원의원(캘리포니아주)을 선택했다. 바이든후보가 대통령에 당선된다면 미국 역사상 최초의 여성 부통령
지난 12일 경기도청에서 ‘한반도 평화와 남북관계 회복을 위한 좌담회’가 열려 눈길을 끌었다. 비록 코로나19 확산 방지를 위해 무관중으로 진행됐지만 온라인으로 생중계됐기 때문에 오히려 많은 국민들이 편하게 이를 지켜볼 수 있었다. 좌담회에서는 남북교류협력 성과를 진단하고 한반도 평화회복을 위한 지방정부의 역할을 주제로 열띤 논의가 펼쳐졌다. 경기도의 대북전단 살포방지 대책 평가 및 대북전단 살포금지법의 필요성, 남북교류협력에서 경기도의 역할과 성과, 지방정부 차원의 실천방안 등이 중점 의제로 다뤄졌다. 특히 대북전단 살포, 남북공동연락사무소 폭파 등으로 남북관계가 얼어붙은 가운데 열린 좌담회여서 더욱 관심이 집중됐다. 이 자리에서 이재명 지사는 경기도의 대북정책과 지원 사례를 소개했다. 그동안 경기도는 다양한 대북교류협력사업을 추진해왔다. 지난해 6월엔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서 남북 선수단이 참가한 배구대회를 연 데 이어 7월에는 필리핀에서 일제의 강제 동원 문제 등을 주제로 한 '아시아태평양의 평화번영을 위한 국제대회'를 열어 남북 대표단이 만나기도 했다. 11월에는 통일부로부터 ‘대북지원사업자’로 지정 받은 데 이어 지난해 12월 유엔 1718 제재위원회
1995년 지방선거 얘기다. 서울시장 선거 초반 여론조사에서는 민주자유당 당내 경선에서 이명박 후보를 꺾고 본선에 올라온 정원식 전 23대 국무총리와 민주당의 조순 후보의 대결은 크게 기울어진 운동장이었다. 그때만 해도 TV토론이 그렇게 익숙하지 않은 시절이었음에도, 두 후보 간 3회의 맞장 토론이 성사됐다. 명성 높은 경제학자 출신인 조순 후보가 달변가 정원식 후보에게 상대가 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압도적이었다. 첫 번째 TV토론이 시작되자 과연 정원식 후보의 수려한 말솜씨가 토론회장을 압도했다. 그러나 두 번째 토론회가 지나가면서 판세는 요동을 치기 시작했다. 어눌한 듯한데도 왠지 신뢰감이 더 가는 쪽은 조순 후보 쪽이었다. 세 번째 토론회가 펼쳐질 즈음에는 여론이 완전히 뒤집혀 있었다. 물론, 선거가 종합적인 전술 전략이 다 총동원되는 게임인 만큼 TV토론만이 변인(變因)이었다고 말하긴 어려울 것이다. 선거결과는 이솝우화에 나오는 ‘토끼와 거북이’ 종장과 똑같았다. 민주당 조순 후보의 득표율은 무려 42.35%를 찍었고, 민자당 정원식 후보는 20.67%에 그쳐 33.51%를 얻은 무소속 박찬종 후보에게마저 뒤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그 이변은 이후…
8·15 광화문 집회에 앞장선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 전광훈 목사와 그의 부인, 비서까지 모두 코로나바이러스 확진 판정을 받은 것은 한편의 코미디다. 그가 평소에 코로나19 감염 우려에 대해서 그 가능성을 과도하게 부정하며 자신만만한 태도를 보였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그러나 그를 중심에 놓고 벌이는 여야 정치권의 공방은 더 웃기는 코미디다. 그야말로 눈 귀 가리고 자기들 하고 싶은 말만 떠들어대고 있다. 고민정 민주당 의원은 자신의 페이스북에 “국가 방역체계를 뿌리째 뒤흔든 사랑제일교회에 대한 강력한 법적 대응도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고 비판했다. 같은 당 강병원 민주당 의원도 “사람이라면 일말의 미안함과 죄책감을 갖길 바란다”고 지적했다. 열린민주당 김진애 의원은 “강경 대응이 답”이라고 직격탄을 날렸다. 문제는 민주당이 한사코 정광훈 목사와 8·15 광화문 집회에 대한 미래통합당의 책임을 들고나오는 대목이다. 김태년 민주당 원내대표는 당 원내대책회의에서 “과거 광화문 집회에 통합당이 참석한 경우가 많아 이번에도 그럴 가능성을 인식하고 참석 금지 조치를 취해야 했는데 통합당은 어떤 지침도 내리지 않았다”면서 “통합당은 광복절 집회를 사실상 방조한 것에…
공자님은 노력파인가 생각한다. 공자님은 엄청난 독서가로도 유명하다. 주역을 3000번 읽으시는 동안 책을 맨 소가죽 끈이 3번 끊어졌다고 한다. 배찬병 생명보험협회장의 퇴임사에서 인용하는 말이다. 정말로 소가죽을 가늘게 잘라 끈으로 삼아 책을 묶었는데 책갈피를 넘길때 끈이 닳아서 끊어지면 다시매기를 반복했다고 한다. 그래서 3번째 소가죽 끈이 끊어지자 뒷산의 대나무밭에서 봉황새가 울었다고 한다. 혹시 공자님 시대에 인터넷이 있었으면 어떠했을까 상상해 보았다. 책 한권을 3000번 읽으시는 공자님과 인터넷의 제목만 보거나 내용 중 자신이 원하는 부분만 읽고, 문장을 그림보듯 하는 오늘날의 젊은이들과 비교해 보고자 하는 것이다. 전철에서 거리에서 모바일 액정에 빠져있는 젊은이를 보신다면 공자님은 정말로 “공자왈, 독서란, 정보란, 한 말씀….”하실 것이다. 하지만 정보의 바다를 서핑하는 오늘날과 공자님 시대를 비교하기는 어렵다. 주마간산(走馬看山)이라 한다. 말을 타고 지나가면서 경치를 보는 것이다. 사명대사가 임진왜란과 정유재란 후에 임금의 명으로 일본에 갔는데, 도요토미가 사명당이 지나오는 10리 길에 진나라의 귀중한 책의 내용을 적은 병풍을 세웠다. 사명당
올 한해 가장 큰 이슈, 블랙홀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코로나19에 따른 실물경제 침체에도 불구하고 치솟는 부동산 가격을 안정시키기 위한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대책을 두고 하는 이야기다. 최근 행정수도 이전, 청와대 고위 관료들의 주택 매각과 관련한 촌극까지 보태져 사회 전반의 모든 이슈를 빨아들이는 이른바 이슈 ‘블랙홀’로 떠오르고 있다. 급기야 지난 7일에는 서울 시내 대규모 국·공유지와 서울 도심 내 재건축·재개발 시 용적률 상향 등을 통해 13만 채가 넘는 신규 주택을 공급하겠다는 방안까지 발표됐다. 부동산 가격 안정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하겠다는 정부의 강한 의지가 읽히는 대목이었다. 그런데 정말 주택이 부족해 부동산 가격이 상승하는 것일까? 통계청 자료에 따르면 전국의 빈집은 지난 2015년 106만8919채에서 2018년 141만9617채로 32.8% 증가했다. 시·도별로 살펴보면 경기도가 유독 눈에 띈다. 2018년 기준 경기도의 빈집은 24만9635호였다. 2015년과 견주면 72%가 늘어나 제주특별자치도(76%)를 제외하면 가장 큰 폭의 증가세를 보였다. 빈집 수에서는 타 시도를 압도한다. 전국 빈집 10채 가운데 2채(17.6%)가 경
2020년 8월 15일 광복 75주년을 맞아 1945년 당시의 외교안보를 확인하고, 지금의 상황에 비추어 우리의 외교안보 방향을 상기한다. 조선(대한제국)이 일제의 식민지가 된 외교안보 시대적 상황을 살펴보면, 1894년 청일전쟁으로 일본은 조선을 차지하려고 청나라를 전쟁으로 승리하였으며, 1904년 러일전쟁으로 러시아의 힘을 빌려 일본을 견제하려는 대한제국의 의도도 꺾었다. 일본은 한반도에서 두 번의 전쟁에 연달아 승리하며 동아시아의 맹호로 성장했다. 1905년 7월 27일 일본은 미국과 테프트-가쓰라 밀약으로 미국의 필리핀에 대한 지배권과 일본 제국의 대한제국에 대한 지배권을 상호 승인을 맺었다. 한반도 차지를 위한 외교를 펼치기 시작한 것이다. 1905년 8월 12일, 일본은 영국과도 동맹을 맺는다. 1905년 11월 18일, 일본은 대한제국과 한일협상조약(을사늑약)을 체결한다. 그렇게 한반도에 살던 백성들은 나라를 잃었다. 일본은 두 번의 전쟁과 미국·영국 등 강대국과의 외교로 한반도를 차지했다. 자신의 나라 대한제국이 사라지는 그 순간, 29살의 청년 이승만은 미국의 시어도어 루스벨트 대통령을 만나 “1882년 체결한 조미수호통상조약에 따라 일본으로
본보는 지난 10일자 본란 ‘빈발하는 교회 집단감염, 방역수칙 지키라’ 제하의 사설을 통해 교회시설, 교회 관련 소모임 등을 통한 코로나19가 수그러들 줄 모르고 거듭 발생하고 있다고 우려한 바 있다. 종교시설에서의 단체식사와 소모임, 수련회, 캠프 등 집단 활동을 자제하고 방역수칙을 지켜주길 간곡히 당부했다. 그러나 이 우려는 현실이 됐다. 서울 성북구 사랑제일교회와 용인시 우리제일교회, 고양 기쁨153교회·반석교회, 서울 양천구 되새김교회, 김포 주님의샘교회 등 수도권 교회 등 수도권 교회발 집단 감염이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이 교회들 가운데 17일 오전 현재 서울 사랑제일교회에서 249명, 용인 우리제일교회에서 126명의 누적 확진자가 나왔다. 특히 전광훈 목사가 이끄는 서울 사랑제일교회의 확산세가 가장 걱정스럽다. 사랑제일교회는 지난 12일 첫 확진자가 발생했다. 사랑제일교회 측이 서울 성북구청에 제출한 교회 출입 명단상 교인 수는 4천66명이다. 이 중 이제 5분의 1가량 검사가 끝난 상태인데도 무려 249명의 확진자가 나온 것이다. 게다가 이들 중 다수가 밀집한 집회에 참석한 사람이 있어 ‘n차 전파’ 가능성이 우려된다. 더 심각한 것은 방역당국
코로나 이전의 일상을 찾을 수 없다. 걱정스럽고 힘든 부분이다. 참 재미있고 견딜 수 없는 가벼움 때문이었는지는 모르지만 그 때가 그립다. 아마도 정겨움이, 인간답게 사는 일정한 모습들이 그 안에 들어 있었기 때문이다. 코로나는 많은 사람을 죽이고, 아프고, 힘들게 했고, 우리의 귀한 일상을 앗아가 버렸다. 이것에 아주 무겁게 동의한다. 이전, 이후를 따져야 하는 것 중에 시급하고 꼭 필요한 것은 이 땅의 이주자들 문제이다. 잘 먹고 잘 살게 된 우리 사회에 가난하고 힘겨운 이주민들이 꿈을 안고 찾아든지 수십년이 지났다. 지금은 250만 명 시대라고들 한다. 이전에 한국사회는 이주민들을 ‘막’ 대했다. 1986년 아시안게임과 1988년 서울올림픽 이후 코리안 드림은 그야말로 대유행했고, 이주자들은 건강과 젊음을 담보로 한국으로 흘러들어왔다. 산업연수생 제도, 고용허가제 등이 편제되고 대응했지만, 거의 모두 기만적 임시방편의 허점이 많은 제도들이었다. 그리고 미등록노동자들의 갖가지 고충들이 한국사회에 부각되었지만, 어느 누구도 그들의 존재를 인정하지 않았다. 사람을 중요시 한다는 이 정부가 이주민들을 대상으로 내 놓은 정책은 ‘방치’였다. 코로나에 위기에서도…
문재인 대통령이 최근 “집값 상승세가 진정되기 시작했다”고 언급한 것을 계기로 정부의 부동산 통계에 대한 신뢰성 논란이 가중되고 있다. 그동안 정부의 부동산 정책에 앞장서서 비판적 견해를 밝혀온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경실련)은 대통령과 장관들의 통계 인용에 대해서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시민단체는 거듭 큰일 났다고 하는데 정책 당국자들은 괜찮다니 대체 누굴 믿어야 하나. 생각 따라 ‘과학’마저도 난도질해대는 이 노릇을 어째야 옳은가. 문 대통령은 청와대 수석보좌관 회의에서 부동산 보유세 강화와 임대차 관련 법안 등 정부의 부동산 해법을 긍정 평가하면서 효과를 나타내고 있다고 밝히고 “앞으로 대책의 효과가 본격화되면 이런 추세가 더욱 가속화되리라 기대한다”고 말했다. 문 대통령의 발언이 나오자 김종인 통합당 비대위원장은 “뭘 몰라서 하는 얘기다. 그건 문재인 대통령 혼자의 생각”이라고 깎아내렸고,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는 “청와대는 신문도 안 보고 여론청취도 안 하느냐. 아니면 대통령이 온통 눈 귀를 가리는 간신배들로 둘러싸여 있는 것이냐”고 힐난했다. KB(국민은행) 주택가격 동향, 한국은행, 통계청 발표자료 등을 다 참고했다는 경실련 발표는 문재인 정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