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도의 ‘민원서류 줄이기’가 전국 지방정부로 확대, 지난 18일부터 시행되고 있다. 민원서류 줄이기는 입찰·계약을 할 때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활용해 민원인의 제출서류를 대폭 줄이자는 것이다. 민원인들이 인·허가 등 각종 민원을 신청할 때 구비서류를 제출하지 않아도 민원담당자가 전산망으로 확인해 민원을 처리하는 전자정부서비스다. 다시 설명하자면 관련 서류를 민원인이 직접 제출할 필요 없이 계약담당자가 상대방 사전 동의를 얻어 행정정보공동이용시스템을 통해 직접 확인, 입찰·계약 제출서류를 간소화하는 시스템이다. 이를 위해 도는 지난해 11월 행정안전부로부터 입찰참가자격 확인과 관련된 건축사업무신고필증, 폐기물수집운반허가증, 폐기물처리업허가증, 전기공사업등록증, 정보통신공사업등록증, 소방시설업등록증, 사회적기업인증서 등 ‘입찰참가자격 확인관련 8종 정보에 관한 행정정보공동이용 권한을 승인 받았다. 이는 지방정부로서 최초의 일이다. 도의 위민(爲民)행정이 민원인들의 호응을 이끌어 낸 것은 당연한 일이다. 도는 여기서 그치지 않고 입찰·계약분야 관련 행정정보공동이용 정보의 이용기관을 경기도 뿐 아니라 전국 지자체로 확대해달라고 행정안전부에 건의했다. 행안부도 이
‘학교가 멈추니 학교가 더 잘 보인다’는 말처럼 코로나19 사태로 인해 그간 우리가 놓친 것은 무엇인지 교육의 본질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된다. 원격수업으로 미디어기기 활용능력이 실험대에 오르면서 스트레스와 울렁증을 일으키는 교사들도 많다. 하지만, 교사들은 몇 시간의 연수만으로 원격수업을 기획·운영할 만한 역량을 갖추고 수업을 진행하고 있다. 물론, 원격수업의 영역이 확장되어도 교사와 학생들이 얼굴을 맞대고 눈빛을 나누는 대면수업의 중요성은 더욱 커질 젓이다. 수원 매산초교 교장시절, 수원정보과학축전 운영위원을 했다. 그 때 홍보대사로 위촉된 크리에이터 즉 유투버인 허팝을 초청, 본교 학생대상으로 강의를 들었다. 젊은 교사들조차 유투버에 대해 관심도 없는 상태였는데, 학생들은 유투버인 허팝에 대해 영웅처럼 열광했다. 어떻게 유명한 허팝이 오게 되었는지 학생들의 관심은 컸고, 이미 허팝처럼 활동하는 학생들도 있어 놀라웠다. 젊은 교사들마저 학생들의 관심사를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학부모들도 자신들이 원하는 관심사에만 몰두하는 현실이 안타까웠다. 학생들이 현재에 잘 살아내는 힘을 키워주려면 그들의 관심과 흥미를 잘 알고 응원해줘야 한다. 학생들의 이야기에 집중
장 도미니크 보비. 그는 프랑스의 세계적인 여성잡지 엘르(Elle)의 편집장으로 준수한 외모와 화술로 프랑스 사교계를 풍미했다. 그러던 그가 1995년 12월 초 뇌졸중으로 쓰러졌다. 그의 나이 43세였다. 3주후 그는 의식을 회복했지만 전신이 마비된 상태였다. 말을 할 수도 글을 쓸 수도 없었다. 오직 왼쪽 눈꺼풀만 움직일 수 있었다. 얼마 후 그는 눈 깜빡임 신호로 알파벳을 연결시켜 글을 썼다. 때로는 한 문장 쓰는데 꼬박 하룻밤을 새야했다. 그런 식으로 대필자에게 20만번 이상 눈을 깜박여 15개월 만에 쓴 책이 ‘잠수종과 나비’(The Diving Bell and the Butterfly)다. 책 출간 8일 후 그는 심장마비로 세상을 떴다. 그는 서문에 이렇게 썼다. “고이다 못해 흘러내리는 침을 삼킬 수만 있다면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사람일 것이다.” 불평과 원망은 행복에 겨운 자의 사치스런 신음이라고 했다. 그는 건강의 복을 의식하지 못한 채 ‘툴툴거리며 일어났던 많은 아침들’을 생각하며 죄스러움을 금할 길 없었다. 그는 잠수종 속에 갇힌 신세가 되었지만 마음은 훨훨 나는 나비를 상상하며 삶을 긍정했다. 비탄과 원망 속에서 생을 마감하는 대신 감사
UC 버클리대학교 조지 레이코프 교수는 정치담론의 프레임 구성에 대한 비판적 지성인이며 진보적 사회운동가다. 2004년 “왜 가난한 사람들이 부자를 대변하는 정치인을 선택하는가?”라는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미국 보수세력이 핵심 개념을 어떻게 프레임 했는지 밝혀내어 언론계, 학계, 정치계에 큰 주목을 받았고 이 분야 종사자들에게 필독서가 되었다. 정치에 있어 핵심은 프레임이며, 프레임 구축에는 언론의 역할과 영향력이 매우 크다. 김대중 정부의 대북지원을 둘러싼 ‘퍼주기’ 논란, 노무현 정부의 종합부동산세 도입과정에서 ’세금폭탄‘ 논란 등 여야 정치권의 프레임 전쟁이 있었고, 일련의 진보적 정책 제시는 ’반기업 정서‘, ’포퓰리즘‘ 논란을 거쳤고, 또 일부는 진행형이다. 8.15 해방이후 한국전쟁을 거치면서 한국 사회를 지배한 ’빨갱이, 좌파’ 프레임은 시대가 지나면서 탈색되고 있으나, 여전히 거리를 유령처럼 배회하고 수시로 출몰한다. 이웃 중국은 어떤가? 북경, 상해, 무한, 곤명 등 필자가 어느 곳을 가더라도 눈에 띌 만한 곳이면 사회주의 핵심가치가 공익캠페인 형식으로 걸려 있다. 중국정부와 공산당이 추구하는 “부강, 자유, 애국, 민주, 평등, 경애 등 12
A주택재개발정비사업조합(이하 ‘A조합’이라고 한다)은 관리처분계획인가를 받은 후 퇴거요구에 불응하는 현금청산대상자인 B를 상대로 건물인도 소송을 제기하였는데, 위 소송에서 B는 “A조합으로부터 이주정착금, 주거이전비, 이사비를 지급받지 못하였으므로 A조합의 건물인도청구에 응할 수 없다”고 항변한다. 도시 및 주거환경정비법(이하 ‘도정법’이라고 한다) 제81조 제1항은 “관리처분계획인가의 고시가 있는 때, 토지 등 권리자는 토지 등을 사용·수익할 수 없다”고 규정하면서, 이에 대한 예외로 “공익사업을 위한 토지 등의 취득 및 보상에 관한 법률(이하 ‘공익사업법’이라고 한다)에 따른 손실보상이 완료되지 아니한 경우에는 그러하지 않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에 주거이전비 등의 지급청구권도 도정법 제81조 제1항 단서가 정하는 공익사업법에 따른 손실보상에 포함되는지, 주거이전비 등 지급의무와 부동산인도 의무가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관계에 있는지, 선이행 또는 동시이행항변권을 민사소송인 부동산인도 소송에서 주장할 수 있는지가 실무…
1980년 5월 그 숨 막히던 봄날에 나는 고등학교 2학년이었다. 어느 날 자취방 주인아주머니가 헐레벌떡 뛰어 들어와 우리에게 울부짖듯이 소리쳤다. “아그들아, 빨리 도망쳐야. 공수부대가 삼학도에 떨어졌당께. 학생들은 다 죽인다드라. 언능 가야.” 나는 한 치의 망설임도 없이 사지를 벗어나기로 했다. 자취방 친구를 따라 진도로 도망을 갔다. 처음 가본 진도였다. 나라에 난리가 났지만 섬은 평온했다. 시골집 툇마루에 앉아 떨어지는 석양을 즐겼다. 친구 어머니가 밭에 나가셨다가 해 떨어지고 나서야 집에 돌아오셨다. 대처로 유학 보낸 아들 친구가 왔으니 어머니 얼굴에 자랑스러운 미소가 가득하셨다. 어머니는 부랴부랴 밥을 하셨다. 나도 사실 많이 허기져 있었다. 친구와 겸상으로 밥상을 차려주셨다. 먹음직스러운 김장김치가 보시기에 한가득했고 밥이 머슴밥처럼 그득했다. 나는 허겁지겁 밥을 입안에 밀어 넣었다. 그런데 어떤 조화인지 밥이 식도로 넘어가질 않았다. 밥알이 입안에서 겉돌기만 하고 목에 걸려 넘기지를 못했다. 나는 당황하기 시작했다. 그래도 사람 사는 세상의 예의는 알만한 나이였다. 친구 어머니가 정성스럽게 지어준 밥이 아닌가? 몇 번이나 먹어보려 했지만 내…
청와대 청원 게시판 기능에 대한 설왕설래가 한창이다. 53만 명 이상의 추천을 받은 ‘25개월 딸이 초등학생 5학년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글이 조작으로 밝혀지면서 청원의 효용에 대한 기존 논란을 증폭시켰다. 온갖 무분별한 억지 주장들이 범람하고, 정치적 패싸움이 끊이지 않는 등 그 부작용에 대해 말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일부에서 나오는 폐지 주장은 온당치 않다. 억울한 일을 당하는 국민의 숨통창구라는 당초의 운용취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획기적인 개선책이 모색돼야 할 것이다. ‘초등학교 5학년생 성폭행’ 국민청원은 처음부터 충격적이었다. 이 청원에는 순식간에 국민 53만3천883명이 동의했다. 그러나 청원에 등장하는 성폭행(추행) 사실은 애초부터 없었고, 당연히 가해 초등학생도 존재하지 않는 것으로 드러나 더 큰 경악을 불렀다. 이번 사건의 경우처럼 조작된 사건을 청원으로 올려 민심을 호도하고 행정력을 낭비하게 하는 청와대 청원의 역기능은 한둘이 아니다. 인신공격이나 허위사실은 물론이고, 삼권분립의 취지를 무색하게 하는 온갖 억지 주장도 쏟아졌다. 지난 3년여간의 44만여 건 국민청원 중 허위·과장·오인 청원은 최소한 수천 건에 이를…
경기도가 유흥주점 등 다중이용시설에 대한 집합금지 명령을 2주 더 연장키로 했다. 뿐만 아니라 집합금지 명령 대상에 단란주점과 코인노래연습장을 추가시켰다. 서울 용산구 이태원 클럽에서 시작된 코로나19 집단감염이 확산양상을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써 기존의 클럽, 룸살롱, 스탠드바, 카바레, 노래클럽, 노래 바 등 유흥업소 5천536개소와 감성주점 133개소, 콜라텍 65개소에 더해 단란주점 1천964개소와 코인노래연습장 665개소가 추가, 집합금지 대상은 총 8천363개소로 늘었다. 위반 시엔 영업장 사업주와 이용자 모두에게 300만 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된다. 도는 특히 이로 인해 확진자가 발생하면 영업주나 시설 이용자에게 조사, 검사, 치료 등 관련 방역비 전액에 대한 구상권·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으로 허용 가능한 모든 제재를 가하겠다고 강조했다. 경기도 관계자는 “유흥주점 운영자와 이용자 모두 불편함과 어려움이 있겠지만, 국가적 위기상황인 현 사태를 엄중히 여겨 적극적인 동참을 부탁드린다”는 말로 업주들의 협조를 당부하고 있다. 업주들의 반발은 크다. 집합금지 명령 2주 연장 발표 전인 21일 한국유흥음식업중앙회 경기도지회 17개 지부 관계자 70
산책을 했다. 하늘은 파랗고 바람은 찼다. 붓꽃 싹이 귀를 쫑긋거리며 물가에 모여 있었다. 새는 봄을 물고 가지를 날아 다녔다. 웅덩이에 하늘이 담겨 있었다. 바람이 불자 하늘이 흔들렸다. 바람의 방향으로 쓸려갔다가 쓸려왔다. 윤슬이 반사되었다. 눈을 가늘게 떴다. 화려한 날이었다. 고양이가 물가에 죽어있었다. 봄빛을 닮은 털. 목에는 분홍 리본이 매어 있었다. 목걸이가 있으면 집에서 키우는 고양이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었다. 누군가가 아끼는 고양이였겠지 싶어 가슴이 내려앉았다. 고양이는 옆으로 누워있었다. 모로 누워 잠을 자는 듯 고요했다. 하얀 네발 가지런히 한 쪽으로 모았다. 머리도 그쪽으로. 한때 내 발도 한쪽으로만 향했던 날이 있었다. 버석한 뒤꿈치 들키고 싶지 않은 날들이었다. 갈라지고 파인 날들. 자고 일어나면 똑같은 일과가 기다리고 있었고 바꿀 수 없는 현실은 틈을 내주지 않았다. 뒤꿈치는 아무도 보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웅덩이에서 따라 왔을까. 하루 종일 죽은 고양이가 발끝에 따라붙었다. 쌀을 씻어 안칠 때에도, 밥을 먹을 때에도. 책을 펼치면 책 속에 누워있었다. 분홍 리본을 두르고 네 발 가지런히 모으고. 강아지처럼 며칠 따라 다닌 말이…
SF영화에서나 볼 수 있었던 상상의 내용이 현실이 되고 있다. 눈에 보이지도 않는 바이러스가 전 세계를 꼼짝달싹 못 하게 옥죄고 있다. 그 위력은 실로 대단하다. 하늘길, 바닷길도 멈추게 했다. 사실상 관광을 포함한 전 세계의 인적교류를 전면 차단하는 결과를 가져왔다. 코로나19로 인한 전 세계 여행·관광산업에서 1억 80만 개의 일자리 손실이 발생할 것이라고 세계여행관광협회(WTTC:World Travel & Tourism Council)는 전망하고 있다. 코로나 확산 이후 전 세계의 관광시스템이 단 순간에 무너지고 있다. 최근 유럽연합(EU)의 그리스, 이탈리아, 터키 등에서는 내달부터 코로나 확산방지를 위해 제한했던 외국인 관광객 입국을 솅겐협정(Schengen Agreement, 유럽국가 간 자유로운 이동을 보장하는 국경통행 자유화 협약) 가입국을 대상으로 우선 단계적으로 허용하겠다고 발표하고 있다. 우려가 있지만 고육지책(苦肉之策)이다. 유럽연합의 평균 국내총생산(GDP) 중 관광업의 비중은 10%이며, 고용인구는 12%에 달하고 있기 때문이다. 막연하게 코로나19가 종식되는 시점까지 기다릴 수 없다. 지금 이 시각에도 관광의 시스템은 무너지